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7-08 : 광고의 과학화 - 시청률 조사 검증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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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수준 높이며 새 측정방식에 주목해야
 
 
 광고의 과학화 - 2. 시청률 조사 검증
 
조 성 호 |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suhcho@knu.ac.kr
 
우리나라에서 피플미터(people meter)식 시청률 조사가 실시된 지 만 12년이 지나고 있다. 피플미터식 시청률 조사 자료는 예전에 간헐적으로 수집되었던 일기식이나 전화식 조사 자료와는, 달리 방송사간 최대 다수의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한 편성 경쟁이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광고집행을 위한 매체기획에 매우 중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되기 시작하였다. 이와 더불어 일반 시청자는 물론 심지어 정치인들이나 관료조차도 특정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시청되었는지에 관심을 기울일 만큼 시청률 조사를 둘러싼 시대 환경도 달라졌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초기 자료 이용자들이 서울 지역 275가구만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결과에 대한 의문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시청률 조사의 정확성과 신뢰성이 끊임없이 도전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이에 시청률 자료의 사회적·문화적·경제적 파급력이 증대되면서 과연 조사 자료가 산출되기까지의 과정이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고 정확한지에 대한 검증의 필요성까지 제기되었다. 즉 일련의 과정을 거쳐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데이터를 산출하는 시청률 조사의 타당성·신뢰성·정확성 등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가에 대한 검증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모집단을 대표할 수 있는 패널가구가 제대로 선정되었는지, 패널가구가 소유한 모든 TV에 피플미터 기기가 설치되었는지, 기계는 이상 없이 잘 작동되는지, 패널 가구원이 자신에게 할당된 번호를 잘 눌러 주는지, 하루 동안 수집된 가구시청기록이 조사회사에 제대로 전달되는지, 각 가구에서 수집한 자료 중에서 오류가 있는 자료를 제대로 걸러내는지, 검증 통과된 자료를 최종 1분 데이터로 환산하는 과정에 오류가 없는지 등에 대한 의문인 것이다. 동시에 서울 지역만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것이 타당한지, 275 패널가구수가 적정한지, 패널 탈퇴시 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1분으로 환산된 데이터로 15초 광고의 시청률을 추정하는 방식이 실제 시청 행태와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등과 관련해서도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검증방식 개선 노력 속에서도 과제는 많아

이렇듯 자료를 사용하는 방송사와 광고회사의 지속적이고 끊임없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이윽고 1994년 방송개발원에서 TV시청률 조사기관인 MSK(Media Service Korea)를 대상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시청률 조사 검증을 실시하였다. 이 검증은 그 동안 자료 이용자가 궁금해 하던 구체적인 시청률 조사 과정 및 최종 데이터의 산출 과정을 밝혔다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었다. 비록 다소 비체계적인 일회성 검증이었으나, 연속시청시간이 6시간이 되는 가구, 3시간 동안 시청자기록 없이 시청한 가구, 채널번호 감지의 오류 현상, 패널 가구원이 핸드세트를 눌러주는 협조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는 현상 등 정확성과 신뢰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을 발견했다는 데에도 또 다른 의의가 있었다.
결국 이 검증은 그 동안 제기되었던 조사 과정상의 의문점을 다소간 해소하는 동시에 시청률 조사의 검증 필요성을 새삼 인식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
또한 같은 해에 방송위원회에서는 ‘시청행태조사의 검증기구 수립방안에 관한 연구’가 수행되었다. 이어 한국방송광고공사에서 1995년에 각국의 ‘시청률조사제도 연구’를 수행하였고, 이듬해 방송개발원에서 ‘다매체 시대의 시청률조사 정착 및 확대방안 연구’가 이루어지는 등 시청률 조사의 검증 필요성과 검증기구 수립에 대한 일련의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자료를 구매하는 고객들을 중심으로 검증에 대한 필요성만 간헐적으로 제기될 뿐 실질적인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아 시청률 조사 과정에 대한 체계적인 검증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그런 가운데 새로운 경쟁회사가 등장하면서 그 동안 제기되었던 조사 대상 지역·패널 가구 수·새로운 채널 감지방식 등의 문제점이 다소 보완되기도 했지만, 서로간의 시청률 조사 결과 차이로 인해 그 검증 문제가 다시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러한 환경 아래 1998년 12월에 설립된 TNS(TNS Media Korea)는 기존에 제기된 몇 가지 기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시청률 조사 경쟁에 돌입하였다. 첫째, 조사 대상 지역 및 패널 가구 수를 대폭 늘렸다. 우선 조사대상 지역을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부산·대구·광주·대전 등의 주요 대도시 지역으로 확대하였고, 조사 대상 가구도 서울 및 수도권 500가구(현재는 700가구), 부산 200가구, 대구·광주·대전 각 100가구를 합하여 전체 1,000가구로 확대하였다. 둘째, 사용자가 편리한 윈도즈 버전을 이용한 분석소프트웨어를 제공하였다. 셋째, 향후 디지털 방송 측정에 부합할 수 있는 픽처매칭(picture matching) 방식의 피플미터를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TNS의 등장으로 MSK는 1999년 9월 AC 닐슨으로 합병(이후 닐슨이 MSK를 100% 인수하고 다시 닐슨미디어리서치(NMR)로 통합)되고, 이후 조사 대상 지역을 서울 및 수도권과 부산 지역으로 확대하였다. 또한 조사 대상 패널 가구도 서울 및 수도권 600가구와 부산 250가구 등 전체 850가구의 패널로 확대하였가. 그리고 2001년에는 서울 및 수도권 패널을 100가구 더 늘려 700가구로 확대하고, 부산 250가구를 포함하여 대구·광주·대전에 각 200가구를 운영하면서 총 패널가구 수를 1,550가구로 확대하였다.
그런데 TNS가 등장하면서 시청률 자료를 구매하는 고객들과의 협의 없이 양사가 패널가구 수나 조사 대상 지역을 확대한 것까지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 동안 논란이 되었던 시청률 조사의 신뢰성과 정확성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양사의 시청률 조사 자료 결과가 다소 차이를 보였기 때문인데, 어떤 경우에는 오차한계를 벗어날 정도의 차이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부 방송사는 물론 광고회사가 양사의 자료를 동시에 구매하면서 매체 기획이나 편성 기획에 혼란이 야기되었고, 두 회사 자료의 동시 구매에 따른 비용증가도 새로운 문제로 제기되었다. 또한 한국방송광고공사에서 일부 프로그램에 대해 광고요금 시급제를 시청률 연동제로 전환하는 등 광고요금 책정시 시청률을 일부 반영하려는 계획에도 혼란이 가중되었다<그림 1, 2>.

