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3-04 : Special Edition - 우리 시대의 메가트렌드 - 1. 메가트렌드로 본 우리 시대와 미래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메가 트렌드를 읽는 7가지 코드  
 
1. 메가 트렌드로 본 우리 시대와 미래
 
공병호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gong@gong.co.kr
 

불과 몇 년 사이에 우리들의 삶은 놀라운 정도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거대한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을 떠난 우리들의 삶이란 상상조차 하기 힘들게 되었다.
하지만 조지 길더(George Gilder)는 <텔레코즘(Telecosm)>이라는 저서에서 “네트워크화를 향한 전진은 아직은 초보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우리 앞에는 빛과 영상의 병행 이점을 충분히 활용한 밀도 높은 영상정보 소통량과 고해상도 화상회의를 중심으로 하는 ‘범세계적인 시각경제(Global Foveal Economy)’가 대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세계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우리들은 어떤 세계에 살게 될 것인가? 이에 기존의 연구 결과를 참조해서 ‘일곱 가지의 메가트렌드’를 정리해 보자.

1 - 광범위한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계

“세상은 점점 더 서로 연결되고 있으며, 당신이 싸고 빠르게 전화를 걸거나, 직접 찾아가거나, 택배 화물을 보낼 수 없는 곳은 없다. 앞으로 세상은 점점 더 좁아질 것이다. 더 넓은 도로, 빠른 비행기, 광대역의 연결, 그리고 더 좋은 물류기술이 계속해서 상호연결성을 증가시킬 것이다. 앞으로 상호연결성은 세상을 더 흥미로운 곳으로 만들 것이다. 서로 연결된 세상에서 정보·사람, 그리고 상품은 아주 빠르게 지역들 사이를 오간다.”
샘 힐(Sam Hill)의 최근작 <60 Trend 60 Chance>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기실 세상은 점점 더 상호 연결된 세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런 변화의 이면에는 엄청난 기술적 발전이 놓여 있다. 그런데 상호연결성을 특징으로 하는 시대는 컴퓨터 혁명이 가져온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에서의 변화보다 휠씬 근본적이고 철저한 변화를 가져올 기술 때문에 가능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텔레코즘(Telecosm)’이라는 것이다.
텔레코즘은 새로운 통신기술이 만들어내는 세계로서, 이 세계는 저렴한 가격과 대단한 성능을 가진 컴퓨터에 의해 뒷받침된다. 컴퓨터가 생활화되면서 우리는 그것이 전부인줄 알았다. 그러나 컴퓨터 성능이 날로 좋아지고, 성능 대비 가격이 현저하게 떨어짐과 동시에 우리는 인터넷의 세계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은 이제 우리에게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인간은 점점 최소한의 비용으로 거의 무한대 용량의 정보를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흔히 업계에서 통신 능력을 이야기할 때 많이 사용하는 용어가 ‘대역폭(帶域幅/Bandwidth: 동시에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이다. 조지 길더는 텔레코즘의 세계에서는 기술 진보의 동력으로서 컴퓨터의 힘을 대체하게 될 것으로 내다본다.

2 - 세계화된 글로벌 시장경제의 대두

자유무역협정(FTA)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그곳은 모든 관세율이 완전 철폐되는 단일 시장일 것이다. 이미 공산품의 관세율을 완전 철폐하는 구상이 미국 상무부 및 민간 압력단체인 전미대외무역위원회(NFTC)에 의해 지난해에 제시된 바가 있다. 물론 세계화에 대한 반감과 저지의 필요성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추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세계화가 가진 뚜렷한 특징은 바로 ‘통합’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세계화란 시장과 국가와 기술의 가차없는 통합으로 그 어느 시대와도 비교할 수 없는 차원에서 통합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과 기업, 그리고 국가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멀리, 더 빨리, 더 깊이, 더 저렴하게 다른 세계에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세계화는 우리네 삶을 피곤하게 만드는 원인 제공자로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통합화를 향한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한 세계화는 전통과 과거, 그리고 현재와의 이별을 뜻하기도 한다. 그것은 세계화가 혁신의 이름으로 전통과 과거, 그리고 현재를 끊임없이 갈아 엎어버릴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화는 가장 가깝게 지내온 사람들과의 관계마저도 끊임없이 혁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세계화는 곧 안정과 더불어 안주하는 삶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피곤함’을, 불확실함과 더불어 역동적인 삶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기회’를 뜻한다.

 

3 - 생명공학의 눈부신 발전과 고령화

“1964년 이후에 태어난 X세대(1965~1980년)는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중대한 경제적 변화를 두 번 경험하게 될 것이다. 첫 번째 변화는 정보의 분리에서 접속으로 옮겨가는 정보경제의 변화이고, 두 번째 변화는 극초단파를 기반으로 접속된 세상에서 세포에 기반을 둔 생물학과 바이오경제가 지배하는 세계로의 변화이다. 그러나 여러분들 중 Y세대(1981~1990년)에 속하는 사람들은 아마 세 번의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여러분이 바이오경제에서 보내게 될 기간이 얼마이든 바이오경제는 이 다음에 등장하게 될 경제체제이며,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경제체제 중에서도 특히 정보경제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스탠 데이비스(Stan Davis)의 <미래의 지배(Lessons from the Future)> 가운데 나오는 한 대목이다. 정보경제에 뒤이어 찾아올 거대한 움직임인 생명공학은 처음에는 제약이나 농업 등과 같은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컴퓨터 혁명을 능가할 정도로 모든 분야에 골고루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평균 수명이 대폭 길어지는 시대는 은빛 물결이 출렁거리는 사회의 등장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구매하는 것(치열교정기·의류·부엌용품·신혼 주택 등)에 대한 수요가 즐어들고, 노인용품(심장의술·보안기·레저여행 상품 등)의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특히 노인들의 소비는 제조용품보다 개인서비스(장보기 및 집안 관리 서비스 등)에 집중될 것이다. 한편 기업들의 활동은 나이가 든 세대의 수요를 읽어낼 수 있는 쪽으로 이동할 것이다.


