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7-08 : 광고의 과학화 - 현장리뷰와 개선점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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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주·광고회사·매체사의 의식변혁부터 앞서야
 
 
 광고의 과학화 - 3. 현장리뷰와 개선점
 
양 영 종 | 한양사이버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yyj5302@yahoo.co.kr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광고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사실 광고는 살아 있는 생물과 같은 것이어서, 그것이 무엇이라고 딱히 정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아주 독창적인 생물이므로 마치 사람처럼 웃기기도 하고, 감정을 자극하기도 하며, 좋아하는 광고의 제품을 더 좋아하게 만드니까 말이다. 이 부분만 보면 어쩌면 광고는 ‘감성의 생물’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소비자가 어떠한 행동을 하고, 어떠한 성향을 가졌으며, 어떠한 구매 과정을 거치는가를 알아내기 위해 치밀한 조사를 통해서 광고의 전략을 추출하는 경우를 놓고 보면, 광고는 ‘논리의 생물’이다. 즉 광고는 감성과 이성의 생물, 비논리와 논리의 생물, 비체계와 체계의 생물, 그리고 예술과 과학의 생물이라고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광고에는 뛰어난 사고를 바탕으로 한 아이디어도 있어야 하겠지만, 그 아이디어를 추출하는 과정은 한 사람의 천재성만으로 가능한 것은 결코 아니다. 아이디어의 추출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체계성과 합리성을 토대로 한 과학적 방법을 따를 때 비로소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광고는 살아 있는 생물이므로 과학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생물의 행동을 정확히 측정하여 다음 행동을 예측하는 일은 지금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광고는 분명하게 어떠한 목적을 두고 시행하는 행위이므로 어느 정도의 과학화는 가능할 것인데, ‘광고의 과학화’란 우선 기획하고 집행하며 사후 평가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목표에 의한 관리’를 이루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과학이란 논리적 당위성과 반복성, 그에 근거한 예측 가능성을 필수적인 전제 조건으로 한다. 그러므로 광고 투입량과 소비자 반응량 간의 상관관계를 규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주요 과제라 하겠다.
광고주에 제언: 광고의 목표를 숫자로 세워 보아라
 
 
우리의 주변을 먼저 살펴보자. 광고의 주체인 광고주에게 물어보자. “귀사의 광고 목적이 무엇입니까?”라고 질문을 하면 거침없이 나오는 말이 바로 “물건을 불티나게 팔기 위해서”라는 답변이다. 다시 질문을 해 본다. “그러면 물건이 불티나게 팔리게 하기 위해서 광고에 어떠한 목표를 두었나요?” “목표요? 그저 열심히 광고를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렇다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열심히 하는 것입니까?” 이에 대한 답변은 “광고를 열심히 한다는 것” 뿐이다.
이를 자세히 분석해 보면 광고주는 광고를 열심히 하겠다는 목표가 있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지표가 없어서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가 달성되었는지 모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지 ‘열심히 한 결과 물건이 잘 팔린 것 같다’는 추측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예를 들어 광고주가 광고의 목표를 ‘타깃에게 광고선호도를 22%에서 30%로 높인다’라는 식으로 설정하게 되면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전술이 나오게 된다. 그리고 이 전략과 전술을 달성하기 위한 광고의 제작방법, 소구대상의 선정, 매체의 선정 기준, 광고비의 설정 등이 도출되는데, 그후 광고주는 구체적인 숫자로 설정되어진 목표를 달성했는지 못했는지 점검하여 광고의 성과를 정확히 파악하면 된다. 이때 만약 25%밖에 달성하지 못했다면 5%는 왜 달성이 안 되었는가를 분석해야 한다. 즉 광고비가 부족해서인가, 타깃 설정이 잘못되었는가, 광고내용이 타깃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는가, 매체 선정이 잘못되었는가, 광고 집행 시기가 잘못되었는가, 경쟁사와 비교해서 컨셉트는 문제가 없는가 등을 분석해서 목표 미달성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원인을 알게 된다면 무엇인가 다른 대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광고의 과학화란 그렇게 멀리만 있는 것은 아닌데, 과학화를 위한 수단으로는 수천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손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광고목표를 숫자로 설정해 보라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자사 제품의 구체적인 숫자를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광고인지도가 구체적으로 몇 %인지를 알아내어야 한다. 또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이라도 광고 조사를 시행해야 하는데, 광고 조사를 시행하지 않고 광고를 실시하는 것은 마치 ‘암흑천지에서 미인을 찾아내려는’ 무모한 행동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광고관리에 있어서도 어느 만큼의 광고 노력을 투입할 경우 어느 정도의 광고효과가 나타난다는 상관관계를 규명할 수 있다면 달성하고자 하는 광고효과를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광고 투입량을 결정함으로써 ‘목표에 의한 관리’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매체사에 제안: 자료를 요리할 수 있도록 숫자 데이터를 제공하라
 
매체사에 근무하는 분들에게 질문을 해보자. “귀사 신문의 발행부수는
어느 정도입니까?” 이에 답변은 “아… 약 50만 부입니다.” “그렇습니까? 그런데 독자층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습니까?” “아, 3개월 전에 조사를 실시했는데, 10대 5%, 20대 10%, 30대 15%, 40대 25% 등입니다”라는 답변이다. 이 정도로 답변을 하면 상당히 매체자료를 잘 보유하고 있는 매체사인 편이다.
 
