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광고효과의 결실은 누구의 것인가?
- 디지털 공간의 운용과 성과 사례
박 형 렬
마케팅 컨설턴트 | catfish61@hanmail.net
부산외대 일본어과 졸업 후 일본 와세다대 대학원에서 마케팅 이론을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일본광고학회 정회원.
일본의 유명 비즈니스 전문지 <주간 다이아몬드(Weekly Diamond)> 7월 11일자 표지에 ‘광고 전쟁’이라는, 조금은 과격한 표현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내용의 요지는 이렇다.
‘세계적으로 17조 엔, 일본 국내 1조 엔이라고 하는 거대한 디지털 광고시장. 구글·페이스북과 같은 거대 IT 기업뿐만 아니라, 그 인맥과 금맥의 냄새를 맡은 신흥 벤처기업이 비온 뒤의 죽순처럼 출현하고 있다. 마치 블랙홀 같기도 한, 엄청난 속도로 팽창하는 디지털 공간 속에서 기업들이 전쟁을 치르듯 치열히 싸우고 있다.’
그러면서 TV광고에 감히 끼어들지 못했던 중소기업 광고주들의 주 무대였던 디지털 광고시장에 거래시스템부터 관리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대기업 광고주들의 진출이 눈에 띈다고 소개했다. 이번 글에서는 그 관련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파나소닉
- 글로벌 공통의 CMS 도입으로 운용 효율화
파나소닉은 2013년 12월부터 세계 61개 지역에서 운용중인 상품정보 사이트에‘ 콘텐츠 매니지먼트 시스템(CMS)’을 도입하고, 사이트 디자인을 통일시켰다. 그때까지 각 지역에서 별도로 제작하던 콘텐츠를 일괄적으로 제작·전송할 수 있는 체제로 정비하고, 디자인이나 소재 사이즈는 모두 템플릿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하나의 콘텐츠를 PC·태블릿·스마트폰 등 다양한 디바이스에 최적화할 수 있는 멀티유스·멀티디바이스를 가능하게 했다. 이를 통해 일본에서 제작한 리치 콘텐츠(양질의 콘텐츠) 그대로의 퀄리티로 각 지역의 상품정보 사이트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고, 결과적으로 브랜드 이미지 통일에 성공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각 지역별로 콘텐츠를 조달하고 페이지를 제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각 지역별 정보량에 차이가 있었으며, 디자인 템플릿도 뿔뿔이 흩어져서 정보의 글로벌 동시 전파도 원활하지 않았다.
그러나 글로벌 CMS를 도입하면서 많은 부분이 개선됐다. 템플릿에 따라 하나의 콘텐츠를 각 국가의 언어로 바꾸어 간단히 전송할 수 있게 됐으며, 본사 이외의 어느 국가에서 뛰어난 콘텐츠를 제작했을 경우 모든 국가에서의 공유도 가능해졌다. 지역별 로컬 상품 콘텐츠는 현지 제작회사에 연결시키고, 글로벌 콘텐츠와 공존하도록 한 것도 물론이다.
특히 지금까지 인재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상품정보 사이트를 가질 수 없었던 아프리카나 미얀마 등의 지역에서도 웹사이트 운영이 가능해짐으로써 상품정보 사이트는 2013년 말 31개 지역에서 현재는 73개 지역 31개 언어로까지 확대돼 운영되고 있다.
모리나가
- 디지털 공간에서 소통하며 소비자와 함께 만든 신제품
모리나가(森永)는 제품의 모든 것을 소비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만들어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케팅의 기초인 것 같지만, 새로운 형식의‘ 공동창작 마케팅’은 올해 가장 주목을 끈 키워드 중 하나이다.
공동창작 마케팅은 사실 소셜미디어라고 하는, 그 누구의 의견이라도 모을 수 있는 필드가 있기 때문에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한 마케팅의 새로운 형태라 할 수 있다. 그 새로운 방식에 도전한 것이 바로 모리나가유업의 간판 상품으로 발매 20주년을 맞이한 모리나가 알로에 요구르트이다.
