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化)는 우리 생활에 참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일반 소비자들의 생활에 변화가 있다는 것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는 광고회사의 비즈니스에도 많은 변화가 있다는 뜻이겠지요. 이러한 변화는 또한 다양한 경쟁구도의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기존의 광고회사들끼리 경쟁하던 시장에 테크놀로지 기반의 IT회사, 전략이나 회계 컨설팅 회사 등 다른 비즈니스 영역에서 경쟁하던 회사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광고회사가 지배해왔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시장의 정의와 속성이 완전히 바뀌고 있기 때문이란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2018년 현재 시점에서 미국의 광고회사들이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두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미리 말씀 드리자면 이러한 대응에 한 가지의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양한 회사들이 그들의 비즈니스 형태에 맞는 다양한 전략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전략이 더 맞는 답일지는 몇 년이 지난 후에 알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든 역량을 하나의 광고주에게 최적화한다, Omnicom ‘We are Unlimited’
시장과 소비자 생활의 디지털화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소비자 대상 회사들로 하여금 소비자의 생활 곳곳에서 그들의 브랜드를 만나고 경험하게 해 주는 소위 ‘브랜드 터치포인트’가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빠르고 통합적이며 유연한 클라이언트 서비스라는 요청으로 돌아왔습니다.
▲ We are Unlimited 웹사이트 (출처 : We are Unlimited 홈페이지)
이러한 요청에 대응한 사례로 먼저 살펴볼 것은 2016년 옴니콤 그룹이 오직 맥도날드만을 위해서 만든 ‘We are Unlimited (이하 Unlimited)’라는 광고회사입니다. 35년이 넘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퍼블리시스 그룹 산하 광고회사인 레오버넷의 광고주였던 맥도날드를 가져오기 위해 옴니컴이 던진 과감하고도 신선한 승부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16년 Unlimited의 창립에 즈음해서, 업계에서 소위 ‘잘 나간다’는 광고인에게는 한 번쯤 모두 연락이 왔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광범위한 리크루팅이 있었다고 합니다. 약 200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이 회사의 창립 멤버들은 화려한 면면을 자랑합니다. BBDO의 시니어 디렉터로서 가장 큰 단일 광고주인 AT&T를 이끌었던 Brian Nienhaus가 CEO로 임명되었고, 기존 맥도널드의 광고회사였던 레오버넷의 John Hansa를 ECD로 임명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죠. Hansa는 기존 레오버넷이 가지고 있던 맥도날드의 역사와 관계에 대한 이해 때문에 채용되었다고 하니, 재미있는 관점인 것 같습니다. 임원진으로는 Ogilvy & Mather와 M&C Saatchi 등의 광고회사, Accenture's North American e-commerce practice 등의 컨설팅회사에서 마케팅 부문을 이끌던 사람들이 합류했고 전체 임직원의 약 40%에 달하는 인력이 모회사인 옴니콤 그룹이 아닌 전혀 다른 회사에서 합류했습니다.
이들의 전 직장은 실로 다양합니다. 예를 들면 스토어 마케팅 선두주자인 The Marketing Store (TMS)을 포함, Facebook, Google, Twitter 등의 소셜 미디어 회사, 그리고 Adobe 같은 데이터 매니지먼트 회사 출신도 있습니다. 네이티브 광고 전문 조직인 The New York Times의 T Brand Studio 출신도 눈에 띕니다. 이 밖에도 맥도날드의 다문화(Multicultural) 전문광고회사 출신 인력도 많이 합류했습니다. 히스패닉 전문 대행사인 Alma, 아프리칸 아메리칸 전문 대행사 Burrell Communications, 아시안 전문 대행사 IW Group 등 각 기업에서 흩어져서 일하던 다문화 전문 광고대행사의 인력들이 한데 모인 것입니다.
▲ We are Unlimited는 옴니콤의 대형 클라이언트인 맥도날드를 위해 설립된 맞춤형 광고회사다 (출처 : We are Unlimited 홈페이지)
이렇게 다양한 인력을 한데 합치며 표방한 전략 모델의 이름은 ‘Cortex’ 입니다. 직역하면 ‘대뇌피질’이라는 뜻인데, 그들의 설명에 따르면 디지털, 소셜, 리테일, 소비자 경험을 비롯한 모든 Consumer journey 상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하여 마케팅 활동에 활용하는 모델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전략협업모델의 근본에는 현재 급변하는 광고 마케팅 현상이 있고, 급부상하고 있는 데이터 마케팅에 대한 기대감이 있으며, 무엇보다 빠른 제작을 요구하는 제작물의 수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2015년 맥도날드가 제작한 크리에이티브 콘텐츠는 2500개였으나 2016년에는 7000개, 2018년에는 12000개(추정)에 달한다고 하니 기존의 기업 간 협업 시스템으로는 효율적 처리가 어려운 양이었던 것 같습니다.
