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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창 진행되고 있는 미국 내 대통령 선거 캠페인은 후보들의 정책 노선과 국가의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이다.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를 중심으로 한 정치마케팅의 개념은 ‘경선’이라는, 후보를 도출하는 독특한 정치체제와 매스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발전했다. 이와 같은 정치마케팅의 발전은 여론조사 및 후보자 이미지 정립 등 체계적인 선거전략 수립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되었고, 각 후보자의 정책 이슈를 유권자들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정치광고의 필요성을 크게 증폭시켰다. 그런데 정치광고는 유권자들에게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선거와 관련된 쟁점사항을 정리해 주는 등 순기능적인 역할을 많이 하고 있으나, 자칫 금권선거를 부추기거나 돈 많은 후보자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역기능도 내포하고 있다. 미국 정치광고의 경향 1990년대 이후 미국에서 집행된 정치광고의 경향을 간단히 요약해보면, 우선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광고집행비를 꼽을 수 있다. 대통령 선거 캠페인의 일환으로 광고비 지출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2000년 대선의 경우 공화당 후보였던 조지 부시와 민주당 후보였던 엘 고어가 1억 6,000만 달러에 달하는 광고비를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중 부시는 8,600만 달러를, 고어는 7,700만 달러를 TV 광고비로 지출했다. 이후 2000년 대선 때는 두 후보자들보다 각 정당의 광고비 지출이 더 많았다. 정당이 7,990만 달러를 TV 광고에 쓴 반면, 후보자 개인은 6,710만 달러를 TV광고 집행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인단 방식의 현 미국 대통령 선거제도에서 광고비를 줄이기 위해 접전이 예상되는 17개 주만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광고를 집행하는 효과적인 타깃팅 전략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광고비 지출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처럼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광고집행비 외에도 두 후보들은 현재 선거전이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양의 비방광고를 내보내고 있어,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정치광고 경향이 올 대선 광고전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
Viral Marketing에 기초한 이메일로 시작된 부시 광고
현직 대통령으로 이라크 전쟁을 승리로 이끈 조지 부시는 재선을 위해 아버지인 전 부시 대통령의 실수를 본보기로 삼아 선거 초반부터 공세적인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1992년, 현 대통령의 아버지인 전 부시 대통령은 민주당 클린턴 후보와의 대선 경쟁에서 패해 재선에 실패했었다. 당시 선거전략가들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클린턴 후보가 압승을 하며 대통령 후보가 되었음에도, 전 부시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초기에 클린턴 후보를 직접적으로 공격하지 못한 반면, 클린턴 후보 진영은 걸프전 승리 이후 국내 경제가 침체된 것이 전 부시 대통령의 실책이라는 공격적인 캠페인 덕택에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분석을 내놓았었다. 아버지의 이러한 실패를 본보기로 삼은 현 조지 부시 대통령은 민주당의 케리 의원이 경선을 통해 민주당 대선 후보가 확실시된 올 2월 초부터 상대 후보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
그런데 본격적인 광고전의 시작을 알리는 부시 대통령의 초기의 3편의 광고가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킨 ‘긍정적 광고’인 반면, 이후 진행되고 광고 캠페인은 케리 의원의 약점을 꼬집는 ‘부정적 광고’, 혹은 ‘비방광고’이다. 즉 지난 3월 16일부터 케리 의원을 정면으로 비난하는 광고를 일부 주에서 내보내기 시작했는데, 내용은 케리 의원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는 데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John Kerry: Wrong on Defense’라는 카피를 내세운 30초짜리 광고는 ‘전쟁 중인 우리 병사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것만큼 중요한 투표는 의회에 별로 없다’면서, ‘존 케리 의원은 2002년 10월 이라크 군사 행동에 찬성 투표를 했지만, 그는 나중에 우리 병사들에게 자금 지원을 하는 데 반대하는 투표를 했다’고 말하고 있다<광고 6>. 이와 함께 시리즈로 선보인 또 다른 광고에서도 부시 진영은 케리 의원이 국가안보와 세금 면에서 문제가 있음을 ‘John Kerry: Wrong on Taxes, Wrong on Defense’라는 카피를 앞세워 비난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부시 진영은 케리 의원의 예산지출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미 국민들이 10년 동안 부담해야 할 세금이 9,000억 달러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광고 7>. 