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10 : Marketing Guide - 전쟁을 통해 배우는 경쟁우위 전략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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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우위’로 이길 것인가, ‘차별화’로 승부할 것인가
 
 
 전쟁을 통해 배우는 경쟁우위 전략
 
조 형 석 부장 | 마케팅2팀
hsjo@lgad.lg.co.kr
 
요즘 시장에서 기업 간의 경쟁을 흔히 ‘전쟁’에 비유한다. 경쟁의 차원을 넘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고 하여 이러한 섬뜩한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서점에 가보면 전쟁에 비유한 마케팅 관련 서적들이 많이 눈에 띄는데, 그 중에서도 19세기 프로이센 출신의 군사전략가이자 <전쟁론(Vom Kriege)>의 저자인 클라우제비츠(Karl von Clausewitz) 이름을 종종 볼 수 있다.
사실 전쟁과 기업 간 마케팅 경쟁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같다고는 할 수 없다. 피를 흘리며 적을 물리치는 것도 아니고, 엄연히 승패를 결정하는 ‘소비자’가 있다는 것 등 다른 점이 많은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업 간 또는 제품 간 경쟁전략 및 전술을 전쟁이라는 히스토리에서 원용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어 보인다. 첫째, 경쟁전략은 전쟁처럼 일정한 규칙이나 법칙이 없이 철저하게 ‘게임의 논리’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둘째, 최근의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전쟁이 일어났던 당시의 상황과 너무나 유사하기 때문이라는 점 등이다.
결국 이것은 현재 기업을 둘러싼 환경(소비자·시장·경쟁자 등)에 그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성이 높고, 그러한 불확실성이 비즈니스 전략의 불확실성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이와 유사한 상황에서 승리를 쟁취했던 여러 전쟁으로부터 승리의 요인을 분석해 마케팅 전략수립을 위한 의사 결정에 활용하고자 함이 목적이라 할 수 있다.
 
경쟁전략은 신규 수요 창출이 어려운 성숙기 시장에 필수적

앞서 언급했듯 최근 마케팅 종사자들이 ‘경쟁전략’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대부분의 업종에서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수요 창출이 어렵기 때문이라고도 분석할 수 있다. 모든 경쟁자가 골고루, 영원히 혜택을 누린다면 경쟁이 부각될 리가 없다. 그러나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대부분의 업종이 더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성숙기적 특성을 띄면서 경쟁자의 파이를 빼앗아 오지 않으면 기업의 생존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시장이 폭발적으로 또는 어느 정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경우에는 마케팅 전략이 소비자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즉 소비자가 어떤 욕망(want)이나 니즈(needs)를 갖고 있는지 파악하거나, 기존 제품에 어떤 불만이 있는지 분석해 신규 수요를 창출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장 팽창이 어려운 성숙기 시장에서는 기업별 점유율(market share)에 큰 변동이 없으며, 소비자들 역시 특정 제품 또는 브랜드에 익숙해져 있고 습관적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높다. 따라서 경쟁사의 입장에서는 다른 기업의 고객을 어떻게 하면 더 빼앗아 올 것인지가 전략의 핵심이 되는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객만 바라보는 고객지향적 마케팅만으로는 불충분하며, 더욱 경쟁적이고 고객지향적인 마케팅 개념을 필요로 한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기업 입장에서 볼 때 이제 소비자도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마케팅 초창기와는 다르게 요즘의 소비자는 하루가 다르게 니즈가 변하는데, 심지어 소비자 스스로도 자신의 니즈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것은 그만큼 기업 간 고객쟁탈전의 강도가 높아졌다는 반증으로서, 이에 대한 ‘복합적인(소비자와 경쟁자를 함께 고려하는) 마케팅 전략’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경쟁전략·전술의 핵심 전제는 ‘힘의 논리’

