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3-04 : Special Edition - 우리 시대의 메가트렌드 - 2. 마케팅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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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P 마케팅에서 관계마케팅,
‘소비자 통찰’까지의 진화와 변모
 
 
2. 마케팅
 
최재호 책임연구원 | 브랜드전략연구소
jhchoi@lgad.lg.co.kr
 
들어가며

대부분의 마케팅 교과서는 시장에 대한 기업의 지향점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로 그 서두를 연다. 그리고 원가 절감이 주된 이슈인 생산 개념에서 비롯해 품질 향상이 주된 이슈인 제품 개념, 매출 제고가 주된 이슈인 판매 개념을 거쳐 고객 만족이 주된 이슈인 마케팅 개념으로 전개되어 온 점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때 마케팅 개념 또한 신규 고객 창출이 주된 이슈인 4P 믹스 마케팅에서 기존 고객과의 관계 유지를 주된 이슈로 하는 관계마케팅이나 체험마케팅까지 다양한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마케팅의 개념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제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품들이 성숙기에 이르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반면 성장 속도는 점차 둔화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판매자의 영향력은 점차 감소하는 가운데 시장의 주도권이 구매자에게로 서서히 옮겨갈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경향이 강화되다 보니 기업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것은 물론, 한번 잡은 소비자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또 하나의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이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그 속내를 개념화하기가 어려운 소비자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내야 한다는 과제에 다름 아닐 것이다.
결국 마케팅이 하나의 학문으로 등장한 20세기 초 이래 마케팅에서의 무게 중심은 제품에서 소비자로 조금씩 옮겨져 왔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을 터인데, 그럼에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은 원가 및 가격 ·제품·판매 개념 역시 여전히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 기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여기서는 소비자의 비중이 점점 커져가는 마케팅 트렌드 속에서 나타난 몇 가지 특징적인 사안들을 살펴보고, 그것을 통해 마케팅의 개념이 어떻게 대응·변화해 왔는지, 또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기로 한다.

소비자 트렌드의 변화

시장이 소비자 위주로 개편되는 추세가 강화되면서 소비자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는가가 기업의 흥망을 좌우할 정도가 되었다. 소비자 트렌드에 대한 연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페이스 팝콘(Faith Popcorn)은 저서 <클릭! 미래 속으로(Clicking: 17 Trends That Drive Your Business-and Your Life)>에서 미래 사회를 움직일 트렌드를 다음 17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즉 ‘마음의 안식처 / 공포의 기류 / 건강 장수 / 행복찾기 변신 / 유유상종 / 코쿠닝 / 젊어지기 / 개성찾기 / 이브올루션 / 환상 모험 / 남성 해방 / 우상 파괴 / 99가지 생활 / 반항적 쾌락 / S.O.S / 작은 사치 / 소비자 감시 ’ 등이 그것이다.
물론 트렌드 변화에 대한 이러한 연구 결과는 지금도 시시각각 배출되고 있으나, 가장 대표적인 위의 연구 결과 하나만 놓고 볼 때 지금의 소비자들은 자기만의 세계에 몰입하는 내부 지향성이 점차 두드러져 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성향이 자신이나 가족에게만 국한될 수도 있고, 사회나 국가적인 관심사처럼 광범위한 영역에서도 발현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겉으로는 사회의 다원화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처럼 보이는 이런 경향들이 사실 이제는 사회를 움직이는 추진력처럼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훨씬 더 커졌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결코 어느 한 시점에서 돌발한 것은 아닐 것이다. ‘현재의 사회에서 그 징후를 발견하여 향후 미래를 주도할 것으로 판단되는 경향’을 트렌드라고 말한다면, 이러한 경향은 비단 현재뿐 아니라 과거부터 조금씩 진행되어온 흐름일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어느 시점까지는 그러한 경향이 하나의 조류가 될 만큼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에 제한적으로만 이슈화될 뿐이다.
마찬가지로 앞서 언급한 소비자 트렌드의 변화도 예전부터 서서히 진행되어 왔었을 텐데, 매스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다가 결정적으로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에 따라 가속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터넷으로 인해 상대방과 접촉하는 물리적인 시간과 공간의 제약성이 크게 약해지면서 자신과 유사한 개성을 지닌 타인을 쉽게 접촉하거나 그 존재를 확인하는 일이 매우 용이해지고, 따라서 자신의 성향에 대해 더욱 더 당당해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이나 브랜드에 맞게 사람들의 성향을 구분하는 노력들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곧 시장을 세분화하고 타깃을 규정하는 것에서 나아가 심리적인 측면의 비중을 강화시켜야 함을 의미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과거 마케터의 역할 중에서 소비자 전문가의 역할이 이제 분화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소비자의 마음은 계량화보다는 직관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의적인 해석에 따른 결과물을 도출하거나 그렇게 비춰지지 않도록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마케팅 트렌드의 변화

