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5-06 : Global Report - 영국 - 유럽의 축구 스타들과 광고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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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영국 - 유럽의 축구 스타들과 광고
 
  브랜드의 명운 가르는 장외 한판 승부
 
이 대 의 | University of Lancaster
석사과정
daram1@hotmail.com
 
축구경기는 단일 스포츠 종목으로는 가장 큰 광고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종목이 아닐까 싶다. 월드컵에서의 치열한 광고 경쟁만 봐도 수긍이 될 것이다. 그런데 올해에는 ‘유로 2004’ 라는 유럽의 축구 잔치가 벌어진다.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의 대부분이 유럽 프로리그에서 뛴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월드컵에 버금가는 빅 이벤트임에 틀림없다.
포르투갈에서 열리는 ‘유로 2004’는 광고주 입장에서 보면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광고를 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래서인가, 유럽을 중심으로 올해 초부터 벌써 ‘유로 2004’ 를 겨냥한 축구 관련 캠페인 광고뿐만 아니라 유명 축구스타들을 활용한 광고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울러 ‘유로 2004’의 공식 스폰서들인 아디다스·코카콜라·T-mobile 등은 경쟁사들인 나이키·펩시·보다폰 등이 전개할 앰부시 마케팅 전략에 어떻게 나타날지 잔뜩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영국의 축구 관련 미디어 현황

먼저, ‘유로 2004’ 관련 이슈를 다루기에 앞서 축구 종주국이라고 불리는 영국의 축구 관련 미디어 현황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표>.
영국에서는 전체 스포츠 방송 중 축구경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21.8%를 차지할 정도로 축구경기가 스포츠 방송 1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중 일반 지상파 채널보다는 전문 케이블방송이나 위성방송 채널인 BSkyB·Eurosport가 생중계에 있어서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방송사들 간의 축구중계 관련 협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로 2000’이 열렸던 2000년도에는 BBC 1의 축구중계 시간이 2001년 비해 월등히 많았던 것도 눈에 띈다. 몇 년 전 만해도 프리미어십 경기는 일반 지상파 방송에서 생중계를 많이 했던 것인데, 현재는 상당수의 경기가 케이블이나 위성방송의 전문 스포츠 채널에서만 생중계를 하고 있다. 이는 곧 영국 가정 내에 디지털TV 셋톱 박스 보급률의 증가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영국 내 축구 스타들의 모델 효과

