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7-08 : 광고의 과학화 - ABC제도의 현황과 개선방향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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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 효과 알리는 광고주·광고회사의 노력과 요구 있어야
 
 
 광고의 과학화 - 1. ABC제도의 현황과 개선방향
 
 
김 상 영 대리 | 인쇄미디어팀
sykima@lgad.lg.co.kr
 
“그건 광고의 ABC야, 마케팅의 ABC도 모르는군.” 우리가 종종 쓰는 이런 말에서 알 수 있듯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것’을 흔히들 ‘ABC’라고 부르곤 한다. 그런데 광고시장에서 말하는 인쇄매체의 ABC는 바로 신문·잡지의 발행부수로부터 시작한다. 인쇄매체의 발행부수와 판매부수는 개별 매체의 광고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기초 자료이자 적확한 매체 선정 및 사전 효과분석의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케이블방송과 디지털방송 등 뉴미디어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다매체 다채널 시대를 맞아 광고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매체 선정이 중시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인쇄매체 광고효과 평가의 척도가 되는 발행부수 자료는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러한 필요에 따라 생긴 기구가 바로 매체량 공사기구 ‘ABC(Audit Bureau of Circulations)’이다.
그럼 이제 한국의 ABC제도의 현황과 향후 개선 방향을 살펴봄으로써 인쇄매체가 앞으로 광고시장에서 더 발전적인 미디어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1. ABC제도란

신문·잡지·웹사이트 등의 매체사가 자진해서 보고한 간행물 부수, 접촉자 수 등의 매체량을 표준화된 기준 위에서 객관적인 방법으로 조사·확인하여 이를 인증·공개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 인쇄매체시장에서 발행사의 가장 큰 재원은 판매수입과 광고수입 등 두 가지로 대별될 수 있는데, 인쇄매체의 부수는 광고수입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2조원이 넘는 인쇄매체 광고비의 집행 근거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매체량을 공개적으로 인증하는 ABC제도는 단순히 발행부수를 알리는 것 이외에도 여러 가지 역할을 하고 있다.
첫째, 발행사와 광고주 간의 관계를 원활히 유지시켜 광고 거래관계 에서 발생될 수 있는 불합리성을 제거하여 광고 거래의 합리적인 질서를 구축할 수 있다. 둘째, 광고회사에서 매체계획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 및 공정하고 객관적인 광고요금을 책정하는 기본 자료를 제공한다. 셋째, 발행사에게는 견실한 경영의 기반이 되는 광고수입을 보장하고, 광고주와 광고회사에게는 광고투자를 합리적으로 하도록 도움을 준다. 넷째,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하는 언론이 발행부수를 국민에게 알림으로써 대 국민 신뢰도를 제고하고 경영 합리화의 자료를 제공하게 된다.

 
 
2. 한국의 ABC
 
우리나라 인쇄매체는 1990년 5,000여 개에서 2002년 현재 7,124개로 크게 늘어나 ABC가 창립된 1989년 당시와 비교하면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ABC 회원 수는 2003년 현재 187개 사에 불과해 창립 당시(1989년 5월) 78개 사와 큰 차이가 없고, 더욱이 공사 인증을 받은 매체는 일간지 6개, 잡지 19개, 전문지 10개 매체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표 1>.
그 중 지난해에 부수 공사를 받은 신문은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등 3개 일간지뿐인데, 아쉽게도 발행부수만을 공개함으로써 발송·유료 부수가 공개되지 않은 반쪽 공사가 되었다. 또한 타 중앙지나 경제지는 부수 인증의 경우가 없어 상대 평가도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한편 잡지의 경우 공사 참여 매체의 대부분이 컴퓨터지와 어학지로서, 잡지 광고시장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여성지와 시사잡지 등이 부수 공개를 꺼려 공사에 소극적이었던 점이 아쉬웠다.

 