또한 최근 케리 의원이 유엔이 결정할 때까지 이라크와의 전쟁을 유보했던 점을 지적하며 현재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의 국방을 책임지는 데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비방광고라는 비난을 들은 이 광고에 대해 부시 진영의 캠페인 자문역인 메리 매털린 (Mary Matalin)은 인터뷰에서 ‘이 광고들은 선거의 쟁점 사항을 부각시킨 광고이지 비방광고가 아니다. 우리는 케리 의원의 정책과 과거의 기록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비방광고인지, 아니면 선거의 쟁점 사항을 강조한 광고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공화당은 이 같은 공격적인 TV광고 덕택으로 이라크 전쟁 이후 계속 하락하던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미미하나마 올라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
‘맞불 작전’으로 닻 올린 케리의 광고
케리 진영의 광고자금은 부시보다 여유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다음 케리 진영은 그 첫 번째로 부시 진영의 공세에 대응하는 광고를 선보였다. 앞서 부시 진영의 광고 ‘The First 100 days’에서 케리 의원이 대통령이 되면 납세자들은 약 9,000억 달러의 세금을 더 내야 할 것이라 주장한 것에 대해 케리 진영은 ‘Bush Misleading America’라는 광고를 선보여, 이와 더불어 올 3월 말부터 케리 진영은 ‘조국을 위해 싸운(Fought for His Country)’이라는 제목의 30초짜리 광고를 17개 주에서 방영하기 시작했다<광고 9>. 이 광고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베트남전에 참전한 경력이 있는 케리임을 강조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예일대를 졸업하고 해군으로 월남전에 참전한 케리는 3개의 훈장을 받는 등 월남전의 영웅으로 칭송 받아 왔다. 하지만 월남전을 치르던 시기에 공군으로 입대한 현 부시 대통령이 실제 군에서 공군장교로 복무했었는지 아니었는지에 대한 논란이 한동안 불거졌던 것을 상기하면, 이 광고는 부시 대통령의 군대 회피 문제를 간접적으로 공격하면서 자신의 강점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케리는 이 광고에서 ‘부자들을 위한 감세 정책 철회, 아이들에 대한 진정한 투자 등 해야 할 일들이 있다’면서 ‘그래서 내가 대통령에 출마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케리 진영의 캠페인 최고 책임자인 메리 캐힐(Mary B. Cahill)은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이 집권한 지난 4년간 미 국민은 수많은 일자리를 잃었고, 불안정한 임금과 폭발적인 의료보험료의 인상을 겪었다. 미 국민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새로운 접근방식을 원하고 있지만, 부시 대통령은 국민들이 겪고 있는 이런 문제들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 광고는 케리 의원의 긍정적인 비전과 잘못된 과거의 정책을 바꾸려는 신념을 유권자들에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시작이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 가운데 ‘A New Direction for America’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이 광고는 부시 진영의 ‘부정적’캠페인과 비교되는 ‘긍정적’캠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후 케리 진영은 부시 대통령의 현 경제정책을 비판하고 케리 의원이 대통령이 되면 새로운 경제정책을 실현할 것을 강조하는 광고를 지난 4월 초에 집행했다<광고 10>. 이 광고는 미국 기업들이 외국의 값싼 노동력을 찾아 이주하여 많은 미국 국민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는 현상을 대통령의 경제정책의 실패라는 비판과 함께 시작한다. 부시 대통령과 그의 최고 경제자문역은 미국 내 일자리들이 값싼 노동력을 찾아 외국으로 이주하는 것은 미국을 위해 잘된 일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케리 후보는 기업들의 해외 이주를 막아 미국 국민들의 일자리를 보존하고, 천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공약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광고는 현재 대통령 선거의 쟁점 사항이 되고 있는 ‘어떻게 불확실한 미국 경제의 돌파구를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케리 진영의 공약을 선보이는 좋은 예였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3편의 광고에서 케리 진영은 지속적으로 ‘johnkerry.com’이라는 자막을 시청자들에게 노출시킴으로써 유권자들이 케리 후보의 인터넷 홈페이지인 johnkerry .com로 접속할 것을 권유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띄고 있다. 이 홈페이지에서는 후보의 움직임을 일일이 촬영한 고화질 동영상을 띄우고, 각 쟁점 사항에 대해 자세히 소개할 뿐 아니라 후보의 공약사항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고 케리 진영이 케리 의원의 강점만을 부각시키고 그의 공약을 유권자들에게 알리는 ‘긍정적’광고만을 집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선보인 광고를 살펴보면, 그 역시 부시 대통령의 약점을 꼬집는 ‘부정적’광고, 혹은 비방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최근 선보인 케리 후보의 정치광고는 현 부시 대통령의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냉소와 비판을 담고 있다. 전 클린턴 대통령 회계담당 보좌관이었던 로버트 앨트먼(Robert Altman)은 ‘부시 대통령은 국가 회계를 저당 잡혀, 후세대에게 갚아야 할 빚만 남겼다. 