2004/11-12 : Global Report - 영국 - 비교광고, 어디까지?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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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Report_영국 - 비교광고, 어디까지?
  버진 애틀랜틱의 브리티시 에어웨이 흔들기
 
이 대 의 | University of Lancaster 석사과정
daram1@hotmail.com
 
비교광고는 광고업계에서도 상당히 민감한 화제로서, 경우에 따라서 경쟁 업체의 추격을 물리치거나 마켓 리더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상대편 업체를 지나치게 자극해 분쟁이 씨앗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영국의 경우도 비교광고에 대해 ASA측이 명확한 규율을 알리고 있지만, 때로는 크리에이티브의 힘을 빌어 그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어서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버진 애틀랜틱(Virgin Atlantics)의 광고들을 기본으로 하여 영국의 국영 항공사인 브리티시 에어웨이(British Airways)와의 끝없는 비교광고 전쟁을 소개하기로 한다.


가격비교 스타일의 간접 비교광고


과거만 하더라도 비교광고는 가격비교 중심의 간접 비교광고들이 주종을 이루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최저가로 판다’는 식인데, 소비자들은 이러한 메시지에 식상해하는 것도 사실이다(물론 이러한 광고들이 소매업계에서는 아직도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근래 영국에서는 주로 소매업계나 항공사·여행사들에서 비교광고 분쟁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표>. 소매업체의 경우 실제적으로 이러한 가격비교 형태의 광고는 저렴한 가격을 중시하는 고객들에게만 단기간 효과가 있을 따름일 뿐 장기적인 브랜드 인지도 상승 등에는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고관여 상품일수록 소비자들이 단지 낮은 가격에 이끌려 상품을 구입하지는 않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예를 들어 항공권의 경우, 그 항공사의 이용이 얼마나 편안한가 아니면 얼마나 안전한가 등의 외부적 요소를 함께 고려하는 편이라는 것이다.

버진 애틀랜틱과 브리티시 에어웨이의 끝나지 않는 광고전쟁

사실 항공산업의 경우 다른 업종과 달리 ‘독창성(Originality)’을 찾기 힘들다. 그 이유는 과거 항공산업이 주로 정부 주도 아래 국적기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브리티시 에어웨이나 에어프랑스(Airfrance)·알리탈리아(Alitalia) 같은 각국의 국영 항공사들이 항공산업을 선도해왔고, 이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거의 독점에 가까운 시장 주도로 굳이 마케팅이나 광고에 대해 커다란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항공사 설립에 대한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민영 항공사들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자와 시장을 선점하려는 자 간의 치열한 마케팅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더욱이 유가인상이나 9.11테러 같은 악재에 따라 항공산업에 위기가 왔고, 이에 전세계 항공사들은 살아남기 위한 마케팅 전쟁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버진 애틀랜틱 브랜드는 크게 두 가지의 강력한 이미지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상위 클래스에 대한 획기적인 서비스, 그리고 아이러니컬하게도 브리티시 에어웨이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브리티시 에어웨이라는 거대한 국영 항공사와의 마케팅 싸움에서 살아남으면서 자신만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는 것이다.