<표1> ABC 회원사 현황
 

신문























회원수 9 4 22 1 34 38 33 105 18 30 5 29 187
 
3. 해외의 ABC제도
 
1) 미국
ABC제도의 산파국인 미국은 광고산업의 폭발적 발전과 더불어 이 제도가 신문발행인과 광고주 사이에 꼭 필요한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미국광고주협회(AAA)의 부수공사기구와 전국광고경영자협회가 설립한 부수공사기구인 BVC가 지난 1914년에 통합되어 세계 최초의 ABC기구로 탄생하였다. 현재는 광고주 1,108개 사, 광고회사 166개 사, 일간지 1,068개 사 등 4,169개 사의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간지와 일요신문의 75%, 잡지의 40%가 공사를 받고 있다. 특히 부수 규모로 보면 일간지의 경우 전체 부수의 80%, 잡지는 95%에 해당함으로써 인쇄매체의 발행부수를 한눈에 통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해주는데, 바로 그 점이 바로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ABC는 공사 보고서 외에 각종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회원들이 온라인으로 자료 검색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CD-ROM 등으로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체계적인 자료 관리, 신속한 정보제공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 일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50년대에 일본 최대 광고회사인 덴츠(電通)가 ABC제도에 대한 계몽과 기구설립 분위기를 조성하여 광고주와 신문사의 원칙적인 합의를 거쳐 ABC간담회가 설립되었고(1952년), 1955년에 일본ABC협회로 개칭하였다. 그 후 1958년에는 일본신문협회 전 회원사가 ABC협회에 가입하였으며, 1961년 도쿄에서 제1회 신문공사를 실시하였다.
현재 광고주 252개 사, 광고회사 213개 사, 일간지 67개 사 등 670개 회원사로 구성되어 있는데, ABC공사를 통해 명실공히 발행부수 세계 1, 2위의 신문(요미우리: 1천 22만 4,000부, 아사히: 832만 2,000부)을 모두 보유한 신문 왕국임을 입증하고 있다.

3) 영국
1853년 인지세법이 폐지되면서 본격적인 대중신문이 출현하고 신문 경영 측면에서 광고수입의 비중이 커지면서 1900년대에 이르러 광고주는 광고지면에 대한 알권리를 주장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1929년에 광고주협회에서 ABC창설을 결의하였고, 1931년에 공식적으로 ABC기구가 설립되었다.
현재 광고주 60개 사, 광고회사 74개 사, 일간지 169개 사 등 총 3,621개 회원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일간지와 일요신문, 주간지의 93%, 잡지 58%가 ABC공사를 받고 있다.

