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의 미디어 멀티태스킹, 광고의 위기인가 기회인가?
함 창 대 | 일리노이 대학교 찰스 H. 샌디지 광고학과 조교수 | cdham317@illinois.edu
LG애드에서 10년간 온오프라인 AE로서 다양한 어카운트를 담당했다.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광고학 석사, 미주리대학교 저널리즘(광고학 전공) 박사학위 후 현재 일리노이대학교 찰스
H. 샌디지 광고학과에서 디지털을 중심으로 한 광고 미디어의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최근의 소비자들은 참 바쁘다. 요즘 한국 소비자들의 ‘직구’가 급증하는데, 이러한 직접적 소비행동뿐 아니라 상품과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과정 역시 그렇다. 얼마 전 닐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미국인들은 TV를 시청하면서 동시에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의 미디어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83.7%는 TV를 시청할 때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
이러한 ‘바쁜’ 소비자들의 미디어 이용행동을 ‘미디어 멀티태스킹(Media Multitasking)’이라 하는데, 이들이 두 번째로 이용하는 미디어를 ‘세컨드 스크린(Second Screen)’이라 부르기도 한다.
미디어 멀티태스킹 현상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최근 인기를 끄는 드라마 <미생>의 경우 드라마가 방송되는 도중에 포털 사이트에는 많은 댓글이 달리고 관련된 트위터 메시지들이 날아드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단지 드라마에만 집중하지 않고 중간 중간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소위 ‘딴짓’을 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미디어 멀티태스킹은 기존의 미디어 이용환경(단일 미디어 이용)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광고환경을 제공한다.시간이 갈수록 소비자들의 미디어 멀티태스킹 행태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미디어 이용행태의 변화는 기존 광고효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리고 광고계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미디어 멀티태스킹 - 소비자의 주의와 능력 분산으로 광고효과 저하
미디어 멀티태스킹의 광고효과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관점은, 두 가지 이상의 미디어를 동시에 이용하면 개인의 주의력과 정보처리능력이 분산돼 광고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멀티태스킹에 대한 인지심리학적 연구에 따르면 멀티태스킹을 하는 사람들은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의 일을 ‘동시에’ 수행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한 번에 한 가지씩, 두 가지 일을 끊임없이 ‘반복’ 수행하는 것이라고 한다. 즉 사람은 컴퓨터의 듀얼 프로세서(Dual Processor)처럼 두 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한 가지씩 처리하되그 두 가지 일 사이를 끊임없이 왔다갔다하면서 처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끊임없이 ‘왔다갔다’하는 정보처리 방식은 결국 두 가지 일을 모두 느리게 처리하게 만든다. 사람의 인지적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여러 개의 미디어를 동시에 쓰면 쓸수록 그들의 주의력과 정보처리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이러한 디바이스들을 통해 전달되는 광고 메시지 역시 그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미디어 멀티태스킹에 대한 일반적인 접근이다.
‘칵테일파티 효과’ - 미디어 멀티태스킹이 광고효과에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멀티태스킹이 언제나 광고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만은 아니다. ‘칵테일파티 효과’라는 현상이 있는데, 이는 아무리 시끄러운 칵테일파티에서도 내가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의 목소리는 또렷하게 들린다는 것이다.실제로, 시끄러운 회식자리에서 멀리 떨어져 앉은 팀장님의 승진에 관한 대화가 옆자리에 앉은 동료의 가십이야기보다 훨씬 또렷이 들리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 팀장님의 대화에 훨씬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아무리 많은 미디어를 동시에 이용하고 있더라도 만일 자신에게 관심 있는 광고 메시지가 나온다면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그 광고 내용을 주의 깊게 보려고 할 것이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보았을때 고관여 제품 혹은 상황이라면 멀티태스킹의 역효과가 현저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광고의 타깃팅이 나 개인화된 광고가 중요한 이유이다. 비록 멀티태스킹 상황이라도 자신과 관련 있고 관심 있는 것이라면 소비자들은 더 많은 주의를 선택적으로 기울이고, 따라서 그 광고효과가 현저히 저하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디어 멀티태스킹 - 오히려 광고효과를 강화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적확하게 타깃팅되거나 개인화된 광고를 하기 위해서는 추가적 비용과 기술이 필요하다. 더구나 칵테일파티 효과처럼 주의를 끌기 위해서는 꽤 강력한 선택적 주의를 끌어낼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나 소비자 편익도 필수적일 것이다. 달리 말하면 ‘늘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미디어 멀티태스킹은 언제나 광고에 악영향을 주는 것일까?
