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한즈멍(韩之盟)을 만들었나?
손 호 진
북경법인 디지털커뮤니케이션 사업부 부장 / sonhojin@hsadchina.com
중국의 달리는 호랑이‘ 위챗(Wechat)’
2014년 2월 어느 저녁, 중국인 친구 L로부터‘ 집 근처에 왔으니 커피 한 잔 같이 할 수 있느냐’는 전화가 왔다. 그는 최근 중국에서 사귀게 된 IT 회사의 대표였다. 회사라고는 하지만 작은 사무실에 컴퓨터 서너 대와 숙련된 직원 몇 명이 전부인 벤처기업에 가까웠다.
이런 저런 이야기로 만남이 거의 끝나갈 무렵 그가 꺼낸 화제는 위챗(We chat)에 관한 것이었다. 최근 중국 개발자들 사이에서 위챗이 가장 뜨거운 아이템이라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의외로 간단한 답이 돌아왔다.
2014년 모기업 텐센트(Tencent)가 위챗의‘ 오픈(Open)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를 선언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큰 창고의 자물쇠를 없애 버린 것이 아니라, 아예 문을 활짝 열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마음껏 가져다 쓰라는 말과 같은 것이었다. 그때 문득 내 머릿속에 하나의 생각이 섬광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중국 최대의 플랫폼 시장이 개방됐다면 한국에서 그 시장까지 직접 연결할 수 있는 다리를 놓자.’
그리고 되물었다.“ 이보게 L. 한국에서 중국 위챗으로 직접 통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은데….”“ 어려울 건 없지. 그런데 그것으로 뭘 하려고?”
단순한 앱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의 일부가 된 위챗
위챗은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MIM(Mobile Instant Messenger) 앱이다. 단순히 메시지를 주고받는 수준에서 벗어나 중국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핵심 아이콘이다. 기능만 해도 10개 이상의 메이저급 카테고리가 탑재돼 있다. 멀티미디어 메시징 서비스·SNS·게임 퍼블리싱·생활 금융(공과금 납부)·각종 티켓 예매·콜택시 호출·모바일 쇼핑몰·남녀 소개팅 서비스·온/오프라인 모바일 결제에 이르기까지 일상에 필요한 모든 기능들을 위챗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 위챗은 한국의 카카오톡과 같다’라는 설명이 적합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오늘날 위챗은 단순한 앱이 아닌 생활(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자리 잡은 거대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단지 기능만을 두고 중국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아이콘이 됐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위챗은 이미 6억 사용자를 보유한, 중국을 넘어 세계를 넘보는 최대 모바일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 6억 명은 단순 이용자가 아닌 거대 네트워크를 만드는 각각의 노드(Node)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개인의 휴대폰 번호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개인 주소록에 등록된 친구들과 아주 굳건히 연결된‘ 사회적 생태계’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기존 그 어떤 매체보다 강력한‘ 개인 커뮤니케이션 장악력’에 있다. 사람들은 문자·사진·영상·문서·음성 등의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통해 친구들 혹은‘ 미지(未知)’의 누군가-‘위챗에는 남녀 소개팅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와 끊임없이 소통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위챗의 모기업 텐센트의 발표를 인용하자면 위챗 이용자의 55%가 매일 30회 이상 위챗을 이용하고, 그 중 30%는 하루에 100회 이상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위챗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미 위챗이 개인들의 일상 커뮤니케이션의 한 영역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의 증명이다. 한편 위챗이 지닌‘ 미디어(Media) 역할’은 플랫폼 이상의 가치를 갖게 하는 또 다른 중요 요소이다. 개인의 소소한 일상이 뉴스가 되고, 친구들과의 공유가 유행으로 번지는 매체적 특성들이 실제 위챗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라
“태풍을 만들려 하지 말고, 태풍이 일으킨 바람을 타라. 호랑이가 되려 하지말고, 호랑이 등에 올라타라.”
중국 스마트폰 샤오미(小米) 창업자로 잘 알려진 레이쥔(雷军)이 중국 젊은이들에게 건넨 창업 성공 방정식이다. 현실적인 이 한마디가 어떻게 보면 ‘한즈멍 전략’을 설명하는 출발선을 제시할 수 있을 것도 같다
1. 스마트폰 시장 환경의 이해 - 누가 호랑이가 될지를 보라
전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 14억 중 50%가 중국에 있다. 절대가치에서 보면 중국은 이미 준비된 스마트화된 시장이며, 상대적 가치로는 아직 더 성장할수 있는 잠재시장인 셈이다. 시장의 규모가 팽창하자 몇몇의 강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초창기 시장 강자는 가장 많은 이용자를 단숨에 확보한‘ 웨이보(微博)’였다. 140자 글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개인간 팔로잉와 팔로우 관리를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한다는 점에서 웨이보는 우리가 아는 트위터와 닮았다. 단기간에 폭발적인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큰 장점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장점이라고 생각한 그곳에서 시작됐다.
