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말한다, 건축물이 아니라 새로운 자연이라고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건축가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지체 없이 요즘의 나는 ‘이타미 준’이라고 답한다. 이타미 준은 제주도 ‘포도호텔’ 건축가로 국내에서 유명해진 건축가이다. 매끈하고 세련된 건축물이 가득한 현대의 건축이라지만, 자연의날것이 스며들어 있는 그의 건축은 어느 광고의 카피처럼, 소리 없이 강하다.
그의 작품들은 우리가 딛고 있는 땅, 우리가 들고 있는 하늘 그리고 우리의 삶을 영위하는 장소의 의미와 마주하기 위한 매개체이다. 그 매개체는 하나와 둘을 잇는 고리라기보다는 하나에 하나가 스며들어 있는 고리로 보인다.
사실 그가 살아생전 진행한 작업을 살펴보면 그의 고향인 일본의 시즈오카와 제2의 고향인 제주도 모두 바다를 면하고 있다는 점, 바람이 불어오는 장소라는 점은 같지만 일본에서보다 제주도에서의 말년 작업이 더욱 차분하고 빛이 난다. 특히나 제주도의 수풍석 미술관과 방주교회는 자연과의 조화로운 건축물이 아닌, 감히 ‘새로운 자연을 만들어 낸 것’이라 말하고 싶다.
그는 흙·돌·금속·유리·나무 등을 콘크리트와 대비시켜 재료가 가진 특성과 질감을 부각시킨다. 그 중 나는 방주교회의 질감과 질감이 만들어내는 공간이 참 좋다. 패션에도 인테리어에도 믹스매치가 트렌드이고 건축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기는 하지만, 방주교회의 나무질감과 금속질감은 내가 본 건축 중 최고이다.
흐린 하늘, 맑은 하늘, 봄 하늘, 가을 하늘 빛에 따라 달라지는 금속 지붕과 다른색을 지닌 그림자를 갖게 하는 나무 벽과 기둥들. 최고다.
이타미 준은 재료의 사용만큼이나 콘텍스트의 해석 능력이 남다르다. ‘이러한 지형과 바람과 빛과 주변 풍광을 가진 곳에는 이렇게 지어야 한다’는 비밀의 바이블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리고 잔디밭 모서리에 쭈그리고 앉아 한참을 바라보다 유레카를 발견한 듯 벌떡 일어나 교회를 둘러싸고 있는 물턱까지 다가갔다. ‘아, 이래서 방주교회야? 물 위에 떠 있는 배 모양이라서?’ 아니 어쩌면 방주교회였기 때문에 물 위에 떠 있는 배 형태일 수도 있겠지만.
시간을 정해두고 관람객들에게 개방되는 교회이지만, 예배당과 관리공간은 사진 촬영도, 둘러볼 수도 없게 되어 있다. 그래도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기약이 없기에 진입금지 팻말을 못 본 척, 최대한 불쌍하고 착하고 ‘난 좋은 사람이에요’라는 장화신은 고양이 눈빛으로 재빠르게 스캔하며 돌아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그 작은 교회를 두리번거린 후에 교회 주차장 옆에 위치한 커피집에 앉아 구름의 움직임 만큼 커피를 홀짝이며 한참을 또 바라보았다.
아, 봄이 오는 방주교회를 보고 싶다. 봄바람에 새로이 태어날 방주교회를 보고 싶다. 아쉬운 대로 이번 주말엔 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타미 준 작품전 ‘바람의 조형’이나 한 번 더 다녀와야겠다.
구 선 아 | BTL프로모션팀 대리 | koosuna@hs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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