결국은 납세자들이 부시 대통령의 경제 실정으로 빚을 갚아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되었다’며 현 대통령 경제 실정을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이와 일맥상통하는 이번 광고는 기존의 논평조의 딱딱한 광고와는 달리, 어린 학생으로 변한 부시 대통령이 초등학교 선생님과 대화를 하는 가상적인 상황을 설정하고 내레이션 기법을 이용해 부시 대통령의 경제 실정을 꼬집고 있다. 이 광고에서는 선생님이 어린 학생인 부시 대통령이 수학을 잘못하여 뭔가 계산을 잘못하고 있다고 꾸짖는데, 그 첫째 이유는 현재 6조 달러의 예산을 초과해서 사용했고, 둘째는 영구적인 세금 삭감정책으로 부족한 2조 2,000억 달러의 국고를 아직 채워두지 않았으며, 셋째는 6,000억 달러를 처방약 정책에 사용했으며, 넷째는 사회보장제도를 사기업화하는 계획에 1조4,000억을 사용했는데도 부시 대통령이 현 경제 정책의 문제점을 모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광고는 부시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만 할 뿐, 실제 케리 의원의 경제 공약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어 비방 또는 네거티브 광고의 전형을 이루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한편 부시 진영은 이 광고가 전파를 탄 후 성명을 발표했는데, 케리 의원이 주장한 부시 대통령의 경제 실정에 대해 일일이 답변하지는 않았지만, 부시 대통령이 포괄적인 경제 부흥 정책과 예산을 반으로 삭감할 계획을 가지고 있음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 광고는 방송 정치광고 조례에서 요구하고 있는 ‘저는 존 케리이고, 이 광고를 승인했습니다(I’m John Kerry, and I approved this message)’라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아 이를 위반했다는 공격을 받고 있다. | |
맺음말
정치적·도덕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방광고 또는 네거티브 광고에 과대한 광고집행비가 쓰이는 이유는, 역설적이지만 아마도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광고 효과’ 때문일 것이다. 우선 후보자들과 선거 전략가들은 비방광고가 언론의 관심을 끄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여기고 있으며, 광고심리를 연구한 일부 학자들은 부정적 정보가 긍정적 정보보다 오래 기억되며 더 설득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밝혀 비방광고의 효과를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비방광고가 광고를 집행하는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비방광고가 상대방보다는 광고주 자신에게 해가 되는, 이른바 ‘백래쉬(Back Lash) 효과’를 낳기도 한다. 그 이유는 유권자들이 자신의 기대 수준에 비추어, 비방광고를 하는 후보자가 지나치게 상대 후보의 약점을 공격한다고 생각되면 오히려 상대 후보에게 동정표를 던지거나, 상대 후보자에 대한 비난이 옳지 못하다고 여겨질 때에는 비방광고를 한 후보자를 비난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비방광고는 양날을 가진 칼로 비유되기도 한다. 또한 비방광고의 증가는 정치 전반에 걸쳐 부정적 평가를 고조시켜 유권자들이 정치에 더욱 냉소적으로 만들고,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며, 정치 참여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지금 계속되고 있는 미국 대선 후보들 간의 비방광고전은 결코 좋은 캠페인 전략이 아닐 수 있다. 따라서 클린턴의 선거 캠페인 전략가였던 모리스 레이드가 언급했듯 정치광고 캠페인에서도 장기적인 브랜드 빌딩 전략이 도입되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선거의 단기적 승패 여부에만 관심을 가지지 말고, 고객관계관리(CRM) 기법을 도입해 유권자들과의 장기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캠페인 전략이 필요하며, 후보자들은 상대방 후보의 비방을 통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광고전략과 기법을 통해 자신의 비전과 공약사항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는 브랜딩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또 인터넷이라는 쌍방향 매체의 특성을 두 후보가 선거전에 이용하고 있다. 정보통신과 정치가 결합되면서 인터넷을 비롯한 뉴미디어는 선거과정에 있어서 변화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앞서 말했듯 부시 진영은 이메일을 이용한 선거전을, 케리 진영은 홈페이지로 유권자를 유도하는 방법을 현재까지 사용했다. 인터넷을 비롯한 뉴미디어를 활용한 정치마케팅의 발전은 기존 TV광고 중심의 정치광고가 지니고 있던 일방적 메시지 전달 및 과다한 광고비용지출로 인한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기도 하다. 아울러 유권자를 세분화하여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짐으로써 직접 대면 접촉 중심으로 이뤄졌던 기존 선거 전략의 장점도 살릴 수 있는데, 이런 장점을 어떻게 두 후보가 선거과정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실제 선거가 있는 11월까지 남은 기간 동안 두 후보가 어떠한 광고전략을 바탕으로 한 정치광고를 선보일 것인지, 어떻게 효과적으로 뉴미디어를 이용한 광고를 할 것인지는 등은 광고를 연구하는 사람들과 선거전략가들 사이에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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