시장의 흐름이 구매자 위주로 재편되어감에 따라 마케팅 역시 이에 맞추어 변화해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관계마케팅’이 바로 그러한 변화의 산물로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다.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장기적인 관계 유지를 지향하는 관계마케팅은 처음에 산업재 시장에서 시작되었으나 이제 소비재 시장으로까지 확산되었다. 산업재 시장이 소비재 시장과 가장 다른 부분은 구매자와 판매자간의 거래(Transaction)의 수가 현격히 적다는 점인데, 이로 인해 산업재 시장에서만이 판매자가 구매자와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 있고, 구매자에 대한 개별적인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재 광고회사가 비교적 제한된 수의 광고주를 대상으로 다양하고 심층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관계마케팅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발생하는 서비스업의 경우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상호작용 및 접점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소비재 시장에도 관계마케팅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간헐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 와중에 1980년대 말부터 등장한 ‘고객관계경제학 (Customer Relationship Economics)’의 영향으로 신규 고객을 창출하여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것보다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것이 수익성 제고에 더욱 효율적이라는 연구 결과들이 계속 발표되면서 고객과의 장기적 관계(Long-Term Relationship)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어 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 등 네트워크 기술의 진보로 인해 판매자가 물리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거래의 수가 급증하면서 소비재 시장에서도 관계마케팅을 도입할 수 있는 여지가 크게 확대되었고, 이러한 배경 아래 금융·통신 및 유통업계의 대부분 기업들이 주로 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이라는 모습을 통해 관계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 시점에서는 관계마케팅이 참신한 개념이라 할 수 없지만, 트렌드가 변모해가는 상황 속에서 마케팅의 개념이 어떻게 전환되어야 하는지를 파악할 단서가 된다는 점에서는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관계마케팅은 효율성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4P 믹스 마케팅에 대응되는 개념이다. 그런데 4P 믹스 마케팅은 기업을 능동적으로, 소비자를 수동적인 주체로 가정하고 있기 때문에 구매시점에서의 기업과 소비자 간의 일회성 거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비해, 관계마케팅은 기업과 소비자 간의 거래가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전제로 출발한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있다. 이는 결국 소비자가 헤게모니를 장악해 가는 시장 환경 속에서 기업이 생존을 위해 철저하게 소비자 지향적인 개념으로 마케팅 트렌드가 전환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서비스나 고가의 내구재 마케팅의 경우 소비자와의 관계 유지에 드는 비용의 증가를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는 가격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교과서적인 의미의 관계마케팅을 실행하기도 하지만, 단지 서비스나 내구재가 아니더라도 관계마케팅의 철학은 더욱 넒은 영역에까지 그 모습을 달리하여 전개되고 있다. 그런 모습은 광고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이로써 과거와 달라진 점은 일상 소비재임에도 기능적인 속성을 소구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감성적인 커뮤니케이션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의 수가 아무리 많을지라도 소비자와의 유대감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바로 오늘날 마케팅의 주된 트렌드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브랜드 전략 수립의 첫 걸음도 역시 소비자가 브랜드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출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소비자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일은 제품의 물리적인 특성이나 가격, 경쟁 상황을 살펴보는 것과는 달리 방법론으로 정착된 경우가 드물며, 설령 기존의 방법론을 이용하더라도 정형화된 동일한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와는 관계없이 마케팅 분야에서 ‘소비자 통찰(Consumer Insight)’에 대한 가치가 더욱 증가한다고 볼 때 이러한 노력을 결실로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프로세스가 향후 마케팅의 트렌드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대의 트렌드 17가지

트렌드 1. 마음의 안식처(Anchoring)


지친 영혼을 위로해 줄 곳을 찾는다. 과거의 정신적 위안을 통해 미래에 마음의 안정을 누리려 한다.
요가산업, 종교관련, 명상산업 발전

트렌드 2. 공포의 기류(AtomsFear)
대기.수질오염, 유해식품 때문에 의심과 불안감의 폭풍 속에 휩싸인다. 무엇 하나 안전한 것이 없다.
유산소.항균.청결산업 각광

트렌드 3. 건강 장수(Being Alive)
죽을 때까지 청춘으로. 장수와 활기찬 생활을 위해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고 전반적 삶의 질 향상을 추구.
천연약초.동양의술 번창, 건강보조재, 대체의약품

트렌드 4. 행복찾기 변신(Cashing Out)
다 버리고 나만을 위해 산다. 스트레스에 지쳐 사회적 성취보다는 소박한 생활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모색.
화초농장, 매니아클럽(예: 의사가 제빵기술자로)

트렌드 5. 유유상종(Clanning)
가슴이 통하는 사람과 만난다. 가치관, 신념, 정서가 같은 사람들끼리 어울려 안락함과 든든함을 느낀다.
동호인 모임 활성화(예: 사이버 로맨스, 퀼트클럽 등)

