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04 : 김CD의 아이디어 노트 - 어설픈 주류보다 존재감 있는 비주류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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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경제학>을 쓴 도모노 노리오는 “좋은 광고는 ‘상식과 용기’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상식은 “내가 해 봐서 아는데!”를 넘기 힘들고, 용기는 “광고 가지고 예술하십니까?”라는 현실적 비아냥 앞에 맥없이 주저앉고 맙니다. 그렇게 상실에 젖어 있는 우리에게 “OO광고처럼 만들어 주세요!”라는 가이드가 던져집니다.

‘OO광고처럼’이란 그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의 기준이 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나의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와 기준을 제시하지 못 한 채, 기준이 되는 브랜드를 흉내 내는 것만큼 자존심 상하는 일이 또 있을까요? 좋은 광고란 ‘상식과 용기’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식과 용기’를 목숨 걸고 지켜야 만들수 있는 것입니다.

2년 전 방송됐던 드라마 <추적자>에서 극중 서회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골 동네에 하나씩 있는 미친년은 얼굴을 만지고 때려도 웃다가누가 꽃만 만지면 난리가 난다. 사람들은 쟤가미쳐서 저런다 하지만, 내 보기엔 사람 다 똑같다. 아무 소용없는 데도 제 몸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자존심이다.”

시골 동네의 그녀도 지키는 자존심을 광고하는우리는 잘 지키고 있는 걸까요? 우리가 다루고있는 브랜드를 살아남게 하기 위해 브랜드의 자존심은 잘 케어하고 있는 걸까요? 브랜드에게자존심이란 브랜드의 존재이유입니다. 브랜드의 존재이유가 다른 어떤 브랜드와 같다면, 굳이 존재할 이유가 있는 걸까요? 자존심 따윈 이미 집안 냉장고 안에 꽁꽁 얼려둔 채 주류에 어설프게 섞이기보다는 나만의 사다리를 만들어 ‘존재감 있는 비주류’가 되는 길을 선택하는 것.그렇게 브랜드의 자존심을 지켜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오늘은 주류에 편입하지 않은 채 의식 있는 소수로 똑똑하게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를 소개할까 합니다.





‘상식과 용기’를 목숨 걸고 지켜야 합니다

이번 달, 제 아이디어 노트에 기록된 브랜드는 ‘제이오에이치의 조수용 대표’, 그리고 그가 만들고 있는 <매거진 B>입니다. 

조수용 대표를 ‘무엇 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크리에이티브라는 영역 안에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잡지를 만드는 일로부터, 식당을 운영하는 일,가방을 만드는 일까지…. ‘제이오에이치(http://www.johcompany.com)’ 이전에는 NHN에서 네이버의 초록색 검색창을 만들었고, 사옥 그린 팩토리의 건축을 지휘했으며, 한글 나눔폰트를무료로 배포하는 일까지 했으니, 조수용 대표는 다양한 영역을 상식과 용기로 마음껏 넘나드는 하이브리드형 인간입니다.

그 중에서 가장 조수용 대표다운(?) 프로젝트가 바로‘ 매거진 B(http://magazine-b.com)’입니다. <매거진B>는 광고 없는 잡지, 브랜드 다큐멘터리라는 컨셉트로 매월 전 세계에서 선별한 ‘`균형 잡힌 브랜드’를 분석하고, 브랜드의 숨은 얘기는 물론 감성과 문화까지 담고 있는 잡지입니다. 또 이 잡지는 과월호의 개념을 없애고, 언제든 사고 싶은 잡지를 만들겠다는 조수용 대표의 곧은 생각이 빼곡하게 인쇄돼 있습니다. 광고를 하는 제가, 광고가 없는 잡지 <매거진B>에서 훔치고자 하는 크리에이터의 시선이 바로 이 것입니다. 수많은 잡지들이 가는 길을 가지 않고, <매거진 B>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거뜬히 살아남은 생명력입니다. 각진 자존심으로 무장된 이 생명력이야말로 브랜드를 다루고 광고를 하는 우리가 서둘러 훔쳐내야 할 안목 아닐까요?

지난 달, 실패한 경쟁PT를 곱씹어 보니 아쉬웠던 건 시안의 완성도나 곳곳에서 발견된 카피의 군살이 아니었습니다. 광고주의 생각과 취향이라는 우물에 빠져, 딱 그 만큼의 하늘을 보고 그렸던 매력 없는 그림이었습니다. 생각의 이탈을 경계하고 규격화해 스스로의 자존심을 구긴 셈이죠. 갈 수 있는 길, 진부한 답을 생산하는 싸구려 질문 등. 옆길로 새지 않고 정해진 길로만 전진하는 일은 사실 크리에이터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실패할 때마다 미래에 가까워지니 두려워 말고 실험하는 사람이 되자는 혼다 광고의 카피처럼, 지금부터 전 ‘존재감 있는 비주류’가 되기 위한 실험을 시작하겠습니다. 혹시라도 주류에 발 담그려는 제 모습을 보신다면 가까운 경찰서나 군부대에 빠르게 신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