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마케팅하기
- 빅데이터 마케팅, 데이터의 문제인가 아이디어의 문제인가?
함 창 대
일리노이 대학교 찰스 H. 샌디지 광고학과 조교수 / cdham317@illinois.edu
HS애드에서 10년간 온오프라인 AE로서 다양한 어카운트를 담당했다.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광고학 석사, 미주리대학교 저널리즘(광고학전공) 박사학위 후 현재 일리노이대학교 찰스 H. 샌디지 광고학과에서 디지털을 중심으로 한 광고 미디어의 변화대에해 연구하고 있다.
빅데이터가 유행이다. 마케팅 분야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빅데이터가 없었던 시절의 마케팅은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이었다는 느낌과 함께 마치 빅데이터 없이는 앞으로 제대로 된 마케팅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염려마저 든다. 바야흐로‘ 빅데이터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최근 열린‘ ANA Masters of Marketing’ 컨퍼런스 참여한 마케터들은 빅데이터 마케팅을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데 다들 동의했다고 한다. 마케터들뿐 아니라 빅데이터 전문가들은 ‘결국은 데이터가 아니라 인사이트를 찾는 것이 빅데이터 마케팅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과연 어떻게 그 인사이트를 찾을 수 있을까? 빅데이터라는 개념이 나오고 하루가 다르게 관련 기사가 넘쳐나는 미국 시장에서도‘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들이 줄을 잇는다.
개념이 잘 이해가 안 될 때는 사례로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번 글에서 는 주로 광고 마케팅의 관점에서 그 인사이트 찾기에 한걸음 다가가기 위해 빅데이터를 이용한 최근의 마케팅 사례들을 알아본다.
스몰데이터와 빅데이터를 결합한 마케팅
빅데이터를 광고 캠페인에 적용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지만,이 첫 번째 사례는 그 전형적인 예를 보여준다. 미국의 영화제작사 와인스타인 컴퍼니(The Weinstein Company)는 최근에 시작될 TV 드라마인 <사우스포(Southpaw)>의 프로모션을 위해 다양한 미디어 이용행태 조사결과를 분석했다. (유료 프로그램은 프로모션을 통한 시청자의 자발적 시청이 중요하다). 그 결과 비용을 지불하고 이 드라마를 시청할 확률이 높은 시청자는 타깃 시청자 (데모 그래픽 타깃) 중 한 달에 최소 한 번 이상 극장을 찾는 고객이라는 답을 얻었다. 인터넷으로 다양한 콘텐츠 이용이 가능함에도 굳이 비용을 지불하고 극장을 찾는 사람들은 그만큼 영화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는 상관관계를 발견한 것이다<그림 1>.
미국영화협회의 2014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 달에 한 번 이상 극장을 찾는 성인고객의 11%가 전체 극장 수입의 51%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조사결과를 기반으로 미디어 에이전시인 팰리세이드(Palisades) 미디어그룹은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인 카들리틱스(Cardlytics) 와 협력해 미국 내500개가 넘는 은행에서 보유하고 있는 1.5조개의 신용카드 및 직불카드 결제 현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 6개월간 극장에서 <사우스포>와 비슷한 성격의 영화 티켓을 구매한 타깃 소비자들의 익명 기반 프로파일 데이터를 찾아냈다. 이 때 각 개인은 아이디로 표기돼 개인정보는 노출되지 않으며, 프라이버시에 대한 논란을 고려해 고객들의 옵트인(Opt-In) 데이터만을 이용했다고 한다.
이 데이터를 팰리세이드 미디어그룹의 미디어 타깃 자료와 결합하고,Today.com, AOL.com 등 몇몇 네트워크를 통해 해당 소비자에게만 영화 트레일러를 포함한 온라인 비디오 광고와 모바일 광고를 집행했다.
이 캠페인은‘ 누가 <사우스포>를 볼 사람들인가?’라는 단순한 질문에 대한 답을 스몰데이터(조사 데이터)와 실제 소비자 행동을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구매)를 결합해 찾아내고 미디어 타깃팅에 이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그림 2>.
모바일앱을 이용한 소매점의 빅데이터 마케팅
빅데이터 마케팅의 가장 기본적인 어려움 중 하나는 고객 데이터의 수집이다. 자신의 개인정보가 마케팅 활동에 이용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큰 소매업체인 월마트의 CMO 스티븐 퀸(Stephen Quinn)은 자사의 모바일앱인 세이빙 캐처(Savings Catcher)를 이용한 빅데이터 마케팅 사례를 통해 이러한 고객정보 수집의 어려움을 극복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 앱의 기본적 기능은 소비자가 만일 다른 소매점에서 더 싼 가격의 동일제품을 발견할 경우 그 소매점의 가격표와 월마트에서 구매한 제품의 영수증을 세이빙 캐처를 이용해 스캔하여 전송하면, 그 차액을 선불카드로 돌려주는 것이다. 이는 프라이스 매칭(Price-Matching)이라고 하여, 미국의 소매점들이 종종 이용하는 마케팅 전술이다. 일반적으로는 고객이 다시 월마트를 찾아 경쟁 소매점의 가격이 더 저렴함을 증명해야 하는데, 모바일앱을 이용해 이 절차를 간소화함으로써 더 큰 소비자 편익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앱의 다운로드와 이용을 촉진한 것은 물론, 월마트의 가장 어려운 숙제 중 하나인 브랜드 전환(Brand Switch)의 원인을 쉽게 파악하게 됐다. 즉‘ 가장 싼 가격’을 모토로 하는 월마트는 최근 일부 품목별로 더 싼 가격을 제공하는 경쟁 소매점들에게 고객을 빼앗기고 있었는데, 이러한 브랜드 전환이 어떤 경로, 어떤 소매점을 통해 일어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결과를 즉각 가격에 반영, 앱을 통해 핀 포인트(Pin-Point) 타깃팅 광고를 하는 2차적인 실시간 대응을 가능하게 했다.
