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산업은 경제 규모가 발전하고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보다 세부적인 전문 분야로 나뉘게 마련입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CPU를 생산하지 않고 전문으로 설계만 하는 ‘ARM’이 대표적인 사례죠. 예술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전문 디자인 에이전시 등 디자인이나 시각 미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하지만 음악의 경우 조금 생소하실 텐데요. 오늘 소개해 드릴 것은 BGM이나 징글 등 상업적인 분야에 활용되는 음악을 제작해 꾸준히 아카이빙하고 있는 ‘SATV Music’입니다.
광고에 맞는 음악을 고르고 만드는 일
현재도 장르별로 많은 뮤지션이 차트 안팎을 점령하고 있고, 익숙한 뮤지션의 음악이 드라마나 영화 등 상업적 작품에 쓰이는 경우도 흔합니다. 하지만 상업 음악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창작 집단은 아직 우리에게 생소하죠.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적재를 아시나요? 그가 대중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된 ‘별 보러 가자’는 2018년 한 광고의 BGM이었습니다. 또한 광고에서 박보검이 이 노래를 직접 부르면서 더욱 이슈가 되었죠. 이런 사례들을 보자면, 일반인들은 ‘영상과 제품 콘셉트에 맞는 좋은 음악 찾아서 그냥 넣으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생각과는 좀 다릅니다. 이전 포스트인 ‘알아두면 쓸데없는 광고 잡지식 #03. 듣고 싶은 광고 음악 이야기(바로가기)’에서 한 번 다룬 대로, 거쳐야 할 역경이 많습니다. 위 광고의 경우 저작권자인 적재가 흔쾌히 가창을 박보검에게 양보하고 멜로디까지 수정을 허락해서 무리 없이 넘어간 것이지만, 이런 부분에 예민한 뮤지션이라면 쉽지 않은 일이지요.
미디어 맞춤 음악 레시피 제공하는 SATV music
이럴 때는 광고의 콘셉트와 길이에 딱 맞는 음악 제작을 의뢰하게 되는데요. 광고 마감 시한이나 여러 가지 이유로 제작하지 못할 경우, 상업 음악 전문 라이브러리를 찾게 됩니다. 이러한 라이브러리에는 분야, 분위기, 장르별 상업용 음악들이 아카이빙되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SATV Music은 다양한 광고나 영상에 어울리는 음악을 제작해 업계에 제공하고 있는 상업 음악 전문 서비스 업체입니다.
▲ SATV music의 서비스 페이지. 일반 음원사이트와 비슷하지만, BPM과 노래 길이로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 편리하다(출처: SATV music)
SATV Music은 영국 최대의 콘텐츠 제작/제공 업체인 ‘스카이 그룹’ 산하의 음악 아카이빙 라이브러리 서비스입니다. 16개나 되는 스카이 그룹 산하 채널의 많은 콘텐츠는 물론 전 세계 상업 음악이 필요한 광고/홍보 담당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죠. 이들의 서비스 페이지는 한국의 음원 사이트와 비슷한데요. 페이지 오른쪽의 조절 버튼을 클릭하면 음악의 박자와 노래 길이를 지정해 필요한 음악을 쉽게 검색할 수 있습니다.
한국 예능에서도 SATV music 대활약 중!
한국의 여러 광고와 콘텐츠에서도 SATV Music의 음악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이 노래는 최근 언택트 시대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MBC의 요리 예능 ‘백파더: 요리를 멈추지 마’를 비롯해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쓰인 <Everybody Clap Your Hands>라는 곡입니다. 다들 어디선가 한 번 정도 들어본 적이 있을 거예요.
이 노래는 카투사로 군 생활을 마친 분들에게 익숙할 만한 곡인데요. 미군들이 아침 조깅을 하거나 사역을 하기 위해 이동할 때 단체로 부르는 ‘Running Cadence’를 SATV music 소속 작곡가들이 록 버전으로 편곡해 록 성향의 광고 음악 모음인 ‘SATVCD 86 - Vox Rocks’에 수록한 <Hard Work>입니다.
두 곡 모두 2분 이내로 짧은 데다, 어디를 끊어서 반복해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에 길이를 조정하기 편리한 광고/시그널 음악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또한, 이 곡은 장성규 아나운서가 프리 선언을 하면서 처음으로 시작한 웹 예능 ‘워크맨’의 엔딩 테마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새로운 일 체험을 계속해 나간다는 프로그램의 취지와도 찰떡궁합이 아닐까 싶네요. 이 밖에도 ‘놀면 뭐하니?’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SATV music의 음악이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광고와 드라마에서도 발견하는 그들의 흔적
워낙 다채로운 분위기의 뛰어난 음악들을 보유한 만큼, SATV music은 광고에도 다양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추운 계절에 눈이 가는 아웃도어 브랜드 K2 광고에서 SATV music의 음악은 빛을 발합니다. 광고 현장을 무대로 제품의 체크포인트 ‘Thin Air Down’의 특징을 정확히 드러내는 이 광고는 <I’m On A Roll>을 만나 확 살아났습니다. 당당한 8비트 드럼에 130 BPM은 진정한 겨울 패셔니스타의 런웨이 스텝을 재현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SATV music의 음악은 예능과 광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반응이 뜨거운 에로틱 로맨스 스릴러 ‘365 Days’에도 SATV music의 음악 모음집 ‘SATVCD 106 - Big Hitters’의 수록곡 <Finish Line>이 쓰였는데요. 마시모와 라우라가 만날 때마다 흐르는 짙은 분위기는 이 노래의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대중에게 인기를 얻으며 SATV music의 음악은 이제 음원 사이트에서 스트리밍이나 다운로드 등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SATV music이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도 이들의 음악에 대한 평을 남기는 한글 댓글을 종종 볼 수 있죠. 좀 더 다채롭고 새로운 음악이 필요하다면 SATV music의 음악을 한 번 들어보세요. 다양한 비트와 컬러의 음악 팔레트에서 여러분의 취향을 발견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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