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연애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합니다
이 경 석
기획8팀 부장 / lks52@hsad.co.kr
사내 결혼이 여기저기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5년 1월부터 11월 말까지 우리 회사 알라딘 게시판인 ‘애드마당’을 분석한 결과 1월부터 총 9건의 결혼공지가 올라왔습니다. 이 중 56%에 해당하는 5건이 사내 결혼이었네요. 건수로 5건이니 모두 10명이 사내 결혼에 골인한 것입니다(그 가운데 2건은 구 사우[OB]와 결혼에 골인한 건데요, 그들도 결혼 자체는 사외 결혼이지만 연애는 사내에서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니 사내 결혼으로 통계를 잡았습니다).
사내 결혼의 사례와 종류는 무척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몇 가지 유형으로 볼 때, 가장 많은 경우는 ‘업무를 하다가 눈 맞는 형’이었죠. 즉 AE와 크리에이터 등 카운터파트와 일하다가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대표적이었죠. 하지만 최근에는 같은 사업부 혹은 같은 팀의 동료로 지내다가, 혹은 팀의 사수 부사수의 관계에서 사랑이 싹트거나 인포멀 모임에서 만나 결혼에 골인하는 커플까지 등장했습니다. 심지어 인턴으로 잠시 있던 분과 결혼하는 사례까지…… 정말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맙소사!…우리 곁에서 50명이 사내 연애를?!
유형만 다양해지는 것이 아니라 양적으로도 급격한 증가를 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예전 양담배 피우며 학교 가면 ‘개념 없는 부르주아’로 찍히던 대학 시절, ‘CC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과에 여학생들이 들어오고 그녀들과 눈이 맞아 CC가 생기면 과의 단합에 방해돼 과가 와해한다면서 CC를 찾아 척결하자는 선배들이 있었죠. 이때 나온 이야기가 ‘오픈된 캠퍼스커플이 한 커플 있다면 숨어서 연애하는 바퀴벌레 캠퍼스 커플이 최소 다섯 커플 있다’는 ‘5배수 CC법칙(캠퍼스커플의 법칙)’입니다. 이 오래된 법칙을 사내 결혼에도 적용해 본다면 결혼에 골인한 다섯 커플 뒤에는 최소 스물다섯 커플, 즉 사람 숫자로 보면 50명이 사내 연애를 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추론이 가능합니다~ 맙소사!!. GIIR 전체 구성원 중에서 미혼남녀(노총각·노처녀 및 돌싱 포함)가 300명 정도라고 한다면 17%에 달하는 구성원들이 현시점에 사내 연애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이미 ‘정리’된 사내 연애 사례까지 합한다면 미혼남녀 구성원의 40% 가까운 분들이 사내 연애를 ‘경험’했거나 현재 ‘진행형’이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실제 저녁 술자리에서 충격적인 목격담이 들려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누구랑 누가 홍대 앞에서 같이 지나가더라, 누구랑 누가 손잡고 지나가는 것이 목격됐다더라 등등. 심지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는데 둘이 당황해하더라는 약간 야릇한 목격담까지.
왜 사내 결혼이 늘어날까요?
자자, 솔직히 약간 샘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한 사내 연애가 왜 이렇게 많이 발생하고 있는 걸까요?
먼저 사내 40대 팀장급 이상 10여 명의 선임 분들께 물었습니다.
<설문> 요즘 사내 결혼이 왜 증가한 걸까요?
자, 아주 흥미로운 설문결과가 나왔습니다. 회사 일이 ‘편해서’라는 대답과 회사 일이 ‘힘들어서’라는 상반된 대답이 동시에 1, 2순위로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회사 일이 편해서 사내 연애가 늘어난다는 주장을 하시는 분들은 본인들은 일에 집중하느라 회사에서 연애할 생각도 못 해봤는데 요즘 젊은 직원들은 ‘일이 편하니 옆에 있는 사람의 얼굴이 보이는 거다’라고 생각하고 계시고, 그 반대로 ‘회사 일이 바빠서 밖에 나가 연애를 할 시간이 없으니 사내 연애를 하게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꽤 많은 거죠. 어쩜 이렇게 같은 사안을 정반대의 시각으로 볼 수 있는지 신기합니다. 정량조사만으로는 판단하기 힘들어서 몇 년 전 결혼한 사내 결혼 커플을 찾아가 F.G.I를 진행해 봤습니다.
說說~打波, “내가 경험한 사내 결혼은”
사내 결혼의 증가, 일이 편해서 그런 건가요? 힘들어서 그런 건가요?
“당연히 힘들어서 그런 거죠. 매일 야근하고 주말에도 출근하는데, 도대체 어디 가서 이성을 만나 연애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다 보니 사내에서 틈틈이 사랑을 키울 수 있는 사내연애가 많아지게 되는 거고 그렇게 사랑이 싹트게 되는 거죠. 저도 그랬고요.”
“사내 결혼 커플, 장점은 뭐고 단점은 뭔가요?”
“항상 함께 할 수 있고, 서로의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죠. 급작스러운 일로 집에 못 들어가거나 주말에 회사에 나와야 할 때 서로의 상황을 쉽게 이해해줄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단점요? 집에서 싸우고 나와 서로 감정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데 회사에 나와서도 서로의 얼굴이 보이니 좀 민망한 것 정도??
사람 좀 만날 수 있게 내보내줘야 하지 않을까요?
사내 결혼 혹은 사내 연애의 증가세가 우리만의 현상일까요? 그래서 100여 명 규모의, 요즘 한창 잘나간다는 디지털 에이전시의 경우를 지인을 통해 통계를 내봤습니다. 그쪽도 최근 3년 사이 다섯 커플(10명)의 사내 결혼이 발생했다니, 조직 규모를 놓고 비교해 보면 우리와 유사한 발생빈도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군요.
자, 그렇다면 이런 폭발적인 사내 결혼 증가는 우리만의 현상이라기보다는 광고업종 전반에 걸친 현상임이 분명합니다. 또한 일부 사내 결혼의 원인을 ‘일이 편해서’라고 분석하기보다는 정량과 정성조사를 통해 도출된 ‘야근과 주말근무가 많아서’라고 본다면, 사내 결혼 증가의 원인은 광고업계의 ‘만성화된 장시간 노동’ 현상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 것이 맞을 것 같네요.
그렇다면 사내 결혼과 사내 연애하는 사람들 ‘눈꼴시어서’ 못 보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들어보십시오. 연애를 줄이기 위한 대책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혈기왕성한 젊은 미혼남녀들을 이 좁은 사무실에 모아 눈이 맞게 놔두지 말고, 홍대 앞으로 가로수길로 클럽으로 카페로, 소비자와 일반인이 있는 세상으로 보내줘야 합니다. 대중들 속에서 시대의 트렌드를 찾고 소비자의 관점에서 인사이트를 찾다가 연애도 하고 사랑도 하는 것이 광고하는 사람에게 정상적인 길이지 않겠습니까?
물론 그렇다고 미혼남녀만 사랑을 찾아 일찍 보내달라는 말은 아니고, 가정이 있는 저도 좀 일찍 집에 가도 될까요? 대신 연애는 마누라하고만 하겠습니다!
글 중에서 사내 결혼하신 분들 혹은 계획하고 있는 분들을 비하하거나 왜곡되게 표현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혹시나 마음 상하시는 내용이 있더라도 글의 재미를 위한 것일 뿐 본래의 의도는 아니니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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