그런데 노령화의 파고는 여기서만 그치지 않아 근로계층이 부양해야 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노령화에 따른 선진국의 재정위기가 본격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세계적인 자본부족 현상은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 이동에 마이너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 자본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이 현재의 연금정책을 고수하는 한 30년 후에는 거액의 자본을 수입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선진국들은 거의 비슷한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이는데, 선진국에서 시작된 재정위기의 파급효과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4 - 지식근로자와 지식의 진부(陳腐)화

<코끼리와 벼룩(The Elephant and the Flea)>의 저자인 찰스 핸디(Charles Handy)는 ‘공장이 두뇌로 대체되는 시대’로 미래를 묘사한다. 이는 그만큼 지식이나 두뇌의 중요성이 더해가는 시대가 전개됨을 뜻하는데, 심지어 ‘바야흐로 화이트컬러 혁명의 시대다. 현재의 화이트컬러 직종의 90% 이상이 10년에서 15년 안에 확 바뀌거나 아예 사라질 것’이라는 파격적인 전망을 서슴지 않는 전문가도 있다. 이런 도발적인 전망을 아끼지 않는 컨설턴트 톰 피터스(Tom Peters) 같은 이는 ‘모든 지식근로자는 자영업자처럼 바뀌어 가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과거에 비해서 지식근로자가 회사나 시장에 제공할 수 있는 전문서비스의 수명이 얼마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노동관이나 직업관도 큰 변화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 원하는 만큼, 원하는 조건으로, 그리고 원하는 사람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프리 에이전트가 크게 증가하게 될 것이며, 많은 사람들이 기업을 떠나서 ‘가내 기업’을 차리게 될 것이다. 그들은 다시 산업혁명기의 대량생산방식이 도입되기 이전의 시대로 되돌아 갈 것이며,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공장’, 즉 컴퓨터를 구매해서 손색없는 ‘가내 기업’을 운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5 - 양극화 현상의 심화

글로벌 경제는 끊임없이 적응해 가는 일련의 시스템이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적응에 성공하는 자와 도태되는 자 사이의 격차는 날로 확대되게 될 것이다. 개인·계층·기업, 그리고 국가 사이의 극 격차는 더욱 간격을 넓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를 두고 ‘변화격차(Change Divide)’라고 이름 붙이고 싶다. 성공하는 것과 실패하는 것으로 인한 이익과 손실이 과거에 비해서 훨씬 커지기 때문에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더욱 필사적으로 질주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점점 더 다이내믹한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매우 높이 올라갈 수도 있지만, 아주 낮은 곳으로 추락해 버릴 수도 있다. 누구도 앞을 정확하게 내다볼 수 없을 뿐으로서, 단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잡기 위해서 더욱 더 자신을 세게 몰아붙이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와중에서 심리적인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도 늘어나게 될 것인 바, 그럴수록 심신의 평온을 추구하는 선이나 명상과 같은 비즈니스도 호황을 맞게 될 것이다.

6 - 철저한 개인주의와 이동성 증가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정보은행 사업자와 유전자 조작자, 키메라 생산자, 통신망 조작자, 오락산업 주도자, 뇌 접속망 사업자 등을 망라하는 새로운 특권계급이 형성되었다. 그들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오로지 자기들 자신의 운명에만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돈과 명성을 가진 새로운 귀족계급, 상업적인 파당,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인맥을 형성하고, 자기들만의 ‘쾌락 동업자조합’이 요구하는 것을 따르는 것 말고는 어떤 예속이나 복종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도 어쩌다 그들의 자아가 이타주의로 방향을 바꿀 때면 그들은 자기들의 막대한 재산을 인류를 위해 투자하는 방법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프랑스의 지성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의 미래 전망이다. 그의 예견처럼 민족이나 조국에 대한 개념이 모호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능숙한 외국어 구사 능력과 뛰어난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조국’이란 개념은 더 이상 의미를 갖지 않을 것이다. ‘하이퍼 클래스(Hyper Class)’라 불리는 그들은 자신들이 살기에 가장 적합한 곳을 떠돌아다니게 될 것이다. 그들은 또 철두철미한 개인주의자가 될 것이므로, ‘우리’라는 의미는 재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조국이나 민족은 진부한 단어가 될 것이며, 정치인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그런 단어를 사용할지라도 하이퍼 클래스라 불리는 상류계층에겐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이다.

7 - 시장원리의 확산과 정치원리의 쇠퇴

“모든 것은 시장으로 통한다.” 전통적으로 국가의 일이라 간주되어 왔던 많은 일들이 시장의 영역으로 빨려 들어가게 될 것이다. 시장경제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분야는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심지어 국방 분야조차도 시장의 힘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시장은 민주주의에 대해 확고한 우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고, 민주주의는 다수가 동의하는 것을 강제화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그러나 다수가 동의할 가능성이 높은 평등에 무게중심을 두는 각종 사회정책·조세정책들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려 하는 부유층은 없을 것이다.
한편으론 날이 갈수록 자본의 파워는 더욱 기승을 부려, 결과적으로 정치 권력의 힘은 날로 약화되고 경제 권력의 힘은 강해진다. 그런데 자본의 세계화는 자국만의 길을 고집하는 사람들에게 가혹한 징벌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정치가들도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평등 지향적인 정책을 펼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전반적으로 위험이 대폭 증가하는 미래는 여러분에게 대단한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제공할 것임에 틀림이 없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