비즈니스나 마케팅 경쟁전략 관련 서적들을 보면, 기업이나 제품은 시장 내에서의 지위에 따라 ‘정면 공격’ ‘측면 공격’ 또는 ‘시장을 넓혀야 한다’ ‘공략시장을 좁혀야 한다’는 등의 다양한 경쟁 전술들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이에 대해 마케팅에 오래 종사한 사람들은 동의하는 부분이 많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약자는 측면공격이나 게릴라전을 펼쳐야 하며, 강자는 약자가 공격해 올 때 시장을 넓혀 방어를 해야 하는 것일까?
사실 이런 다양한 경쟁전략을 도출해 내는 데에는 앞서 언급했던 전쟁의 원리가 전적으로 활용되었으며, 이런 전략을 관통하는 어떤 전제나 원칙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필자는 마케팅 및 비즈니스 경쟁전략 수립과 활용에 근간이 되는 원칙을 크게 두 가지로 설정해 보고자 한다.
첫째, 기업 간 경쟁전략의 핵심은 바로 ‘힘의 논리’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실제 전쟁의 경우 군사전략과 전술 수립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적보다 아군의 숫자가 많으냐 적으냐에 따라 전략과 전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원칙에 따르면 ‘주로 재래식 무기를 사용하며 무기를 다루는 솜씨가 비슷하다’면 병력이 한 명이라도 많은 쪽이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사실 힘의 논리는 상당히 위력적이다. 전투에서 병력이 많다는 것은 승리를 위한 거의 절대적 요소라 할 수 있다. 가끔 영화에서 소수의 정예부대가 수많은 적군을 초토화시키는 것을 볼 수 있지만, 그것은 현실에서는 거의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싸움에 나가기 전에 철저하게 적의 병력 수를 먼저 확인했다고 한다. 그리고 적의 병력이 자신의 병력보다 단 한 명이라도 많다면 철저하게 싸움을 포기하고 화친을 주장한 뒤, 화친 기간 동안 열심히 병력을 늘려 그 수가 역전되었을 때 다시 싸움을 거는 방법을 써왔다.
그럼 기업이나 마케팅 상황에 이 원리를 적용해 보자. 기업 간 경쟁에서의 ‘힘’이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자본·영업사원 수·대리점 수·유통 장악력 등을 기업의 힘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경쟁사와 비슷한 제품, 비슷한 영업전략이 있을 뿐 특별히 차별적인 요소가 없다면 이런 ‘힘’이 부족한 기업은 언제나 약자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약자, 즉 상대적으로 시장 내에서 열세인 기업이 만약 차별화나 독특한 전략을 구사하지 않을 경우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정도이다.
우선 기업 간 ‘힘’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들(보유 자본·영업력·유통망 등)을 경쟁사 수준 이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모든 요소들에서 힘의 우위를 확보하기 힘들다면 적어도 하나의 요소, 예를 들면 ‘유통망’에서 경쟁사 대비 탁월한 우위를 확보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다음은 약자인 기업이 상대적으로 힘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영역을 선정하여 ‘경쟁의 범위를 좁히는 것’이다. 이것을 기존 마케팅 서적에서는 ‘집중화’ ‘국지전’ ‘일 대 일 대응’ 등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어느 특정 지역이나 특정 연령대, 특정 제품군 등에 기업의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시장 내 강자 대비 ‘특정 경쟁 영역에서 힘의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지난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가 세계 4강에 오른 것은 아마도 이 방안을 잘 활용한 사례라 하겠다. 사실 개인기나 팀 전체 전력은 이태리나 스페인 대비 열세였으나, 히딩크 감독은 이를 부분적인 ‘압박축구’로 극복한 것이다. 즉 한국팀은 뛰어난 체력을 바탕으로 그라운드의 특정 지역에서 ‘순간적으로’ 수적 우위를 확보함으로써 상대 선수들이 개인기를 발휘할 기회를 원천봉쇄한 것이다. 사실 그라운드 전체를 활용하는 ‘확대전’ 또는 ‘광역전’은 약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불리할 가능성이 높게 마련이다.
그러면 반대로 시장 내에서 강자의 입장에 있는 기업은 약자의 공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결론은 간단하다. 철저하게 ‘힘의 우위’를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쟁의 범위를 확대하는 ‘확대전’을 구사, 지역적으로는 최소 대도시 이상의 지역에서 점유율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경쟁시장을 확대하거나, 유통경로를 개방해 특정 기업의 제품이 아니라 모든 제품을 취급하도록 유통구조를 바꾸어 버리는 것 등이다. 이러한 경우 유통업주들은 판매가 손쉬운 것을 중심으로 판매하려는 경향이 있어 강자의 상품이 보다 유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또다른 대응 방안은 약자 기업이 엄두를 낼 수 없을 정도의 ‘물량전’을 펼치는 것인데, 광고나 프로모션 등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막대한 자원을 투여하여 소비자에게 강력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하나의 전술이라 할 수 있다. 소비자들도 지명도가 높으며 자신들이 잘 알고 있는 기업의 제품을 구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승수효과(乘數效果) 제고도 중요한 전술