유머와 위트로 신규취항을 알리다

최근 버진 애틀랜틱은 타 항공사들의 상위 클래스와 비교할 때 가장 넓고 편안한 침대형 시트를 선보이면서 ‘Beauty Sleep’이라는 TV 캠페인을 벌였다. 앨리스 쿠퍼(Alice Cooper)의 개그와 함께 재미있는 스토리로 짜여졌는데, 장거리 비즈니스맨을 상대로 자신들만의 편안한 서비스 제공을 강조하고 있다<광고 1>.
한편 포스터 광고들은 비주얼 중심 또는 카피 중심의 광고로 나눌 수 있다. 또 대다수 광고들은 새로운 루트 취항 시 그 루트에 대한 홍보를 하거나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기여하는 광고들로 크게 구별된다. 이때 카피들에서 브리티시 에어웨이를 깔보는 듯한 표현들이 그대로 드러난다<광고 2>.
<광고 3, 4>에서는 여타 항공사의 신규 취항 고지광고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버진 애틀랜틱이 워싱턴 및 도쿄로 취항할 때 선보인 인쇄광고인데, 도쿄 취항 광고의 경우 영국 사람들에게 동양화풍의 이미지를 통해 힘찬 파도와 함께 도쿄로 향하는 새의 모습을 그려냈다. 하지만 워싱턴의 경우는 조금 특별해, 지퍼가 열리며 날아가는 비행기가 무슨 의미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Zip down to Washington’이라고 명명된 이 캠페인은, 우연히 광고 테스트 기간 중에 나온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소재로 이용했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르윈스키의 섹스 스캔들 아이디어가 접목된 것인데, 지퍼는 바로 클린턴 대통령의 바지 지퍼를 의미하고 있는 것. 새로운 루트 출항을 앞두고 유머러스한 기지를 발휘한 버진 애틀랜틱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또 다른 두 개의 광고는 인도를 상징하는 인도 코끼리를 마치 인도풍의 삽화처럼 표현해 날아가는 코끼리를 선보였으며<광고 5>, 남아공으로 날아가는 버진 애틀랜틱은 치타의 역동적인 모습으로 표현했다<광고 6>. 그리고 상하이 취항 시에는 중국 신화에 나오는 병마용(兵馬俑)들을 세워놓은 옥외광고로 크리에이티비티를 마음껏 활용했다<광고 7>. 또한 군더더기 비주얼 없이 ‘Sit, shower, shave’라고 깔끔하게 붙여진 카피라인을 통해 상위 클래스 탑승 시 말 그대로 공항라운지에서 편하게 앉을 수 있고, 샤워에 면도까지 할 수 있는 버진 애틀랜틱만의 특별한 서비스를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도 눈길을 끈다<광고 8>.

브리티시 에어웨이를 향한 냉소적 비교광고들

이제 브리티시 에어웨이가 영국 내 대형 수퍼마켓 체인인 세인즈버리(Sainsbury’s)와 공동마케팅 캠페인을 펼칠 당시에 버진 애틀랜틱이 내놓은 대표적인 비교광고를 보자. 이는 세인즈버리에서 일정액 이상 구매한 후에 받는 토큰을 모을 필요 없이 곧바로 버진 애틀랜틱을 이용하면 194파운드만을 지불하고 훨씬 더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맞불 작전의 일환인 것이다. 이처럼 버진 애틀랜틱은 항상 브리티시 에어웨이의 마케팅 전략에 곧바로 대응하곤 하는데, 상대가 마케팅 효과를 보기 전에 공격적인 비교광고로 그 약점을 파고드는 것이 특징이다.
이제 버진 애틀랜틱의 창립 18주년을 기념해 만든 옥외광고를 보자. ‘18 years of giving BA the wobbles’라는 카피는 18년 동안 브리티시 에어웨이를 비틀거리게 만들었다는 뜻인데, 대놓고 한마디로 18년 동안 브리티시 에어웨이를 괴롭혔다는 것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광고 9>.
‘BA don’t give a Shiatsu’라는 카피를 보자. ‘Shiatsu(しあつ)’는 ‘지압(地壓)’을 뜻하는 일본어인데, 일본어를 영어 발음 그대로 가져다 붙이면서 ‘브리티시 에어웨이는 마사지 서비스를 하지 않지만 버진 애틀랜틱은 상위 클래스 고객들에게 마사지 서비스를 한다는 것을 전하고 있다<광고 10>.
그런데 이러한 직설적인 공격은 브리티시 에어웨이가 버진 애틀랜틱의 광고 카피 그대로 실제로 휘청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요인의 하나로 작용하였다.

