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광고나 영상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쓰이는 상업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뮤지션은 계속 존재해 왔습니다. ‘12시에 만나요 ***콘’ 음악을 만든 가수 김도향이나 ‘하늘에서 별을 따다’로 시작하는 음료 CF 음악의 주인공 ‘윤형주’ 등 대중에게 인기가 있던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광고 음악 뮤지션은 자신 대신 제품과 서비스를 빛내는 음악을 만들며 광고계를 지탱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이 확산하면서 유튜브 등을 통해 이들의 음악을 즐기는 등 대중에게 알려지게 되었는데요. 광고 속 그 음악 36번째 주인공은 상업음악 뮤지션 ‘미들앤드엔드(Middle And End)’입니다.
베일에 싸여진 상업음악 전문 뮤지션
미들앤드엔드는 글로벌 레이블 ‘에피데믹 사운드’ 소속의 뮤지션입니다. 에피데믹 사운드는 스톡홀름 본사를 중심으로 독일 함부르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호주 시드니를 거쳐 서울에까지 지사를 둔 글로벌 상업 음악 레이블입니다. 개인과 기업에 따라 정해진 비용을 지불하고 광고나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작업물에 음악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인데요. 이전 포스팅 ‘광고 속 그 음악 #34 광고인을 ‘파워업’하는 비장의 음악 팔레트 SATV music’에 소개했던 SATV 역시 이러한 상업 음악 레이블이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아티스트 ‘미들앤드엔드’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 어디를 뒤져도 찾기가 어렵습니다. 궁금한 마음에 소속사인 에피데믹 사운드 스톡홀름 본사에 문의했지만, ‘음악 외의 정보를 공개하기는 곤란하다’는 답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 뮤지션은 음악으로 자신을 나타내는 법이니, 우리도 음악을 통해 그를 알아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뉴웨이브와 브릿팝 영향받은 얼터너티브 팝 사운드
‘미들앤드엔드’는 2017년 총 7곡이 수록된 앨범 ‘Three Strikes’를 통해 데뷔하게 됩니다. 당시 그의 음악은 영국과 유럽 뉴웨이브 신의 영향을 받은 얼터너티브 팝 넘버로 가득합니다. BPM 95에 EMF나 지저스 존스 같은 펑큰롤 넘버를 연상시키는 <Touching The Horizon>을 제외하면 블러나 스웨이드 등 당시 영국 브릿팝 밴드의 영향력을 짙게 느낄 수 있는데요.
<The Fade> 같은 노래가 전하는 초기 ‘블러’의 상큼한 정서도 신나고 매력적입니다. 이후 발표한 EP ‘Aftermath’ 역시 기타 위주의 브릿팝에 질주하는 느낌을 더한 인스트루멘틀 넘버인데요. 이후 그에게서 어떤 큰 변화가 감지됩니다.
2018년 선보인 6곡의 정규 앨범 ‘Vampire’에서는 음악에 대한 변화가 컸습니다. 록을 기본으로 하던 사운드는 체인스모커즈나 시가렛애프터섹스와도 같은 EDM 밴드의 성향이 강해지면서 비트는 강조되고 명징한 훅은 더욱 강조됩니다. 일본 시티팝과 1980년 당시 스타십 등이 추구했던 AOR 느낌 가득한 <Dreaming Out Loud>은 19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 ‘버블검 크라이시스’에 이 노래를 입힌 2차 창작물도 등장했을 정도입니다.
코카콜라의 새 캠페인과 착 붙는 Kill the Silence의 메시지
지난 1월 배우 최우식과 댄서 아이키 등이 출연한 코카콜라의 새로운 광고에 쓰인 <Kill the Silence> 역시 미들앤드엔드 ‘Vampire’ 앨범의 수록곡인데요. 90년도에 유행하던 네오디스코 리듬에 미들앤드엔드가 즐겨 사용하는 기타 아르페지오가 후추처럼 뿌려져 ‘갑갑한 조용함을 다 없애버리자!’는 가사가 ‘올해는 도시마다 다시, 즐거움이 켜질 거예요’라는 광고의 메시지를 확 살려줍니다. 코카콜라 패키지에 세계의 다양한 도시가 새겨진 것도 이 광고와 관련이 있을 것 같네요.
이후 미들앤드엔드는 <Stormy Weather>라는 노래 한 곡만을 출시한 상태입니다. 이 곡은 기존 미들앤드엔드의 상징인 기타팝 사운드 버전과 함께 에피데믹 사운드 소속의 다른 뮤지션들이 하우스와 빅비트 버전으로 리믹스한 다른 버전도 있습니다. 기타팝 곡이지만 하우스 리믹스에도 찰떡인 것으로 보아, 애초에 EDM 컨버전을 염두에 둔 작업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코카콜라 광고가 화제에 오르내리면서 광고 삽입곡인 미들앤드엔드의 노래들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는데요. 최근 런칭한 스포티파이나 애플뮤직을 제외하면, 다른 음원 사이트에서는 그의 음악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유튜브나 에피데믹 사운드의 홈페이지에 방문하면 특별한 가입이나 인증 없이 그의 노래를 전부 들을 수 있습니다. 음악 제작 과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꼭 에피데믹 사운드 홈페이지에 방문해 미들앤드엔드의 음악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홈페이지에서는 멜로디, 악기, 베이스, 드럼 별로 각 파트를 따로 들어볼 수도 있거든요.
2018년 하우스 뮤직으로의 전환을 알린 미들앤드엔드. 아쉽게도 그 이후는 특별한 작업물 발표가 없이 잠잠하기만 합니다. 그가 어느 나라를 기반으로 어떤 뮤지션과 활동하는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단 하나 확실한 사실은 그의 음악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입니다. 유튜브와 사운드클라우드 등 미디어 공유 사이트에는 그의 음악을 다른 뮤지션들이 리믹스한 버전들이 발표되고 있고 앞서 말한 애니메이션과의 매시업 등 다양한 2차 창작물이 나오고 있죠. 도시마다 다시 즐거움이 켜지고 생활에 활력이 돌 것이라는 코카콜라 캠페인의 메시지처럼, 그의 새로운 음악이 소개되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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