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10 : 저음이 주는 아름다움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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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음이 주는 아름다움


신 숙 자 | CD | sjshina@hsad.co.kr



요즘 각종 음원차트를 보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리메이크 곡 <당신만이>가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루 이틀이 아닌 며칠째 같은 자리를 유지하는 걸로 봐선 많은 사람들이 감동한 것엔 틀림없습니다. 이유야 많겠지만 음악이론에 문외한인 개인적인 의견으론 ‘저음이 주는 감동’이 한몫하지 않았나 합니다.

물론 세 뮤지션 각자의 목소리도 아름답습니다. 음색이 독특한점도 돋보입니다. 하지만 대개 낮은 음역대 가수는 가창력이 부족한 것으로 치부됐던 것을 보면, 변화입니다. 시청자의 투표를 받아 순위를 정하던 기존 가수의 경연 프로그램만 봐도, 유독 높은 음역대로 클라이맥스를 주는 가수들이 좋은 점수를 받았으니까요. 아무리 좋은 음악을 선보였어도 고음의 감동을 주지 못하면 한 번의 공연으로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이>는 고음으로 한껏 전율한 후에 나지막이 읊조리는 저음으로 감동을 깊게 했습니다. 마치 내게 이야기하듯 더 귀 기울이게하는 저음의 아름다운 등장이었습니다.

이렇듯 음악조차도 언제 등장하고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감동이 달라지는데, 아이디어로 시작하고 아이디어로 마무리해야 하는 광고는 두말 할 것도 없겠지요.


스타벅스가 대화의 힘을 보여줍니다

요즘은 카페에서도 대화하는 모습을 찾기 어렵습니다. 마주보고 앉아 있어도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게 보통이죠. 편한 모바일 메신저가 대화를 대신하기도 합니다. 어디서나 대화할 수 있으니 편리하죠. 하지만 텍스트로 전하다보니 말에 실린 감정까지는 전달되지 않아, 오해를 낳기도 하고 진실이 왜곡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스타벅스는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Sometimes the best way to connect is to get together .” 광고는 두 사람의 대화로 시작됩니다. 하지만 얼굴은 보이지 않습니다. 스타벅스에서 이야기하는 듯, 소음이 들리고 대화가 이어집니다. 화면엔 그 대화를 문자로 나눴을 때의 상황을 보여주죠.

먼저 ‘Date’편입니다. 친구는 데이트가 어땠는지 물어봅니다. 데이트는 괜찮았고 남자는 재밌고 스마트했다는 대답을 듣죠. 문자는 그것으로 끝입니다. 하지만 직접 만난 친구는 친구의 얼굴과 분위기를 보고 감지합니다. 이미 사랑에 빠졌다는 걸…. 들킨친구가 수줍게 웃는 소리가 들립니다.

‘Kick’편은 아빠와 딸의 대화입니다. 이미 9월이 됐다는 딸의 말에 아빠는 기분이 어떠냐고 묻습니다. 딸은 흥분되지만 조금 긴장도 된다는 말을 하고, 아빠는 다 좋을 거라고 대답합니다.

문자는 그걸로 끝입니다. 하지만 아빠와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딸은 아빠에게 고맙다고 말한 후, 숨겨뒀던 뭔가를 꺼내 아빠를 놀라게 합니다. 감동한 아빠의 나지막한 감탄이 들리죠. 문자만으론 나눌 수 없던 표현들이 전달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Apology’편입니다. 두 연인의 대화가 이어집니다.아직도 화났냐고 묻는 남자. 괜찮다고 말하는 여자. 다시 물어보지만 대답은 같습니다. 문자는 거기서 끝납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목소리는 말합니다. “표정을 보니까 아닌 거 같은데… 뭔가,꽃을 선물해야 할 거 같은 표정인데….” 그러자 표정까지 읽은 남자에 감탄한 여자는 ‘적어도 배우는 게 있네’라며 싫지 않은 듯한 반응입니다. 문자라면 남자의 사과는 여자의 마음을 풀지 못했을 것이고, 친구는 사랑에 빠진 친구를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고, 아빠와 딸의 대화는 형식적으로 끝났을 테죠. 스타벅스는 그런 고객들에게 스타벅스에서 직접 만나 살아있는 대화를 나누라고 권합니다.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 그 이야기를 문자와 비교해서 보여주니 공감은 더 커집니다.


