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al Paradox
최 영 운 | 디지털캠페인팀 팀장 | firecloud@hsad.co.kr
올해 마지막 글의 주제는 지난달에 말씀드린 대로 15년간 디지털 광고시장에 몸담으며 해결하지 못한 숙제, 그 두 번째입니다.
아직까지 제가 골머리를 썩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아시다시피 광고 이외에도 너무나 많은 종류의 활동들이 온라인 상에서 행해지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 광고’라고 규정하기가 어렵습니다)과 오프라인 커뮤니케이션 간의 적절한 역할 분담은 과연 어떤 것일까 하는 것입니다.
하나의 브랜드를 위한 모든 마케팅 활동을 나열해 보았을 때 온라인과 오프라인 각각의 활동은 각기 어느 정도의 비중과 예산을 가지고 집행돼야 하는 것일까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활동들은 오프라인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완결성을 지닐까요? 이러한 질문들에 아직까지 분명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는 것 또한 지난달의‘타깃팅 딜레마(Targeting Dilemma)’처럼 오랫동안 난제로 남아 있습니다.
온라인을 점령한 오프라인 키워드
오늘 현재 사람들의 최고 관심사는 무엇일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다른 여러 가지 방법들도 있겠지만, 아마도 가장 쉬운 방법은 네이버에 뜨는 실시간 인기 검색어를 보는 것일 겁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은 온라인이 지니는 엄청난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광고를 하면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히트 캠페인을 만들어 본 예는 지난 15년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이 실시간 검색에 올라오는 키워드들을 보면 난감하기 그지 없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네이버에 들어가 보니 MBC 예능 프로그램인 <우리 결혼했어요> 송재림·김소은 커플의 19금 농담이 1위를 점령하고 있네요. 조금 있으면 KBS 예능 프로그램인 <불후의 명곡>에서 멋진 노래를 부른 가수가 1위에 올라가겠지요. 아니면 <무한도전>과 ‘노홍철’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도 있습니다. 드라마에 출연한 여배우의 핸드백 브랜드나 야구경기에서 홈런을 친 선수의 이름, 뉴스에 나온 철새의 이동 모습 등도 쉽게 실시간 검색어를 점령하곤 합니다. 하지만 온라인 광고로 하루에 1억 원을 써도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합니다.
물론 광고와 콘텐츠는 관심을 끄는 방법이 전혀 다릅니다. 파급력 측면에서 볼 때 사람들의 자발적 관심을 기반으로 하는 비광고성 콘텐츠는 강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자발적으로 확산되는 콘텐츠 또한 지금 TV에 나오고 있는 장면을 누르고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콘텐츠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것은 바로 TV나 신문의 ‘뉴스’에 등장한 직후입니다. 온라인 상에서의 화제성이 오프라인으로 확대되고 나서야 비로소 다시 온라인의 대세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자, 이렇게 보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목표로 해야 하는 공식(?),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이 전개돼야 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콘텐츠를 배포한다`⇨`요즘 뜨는 콘텐츠로서 화제에 오른다`⇨`기자들의 기사를 통해 오프라인 매체에 소개된다 ⇨ 포털 사이트에서 화제가 된다 ⇨ 대중적 인기 콘텐츠가 된다.’
다시 말하자면 ‘잘 설계된 온라인 캠페인’이란 ‘오프라인이라고 하는 매개체를 잘 거칠 수 있도록 설계된 캠페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적절한 온라인 광고비는 얼마?
매체적 측면에서 온라인 광고를 기획할 때 가장 큰 고민은 ‘과연 얼마가 적절한 예산일까’ 하는 점입니다. 공중파TV와 케이블TV를 주축으로 하는 오프라인 광고비는 오랜 연구를 통해서 월 광고비에 따른 Reach, 즉 소비자 도달률이 계산돼 있습니다. 물론 온라인 광고에서도 이러한 Reach를 구할 수는 있지만, 문제는 TV와 달리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광고 사이트의 존재, 그리고 같은 매체라고 할지라도 수백 수천에 이르는 세부 페이지, 심지어 같은 페이지라고 할지라도 각기 다른 광고의 위치와 크기 등에 의해서 신빙성 있는 통합 Reach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더구나 최근 각광받는 모바일 광고에 있어서는 각각의 어플리케이션별 노출조차 정확히 공개되지 않는 실정에서 정확한 Reach 값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극단적인 예로서는 5억 원을 쓴 캠페인과 1억 원을 쓴 캠페인이 동일한 Reach 결과값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1억 원을 쓴 캠페인이 5배의 효율을 낸 것이 아니라, 5억 원을 쓴 캠페인 중 4억 원의 예산이 어떻게 쓰였는지 측정하지 못한 데에서 기인한 결과입니다.