미국 내 맥도날드의 매출은 그런대로 선방하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그 성장세가 꾸준히 둔화되어 왔습니다. 이에 클라이언트는 근본적인 변화를 요청했습니다. 옴니콤 그룹은 이러한 클라이언트의 기대를 unlimited라는 독특한 조직을 설립함으로써 부응하고자 합니다. 옴니콤 그룹이 만든 새로운 형태의 이 광고회사가 어떤 형태의 남다른 변화를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 We are Unlimited 홈페이지 (바로가기)
그룹 전체의 체질을 간단하고 유연한 조직으로 바꾼다, Publicis ‘The Power of One’
여러분께 소개해 드릴 두 번째 사례는 퍼블리시스 그룹의 ‘The Power of One’입니다. The Power of One은 하나의 회사가 아닌 퍼블리시스 그룹 전체의 경영전략모델이자 리스트럭처링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The Power of One 웹사이트 (출처 : The Power of One 홈페이지)
The Power of One은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에이전시들을 미국 내 6개 거점 도시(뉴욕, 보스톤, 시카고, 디트로이트, 애틀란타, 샌프란시스코)에 모아서 시너지를 발휘하고자 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방만하게 흩어져 있는 다양한 그룹 내 회사들을 다시 4개의 중심 솔루션 허브로 구성한다는 전략입니다. 그 허브는 Publicis Communications (크리에이티브), Publicis Media (미디어), Publicis HealthCare (제약 및 헬스 마케팅), 그리고 Publicis Sapient (디지털 테크놀로지) 입니다. 후에 퍼블리시스 그룹은 Publicis One이라고 하는 중소규모 시장을 위한 새로운 허브 조직을 추가하여 크게 5개의 조직적 허브가 종과 횡으로 협업을 펼치는 구조가 완성됩니다.
퍼블리시스의 전략담당 COO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The Power of One의 가장 큰 목적은 Unlimited와 마찬가지로 클라이언트의 다양한 요구를 좀 더 빠르고 유연하게 수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당연하게도 급변하는 시장 상황 속 클라이언트들은 여러가지 다양한 요구를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해 줄 수 있는 광고회사를 원합니다. 다양한 기능을 하는 대행사끼리 조직적으로 통합하고 거리상으로 가까운 곳에 위치하게끔 해서 조금 더 쉽고 효율적으로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대처하게 만들고, 협업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The Power of One이 추구하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퍼블리시스 그룹 CEO인 Maurice Lévy는 그룹 전체의 변화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제 수 년간 성공을 거둬 온 우리의 전략을 수정합니다. 지난 몇 년간의 협업 모델 –수 많은 전문 에이전시 체제- 은 나름 성공적이었으나 이제 이와 같은 많은 수의 에이전시는 클라이언트가 관리하기에 너무 복잡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복잡한 에이전시 체제로는 빠르고 효율적인 대응을 할 수 없습니다. 이에 우리는 CCO (Chief Client Officer)라는 직위를 만들었으며, 그가 이 5가지 허브를 관통하는 모든 기능적 유닛들을 통합하여 프로젝트를 관리해 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그의 말은 클라이언트의 요구가 고도로 다양화되고, 광고 집행에 있어 통합적 서비스를 원하는 상황에 맞춰 그룹 내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각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2017년에는 The Power of One 통합의 일환으로 두 거대한 디지털 조직인 SapientNitro와 Razorfish를 합병한 SapientRazorfish가 탄생했습니다. 기존 SapientNitro의 CEO이자 동시에 새로운 SapientRazorfish의 대표이사인 Alan Wexler는 이러한 변화의 이유가 명확하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는데요. 그 이유는 바로 클라이언트들의 지속적 요구입니다. 클라이언트는 디지털 데이터와 소비자 경험에 초점을 맞춘 통합된 서비스를 아주 빠른 속도로, 상황에 맞추어 제공받기를 원하며, 이번 합병은 이러한 고객의 요구에 맞추기 위한 불가피하고 전략적인 선택이라 역설했습니다.
물론 그룹 내 모든 디지털 조직이 하나로 합쳐진 것은 아닙니다. DigitasLBI는 Publicis+Sapient 허브 내에서 여전히 독립된 회사로 존재하며 데이터, 분석, 미디어, CRM에 비중을 둔 비즈니스를 전개할 것입니다. 또한 Sapient Consulting 역시 독립된 회사의 형태로 전략 컨설팅에 초점을 맞춘 비즈니스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해 Publicis 그룹 매출의 54%가 디지털에서 나왔으며 2018년에는 그 비중이 60%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하니, 이들의 전략적 결합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 The Power of One 홈페이지 (바로가기)
사례는 다르지만 결국 같은 목표를 향하다
옴니콤 ‘Unlimited’ & 퍼블리시스 ‘The Power of One’ 등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살펴 본 이들의 전략적 선택은 동일한 이유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광고에 있어 ‘통합’이라는 단어는 IMC가 등장한 1980년대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사용된 표현이지만, 요즘처럼 이 단어의 의미가 중요하게 쓰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울러 소비자의 디지털 행동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다양한 브랜드 터치 포인트 통합 관리는 이제 광고 비즈니스의 핵심 역량으로 확고히 자리잡았습니다.
우리가 살펴 본 거대 에이전시들의 전략적이고 조직적인 선택이 각 사의 핵심역량을 달성하게 해 주고 효율성을 극대화 해 줄 수 있을 것인지, 그 결과를 계속해서 주목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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