 
 
 
검증기구의 체계화 및 검증 체계화 필요
이에 시청률과 관련된 일련의 혼란을 정리하고 시청률 조사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하여 2000년 4월 방송 3사의 편성담당자 3인, 광고회사를 대표하는 매체 기획 담당자 3인, 한국방송광고공사 1인 및 학계 1인 등 총 8명으로 구성된 ‘시청률조사검증협의회’가 발족되었다. 그리고 검증협의회는 같은 해 7월부터 12월까지 통계학자·신문방송학자·전자공학자로 구성된 검증팀에 양사의 조사과정 전반에 대한 1차 검증 실시를 의뢰했는데, 이때의 검증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조사 전 과정에 대한 검증설문조사, 2. 패널가구 초청 심층인터뷰: 패널운영상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 탐색 및 규명, 3. 피플미터 시스템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검증, 4. 가구시청기록 검토: 패널의 협조도 파악, 5. 전화동시조사: 패널가구의 시청 여부와 가구시청기록 간의 일치도 파악, 6. 패널가구 방문조사: 패널 추출과정·패널관리·피플미터에 의한 시청기록의 정확성·패널가구의 TV환경 일치도·가구원의 협조도 등 파악, 7. 시청률 계산 과정 및 가중치 검토
 
 
이러한 검증 결과 양사간에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기초조사·표본추출·패널확보·패널관리 등에서 통계적 원칙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하였고, 이 결과에 근거하여 같은 해 12월에 검증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요약한 비교 결과를 자료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발표하는 한편, 개선 권고안을 양사에 전달하였다. 이 개선 권고안에는 패널 선정시 기본 원칙을 준수할 것, 패널관리 및 유지방법을 개선할 것, 하드웨어의 안정성을 향상시킬 것, 조사회사의 대 고객서비스를 강화할 것 등이 포함되었다.
이어서 2001년 상반기에는 양사에 전달한 개선 권고안이 어떻게 이행되었는지를 점검하고, 다시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2001년 6월부터 11월까지 2차 검증을 실시하였다. 이 2차 검증에서는 패널가구 심층인터뷰를 제외하고 사용자의 소프트웨어 편리성을 추가해 비교했는데, 2차 검증 결과 발표에서는 2000년에 지적된 개선 권고사항에 대한 이행실태 비교 및 2001년도에 새롭게 발견되거나 개선되지 않은 사항에 대한 개선권고가 함께 이루어졌다. 또한 시청률 조사 검증협의회에서 제정한 시청률 조사의 최소 기준도 발표하였다.
그 후 2002년에 3차 검증이 실시되었는데, 이때는 피플미터 시스템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부분을 제외하고 양사의 시청률 차이를 비교하는 항목을 추가로 검증하였다. 또한 전화동시조사의 규모도 표본조사에서 전수조사로 확대 실시하고, 검증작업 매뉴얼을 작성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3차년도 검증 결과 1·2차년도의 검증 결과에 비해 기초조사 및 패널가구 관리, 패널가구 협조도 부문에서 예전보다 질적으로 향상되었음이 확인되었다. 또한 분석 소프트웨어의 개선이나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도 양사의 꾸준한 개선 노력과 부가적인 발전 노력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여전히 양사간에 시청률 조사방법, 패널선정 및 운영·관리방법, 시청률에 대한 정의와 시청률 산출 로직 등이 상이하여 양사에 대한 절대적 평가는 불가능한 형편이다. 그런데 이러한 한계점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는다는 지적이 있다. 즉 이해하기 힘든 오차범위 이상의 시청률 차이 발생, 아직까지도 규명하지 못한, 약 15% 내외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기타 채널의 문제 등은 앞으로도 꾸준히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올해 4차년도 검증에서는 양사 시청률 조사의 체계적 비교 및 그 차이에 대한 원인 분석 등을 통해 검증의 수준과 강도를 한층 높일 예정이다. 비록 검증을 받는 조사회사에서는 업무적·심리적 부담이 있겠지만, 시청률 조사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청률 검증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잠시 그 당위성을 그 동안의 사례를 통해 확인해보자.