이는 구매 후 브랜드 전환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적확한 타깃팅 광고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매일 매일 가장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는 월마트의 이미지를 강화한 것은 또 하나의 성과라 할 수 있다<그림 3>.
날씨 데이터를 이용한 소매점의 빅데이터 마케팅
월마트는 방대한 구매자료를 바탕으로 빅데이터 마케팅의 선구자적 역할을 해왔는데, 광고와 연관된 또 하나의 재미있는 사례는 미국 1위 날씨정보 제공 채널인 웨더채널(Weather Channel)과의, 구매시점 데이터 및 날씨 데이터를 연계한 마케팅 사례이다. 월마트는 수년간의 구매 데이터와 웨더채널에 기록된 날씨 데이터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날씨와 판매된 상품들 간에 매우 높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예를 들면 비가 오는 날 전날의 맥주판매량이 급증하고, 맑은 날은 와인의 판매량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 분석을 바탕으로 월마트는 날씨에 따라 각기 다른 상품의 광고를 집행하는 캠페인을 실시해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제조업체와 광고회사의 빅데이터 활용
월마트 같은 소매점과 달리 일반 소비재 브랜드들은 직접적인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구하기 쉽지 않다. 밀러쿠어스(MillerCoors)의 경우 스마트폰을 통한 맥주 구매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애플페이나 구글페이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맥주 구매 데이터를 직접 확보할 수 있고, 다양한 디지털 프로모션을 통해 자사의 프로모션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이용하게 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어떤 물건을 살 때 맥주를 함께 구매 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축적하면서, 향후 이러한 데이터들이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회사 닛산(Nissan) 경우 최초 자동차 구매자인 20대들에게 마케팅역량을 집중하면서, 이들은 자동차를 자기 과시의 수단보다는 자신의 라이프를 즐기는 공간-하나의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인식하고, 마치 태블릿 PC와 비슷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대응하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최근 20대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인<더 보이스(The Voice)>를 세 시즌동안 스폰서하면서, <더 보이스> 모바일 앱을 통해 타깃 소비자와 만나며 소비자 데이터 수집을 위한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그림 4>.
유통과 제조뿐 아니라 광고회사 역시 다양한 루트를 통해 소비자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스타콤(Starcom) U.S.A의 CEO인 리사 도노휴(Lisa Donohue)는 최근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자사의 데이터 마케팅 팀을 소개했는데, 약 50명의 인원이 소속된 이 팀에서는 광고주들과의 협업으로 소비자 데이터를 수집·분석·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예를 들면 식품 및 소비재 광고주인 크래프는(Kraft)는 1억 회가 넘는 자사 온라인 사이트방문 및 구매행위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의 일부를 스타콤과 공유하며 적확하게 타깃팅된 광고집행에 이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빅데이터 베이스 마케팅 플랫폼
빅데이터를 이용한 타깃팅은 인종적으로 다양한 미국 시장에서 더욱 효용가치가 있다. 켈로그·나이키·디즈니·페덱스 등을 위해 일해 왔던 풀포 미디어(Pulpo Media)는 히스패닉 마케팅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플랫폼을 런칭했다. ‘히스패닉 문화변용모델(Hispanic Acculturation Model)’이라고 명명된 이 모델은 2012년 미국 센서스 자료를 기반으로 수많은 히스패닉을 대상으로 한 서베이 조사자료를 결합한 것이다. 이는 하위 타깃 그룹 별로 이들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이민 온 지는 얼마나 됐는지, 그들의 부모가 태어난 곳은 어디인지, 어떤 언어를 쓰는지, 영어는 얼마나 유창한지 등에 따라 매우 면밀히 타깃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각 광고주들은 자기 소비자의 구매 데이터를 결합해 적확한 광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그림 5>.
이러한 데이터 플랫폼은 결국 빅데이터 마케팅의 핵심 중 하나인데, 현재 관련 법규가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으로, 향후에도 정부에 의한 법적 규제보다는 업계 스스로의 규제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충분한 옵트아웃(Opt-Out) 기회를 제공해 소비자의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선택권을 늘림으로써 정부의 규제에서 벗어나가는 것이다.
최근 마케팅 소프트웨어 회사인 레이디어스(Radius)는 약 5천400만 달러의 펀딩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의 플랫폼은 일반에 공개된 데이터, 정부의 데이터, 그리고 더욱 중요하게는 2천만 개가 넘는 파트너 회사들의 5억 개가 넘는 데이터 포인트를 통합한 플랫폼을 활용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전략적 솔루션을 고객사들에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마케팅과 광고 활동이 향후 중요한 분야의 하나로 대두될 것임은 분명해보인다. 또 이러한 빅데이터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아이디어가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어떤 방식으로 분석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가져다 줄 것이라 하겠다. 그러한 답을 얻기 위해 지속적으로 여러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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