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한국의 신문시장과 ABC | ||||
우리나라 신문시장의 경우 신문 값의 몇 배에 해당하는 고가 경품을 제공하고 타 신문을 끼워 파는 등 출혈판매 경쟁을 벌여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신문사들은 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고가 경품을 제공하고 무가지를 배포하는 것인가? 그 원인은 우선 신문의 수입 구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신문사의 수입 중 광고수입이 70~80%를 차지하는 까닭에 광고수입이 늘어나느냐 줄어드느냐에 따라 신문사의 경영이 좌우되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판매비용이 얼마가 들든 신문 부수를 늘려 광고수입을 더 많이 올려야만 신문사 경영이 원활해질 수 있는데, 이러한 현실이 곧 고가 경품과 무가지 경쟁의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또한 신문광고 측면에서 살펴보면 각각의 매체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며, 신뢰할만한 기구로부터 객관적으로 공인된 매체가 적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신문이 매체사에서 주장하는 자료와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한 정보에 근거해 매체 평가 및 광고 요금이 결정되는 후진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광고 영업 측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인맥 등에 의한 영업력에 의존해 광고를 부탁하거나, 타 신문에 게재된 신문광고를 보고 “우리 신문에는 왜 광고를 싣지 않느냐?”며 접근하는 등 주먹구구식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다. 한편 발행부수의 미공개는 객관적인 신문광고단가 산정에도 영향을 끼친다. 가격은 시장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것인데, 가격 결정의 가장 큰 요소인 부수가 공개되지 않음에 따라 신문광고단가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결국 이와 같은 신문광고 환경은 신문 매체의 광고매체로서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는데, 이런 문제점들은 앞으로 ABC가 바람직하게 정착된다면 크게 해소될 것이다. 즉 유가부수의 공개와 더불어 신문 무가지 살포나 끼워팔기 등이 감소되어 신문사의 경영에 도움을 줄 것이며, 신문광고단가 역시 데이터에 근거한 합리적인 가격 구조로 변화하고, 광고 영업 형태도 선진화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신문사들이 그 동안 부풀려왔던 신문 부수 공개에 대한 우려 또한 생각만큼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신문 부수는 공신력을 갖지 못한 채 신문광고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어느 정도 추산되고 있는데, 그 양자간의 오차가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문 부수를 감춤으로써 광고주와 광고회사로부터 오히려 평가 절하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 ||||
5. ABC 개선방향 | ||||
그렇다면 ABC제도를 정상화하고 인쇄광고시장 발전에 도움을 주기 위한 개선 방안은 무엇인가? 먼저 공사 실사를 받는 매체 수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발표되고 있는 매체 수는 과학적인 매체 계획은커녕 매체 선정의 기본 자료로 이용하기도 어려울 만큼 미미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인쇄매체 특성에 맞는 미디어 자료를 부수와 함께 공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쇄매체는 성격에 따라 독자층이 다르고, 지역적인 한계를 갖는 경우도 있으며, 오프라인의 특성상 회독(回讀)에 의해 발행부수 이상의 독자 수를 가질 수도 있다. 광고 효율적인 측면에서 고려해 볼 때 발행부수로만 매체 우선순위를 결정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러한 대안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광고주와 광고회사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즉 부수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매체는 광고효과의 검증 및 타당한 광고단가 산정 과정을 거쳐 주력 광고 매체로 이용하는 반면, 부수를 공개하지 않는 매체에는 효과 검증의 어려움과 광고단가 결정의 불합리성에 따른 불이익이 주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광고주협회 등에서 각 매체 발행사의 ABC 가입을 촉구했지만 현실적으로 큰 변화가 없었던 것은 실질적인 광고 집행에서 광고주의 의지가 반영되지 못한 데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따라서 광고주 및 광고회사에서는 ABC 가입 매체 수가 늘어나도록 하는 꾸준한 설득 노력과 아울러 차별적 매체 집행도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아울러 독자프로파일 조사와 같은 2차 조사 발표도 중요하다. 인쇄매체의 성격은 매우 다양하며, 그 성격에 따라 독자층 구성도 다르다. 또한 같은 성격의 매체라도 각각의 독자 연령층이 다르고 성향도 다르다. 그러므로 경제지·스포츠지의 경우 단순히 발행부수만을 공개하는 현재의 시스템 하에서는 상대적인 피해의식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한 예를 들면, 종합일간지와는 다른 영역의 독자 구성 양태를 보여주는 방법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즉 독자 특성을 명확하게 반영함으로써 부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다른 카테고리에서 차별화된 광고 효율을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다면, 단수 비교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고 자기 영역에서의 광고시장의 이탈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이미 발행부수가 발표된 조선·중앙·동아 3개 일간지도 단순히 발행부수 발표에 그칠 것이 아니라, 유가부수와 지역별 부수, 정기구독자 부수 등을 자세히 공개함으로써 단지 발행부수의 차이뿐만 아니라 매체별 차이까지 검토하여 광고계획 수립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한편 잡지 부문 중 특히 광고시장과 밀접한 여성지의 경우 현재 공사 인증을 받은 매체가 전무한 실정인데, 이는 공사 인증이 광고 수주에 도움이 안 된다는 선입견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또한 부수에 따른 독자 도달률을 감안하는 대신 독자층의 특성에 맞는 브랜드별 매체 선정이 늘어나면서 매체사가 발행부수에 민감하지 않은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발행부수의 미공개로 인해 광고효과 분석이나 매체간 비교가 어려워 데이터에 근거한 매체 계획은 불가능한 상황인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광고주와 광고회사의 꾸준한 설득과 요구가 필요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향후 ABC제도의 활성화와 인쇄매체 광고의 과학화를 위해서는 ABC 관계자뿐만 아니라 광고회사와 광고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영국·일본 등 해외에서 광고회사와 광고주가 주체가 되어 ABC를 창립하고 이를 이끌어 왔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우리에게는 발행사의 선진화한 의식과 발전적인 변화도 절실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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