모리나가는 지난해 말 소비자와의 공동창작 프로젝트, 즉 소비자와 함께 신상품을 만드는‘ 모두의 알로에 요구르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최초 기획 및 웹사이트 제작, 페이스북 운용과 신제품 출시등에 이르는 전 단계에 걸쳐 소비자의 의견을 폭넓게 받아들였다. 이와 관련, 마케팅 담당자이자 이 프로젝트의 리더인 도키(土岐)는 이렇게 말했다.
“페이스북으로 다양한 정보를 발신하는 가운데 소비자로부터‘ 모리나가 알로에 요구르트의 이런 점을 좋아한다’,‘ 이런 요구르트를 먹어 보고 싶다’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코멘트를 받았다. 이러한 소비자의 목소리야 말로 발매 후 20년 동안 꾸준히 사랑 받아오게 한 귀중한 재산이다. 20주년 기념의 해에 다시 한 번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우리들이 일방적으로 제작하고 발신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와 함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돌려드린다는 생각이‘ 모두 같이 만들어드린다’라는 공동창작 마케팅의 바탕이 됐다.”
이러한 방식은 모리나가에서도 첫 시도였다. 물론 지금까지도 소비자의 목소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개발 소스가 돼왔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상품 컨셉트 설정 단계에서부터 소비자의 아이디어를 모았다. 컨셉트 모집의 첫 단계에서는 어느 정도 평가할 만한 것을 선별해 받는 대신 페이스 북의 코멘트 기능을 이용해 프리 워드로 제안 받기도 했다.
페이스북이라는 소셜미디어를 컨셉트 모집 수단으로 선택한 점도 흥미롭다. 물론 소비자의 의견을 폭넓게 들을 수 있다는 매력도 있지만, 파이(제안 수)가 크면 클수록 더욱 리얼한 목소리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페이스북에는 모리나가 알로에 요구르트의 오랜 고객의 제안에 더해, 그렇지 않은 소비자들도 자신이 평소 생각했던 아이디어나 경험을 바탕으로 수많은 의견을 올렸다.
이처럼 페이스북을 통한 컨셉트 모집을 시작한 것이 2014년 12월. 그 후 불과 6개월 만에 신상품이 발매됐다. 시작에서 발매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면 프로젝트 자체를 잊어버린다는 우려 때문에 제품 발매에 속도를 더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같이 만들어 간다’는 것을 실감시키기 위한 노력도 계속됐다. 패키지 디자인을 결정하는 팬 투표 결과 중간발표도 하고, 어느 순간 완성형을 선보이는 놀라움도 선사했다.
결국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프로젝트 시작에서 신제품 개발까지 이루어낸 스피드감과 프로젝트의 라이브감 있는 연출이 공동창작의 기쁨을 더해준 것이다.
다시 한 번, 소비자가 왕
이전부터 일본의 광고시장에 대해 보수적이라는 표현을 많이 써 왔는데,이는 기존 매체에 대한 높은 의존도 때문이었다. 물론 그것은 광고업계 (광고주·광고회사 등)만의 성향만이 아니라, 그들이 소구 대상인 소비자의 성향이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로부터 그 성향은 급속도로 바뀌기 시작했다.
10여 년 전부터 일본 TV광고에 유행처럼 번진 말이 있다. 바로‘ TVC의 다음 얘기는 웹에서’이다. 즉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라는 것이다.
TV 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당시의 상황에서는 TV에서 광고의 스토리가 완결되지 않고, 인터넷으로 일부러 유도하는 것 자체가 화젯거리가 됐었다. 그 배경에는 기존의 매체에 많은 비중을 두고, 좀처럼 새로운 매체에 눈을 돌리지 않았던 당시 일본 소비자들의 성향이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옛날 얘기일 뿐이다. 이제는 방대한 디지털 광고시장에 대한 주도권 다툼을 하는 시대가 됐고, 소비자 성향도 디지털화됐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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