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04 : 5 Minute Cafe - 계기는, 사진 한 장으로부터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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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30분은 필요하다. 당신이 카페에 들렸고, 그래도 기분전환이 좀 되려면 말이다. 하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5분이다. 이 글을 읽는 데 걸릴 그 시간만큼은 난 어떻게든 당신을 잠시 딴생각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내게 이 지면이 허락된 단 하나의 이유일 테니.

오늘은 이런 수다로 카페에서 5분만 시간을 보내보자. 눈곱만큼이라도 기분전환을 기대하며.

광고 일을 하면서 갖게 되는 착각은 ‘미적 감각에 대한 일정 수준의 안목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패션지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비슷할 듯하다. 대한민국을 통틀어 1%도 안 되는 어마어마한 미남미녀들을 모델 리스트에 올려놓고 ‘이 남자는 키가 작네, 고급감이 떨어지네, 이 남자는 모공이 너무 커서 클로즈업이 낭패네, 이 여자는 광대뼈가 너무 나왔네, 눈이 너무 만든 눈 같아서 자연스럽지 않네’ 하는 촌평들을 늘어놓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눈높이가 한없이 올라가 있는 것이다.

비단 모델만이 아니다. 배경이 너무 임팩트가 없다며 궁궐을 찾고, 소금사막을 찾고, 세트를 디자인하고, 해외 로케장소를 찾아보고 하다 보면, 현실은 마포구 공덕동이지만 눈높이는 파리의 패션위크까지 가있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현실의 가시광선이 주는 컬러감의 세계를 벗어나 컬러의 세세한 톤 차이에 따라 감정의 차이를 읽어내고, 블랙 앤 화이트가 주는 집중력 있는 그림의 맛을 음미하며 하루를 보내다 보면, 형광등 아래의 밋밋한 풍경조차 강렬한 콘트라스트가 되어 다가오는 것이다.

자, 이렇게 평소부터 높아진 눈높이를 극대화시키는 상황은 이렇다. 마침 해외촬영을 갔고, 모델 카메라 테스트로 조각 같은 비례의 근육질 남성들을 잔뜩 눈 안에 담아둔 터였다. 이국의 거리는 잡지화보에서나 보던 풍경을 눈앞에 아무렇지 도 않게 내어 보이고 있었고, 난 에스프레소 한잔을 앞에 두고 어느 카페의 테이블에 앉아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마침 아름다운 여성이 지나갔고, 그 모습을 누군가 찍었다. 그리고 그의 사진 안에는 나 역시 같이 걸려있었다. 그 사진을 그가 내게 쓱 내밀어 보이는 순간, 모든 이미지 데이터는 빅뱅을 일으켰다. 완벽한 배경, 완벽한 주변 인물들, 완벽한 색감 속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델이 그곳에 있었다. 아무리 눈을 비비고 봐도 그건 나였다. 그 참혹함을 어찌 말로 할 수 있을까~. 키작고, 배 볼록 나온, 클로즈업이 낭패인 총체적 인물. 아름다운 배경과 그 미세한색감의 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신 스틸러.

이 ‘웃픈’ 이야기의 결론은 이렇다. 운동하자. 따뜻한 봄날이 찾아왔으니 운동을 시작하자. 운동을 해야 하는 수많은 이유들을 알지만, 내겐 그 사진 한 장이 가장 강력한 계기였다.


김 진 원 | ACD | jwkim@hsad.co.kr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