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12 : 머리가 좋아지는 음식이 있다?

머리가 좋아지는 음식이 있다?

徐 敬 宗

ProjectxT팀 부장 / marstour@hsad.co.kr

다음 기업들은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을까? ‘구글·마이크로소프트·펩시·마스터카드·어도비’.

우선 미국에 기반을 둔 글로벌 기업이라는 점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CEO가 모두 인도인이라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를 필두로 최근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에서 인도인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그렇다면, 논리적 비약은 심하지만 글로벌 기업의 CEO 중에 인도 사람이 많으니 ‘인도인들은 머리가 좋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IBM 직원의 28%, 인텔 직원의 17%, 미항공우주국(NASA) 직원의 36%가 인도 사람인걸 알고 나면 ‘정말 그런가?’ 싶을 것이다. 그럼 인도 사람들은 왜 똑똑한 걸까? 숫자 0의 개념을 만든 DNA 때문에? 구구단 대신 19단을 외우는 민족이라서?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이 글의 주제가 음식인 만큼 그들이 먹는 음식, 향기 나는 식재료인 ‘향신료’에 주목해본다.

‘향신료’라 하면 람세스 콧구멍에도 들어가 있었다는 후추를 비롯해 커리의 주성분인 강황(Turmeric)·육두구(Nutmeg)·정향(Clove)·고추(Chili pepper)·커민(Cumin)·겨자(Mustard)·샤프란(Saffron)·월계수(Laurel)·펜넬(Fennel) 등 음식에 향을 주는 식물의 뿌리·나무껍질·꽃·씨앗 등을 통칭한다. 인도는 세계 제일의 향신료 소비국으로 기원전 3000년경부터 요리에 향신료를 활용했다. 대부분의 식사에 향신료가 빠지지 않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금기시되고 있는 1년 미만의 아기 이유식에도 커민 같은 향신료를 활용하고 있을 정도로 인도인들은 일생 동안 엄청난 양의 향신료를 섭취하고 있다. 향신료의 향은 코로 흡입돼 곧바로 뇌를 자극하는데, 인도 사람들이 똑똑한 이유 중 하나가 향신료의 두뇌 자극 때문은 아닐까라는 것이 내 나름의 추리이다.

향신료 섭취와 지능과의 상관관계를 뒷받침해줄 연구결과는 없지만, 커리의 노란색을 만드는 강황이 기억력 증가나 알츠하이머·치매의 예방 및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도 인도의 알츠하이머 발병률은 미국 평균 대비 1/4로, 지능과 직결되지는 않지만 향신료가 뇌에 어떤 작용을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당신을 알츠하이머로부터 구하고 뇌에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는 향신료를 가장 손쉽게 섭취할 수 있는 요리가 무엇일까? 뻔한 답이지만 바로 ‘커리’이다.

커리? 카레?

시중에는 커리도 있고 카레도 있다. 그럼 커리와 카레는 다른 요리인가? 표기법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커리는 인도식’, ‘카레는 일본식’으로 나눠진다. 둘이 비슷하지만 향신료의 다양성이나 밀가루 사용 여부 등 조리방법에 차이가 있으니 다른 요리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럼 카레는 왜 인도식 커리와 다른 형태의 음식이 됐을까?

원래 인도에는 ‘코르마(Korma)’ 등 각각의 고유 명칭이 있을 뿐 커리라는 단일 요리가 없다. ‘커리(Curry)’라는 단어는 ‘소스’라는 뜻의 타밀어 ‘카리(Kari)’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일반적인데, 1772년 인도 총독을 역임한 워런 헤이스팅스(Warren Hastings)가 영국에 소개하며 커리라는 단어가 쓰이게 됐다고 한다.