시트로엥을 타고 가는 강아지에겐 뭐가 필요할까요?

장거리 운전인 듯, 건물 없는 황량한 곳을 달리고 있는 시트로엥. 뒷좌석엔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작은 개가 보입니다. 시종일관 밖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한참을 달린 듯한 시트로엥은 한적한 주유소에 주차를 합니다. 강아지도 차 밖으로 나옵니다. 운전하던 남자는 셀프 주유를 한 후, 화장실을 가는 듯 어딘가로 사라지죠. 그때 작은 개의 이상한 행동이 시작됩니다. 뒷다리를 뻗는가 싶더니 이내 본격적인 스트레칭을 시작합니다. 차바퀴에 기대 전신 스트레칭도 하고, 바닥에 앉아 다리를 뻗는 스트레칭과 어깨 스트레칭도 합니다. 석양이 지는 햇빛 아래, 스트레칭하는 강아지와 시트로엥이 나란히 보입니다. 충분히 스트레칭을 한 개는 주인이 돌아오자 얼른 차로 올라탑니다.“연비가 좋은 엔진이기에 자주 주유할 필요가 없습니다.”

연비가 좋아 차가 자주 서지 않으니 작은 개에게도 스트레칭이 필요했던 거죠. ‘연비’ 이야기도 개가 대신 해주니 위트와 임팩트를 동반한 좋은 광고가 됐습니다.


자선단체는 어떻게 48시간 섰던 줄을 팔았을까요?

새로운 기기의 등장은 누구보다 먼저 경험해야 할 대상이 됩니다. 이번 iPone6의 출시는 수많은 젊은이들을 길거리에서 잠들게 했습니다. 출시가 다가오자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이틀 전부터 애플 스토어 앞 거리에 줄을 서기 시작한 거죠.젊은 노숙자를 돕는 자선단체, 영국의 Depaul은 지원자를 뽑아 이곳에 줄을 세웠습니다. 지원자는 48시간을 이곳에서 먹고 잤다고 합니다. 왜 자선단체가 스마트폰에 이토록 관심이 많은걸까요? 영국의 젊은 노숙자들의 수는 매년 급증하고 있고, 지난 3년간 그 현상은 더 뚜렷해졌다고 합니다. 매일 밤 2,000명의 젊은이들이 한데서 잠을 자고, 매년 8만 명의 젊은이들이 노숙자가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모두들 새로운 스마트폰엔 큰 관심을 두지만 이런 소외된 계층엔 관심을 두지 않죠. Depaul은 이 긴 줄의 앞자리인 15번째 자리를 이베이에 내놓았습니다. 가장 높은 수로 입찰하는 사람에게 이 자리를 팔겠다고 했죠. 물론 수익금은 모두 노숙인을 돕는 데 쓰인다고 합니다. 이 자리는 결국 734불에 팔렸고, 낙찰자는 앞자리와 함께 Depaul의 티셔츠를 받았습니다. 이 재미있는 캠페인은 언론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많은 사람들이 Depaul의 존재를 알게 됐죠. 비록 734불의 후원금이 전부지만, 그 효과는 몇 배였을 겁니다.Depaul은 연민이나 감정을 통한 모금엔 한계가 있다는 걸 압니다. 그래서 종이박스 회사도 운영하고 있죠. 거리에서 박스를 덮고 자는 젊은이들을 줄이기 위해, 이사하는 사람들에게 이사용 종이박스를 파는 겁니다. 열 박스가 팔리면 한 명의 노숙인이 하룻밤 노숙을 면할 수 있다고 합니다.젊은 노숙인들을 위한 젊은 아이디어. 그 아이디어가 스마트폰을 사기 위한 열정을 후원금으로 바꿨습니다. 