다행스럽게도(?) 언제나 그렇지만은 않다.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광고메시지에 대해 반감을 갖는데, 광고가 자신의 미디어 이용경험을 침해할 뿐 아니라, ‘무언가(즉 광고)에 설득 당하는 것 같은 상황’은 그 자체만으로도 그 설득에 대해 반감과 비판적 태도를 갖게 만들기 때문이다.이러한 반감은 그 광고 메시지에 별로 관심이 없을 때 더욱 그렇다. 휴지나 비누 같은 저관여 제품들처럼 별관심이 없는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광고를 접했을 때 이러한 반감과 비판적 태도는 더 커질 수 있다. 예를들어 치약광고가 치아를 더욱 하얗게 만들고 충치에도 강하게 한다고 강조하면 ‘그건 광고니까 그렇게 이야기할 뿐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 기능의 사실 여부와는 별개로 누군가에게, 특히 광고에게 설득 당하는 건 별로 기분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미디어 멀티태스킹 환경에서 일어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다른 미디어(Second Screen)를 이용하느라 치약광고에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쓰게 되고, 별 의심과 반감 없이, 즉 무비판적으로 그 광고를 받아들이게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저관여 제품의 경우 광고는 반복에 의해 효과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은데, 깊은 생각 없이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구매상황에서 습관적으로 더 친근한 혹은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미디어 멀티태스킹 상황이 이러한 저관여 제품의 반복광고 효과를 더 확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물론 이러한 ‘반대효과’는 최소한의 주의를 끌 수 있을 때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다른 미디어를 이용하느라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을 수 있다.
Second Screen에 광고를 -‘ Second Screen Advertising’
이렇듯 몇 가지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처음에 언급했듯이, 세컨드 스크린은 일반적으로 주의력을 분산시켜 퍼스트 스크린의 광고효과(광고 메시지를 기억하게 하고 그 기억을 기반으로 설득하는)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세컨드 스크린도 광고 미디어의 하나이고, 퍼스트 스크린과의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최근의 광고업계에서는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제한적 광고환경에서라면 미디어 멀티태스킹은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알코올이나 담배 혹은 특정 타깃에게만 해당하는 제품처럼 광고가 불가능한 제품이나 유료채널처럼 광고할 수 없는 채널의 경우 퍼스트 스크린과 연계된 세컨드 스크린에 광고함으로써 통합된 시너지 효과를 노려볼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을 ‘세컨드 스크린 광고(Second Screen Advertising)’ 혹은 ‘싱크로나이즈드 광고(Synchronized Advertising)’라고도 부른다<그림 2>. 여기에서 핵심은 세컨드 스크린 광고를 퍼스트 스크린의 콘텐츠와 연관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주의와 관심을 세컨드 스크린 광고로 유도하는 것이다.
최근의 성공사례로 영화 유료채널인 HBO에서 방영한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에의 소셜미디어 세컨드 스크린 광고를 꼽을 수 있다. <왕좌의 게임>은 화제 속에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프로그램이기에 많은 광고주가 이 시리즈물에 광고하기를 원했으나 HBO는 유료채널이므로 광고할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몇몇 광고주들은 HBO에 광고하는 대신 소비자의 미디어 행동분석을 기반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광고 캠페인을 ‘같은 시간에’ 실행함으로써 프로그램 자체에 광고한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소비자 인게이지먼트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왕좌의 게임>의 캐릭터 및 스토리라인과 연계한 트위터 메시지를 <왕좌의 게임> 방영시간과 동시에 포스팅 함으로써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소셜미디어를 동시에 이용하던 시청자들의 주의를 끌고, 나아가 해당 메시지에 많은 수의 댓글과 팔로어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 세부 내용을 보자.
