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rgeting Dilemma
최 영 운 | 디지털캠페인팀 팀장 | firecloud@hsad.co.kr
처음 원고의뢰를 받고 1년을 쓰기로 계획했던 연재도 이제 바야흐로 2회 분량이 남았을 뿐입니다. 남은 두 번의 이야기에서는 15년간 디지털 광고시장에 몸담으며 느꼈던 해결하지 못한 숙제에 대해 화두를 던져보고자 합니다. 언젠가 제게 그 해답이 나타나게 될까요? 혹시나 저만 모르고 독자들은 이미 그 해답을 알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건 페르마의 정리(Fermat’s Theorem) 같이 공인된 인류의 난제는 아니니까요.
‘브랜딩 광고의 타깃팅’이 숙제입니다
해결하지 못한 숙제, 그 첫 번째는 바로 브랜딩 광고의 타깃팅(Targeting)에 대한 것입니다.
퍼포먼스를 중요시하는 디지털 타깃팅 광고의 정점에 서 있는 것은 검색광고입니다. 어떤 제품에 대해 궁금하여 인터넷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한 사람, 그 사람만큼 해당 제품의 구매의사가 강한 사람이 또 있겠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세상에는 생산과 판매를 같은 기업에서 하지 않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점입니다. 검색광고를 통해 구매의사를 가진 사람을 모아야 하는 기업이 유통·판매 회사라고 한다면, 브랜드를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조 회사에 있어서 디지털 타깃팅 광고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아마도 2006년 무렵이었던 것 같은데요. 그 당시 저는 소주 브랜드의 디지털 광고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미성년자의 음용이 법으로 금지돼 있는 주류 광고는 지금도 여러 제약이 있지만,당시에도 각각의 매체들이 자체적인 규정 아래 미성년자에 대한 광고 노출을 방지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디지털 광고를 내보낼 때 연령 타깃팅을 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과정이었습니다. 20세 이상의 성인이 특정 사이트에 로그인을 했을 때에만 소주 광고를 볼 수 있도록 설정하는 것은 기본이고, 거기에다가 밤 10시 이후에만 광고가 노출되도록 조절됐습니다.
이렇게 연령과 시간 타깃팅을 필수적으로 적용해 운영하다 보니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의 주류시장은 지역적 특색을 강하게 띄고 있습니다. 보관과 운송에 있어서의 어려운 점 때문에 그 분포가 산맥 하나를 넘기 힘든 지역 곡주뿐만이 아니라, 소주에 있어서도 그 당도나 뒷맛 등이 각기 달라 지역 주민들에게 유독 선호되는 지역 소주들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런 지역적 특색은 자연적으로 소주 유통을 지역에 한정시키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즉 타 지역 소주를 마시고 싶다 해도 구매할 수 있는 유통망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팔 수도 없는 제품의 광고를 진행하는 것은 엄청난 낭비입니다. 특정 지역에서만 판매하는 지역 소주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적인 디지털 광고로 집행하는 것에 대한 의문은 당연히 지역 타깃팅의 활용을 고려하게 만들었습니다.
타깃팅 이후 광고효율이 떨어진 건 왜일까요?