한편 최근 언론·광고 환경의 변화에 따라 동구권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ABC기구 설립이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ABC의 사업 영역 또한 그 동안의 인쇄매체 영역에서 나아가 인터넷과 옥외광고 매체 수용자조사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이다. 이는 곧 광고시장의 발전과 더불어 매체의 과학화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해외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회원사 가입 및 공사 부수인증 매체를 양적인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4. 한국의 신문시장과 ABC
우리나라 신문시장의 경우 신문 값의 몇 배에 해당하는 고가 경품을 제공하고 타 신문을 끼워 파는 등 출혈판매 경쟁을 벌여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신문사들은 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고가 경품을 제공하고 무가지를 배포하는 것인가? 그 원인은 우선 신문의 수입 구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신문사의 수입 중 광고수입이 70~80%를 차지하는 까닭에 광고수입이 늘어나느냐 줄어드느냐에 따라 신문사의 경영이 좌우되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판매비용이 얼마가 들든 신문 부수를 늘려 광고수입을 더 많이 올려야만 신문사 경영이 원활해질 수 있는데, 이러한 현실이 곧 고가 경품과 무가지 경쟁의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또한 신문광고 측면에서 살펴보면 각각의 매체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며, 신뢰할만한 기구로부터 객관적으로 공인된 매체가 적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신문이 매체사에서 주장하는 자료와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한 정보에 근거해 매체 평가 및 광고 요금이 결정되는 후진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광고 영업 측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인맥 등에 의한 영업력에 의존해 광고를 부탁하거나, 타 신문에 게재된 신문광고를 보고 “우리 신문에는 왜 광고를 싣지 않느냐?”며 접근하는 등 주먹구구식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다.
한편 발행부수의 미공개는 객관적인 신문광고단가 산정에도 영향을 끼친다. 가격은 시장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것인데, 가격 결정의 가장 큰 요소인 부수가 공개되지 않음에 따라 신문광고단가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결국 이와 같은 신문광고 환경은 신문 매체의 광고매체로서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는데, 이런 문제점들은 앞으로 ABC가 바람직하게 정착된다면 크게 해소될 것이다. 즉 유가부수의 공개와 더불어 신문 무가지 살포나 끼워팔기 등이 감소되어 신문사의 경영에 도움을 줄 것이며, 신문광고단가 역시 데이터에 근거한 합리적인 가격 구조로 변화하고, 광고 영업 형태도 선진화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신문사들이 그 동안 부풀려왔던 신문 부수 공개에 대한 우려 또한 생각만큼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신문 부수는 공신력을 갖지 못한 채 신문광고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어느 정도 추산되고 있는데, 그 양자간의 오차가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문 부수를 감춤으로써 광고주와 광고회사로부터 오히려 평가 절하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5. ABC 개선방향
그렇다면 ABC제도를 정상화하고 인쇄광고시장 발전에 도움을 주기 위한 개선 방안은 무엇인가?
먼저 공사 실사를 받는 매체 수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발표되고 있는 매체 수는 과학적인 매체 계획은커녕 매체 선정의 기본 자료로 이용하기도 어려울 만큼 미미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인쇄매체 특성에 맞는 미디어 자료를 부수와 함께 공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쇄매체는 성격에 따라 독자층이 다르고, 지역적인 한계를 갖는 경우도 있으며, 오프라인의 특성상 회독(回讀)에 의해 발행부수 이상의 독자 수를 가질 수도 있다. 광고 효율적인 측면에서 고려해 볼 때 발행부수로만 매체 우선순위를 결정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러한 대안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광고주와 광고회사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즉 부수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매체는 광고효과의 검증 및 타당한 광고단가 산정 과정을 거쳐 주력 광고 매체로 이용하는 반면, 부수를 공개하지 않는 매체에는 효과 검증의 어려움과 광고단가 결정의 불합리성에 따른 불이익이 주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광고주협회 등에서 각 매체 발행사의 ABC 가입을 촉구했지만 현실적으로 큰 변화가 없었던 것은 실질적인 광고 집행에서 광고주의 의지가 반영되지 못한 데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따라서 광고주 및 광고회사에서는 ABC 가입 매체 수가 늘어나도록 하는 꾸준한 설득 노력과 아울러 차별적 매체 집행도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편 비공식 또는 비공개라는 전제 하에 신문과 잡지의 발행부수를 정기적으로 리포트하여 실제 발행부수와 시장에서 추정하는 발행부수 간의 의식의 격차를 꾸준히 줄여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공사 실사를 거부하는 매체의 대부분은 실사 발표 이후 기존에 알려졌던 발행부수와의 격차로 인해 광고단가가 하락하거나, 공개하지 않은 경쟁 매체보다 매체 선정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데, 만약 ABC가 비공개적으로라도 발행부수를 정기적으로 보고한다면 인쇄매체의 신뢰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공사 인증을 받으려는 매체 수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독자프로파일 조사와 같은 2차 조사 발표도 중요하다. 인쇄매체의 성격은 매우 다양하며, 그 성격에 따라 독자층 구성도 다르다. 또한 같은 성격의 매체라도 각각의 독자 연령층이 다르고 성향도 다르다. 그러므로 경제지·스포츠지의 경우 단순히 발행부수만을 공개하는 현재의 시스템 하에서는 상대적인 피해의식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한 예를 들면, 종합일간지와는 다른 영역의 독자 구성 양태를 보여주는 방법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즉 독자 특성을 명확하게 반영함으로써 부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다른 카테고리에서 차별화된 광고 효율을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다면, 단수 비교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고 자기 영역에서의 광고시장의 이탈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이미 발행부수가 발표된 조선·중앙·동아 3개 일간지도 단순히 발행부수 발표에 그칠 것이 아니라, 유가부수와 지역별 부수, 정기구독자 부수 등을 자세히 공개함으로써 단지 발행부수의 차이뿐만 아니라 매체별 차이까지 검토하여 광고계획 수립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한편 잡지 부문 중 특히 광고시장과 밀접한 여성지의 경우 현재 공사 인증을 받은 매체가 전무한 실정인데, 이는 공사 인증이 광고 수주에 도움이 안 된다는 선입견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또한 부수에 따른 독자 도달률을 감안하는 대신 독자층의 특성에 맞는 브랜드별 매체 선정이 늘어나면서 매체사가 발행부수에 민감하지 않은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발행부수의 미공개로 인해 광고효과 분석이나 매체간 비교가 어려워 데이터에 근거한 매체 계획은 불가능한 상황인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광고주와 광고회사의 꾸준한 설득과 요구가 필요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향후 ABC제도의 활성화와 인쇄매체 광고의 과학화를 위해서는 ABC 관계자뿐만 아니라 광고회사와 광고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영국·일본 등 해외에서 광고회사와 광고주가 주체가 되어 ABC를 창립하고 이를 이끌어 왔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우리에게는 발행사의 선진화한 의식과 발전적인 변화도 절실하다.
2000년 이후 신문광고시장이 TV광고시장에 제1의 자리를 내준 이후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신문매체가 TV매체보다 덜 매력적인 광고매체여서가 아니라, 신문광고의 거래 관행이나 가격 구조 등이 합리적이지 못하고 과학적인 데이터가 부족한 점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ABC가 정착된다면 인쇄광고의 과학적인 집행과 합리적인 거래 질서가 구축되고, 발행부수의 양적 무한경쟁에서 질적인 경쟁으로의 전환 계기가 마련되는 등 인쇄광고 시장의 긍정적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 광고시장도 GNP의 1%에 육박하는 선진국형 시장 규모를 갖추며 세계 10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하루속히 ABC제도가 정상화하고 또한 이로 인해 인쇄광고가 발전할 수 있도록 모든 광고인이 노력해야 할 시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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