마케팅 및 비즈니스 경쟁전략 수립과 활용에 근간이 되는 원칙 중 두 번째는 힘의 논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승수효과(乘數效果)’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전쟁이나 전투에서 병력 수가 다소 열세이더라도 다음과 같은 조건이라면 승리할 수 있다. 병사들이 무기를 다루는 솜씨가 적보다 뛰어나거나, 칼이나 소총을 가지고 있는 적에 비해 아군은 기관총이나 다연발총 등 무기성능에서 우위에 있을 때 등이다. 즉 수적인 열세를 극복할 만한 ‘승수’를 가지고 있을 경우 전쟁에서는 약자라도 승리할 수가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소수정예의 특공대 사례를 다시 한번 이야기해보자. 소수정예 특공대는 수적 열세로 인해 대대급 이상의 병력에 대항하기가 쉽지 않지만, 웬만한 적의 병력쯤은 격퇴할 수가 있다. 일단 그들은 수적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승수효과(즉 무기를 다루는 솜씨가 뛰어나며, 방탄조끼도 입고 있고, 특수 장비를 갖추고 있다는 점)를 높여 놓았기 때문이다.
이런 원리를 기업이나 마케팅 경쟁 환경에 적용해 도식화해보자.

F(competitor) = @ * F(company)
* F(competitor) : 경쟁사의 비즈니스 역량,
F(company): 자사의 비즈니스 역량
** @ : 수적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승수효과(또는 交換比)

그러면 시장에서 약자에 해당하는 후발기업의 승수효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 핵심은 바로 ‘상대보다 더 나은 무기를 준비하는 것’이며, 그것은 ‘차별화’를 통해 실현 가능하다. 상품을 의미 있게 차별하하거나 서비스나 판매방식을 크게 차별화하여 고객들의 관심을 끌고, 스스로 상품을 사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 ‘차별화’는 마케팅 종사자들에게는 너무 익숙한 단어이지만, 그것을 구현하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 이에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는 이미 오래 전에 기업의 본원적 경쟁우위전략 중 하나로 이 차별화 전략을 제안했는데, 상품 개발부터 기업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차별화가 가능한 모든 요소를 모두 언급했다.
그런데 약자의 차별화 노력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일단 성공하면 아무리 강자라도 쉽게 뒤집지를 못한다. 그러므로 자기보다 강자에 대해서는 있는 힘을 다해 차별화시키고, 이를 통해 승수효과를 높이는 것만이 강자에 대항하여 살아남는 길이라 하겠다.
반대로 약자인 기업이 승수효과를 높이기 위해 차별화를 시도한다면 강자인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사실 이 경우에는 방법이 하나뿐이다. 약자가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약자인 기업이 차별화를 시도할 때 강자인 기업은 즉각적으로 유사한 조처를 취하거나 더욱 개선된 방안을 내놓음으로써 약자인 기업이 경쟁 의욕을 상실하게 하고 막대한 비용부담을 떠안게 하면 된다. 이때 무엇보다 강자인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자인 기업이 자신감을 갖게 해서는 안 되며, 소비자들이 약자의 차별화 전략에 반응을 보이기 전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약자의 ‘기습공격’에 대응하는 차원일 뿐이므로 강자인 기업은 평상시에 약자인 기업이 공격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미리 미리 준비를 해두는 것이 더욱 중요하며, 자기 스스로 자기를 공격하는 ‘강자의 차별화’ 노력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하겠다.

기업 간 경쟁전략 또는 비즈니스 경쟁전략은 소위 ‘게임의 법칙’과 유사해, 정형화된 법칙을 찾아내기란 여간 어렵지가 않다. 그나마 기존의 마케팅 전략가들은 이를 전쟁의 원리와 유사하지 않을까 판단하여 여러 가지 전술 방안들을 전쟁과 전투에서 원용하여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아무리 많은 신조어를 만들어 내더라도, 아래의 원칙만 확인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린다면 시장에서 충분히 승리할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기업(제품 또는 브랜드)은 힘의 우위에 바탕을 둔 전략을 구사할 것인가, 아니면 승수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인가?’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