얼마 전 영국의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축구 실력 도 그렇지만, 그의 상품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 그는 펩시·보다폰·아디다스 같은 초대형 브랜드들의 광고에 출연하는 대가로 한 해에만 1,500만 파운드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프랑스의 광고회사 CLM/BBDO가 최근 ‘유로 2004’ 를 겨냥한 펩시의 새로운 캠페인을 선보였는데, 여기서도 역시 베컴이 중심이 되어 이탈리아의 토티, 스페인의 라울 같은 쟁쟁한 축구스타들이 모델로 내세워졌다. 사실 이 광고는 지난 1월 출시되었던 ‘Dare for more’ 캠페인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다. 전편에서 비온세·브리트니 스피어스 같은 스타들이 마치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연상시키는 경기장 안에서 보여주었던 장면을 이번에는 앞서 말한 축구스타들이 새롭게 선보이는 것이다. 그것도 베컴과 그 외 축구스타들이 축구 유니폼이 아닌 <글래디에이터> 속의 전사들이 입는 투사복 스커트를 입은 모습으로 말이다.
그런데 이 광고의 내용과 컨셉트 자체도 재미있지만, ‘유로 2004’를 목전에 두고 펩시와 코카콜라 간에 펼쳐지는 광고 전쟁도 볼만하다. 사실 1980년대 이래로 코카콜라는 FIFA 월드컵과 유러피안 챔피온십의 공식 스폰서로 활동하면서, 축구 이벤트 관련 광고에 있어서 값비싼 광고료의 축구 영웅들을 모델로 내세우기보다는 좀더 친숙한 이미지나 캐릭터들을 사용하는 전략으로 팬들에게 다가갔다. 2002 월드컵 당시 코카콜라가 3차원 애니메이션과 렉시(Leggsy)라는 캐릭터를 활용한 것도 그 한 예이다.
하지만 최근 코카콜라도 유명 스타를 활용하는 광고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의 ‘유로 2004’ 관련 캠페인에는 네덜란드의 축구 영웅 마크로 반 바스텐과 맨체스터 유나이트에서 주전 스트라이커로 활약중인 반 니스텔루이를 전면에 내세웠으며, 포루투갈에서는 루이스 피구를 내세운 캠페인을 제작중이다. 아울러 영국에서도 마이클 오언 이후 축구 신동이라고 불리우는 신예 루니(Rooney)를 모델로 기용한 ‘유로 2004’ 관련 캠페인 광고물들을 제작중에 있다. 루니는 고작 10대 후반의 나이로 베컴의 외모나 지명도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흡사 불독을 떠올리게 하는 강한 카리스마와 역동적인 플레이 모습을 연상시키는 표현으로 영국인들에게 인상을 남기려 하고 있다.
한편 유럽의 무선통신서비스 업체인 보다폰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식 스폰서로서 베컴을 활용, 그가 스페인의 아름다운 빌라에서 옛 동료들인 필립 네빌·개리 네빌 등과 통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사의 통화 품질을 간접적으로 알리고 있다.
또한 아디다스는 영국 프리미어십 아스날 팀의 애실리 콜 및 패트릭 비에이라 등과 ‘유로 2004’ 관련 캠페인 계약을 맺고 ‘Impossible is nothing’이라는 글로벌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 캠페인에서 아디다스는 자사 운동화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또 베컴과 영국의 럭비 월드컵 스타 조니 윌킨슨과의 절묘한 만남을 그린 광고물 ‘Kicking it’을 이미 런칭하여 영국의 축구팬과 럭비팬을 동시에 사로잡고 있다.

베컴의 아성에 도전하는 마이클 오언

마이클 오언 역시 에너지 드링크 브랜드인 루코제이드 및 펩시·워커스·네슬레·티숏·재규어·퍼실 등에서 활약하며 올 여름에 베컴과 더불어 여러 광고에 출연하고 있다. 얼마 전 세탁용 세제 및 주방 세제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퍼실(Persil)과 1500만 파운드 규모의 새로운 광고 계약을 체결한 것도 그 중의 하나다. J. Walter Thompson에서 제작한 이 광고는 18개월 된 아이가 아버지가 차준 볼을 발로 차면서, 다시 화면이 바뀌며 2살 된 아이가 뒷마당에서 볼을 차고, 7살에 이르러 진흙탕에서 아버지와 자기의 형들을 제치고 골을 넣는 장면을 보여준다. 시간이 가면서 축구 기술이 늘어가는 모습을, 그 아이의 어머니는 진흙투성이가 된 유니폼을 빠느라 제대로 지켜볼 틈도 없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오언이 감사의 뜻으로 퍼실을 가져다주는 감동적 장면이 흘러나온다. 즉 자신의 축구 기술이 성장하는 동안 묵묵히 계속되어온 어머니의 뒷바라지(여기서는 빨래를 해주는)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퍼실 세제를 선물하는 장면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자 한 것이다.