17세기, 해상권을 잡고 있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몰락하자 영국은 활발하게 아시아로 진출한다. 인도에 동인도회사를 설립해 향신료 무역에 집중하던 영국은 무굴제국이 쇠퇴하자 1757년 프랑스 동인도회사와 인도동맹군과의 식민지전쟁에서 승리하며 인도의 패권을 잡게 된다.

그 후 영국과 인도를 오가는 무역선이 급증했는데, 이 때 영국인 선원들이 식사에 집착했다고 한다. 긴 항해 기간 동안 영국인 선원들은 고향에서 먹던 스튜를 그리워했는데, 스튜에 필요한 우유의 보존이 불가능했다. 그리하여 장기보존이 가능한 향신료를 활용한 스튜를 만들었으니, 이것이 오늘날 카레라이스의 원형인 ‘영국식 커리’의 유래이다. 하지만 피시앤 칩스(Fish &Chips)가 국가의 대표요리인 영국인들에게 인도인들처럼 다양한 향신료를 조화롭게 혼합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다 19세기 초 영국의 식품회사 크로스 앤 블랙웰(Crosse & Blackwell)이 향신료를 미리 조합한 ‘커리 파우더’를 만들어 냈다. 이것이 세계 최초의 시판 커리 파우더로, 1810년 옥스퍼드 사전에 ‘CURRY POWDER’가 등재될 정도로 커리는 영국 가정에 널리 보급된다.

커리에서 카레로

영국에 커리가 보급될 무렵 일본은 메이지유신의 성공으로 서양 문물을 대거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당시의 일본인들은 영국을 최상의 문명국으로 동경하며 그들의 식문화 또한 받아들였는데, 이때 ‘Curry’가 일본식 ‘カレ-카레’로 표기돼 일본인들에게 소개된다. 이 당시만 해도 카레는 도쿄의 고급 서양요리점에서만 맛볼 수 있는 비싼 요리였으며, 대중에게 보급된 데에는 일본 해군의 역할이 컸다. 서양 문물 베끼기에 열을 올렸던 일본은 영국 해군을 모방해 해군의 기초를 닦았다. 제복과 시스템은 물론, 서양인들의 체격을 따라잡고 그 당시 해군의 심각한 문제였던 각기병 예방을 위해 메뉴까지도 영국의 것을 그대로 모방해 카레를 식단에 추가한 것이다. 하지만 빵이 주식이었던 서양 식단에 일본 병사들은 불만을 표했고, 일본 해군은 묽은 카레 국물에 밀가루로 걸쭉함을 더해 ’쌀밥과 잘 어울리는 카레‘를 개발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먹는 일본식 ’카레라이스‘의 탄생 배경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군인들은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가 군에서 먹었던 카레를 만들어 먹고 카레가게도 오픈했는데, 이를 계기로 카레라이스는 라멘과 더불어 일본의 국민대표식으로 자리 잡게 된다. 카레라이스는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됐고, 1968년에 현 오뚜기의 전신인 조흥화학 식품사업부에서 처음으로 카레 파우더를 만들어 카레라이스 대중화를 이끌었다.

‘치킨 띠카 마살라’ 만들기

이것이 커리와 카레에 대한 대략의 히스토리인데, 오늘 만들 요리는 ‘치킨 띠카 마살라 (Chicken Tikka Masala)’라는 영국식 커리이다. 치킨 띠카 마살라는 인도 커리 베이스에 크림과 요거트를 더해 영국인 입맛에 맞게 변형시킨 것이다. 영국인들은 이 요리를 ‘진정한 영국의 국민요리(a true British national dish)’라고 칭하며 영국의 대표요리로 손꼽는데, 영국의 다문화 융합의 상징과도 같은 요리이기도 하다.