실시간 검색어가 대중의 순간적인 관심도를 나타낸다면, 중장기적인 꾸준한 관심도를 나타내는 척도는 네이버·다음·구글 등의 검색엔진에서 사람들이 특정 단어를 검색하는 ‘키워드 검색수(Search Query)’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검색이라는 행위는 타의에 의해서가 아닌 자발적인 필요에 의해 발생하며 구매로 바로 이어지기가 쉽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오프라인 광고의 효과 측정 지수인 브랜드 인지도·선호도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지표입니다. 더구나 표본조사를 통해 얻어지는 숫자가 아닌 전체적인 수치라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지요. 그런데 지난 몇 년간의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광고를 통해 특정 브랜드의 검색 쿼리수를 증가시킨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온라인게임 등의 특수 온라인 비즈니스 제외). 반면 TV 광고비를 월 10억 원 이상 집행할 경우 검색 쿼리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검색 쿼리로 나타나는 ‘브랜드에 대한 관심’은 광고 이외의 모든 마케팅, 비마케팅 활동의 종합입니다. 그것은 기업의 통제가 불가능한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촉발될 수도 있고, 원하지 않은 부정적 이슈를 통해 폭발적으로 변화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검색 쿼리의 증가를 단일 캠페인 활동의 결과로 인식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케터의 입장에서는 여러 마케팅 활동 중에서 특정 마케팅 활동이 검색 쿼리에 절대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그것을 찾는 것은 분명 필수적인 과업이 될 것입니다.그렇다면 과연 검색 쿼리를 증가시킬 수 있는 온라인 광고의 임계점은 얼마일지 궁금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다른 마케팅 활동들을 도와주는 지원 형태로서가 아닌, 온라인 광고를 주력으로 사용하는 캠페인들이 유의미한 통계 수치를 끌어낼 수 있을 정도로 다수 쌓여야만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산에 따른 온라인 광고의 정확한 효과 측정 방법 개발이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
종이와 TV
어떻게 보면 광고란 ‘인위적인 이슈 메이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발생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콘텐츠나 프로모션 등은 그 성패 여부가 매우 불확실합니다. 세상에 알려진 ‘저렴한 비용으로 큰 성공을 이룩한 캠페인’들은 수천 개의 실패한 프로젝트들의 시체 위에 핀 꽃입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광고라는, 절대 실패하지 않는 이슈 메이킹 방법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것은 특정 비용을 지불하면 그 만큼의 관심은 보장되는 방법이며, 비록 최선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안전한 차선이 되어왔습니다. 그리고 TV광고는 그 정점에 서 있었습니다.
검색 쿼리라고 하는 온라인 세상의 독창적 기준에 있어서도 TV광고의 영향력을 뛰어넘는 안전한 차선은 아직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혹시 어쩌면, 컴퓨터가 보급되면 더 이상 종이를 사용하지 않게 되리라고 생각했던 우리가 오늘날 프린트나 복사를 위해 훨씬 더 많은 종이를 필요로 하는 것처럼, 파편화될 때까지 파편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유일하게 남은 매스미디어로서의 TV가 더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은 아닐지 궁금합니다.
검색 쿼리라고 하는 온라인 세상의 독창적 기준에 있어서도 TV광고의 영향력을 뛰어넘는 안전한 차선은 아직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혹시 어쩌면, 컴퓨터가 보급되면 더 이상 종이를 사용하지 않게 되리라고 생각했던 우리가 오늘날 프린트나 복사를 위해 훨씬 더 많은 종이를 필요로 하는 것처럼, 파편화될 때까지 파편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유일하게 남은 매스미디어로서의 TV가 더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은 아닐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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