한편 얼마 전 티에리 앙리는 영국에서 유명한 라디오 DJ인 새러 콕스·그레이엄 노튼 같은 유명 인사들과 함께 청소년 공익광고 프로그램에 출연하였다. 이 광고는 고민과 실의에 빠져있는데도 침묵을 지키며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으려 하는 청소년들에게 침묵을 깨고 어른들에게 이야기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광고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마지막 장면에 수만 명의 관중들이 운집해 있는 축구경기장에서 관중들이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조용히 축구경기를 관람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다음과 같은 자막이 뜨는 부분이다. “If we had a minute’s silence for every young person suffering in silence, this commercial would go on for years(만약 우리가 어른들의 침묵 속에 고통 받는 모든 청소년들에게 1분간 침묵한다면, 이 광고는 수년 간 계속될 것입니다.)” 이 광고는 원래 청소년들을 향해 어른들에게 주저없이 도움을 청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한편으로 학대받는 어린이들을 어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도와주어야 한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무엇보다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을 활용하여 공익적 요소를 담고 있는 이 광고 역시 축구 관중들의 침묵을 포인트로 살린 신선한 기법으로 공감을 얻고 있다.
앙리는 또한 프랑스 자동차회사인 르노 광고에도 등장하였다. 그의 악기 연주 실력과 성격을 엿보게 하는 광고인데, 르노는 앙리라는 프랑스 출신의 ‘유명 인사’를 활용해 프랑스 메이커로서 영국 시장에서 다시 한번 도약을 꿈꾸고 있다.

‘유로 2004’ 특수는 있을 것인가

유럽 내에서는 벌써부터 축구스타들을 활용한 ‘유로 2004’ 특수를 노린 광고 캠페인이 열풍이다. 그런데 이러한 ‘명사 보증(Celebrity Endorsement)’ 기법은 소구대상들을 한데 묶어주어 효과적이지만, 때로는 역효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 예는 바로 2002년 월드컵 당시, 아일랜드 출신의 로이 킨(Roy Keane)이 본선 게임 도중 감독과의 불화를 일으켜 본국으로 돌아간 사건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월드컵 특수를 노렸던 7-Up은 모델로 이 로이 킨을 활용했었는데, 그 사건 이후로 7-Up 고객들에게 반감을 일으켜 비싼 돈을 들이고도 판매율이 오히려 감소했던 것이다. 또한 얼마 전 영국에서도 영국 국가대표 주전 수비수 리우 페르디난드(Rio Ferdinand)가 약물 도핑 테스트에서 실패해 8개월간 출장 정지를 당한 이후에 당시 스폰서였던 나이키 역시 비슷한 영향을 받기도 했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실제 노출률이 얼마나 되느냐는 것이다. 한 예로, ‘유로 2000’에서 영국과 독일의 경기 당시 BBC 시청률 조사에 따르면 180만 명의 시청자 중 120만 명이 BBC를 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광고주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공식 스폰서를 제외한 나머지 광고주들은 실제 노출률이 훨씬 낫다는 불평이었다. 여러 가지 규제로 인해 전/후반 중간에만 광고가 노출되는데, 많은 시청자들은 이 시간동안 채널을 돌리거나 자리를 옮기므로 실제 노출률은 이보다 덜하다는 이야기이다.
공식 스폰서들의 강점은 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 UEFA컵 같은 경우 앰부시 마케팅을 방지하고 공식 스폰서들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규제가 가해졌다. 예를 들어, 경기 휴식 시간 도중의 광고 순서를 스폰서들에게 유리하게 배정하기 때문에 비스폰서들 사이에서는 저마다 볼멘소리가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올 여름 유럽 대륙은 포루투갈에서 열리는 ‘유로 2004’와 아테네올림픽이라는 두 가지 커다란 스포츠 이벤트로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빅 이벤트들은 한정된 예산을 갖고 있는 광고주들에게 또 한편으로 여러 가지 부담을 줄 전망이다.
여러 광고 소식지의 분석에 따르면 유럽이나 아시아 광고주들은 ‘유로 2004’ 에 광고를 집중적으로 투입할 전망이지만, 미국 광고주들의 경우에는 미국에서의 축구 인기가 낮기 때문인지 아테네올림픽에 더 많은 광고들을 투입할 전망이라고 한다. 그리고 몇몇 ‘유로 2004’ 스폰서들은 이번의 스폰서십 효과에 따라 2006년도 독일 월드컵에서도 스폰서를 계속 이행할지에 대해 고민에 빠질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최근 스포츠 마케팅에서 명사 모델의 활약 여부에 따라 브랜드의 운명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번 ‘유로 2004’를 바라보는 유럽 광고계의 눈이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