1) 미국자연사박물관은 새로운 공룡의 전시를 알리기 위해 자신들의 트위터 프로모션 문구를‘( The night is dark and full of pterosaurs’)를 <왕좌의 게임>의 문구‘( The night is dark and full of terrors’)와 비슷하게 만들었다<그림 3>.
2) 캐나다의 커피 및 도넛 전문점 팀 호튼(Tim Hortons)은 자사의 도넛을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공룡알 둥지와 비슷한 비주얼에 넣고 ‘Mother of Donuts’이라는 광고를 했다<그림 4>.
3) 물티슈 브랜드 크로락스(Clorox)는 ‘A Canister Always Pays Its Debts’라는 문구를 넣어 주의를 끌었다. 이 문구의 캐니스터(Canister)는 ‘조그만 깡통’이라는 뜻으로 크로락스를 의미하는데, 이는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라니스터(Lannister)’라고 하는 용감한 가문의 이름과 비슷하다.
4) 버드라이트 맥주는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스토리라인에 맞게 각색한 ‘버드왜건(Band wagon)’을 자신들의 트위터 메시지에 이용했다<그림 5>.
많은 미디어 멀티태스커들이 <왕좌의 게임>을 시청하는 동안이나 시청 후에 이러한 트위터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신들의 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비록 브랜드 메시지이지만 지금 보고 있는 프로그램의 내러티브와 궤를 같이하고 있고, 특히 그 대부분은 유머 메시지이기 때문에 별 거부감 없이 캠페인에 참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First screen + Second screen = Synergy
위의 예들이 보여주는 것은 세컨드 스크린의 효과는 결국 퍼스트 스크린(프로그램 본 내용)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극대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주목되는 것은 이렇게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미디어 멀티태스킹 현상은 기존의 광고효과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너지를 통한 확대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너지 효과는 미디어 멀티태스킹 이전에도 IMC를 통해 제시됐던 것인데, 시차를 둔 미디어 간의 시너지보다는 동시에 미디어를 이용할 때 생성되는 미디어 시너지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TV와 소셜미디어의 시너지) 또한 강력할 수 있음을 위의 사례들이 보여준다고 하겠다.
많은 사람이 퍼스트 스크린의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현재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욕구를 갖는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세컨드 스크린을 통해 나타나는 소비자들의 미디어 이용행태와 동기를 좀 더 연구한다면 더욱 효과적인 퍼스트 스크린과 세컨드 스크린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지 않을까? 프로그램의 동시성(Real Time)이 높은 스포츠 중계나 정치토론 프로그램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겠다. 많은 사람이 스포츠 중계를 보면서 자신들의 의견을 소셜미디어에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미디어 이용행태를 고려할 때 그 프로그램(즉 퍼스트 스크린)과 연계된 소셜미디어의 프로모션들(세컨드 스크린)은 광고에 대한 저항감을 줄이고 더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블루핀(Bluefin)이나 앰플리파이(Amplify) 같은 광고 미디어 벤더들이 이미 TV와 소셜미디어를 연계한 상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와 기존 TV 네트워크들(Turner Sports·ESPN·A&E·The Weather Channel·Fox)을 연계해 듀얼 스크린 스폰서십(Dual Screen Sponsorship)을 제공한다. 즉 퍼스트 스크린과 세컨드 스크린에 동시에 스폰서십을 제공할 기회를 마련함으로써, 예들 들어 PPL의 효과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극대화하는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이 버드와이저를 마실 때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 영화의 주인공과 같은 상황에서 한잔하자는 메시지가 전달된다면 좀 더 많은 소비자가 그 광고 메시지에 반응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또한, 이러한 메시지를 성인 남성에게만 한정시킴으로써 광고효과를 극대화하거나, 광고규제에 저촉되지 않는 캠페인 활동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 멀티태스킹은 기본적으로 TV 광고 같은 전통적 형태의 일방향적 광고효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의 예에서 보듯이 소비자 미디어 이용행태의 변화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광고에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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