빠른 속도의 양적 성장이 이어질수록 노드간의 연결 강도는 느슨해졌고, 사람들의 주목도는 분산돼 갔다. 이처럼 상승곡선을 그리던 웨이보의 효용이 반감될 즈음 위챗은 빈 곳을 채우며 대안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위챗은 개인 휴대폰 내의 주소록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새로운 전화기로 바꾸든, 휴대폰 번호를 바꾸든 주소록만 있다면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와의 연결이 가능하다. 이러한 요소는 자가증식 속도가 늦어지게 된 주원인이었지만, 그만큼 촘촘하고 끈끈한 네트워크 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또한 웨이보가 단순 정보 출판을 목표로 설정한 반면, 위챗은 이용자들에게 실질적 혜택을 주는 매체로 자리 잡았다. MMS와 같은 고용량 메시지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스마트폰 핵심 이용자들이면서도 주머니 사정이 빈약한 20대~30대들에게 상당한 매력 포인트가 됐으며, 위챗 이용자 수 증가의 기반이 됐다. 이 같은 장점과 성장의 조짐을 볼 때 위챗은 믿고 올라탈 수 있는 호랑이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2. 경쟁 대상과 공략 대상을 분리해서 보라
능력을 갖췄다면 누구든 달리는 호랑이에 올라타고 싶어 한다. 즉 시장에서 능력을 갖춘 경쟁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관찰은 전략수립에서 반드시 고려돼야 할 요소였다. 이미 중국 시장에 진출해 한국 브랜드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한국계 종합광고회사들은 포화상태였고, 이 때문에 각사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었다. 중국 내에 있는 한국 기업이 집행하는 광고시장을 놓고 경쟁할 경우 승산은 희박해 보였다.
따라서 경쟁 상대를 중국 시장에서의 한국 기업들로 설정하면서, 공략 대상은 한국 내 한국 기업들로 설정했다. 전쟁의 장소를 바꾸듯이, 한국 기업을 공략해 중국 시장으로 진입시킨다면 향후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한국 브랜드의 중국 시장 진출을 돕는 비주류의 수직적 중소형 대행사들과의 협력적‘ 카르텔’도 가능해 보였다.
3. 제품을 만들지 말고, 플랫폼을 만들자
‘제품을 만들지 말고, 플랫폼을 만들라.’ 페이스북 성공 이후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의 창업에서 이 한마디가 격언처럼 내려오고 있다. 플랫폼의 가장 대표적 사례는 이미 모두 알고 있는 애플의‘ 앱스토어’이다. 애플 제품 이용자가 유용한 앱을 구매할 때 방문하는 가장 대표적 구매처로, 애플이 만들어 놓은 플랫폼에서 개발자와 구매자가 만나 교류하는 형식이다. 수십만 개에 달하는 앱을 애플에서 개발하고 조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지만, 앱스토어라는 열린 시장은 이를 단기간에 가능하게 했다.
우리는 이러한 플랫폼을 만들어 위챗과 연결하고자 했다. 6억 명의 이용자,그들을 소비자로 삼고 싶어 하는 한국의 모든 브랜드와 기업들을 모으고 중국 소비자와 직접 교류하게 만드는 것이다.