자, 여기까지는 논리적으로 매우 자연스러운 전개입니다. 포털 사이트들과 협의해 기존의 연령과 시간 타깃팅에 지역 타깃팅을 추가하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운영에서 기묘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지역 타깃팅을 건 후 급격하게 광고효율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만일 효율을 광고 클릭 또는 웹사이트 방문 등으로 규정한다면 이런 변명을 할 수도 있겠지요.“ 기존의 논타깃팅(Non-Targeting) 광고를 통해 유입된 클릭이나 방문자는 진정한 유효 고객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당시 떨어지기 시작한 효율성 지표에는 타깃 광고노출 비용이 있었다는 게 문제입니다. 즉 해당 소주를 판매하는 주요지역의 20대 남성에게 한 번 광고가 도달(클릭이 아니라 단순 노출 기준)하는 비용이 논타깃팅 광고에 비해 비싸다고 하는 점입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이런 결과를 불러일으킨 원인은 바로 타깃팅에 부가되는 광고단가 할증료입니다. 지역 타깃팅을 걸기 위해서는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수많은 소비자의 지역을 순간적으로 구분하고 해당 지역 사람에게만 광고가 선별, 노출되도록 하는 기술적 세팅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한 인력과 솔루션의 운영비용이 자연스럽게 광고단가에 추가될 수밖에 없는데, 이 할증비용이 타깃팅으로 줄어드는 유효 타깃 도달비용 감소분보다 더 컸던 것입니다. 물론 이런 결과가 나오는 데에는 논타깃팅 광고에만 주어지는 무료 서비스 광고가 영향을 끼친 점도 없지 않습니다. 이론과 다른 이런 운영상의 결과는 결국 이후 지역 타깃팅을 모든 매체나 광고회사가 포기하게 만드는 것으로 귀결됐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 해외에서 발달된 광고매체들이 한국에 진출하면서 타깃팅에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장점을 어필하며 급격히 타깃팅 광고시장을 확대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숨어 있는 딜레마는 이미 기본 단가에 모든 타깃팅 비용이 다 포함돼 있다는 점입니다. 즉 상품 자체가 풀 타깃팅으로 세팅돼 있어서 기본단가가 이미 논타깃팅 광고단가에 비해 2~3배 가량 비싸게 책정됐던 것입니다. 이런 경우 타깃팅 없이 광고를 내보내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되겠지요. 어찌 보면 조삼모사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제품을 산 사람에게 광고가 계속 노출돼도 될까요?
또 다른 타깃팅 광고의 딜레마는 광고노출 이후 온/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소비자의 행동을 어떻게 반영할까 하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레고 조립을 좋아해 자주 관련 사이트를 방문하는 편인데요, 그렇게 해외 사이트들을 다니다 보면 제 평소 취향을 인식하고 신제품 레고 광고들이 어느 사이트에 가나 저를 따라다니더군요. 하지만 제가 이미 레고 매장에 가서 관련 제품들을 구매했다는 사실은 광고 서버에서 파악하지 못하고 있나 봅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광고가 노출돼서는 안 되는 타깃은 바로 해당 제품을 이미 구매한 사람이 아닐까요?
특히 구매 주기가 긴 고관여 제품에 있어서는 구매한 제품에 대한 관심도는 아주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을 타깃으로 인식한 디지털 타깃팅 광고는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이미 내 방안에 놓여 있는 제품을 사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것은 모두 시장규모의 한계 때문에 발생한 일입니다. 제품을 구매해 관심도가 떨어진 사람의 숫자만큼 새로운 타깃 소비자가 시장에 유입된다면 얼마든지 이런 오류를 희석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타깃팅 될 수 있는 전체 모수가 적다면, 예를 들어 소수의 소비자만 유효 타깃에서 빠져 나간다 할지라도 전체 광고에서 차지하는 오류 타깃팅 비율은 눈에 띄게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시장에 맞는 타깃팅 이론 정립이 필요합니다
모든 소비자를 대상으로 광고를 노출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할 정도로 시장규모가 방대하다면(미국이나 중국의 디지털 시장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타깃팅 하지 않은 광고는 처음부터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대부분 미국에서 개발되고 발전해 온 디지털 광고 개념과 기술들은 미국 시장에 맞는 타깃팅 기법들을 내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광고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적은 비용으로도 논타깃팅의 전수 노출이 가능할 정도로 시장이 작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에서는 타깃팅을 하면 할수록 광고효율이 떨어지는 기현상이 나타납니다. 타
깃팅의 정교함이 부족한 것도 그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타깃팅 대상의 부족으로 인해 광고비 소진을 위해서는 같은 사람에게 수백 번 이상 노출할 수밖에 없는,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높은 오류 타깃팅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는 자체 모순도 그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난제들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광고는 타깃팅을 제외하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디지털 광고의 태생 자체가 TV로 대표되는 기존 광고와 대비되는 강력한 타깃팅과 인터랙션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 점은 학계와 업계에서 미국이 아닌 한국 시장에 적합한, 소규모 시장을 대상으로 한 타깃팅 이론을 정립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커머스(E-commerce)의 급격한 성장으로 앞으로의 기업 생태계가 유통과 생산이 일원화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검색광고를 중심으로 한 퍼포먼스 광고로 모든 타깃팅 광고가 수렴되고, 브랜딩 광고의 타깃팅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우리의 미래는 아직 너무 불확실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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