다양한 미디어 활용

버진 애틀랜틱의 공격은 비단 영상 및 인쇄광고뿐만이 아니라, PR 캠페인에서 더욱 그 빛을 발휘했다. 버진 그룹의 창립자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은 그야말로 기괴한 아이디어로 가득 찬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는 PR 캠페인들을 통해서 우선 사람들과 커넥션을 형성해야 하며, 그들을 고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을 내내 머릿속에 갖고 있었다. 그는 또 간접적인 방법이 아니라 24시간 내내 끊임없이 직선적으로 사용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강조해왔다. 그의 기본 철학은 ‘항공사는 안전하고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친숙할 수 있도록 유머러스한 센스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PR철학은 창립 이래로 직접 진두지휘한 캠페인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런던의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는 런던아이(London Eye: 전망대, 밀레니엄 휠) 상공으로 띄운 비행선의 모습을 보자<광고 11>. ‘브리티시 에어웨이는 할 수 없는 것을 우리는 띄웠다’고 하는 메시지를 런던 한복판 상공에 띄웠으니, 이는 결국 브리티시 에어웨이를 조롱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브리티시 에어웨이가 영국의 상징물이었던 콩코드 운항을 전면 중단하자 많은 중·장년층 시민들이 아쉬워했는데, 이에 버진 애틀랜틱은 곧바로 자신들의 문양을 담은 콩코드 PR을 내보냈다<광고 12>. 여전히 콩코드여객기를 지키고 싶다는 버진의 마음을 보여주며, 영국 국민들의 애국심에 호소한 것이다. 그 외에도 자사 항공기 꼬리날개 부분에 있는 영국 국기 문양(Union-Jack)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리처드 브랜슨의 모습을 비쳐주기도 했다<광고 13>. 진정한 영국을 생각하는 항공사가 누구인가를 말하면서 은근히 브리티시 에어웨이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리처드 브랜슨이 기네스 기록을 깨며 수륙양용 자동차로 도버해협을 횡단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광고 14>. 이렇듯 버진 애틀랜틱은 자신의 브랜드를 창립자와 연결시키면서 그의 쇼맨십을 보여줘 사람들로 하여금 그를 사랑하게끔 만들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친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얼마 전 한국의 두 항공사가 항공사동맹(Alliance)을 맺으며 아슬아슬한(?) 카피로 비교광고 전쟁을 벌였던 기억이 있다. 한국에서는 대형 항공사가 두 군데 밖에 안 되어 둘만의 싸움일지 모르지만, 영국만 하더라도 브리티시 에어웨이나 버진 애틀랜틱 등의 장거리 노선 항공사를 비롯해, 라이언에어(Ryanair)나 이지젯(Easyjet) 같은 유럽 내 단거리 버젯 항공사(Budget-Airline)까지 수많은 항공사들이 존재한다. 그들도 자신들끼리 세그먼트를 나누어 치열하게 파이를 나누어 먹기 위한 처절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것은 물론이다.
버진 애틀랜틱은 사실 브리티시 에어웨이 같은 국적 항공사가 아니다. 순수 민간 형태로 태어난 회사이지만, 영국 내의 고객을 상대로는 이따금 애국심에 호소하는 광고전략을 전개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유럽 대륙의 고객들을 잠재적 고객으로 보고 마케팅 활동을 펼쳐나가기도 한다.
그런데 이는 경쟁상대인 브리티시 에어웨이가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없는 이점이이요, 그들의 고객을 넓혀나갈 수 차별적 강점이라 할 수 있다. 또 이러한 배경 아래 위에서 언급한 창립자 리처드 브랜슨의 말 그대로 “이노베이트, 재미, 드라마틱, 그리고 기존의 생각을 뒤집는 마인드”를 그들의 광고에 담고 있다. 기존의 항공사들이 펼쳐 온 ‘편안하고 안전하며 믿을 수 있는 항공사’라는 광고전략의 틀을 바꾸어 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상급(Upper Class) 서비스’를 강조하면서 오늘도 최대 라이벌 브리티시 에어웨이를 계속 괴롭히는 가운데 총성 없는 광고전쟁을 펼쳐나가고 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