   
우리나라 매체 산업의 질적 성숙도를 검토해 보면 취약한 모습들을 곳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매체관리 부문은 광고산업의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낙후된 상태로서 신문 발행부수조차도 파악할 수 없을 정도의 자료부재, 그리고 매체 거래 관행상의 불합리가 잔존하는 구조 속에서 단지 ‘경험과 감각’이 ‘합리성과 과학성’을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 매체의 관리는 왜 중요한가?
첫째, 광고비의 90% 이상을 매체의 시간과 지면을 구입하기 위해 지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명확한 계량적 데이터가 없이 ‘감’과 ‘억지’가 난무하는 부분이다.
둘째, 광고에 대한 반응은 광고 제작물의 크리에이티브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활용한 매체의 질과 양에 의해서도 결정적인 차이를 보인다. 일찍이 마셜 맥루한(Herbert Marshal McLuhan)은 ‘미디어가 메시지’라는 표현으로 매체가 갖는 이러한 속성을 예리하게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TV 뉴스 프로그램에 나오는 광고와 길거리에서 배포하는 전단 광고의 가치가 똑같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이다.
 
   
최적의 매체관리는 광고의 성패를 결정짓는 요인이며, 이를 통해 광고주의 마케팅 활동, 나아가 경영활동 전반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단지 의욕이나 경험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으로서, 각 매체가 지니고 있는 광고 정보전달 능력과 그 상대적 매체비의 효율성을 객관적으로 정밀하게 측정해 낼 수 있는 계량 자료의 제시로 합리적인 의사 결정과정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그럼 이제 매체사의 의식 변혁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살펴보자.
첫째, 매체사는 매체의 특성, 청취자(구독자)의 특성, 지역별, 소구대상별 시청률(구독률)을 어떻게 제시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둘째, 직접 수행한 조사의 결과를 광고주나 광고회사가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 더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기본은 계량화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러한 데이터 자료는 바로 신뢰를 얻게 되어 매체의 영업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매체사는 청취자(구독자)의 자료를 공개하여 합리적인 광고 집행을 할 수 있도록 우리 광고계의 분위기를 선도해 주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매체부문의 과학화를 이루어 더욱 효과적인 광고가 우리들 앞에 우뚝 서게 할 것이다.
 
 
 
 
광고회사에 제안: 인력의 과학화에 투자하라
 
앞서 말했듯 ‘광고는 생물’이며, 그 근본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광고의 과학화를 위해 먼저 인력의 과학화를 꾀해야 한다. 또 광고회사에서도 의식 개혁을 해야 한다. 광고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주요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광고회사에서도 업무를 위한 사내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원인은 우선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직적·수평적, 그리고 시간적 커뮤니케이션의 부재이다. 여기서 수직적 커뮤니케이션은 광고주와의 커뮤니케이션인데, 거의 AE가 연락병처럼 광고제작물이나 보고서 등을 들고 왔다갔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제작·관리·매체 업무 가운데 상당 부문은 시스템이 주먹구구식으로 되어 있다. 또한 각 부서간의 수평적 커뮤니케이션도 아날로그식으로 되어 있다.
한편 시간적 커뮤니케이션이란 과거의 광고 실행에 대한 기록·지식·지혜의 축적 및 전달을 의미한다. 그러나 광고회사에서 과거의 광고물, 매체운영 실적, 광고 성과 등의 기록과 자료의 보존, 그리고 활용을 위한 체계화가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이제 서류함을 폐기하고 모든 자료는 데이터화하고 컴퓨터에 저장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 광고주의 돈이 귀중하다는 인식을 가졌으면 한다. AE가 광고안을 광고주에게 제시할 때 올바른 결정을 위해 어떤 자료를 가져가고 있는가 생각해보자. 먼저 사전 광고물을 조사하여 광고안에 대해 여러 가지 강점과 약점을 제시해서 광고주를 이끌고 있는가를 돌아보아야 한다. 또한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던 광고 제작물로 광고비를 집행한 후 광고효과를 조사해 본 결과 경쟁사 광고보다 효과가 낮게 나왔을 때 이를 광고주 앞에 솔직하게 내놓을 수 있는 용기가 요구된다. 이런 용기야말로 광고 과학화의 첫발을 내딛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한편 ‘지금까지 해온 우리의 방식대로 한다’는 고집으로는 광고과학화를 절대로 성사시킬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하지말아야 할 것이다. 광고 컨셉트와 광고 표현은 원래 크리에이티브의 세계이기 때문에 과학적 접근 방식은 현실 여건에 맞지 않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컨셉트나 표현이 강한 소구력을 가졌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이성적인, 즉 과학적인 분야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광고과학화의 기초 작업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광고물 코드화(advertisement codification)’라고 할 수 있다. 광고주명·업종·브랜드·제작번호·제작년도 등을 코드로 기록하여 각종 광고 관련자료 통계 및 분석에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는 곧 광고주와 공동으로 광고물 관리에 대한 원칙을 상호 공유하여 수천 건도 넘는 광고물의 관리 및 정리·정산·전산 체계의 일체화, 광고비의 청구·정산·운행 업무의 효율성을 도모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흔히 과학화라 하면 컴퓨터를 더 들여 놓고, 각종 데이터를 분석 가공할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러한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러한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의 과학화·전문화 없이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이것이 광고가 계속 ‘살아있는 생물’로 존재하기 위한 최소의 필사적인 항쟁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