청소기 광고도 아름다워질 수 있을까요?

로봇청소기. 새로울 것도 아름다울 것도 없는 익숙한 소재입니다. 하지만 스위스의 로봇청소기 Vorwerk는 청소기를 아름답게 만들었습니다.

일하고 있던 남자가 노트북을 덮고 외출을 합니다. 책상에 있던 로봇은 홀로 공간을 응시하죠. 남자가 나간 빈집, 구석에 있던 로봇청소기가 청소를 시작합니다. 책상 위에 있던 로봇의 눈에서 빛이 납니다. 호기심을 갖고 로봇청소기에게 다가가죠. 하지만 청소기는 로봇에겐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요리조리 잘 피해 다니며 묵묵히 청소만 합니다. 의자 밑도 따라가고 구석 코너도 따라가고, 로봇청소기를 따라다니지만 반응은 같습니다. 하트를 그린 카드를 놔둬도 이내 흡입해 버립니다. 로봇청소기는 부드럽게 카펫 위를 올라가지만 꽃을 들고 뒤쫓아 가던 로봇은 카펫에 걸려 넘어집니다. 청소기의 무관심함에 좌절한 로봇은 주려던 꽃잎을 하나하나 떨어뜨립니다. 마치 사랑한다, 안 한다 읊으며 한 잎 한 잎 뜯어내듯…. 그때 꽃잎을 흡입하며 뒤따라오던 로봇청소기를 발견하죠. 로봇은 반가워서 하트를 발사합니다. 답례하듯 로봇청소기는 로봇의 주위를 돌며 떨어진 꽃잎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흡입합니다. 그리곤 충전하는 자리로 돌아가 멈춥니다. 로봇도 그 옆에 다정하게 자리를 잡고 눕죠.

“당신은 이 로봇청소기가 청소하는 방법을 사랑하게 될 겁니다.” 카피는 짧게 끝납니다.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처럼 보이지만, 이보다 자세하게 청소기의 기능을 보여준 광고는 없을 겁니다. 기술 설명이나 어려운 테크놀로지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청소기에 대해선 너무나 잘 알게 된 거죠.

 

아이디어가 되려면 ‘짝’이 필요합니다

요즘처럼 ‘콜라보레이션’이라는 말이 자주 쓰이는 적도 없는 듯합니다. TV에서 자주 접하는 리메이크 음악들로 인해 음악장르의 콜라보레이션을 가장 많이 접하지요. 비록 용어는 몰랐지만 우리는 예전부터 이런 작업에 감동해왔습니다. 관심도 없었고 소리도 잘 몰랐던 태평소가 서태지의 <하여가>에 등장했을때, 사람들은 그때서야 태평소의 매력을 알아차렸습니다. 이현우의 노래에 비발디의 <사계>가 실렸을 때, 그 곡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꼈죠. 아이디어는 늘 낯설고 익숙지 않아 공격을 많이 받습니다. 그래서 아깝게 사라지기도 하죠. GE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광고에서, 누구에게나 외면 받는 괴생명체로 아이디어를 표현합니다. 못생기고, 어수선하고, 무서운 ‘Natural BornEnemy’라고까지 합니다. 하지만 적당한 케어를 해준다면 아름다운 뭔가로 발전한다고 하죠.

우리가 내는 아이디어는 빛을 보는 것보다 버려지는 게 많습니다. 밤을 새도 다음날이면 뭔가 허전함이 보이는 게 아이디어죠. 하지만 이렇게 콜라보레이션할 적절한 짝을 찾는다면 놀라운 캠페인으로 변할 겁니다. 아이디어를 아름답게 하는 케어, 그 중 하나는 다른 것과의 결합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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