한즈멍(韩之盟)의 차별화
한즈멍은‘ 중국으로 진출하는 기업과 소상공인·개인들에게 중국 시장 진출의 효율적 교두보를 마련해주는 것’을 컨셉트로 삼고 있다. 그리고 실제 행동전략으로‘ 브랜딩’과‘ 세일즈’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국 시장 진출은 과거 10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사이 글로벌 브랜드가 대거 진출한 중국의 내수시장은 전 세계 브랜드의 각축장으로 탈바꿈했다. 중국 내 매체들은 이런 성장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앞다투어 가격 장벽을 높이기 시작했다. 이미 매체를 통한 광고집행비는 유럽과 미국 수준을 상회하고 있으며, 유명 셀럽들의 몸값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 같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한국 브랜드들의 활동영역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례로 중국 최대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인 티몰(Tmall.com)이나 JD닷컴(jd.com)의 입점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점은 고비용을 지불한다 해도 입점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의 여러 매체와 유통 플랫폼 기업들은 자국 소비자들과 글로벌 브랜드 간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차단한 채 독점화해 가는 상황이다. 결
국 그 부담은 고스란히 브랜드 또는 소비자들이 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위챗의 오픈 API는 시장경제 관점에서 볼 때 상당히 기회를 잘 탄 셈이다. 오픈 API의 전략에 매료된 기업들이 너나할 것 없이 위챗 내에 플랫폼을 만들며 뛰어 들기 시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실제로 위챗의 모기업인 텐센트의 발표를 보면 지금의 상황을 더욱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위챗의 오픈 API 발표 이후 새롭게 생성된 기업의 공식계정-위챗에서 공식적으로 브랜드를 홍보·판매할 수 있는 공간-은 2015년 5월 기준 800만 개로 그 전 200만 개에 비해 4배 성장했다는 것이다. 또한 매월 6억 명의 이용자 가운데 80%가 자발적으로 기업의 공식계정을 팔로우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위챗 모바일 지불 앱인 웨이신즈푸(微信支付)를 이용해 모바일 환경에서 물건을 구매한 건수가 4억 건을 돌파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한즈멍은‘ 강력한 기업 브랜딩 지원’,‘ 이용자들에게 직접 구매의 즐거움 선사’라는 슬로건 아래‘ 기업 플랫폼형’ 및‘ 한류 포털형’
등 두 가지 영역을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그에 대한 차별화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6억 시장 위챗과 쉽게 통(通)하도록 하라
위챗에 공식계정을 만든 기업이라면 누구나 한즈멍의 기업형 플랫폼에 입점이 가능하다. 공식계정을 만들기 힘든 소상공인이나 개인들의 경우에는 기존 위챗과 연결돼 있는‘ 한즈멍 포털’ 가입만으로도 기업 공식계정과 유사한 기능을 누릴 수 있도록 기획했다.
2) 5분 안에 만들 수 있도록 하라
한즈멍에 입점한 기업 혹은 계정을 가진 개인들의 경우 한즈멍 기업 플랫폼을 통해 단독으로 공식 홈페이지를 만들고 모바일 쇼핑몰을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마저도 힘든 소상공인과 개인들은 한즈멍 포털이 제공하는‘ 숍인숍’ 형태로 브랜드 소개 페이지와 쇼핑몰을 구성할 수 있다. 한즈멍의 매력은 이 모든 구축(Build)이 단 5분 만에 위자드(Wizard) 방식을 통한 마우스 클릭만으로 가능하도록 구현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중국 진출을 희망
하는 기업들은 한즈멍을 통해 소비자와 소통하고 브랜드를 알리며 제품까지 판매할 수 있는 채널을 단 5분 만에 구축하게 되는 놀라운 효과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3. 팔로우를 늘리지 말고, 고객 DB를 만들어라
SNS의 최대 강점은 이용자들의 사적인 관심이나 소소한 입소문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즈멍은 기업 플랫폼을 통해서는 소비자의 특정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그리고 한즈멍 한류 포털을 통해서는 소비자들의 관심 키워드를 발굴하도록 각각 빅데이터 수집 기능을 탑재했다. 이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소재를 발굴하고 경쟁자보다 앞서 브랜드와 제품을 제안할 수있는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가 얻는 가장 큰 성과는‘ 팔로우’와‘ 고객 DB’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소비자’와‘ 고객’이라는 미묘한 구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냥 썰물처럼 빠져나가 버리는 소비자가 아닌, 우리에게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고객’을 유치하고 지속화시키는 것, 이것을 우리의 목표로 규정했다.
4. 결제 과정에서 망설이게 하지 마라
지난해 한국을 뜨겁게 달궜던‘ 천송이 코트’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드라마<별에서 온 그대>의 성공(브랜딩) 이후 이어진 소비 본능(세일즈)에 수많은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고자 했는 데도 정작 한국의‘ 공인인증서’라는 결제 장벽에 부딪혀 지갑을 닫아버린 일이다. 이 경우만 봐도 결제 방법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된다. 결제 단계에 이르러 소비자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우리는 중국에 존재하는 모든 PG(Payment Gateway) 시스템을
탑재했다. 대표적으로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를 비롯해 위챗의 위챗 페이먼트·은행연합카드·신용카드 등이 그것이다.
한즈멍의 비전
많은 기업이 중국 시장 진입을 희망하고 있으나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유통 채널 혹은 플랫폼의 부재로 진출을 망설이거나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에‘ 한즈멍 기업 플랫폼’은 중국 진출의 조력자 역할을 하며,‘ 한즈멍 포털’은 기업들의 브랜드 선단 연맹을 결성, 중국의 거대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창과 방패라는 강력한 무기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5년에는 그 목표에 맞는 전략적 조직을 완벽히 갖추고, 2016년에는 포털의 역할을 더 강화시켜 나가며, 그 이후에는 한중을 잇는‘ 영향력 있는 생태계’가 된다는 것이 한즈멍의 장기적 목표이자 비전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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