트렌드 6. 코쿠닝(Cocooning)
나만의 안식처에 안주. 예측불허의 현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누에고치(cocoon)같은 보호막 안에 칩거.
보안.경보시스템,원예산업 각광

트렌드 7. 젊어지기(Down-Aging)
천진난만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자. 어른의 굴레를 벗고 젊음의 상징을 통해 안락함을 갈구한다.
중년놀이센터, 평생교육기관 활성화

트렌드 8. 개성찾기(EGOnomics)
60억 중에 단 하나뿐인 나를 표현하자. 몰개성 시대에 소외감을 상쇄시키기 위해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추구.
다양한 맞춤서비스

트렌드 9. 이브올루션(EVEolution 여성적 사고)
여성의 사고와 행동방식이 세상을 바꾼다. 마케팅도 남성중심의 계급서열 모델로부터 인간관계 모델로 변한다.
리더십 또한 '부드러운 위력'으로 바뀐다.

트렌드 10. 환상 모험(Fantasy Adventure)
짜릿하면서 안전한 모험을 즐긴다. 스트레스와 무료함을 털기 위해 덜 위험한 모험으로 흥분과 자극을 맛본다.
탐험 흉내내기, 실내 비치, 테마 레스토랑 등이 번창

트렌드 11. 남성 해방(Mancipation)
남성들이 전통적인 의무/역할을 거부하고 새로 얻은 자유를 만끽하면서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유니섹스 산업의 황금기

트렌드 12. 우상 파괴(Icon Tappling)
더 이상 신성물은 없다. 사람들은 기념비적 존재들(정부, 유명인사 등)에 회의를 가지고 새로운 것을 찾는다.
우상파괴는 최고의 오락사업(예: 클링턴 성추문 특수)

트렌드 13. 99가지 생활(99 Lives)
돈으로 시간을 산다. 갈수록 바빠지는 생활 속에서 시간의 압박에 대처하기 위해 일인다역을 수행해야 한다.
도우미산업, 시간절약 상품이 뜬다.

트렌드 14. 반항적 쾌락(Pleasure Revenge)
금지된 기쁨을 맛본다. 규칙과 규제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살며 공공연히 금단의 욕망을 실행하고 싶어한다.
예: 쿠바산 시가클럽 열풍, 부수기 게임

트렌드 15. S.O.S(Save Our Society)
위험에 빠진 지구를 구하자. 지구운명을 걱정하며 윤리성, 열정, 동정심과 같은 사회적 양심을 재발견한다.
사회적 양심을 보여주는 기업에 호응을 보내고 재활용.무공해 산업에 주목

트렌드 16. 작은 사치(Small Indulgences)
때로는 부자처럼. 짓눌린 일상에서 일탈, 자신의 능력 범위 안에서 작은 사치를 누림으로써 자기 보상을 모색
상류사회 빵, 이동식 미니온천 차량, 병 속에 눈조각이 든 고급술, 몽블랑 만년필

트렌드 17. 소비자 감시(Vigilante Consumer)
기업은 소비자를 위해 존재할 뿐. 소비자들은 압력 행사, 정치적 방법 등을 통해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들을 만만하게 보면 큰 코 다친다. 고객만족은 영원한 과제.


결론 및 시사점

이제까지 살펴본 소비자 및 마케팅 트렌드의 변모 과정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소비자 통찰의 중요성 증가’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마케팅에서 소비자의 영향력이 증대되는 이유는 통신 및 네트워킹 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소비자의 정보 획득력이나 협상력이 기업의 그것에 비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기업들은 가격이나 잘 만든 제품을 앞세워 무차별적으로 소비자를 공략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각 세분 시장별로 그에 걸맞은 마케팅 프로그램을 소비자에게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마음을 파악하는 일이 자칫 관념론에 빠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한다면 앞으로의 마케팅 트렌드를 소비자 전문가만이 이끌어간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소비자 전문가의 분석 결과를 다시 한번 구체화시켜야 하는 작업이 새롭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구체화 작업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는 광고 제작물로 나타날 수도 있고, 마케팅 분야에서는 마케팅 프로그램의 효율성이나 브랜드 가치를 지수로 산정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곧 소비자 전문가가 발견한 결과가 추가적인 프로세스를 거쳐 가공되어야만 비로소 의미 있는 작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뜻이며, 또한 현재 마케팅 4P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담당자들은 소비자 전문가의 분석 결과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대의 마케팅은 기존의 마케팅 믹스만으로는 포용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4P 마케팅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아니며, 그들은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점할 것이다. 다만 과거에 비해 마케팅을 바라보는 시각이 점차 새롭고 다양해져가고 있음을 염두에 두고, 4P 믹스 마케팅이 추구하는 객관적인 시각 아래 자기만의 독창성으로 문제에 접근하려는 노력들이 이루어질 때 그것이 향후 마케팅 트렌드를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