3차례의 검증을 거치는 동안 한 회사의 경우 1차년도 검증시에 기초조사 및 패널가구의 모집 과정에서 문제점이 확인되었는데, 2차년도 검증시에는 이러한 문제점이 시정되었으나 이번에는 다시 교체한 패널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또 다른 지역의 패널관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다만 3차년도 검증 결과에서는 지난번에 지적된 문제점이 거의 보완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다른 회사의 경우에는 1차와 2차 검증 시에는 패널관리에 별다른 문제점이 지적되지 않았으나 3차년도에는 패널관리의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예를 보면서 비록 현재 시청률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더라도 검증이 실시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현재까지도 모든 의문점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향후 검증을 통해 그 동안 미진한 부분이 지속적으로 보완된다면 질적 수준은 꾸준히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따라서 향후 시청률 조사 검증협의회에서는 검증기구의 체계화 및 검증 체계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함은 물론, 디지털시대의 다매체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측정방식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근 시청률 조사의 선도국가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영국 BARB의 경우 기존 패널 규모를 4,300가구에서 5,100가구로 늘려 정확성을 증대하였고, 지난 2년에 걸쳐 전 패널을 교체하였다. 또한 조사도 세 부문으로 나누어 방법론 제공 계약자, 설문조사 계약자, 미터 설치와 데이터 수집 및 처리 계약자로 구분하여 체결하였다.
또한 미국 닐슨의 경우 그 동안 오디미터(audimeter)와 일기식으로 조사하던 미국 10대 도시에 대해 2006년까지 피플미터로 교체하는 과정에 있고, 현재 전국조사 5,000패널을 2006년까지 10,000패널로 늘릴 예정이라고 한다. 동시에 닐슨은 집밖에서의 시청과 다양한 매체를 한번에 측정할 수 있는, 애비트론(ARBITRON)사에서 개발한 PPM (Portable People Meter)의 실험을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PPM은 필라델피아와 펜실베니아에서 실험하고 있는데, 이와 더불어 향후 2년간 프랑스의 미디어 메트리와 2년간 실험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상태이다. 그런데 기존 피플미터와 PPM의 근본적인 차이에 대한 고민도 없지 않은데, 이는 기존 피플미터의 경우 시청의 정의가 ‘본인이 시청하거나 듣고 있다고 판단될 때’인데 반하여, PPM의 경우는 실제 시청여부와 관계없이 매체에 가까이 있을 경우 수동적으로 방송사의 주파수 코드를 감지하여 체크한다는 점에 기인한다. 따라서 PPM의 경우 기존 피플미터의 시청 행태 기록과 어느 정도의 차이를 보이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어 있다.
이러한 시청률 조사 방법의 변화를 주시하며 우리나라의 시청률 조사 검증협의회에서도 미래의 방송환경에 따라 검증협의회의 체계화와 지속적 검증, 관련 연구 노력 등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미래의 변화 방향에 대해서도 사전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