치킨 띠카 마살라에서 ‘띠카(Tikka)’는 ‘고깃덩어리’를, ‘마살라(Masala)’는 향신료의 혼합가루를 의미한다. 마살라의 혼합비나 재료에 대한 레시피는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흔히 ‘인도에는 12억 가지 마살라가 있다’고 할 정도로 집집마다 취향에 따라 들어가는 향신료의 종류와 양이 다른데, 집에 있는 향신료를 적당히 섞으면 나만의 마살라가 되는 것이다. 이번 요리에서는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향신료의 종류가 제한적이라 이태원 슈퍼마켓에서 구매한 시판 ‘가람(매운) 마살라’에, 집에 있는 강황·큐민·생강·칠리파우더를 더해 나만의 마살라를 만들었다. 치킨 띠카 마살라를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그 색상이 가지각색인데, 영국에서 먹었던 치킨 띠카 마살라는 식감 돋는 붉은 색 소스가 인상적이었다. 여기서 소개하는 커리를 만들 때도 영국의 그것을 생각하고 만들었는데, 가람마살라와 강황을 너무 넣은 탓인지 식감 떨어지는 황토색 커리가 됐다. 만들 때 색을 보아가며 토마토 퓨레의 양을 조절한다면 제대로 된 영국식 치킨 띠카 마살라가 나올 듯하다.

‘치킨 띠카 마살라’ 만드는 방법

【재료】 

● 닭가슴살 밑준비 재료: 닭가슴살 2~3조각/소금 · 후추 적당량/가람마살라 ·분말카레 · 꿀 2 테이블스푼/요구르트 적당량

● 커리 재료: 버터/올리브유 적당량/양파 3~4개/토마토 2개+토마토 퓨레/가람마살라 3~4 테이블 스푼/소금/후추/마늘/시나몬 가루/강황 가루/고춧가루 등 기타 향신료 취향만큼/코코넛 워터 혹은 코코넛 밀크/생크림

【조리】

- 닭가슴살에 소금/후추/가람마살라 가루/분말카레/요구르트/꿀을 적당량 넣어 3~4시간 재워둔다.

-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닭가슴살을 구워 적당한 크기로 잘라둔다.

- 올리브유와 버터를 두른 프라이팬에 양파 3~4개를 볶는다(천천히 낮은 불에서 뭉근하게 볶는다).

- 마늘과 토마토 퓨레에 잘 익은 붉은 토마토를 잘게 썰어 함께 볶는다(양파와 토마토가 씹히는 걸 싫어한다면 이번 단계에서 믹서로 갈아도 좋다).

- 생크림을 더한다(태국식 커리를 좋아한다면 코코넛 밀크를 더해도 좋다).

- 잘라둔 닭가슴살을 넣고 가람마살라 외 각종 향신료를 넣는다(향신료는 가급적 마지막에 더한다).

- 양파와 토마토에서 수분이 나오기 때문에 물을 더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걸쭉한 경우 코코넛 워터를 더한다.

카레는 퓨전 요리

사실을 고백하자면 이번 치킨 띠카 마살라를 만들 때 참고한 레시피가 없어 다소 내 멋대로 만든 감이 없잖아 있다. 인도에는 12억 종류의 마살라가 있다하니 거기에 하나쯤 더한 셈 치자. 이처럼 커리는 취향 따라 형편 따라 향신료를 혼합할 수 있는 ‘블랜딩의 크리에이티비티’를 발휘할 수 있는 요리이다. 치킨 띠카 마살라도 인도 커리에 영국인들의 취향이 블랜딩되어 재창조된 요리이고, 일본의 카레라이스도 영국 커리에 일본의 입맛이 블랜딩되어 창조된 요리이니 카레야말로 퓨전 요리의 전형인 셈이다. 다양한 향신료의 블랜딩으로 나만의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커리. 만들 때나 먹을 때나 다양한 향으로 현대인의 지친 뇌를 자극시키니 광고인들은 일주일에 한 번쯤은 먹어줘야 하는 요리가 아닌가 싶다. 시판 카레가루에 의존하지 말고 기분에 맞는 향신료를 혼합한 나만의 커리를 만들어 먹는 것을 한 번쯤 시도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