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해발 3,200미터 푼힐입니다
히말라야 트래킹 3일째 되는 날, 새벽 5시부터 일출을 보기 위해 핫팩과 함께 중무장을 하고 올라온 곳 입니다❶. 발 아래로 넘실거리는 구름과 어깨 위로 떠오르는 태양이 펼쳐지는 이곳을 그 어떤 표현으로도 다 형용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지금부터 작년 12월에 다녀온 네팔 이야기를 살짝, 풀어볼까 합니다.
카트만두행 비행기 표를 툭! 끊다
저는 브랜드 액티베이션 1팀의 오승미입니다. 2013년 1월에 글로벌 프로모션 사업부에 온 후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을 수행하며 밤낮을 온통 지새운 적이 많았습니다. 현업이 대게 그렇듯 하루라도 귓가에 사람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1년 동안 프로젝트를 하면서 처음 알게 된 클라이언트며 협력사며 족히 2백은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프로젝트가 계속 오버랩되던중 12월에 잠시 틈이 생겼고, 바로 카트만두 직항 비행기 표를 툭! 끊어버렸습니다.
왜 히말라야였냐고요? 히말라야 트래킹을 계속 고민했었던 이유는 체력 문제와 여자 혼자 가기에는 어렵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제 자신과의 대화가 많이 필요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루에 적게는 6~7명, 많게는 훨씬 많은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그 커뮤니케이션을 기획하고 주도해야 하는 자리에 있습니다. 그래서 제 자신이 담대해지고 내면부터 정리하기에 적합한 여행지는 히말라야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 밖에도 네팔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처음엔 구름인 줄 알았습니다. 정말 예뻐서 눈을 뗄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가갈수록 제 눈을 의심해야만 했지요. 눈앞에 펼쳐진 것은 구름이 아니라 히말라야 산맥이었기 때문입니다❷. 비행기 위치와 같은 높이의 산이라니, 믿겨지시나요? 이렇게 착륙도 하기전부터 얼마나 가슴 벅차 오르던지, 기대가 더욱 커졌습니다! 저는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이동해 포터 1명을 구한 뒤 바로 트래킹을 시작했습니다.
자연과 나만 존재하는 이곳!
정말 조용한 곳입니다. 스마트폰조차도 시간이 5시간 이상 틀어졌습니다. 완전 무용지물이었지요. 귓가에 들리는 것이라곤 그저 ‘학학’거리며 올라가는 제 숨소리와 바람, 제 등산화 소리가 전부였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판타지 영화에 나올 법한 웅장한 협곡과 산맥, 드문드문 보이는 고원지대 주민들이 전부입니다❸. 이곳 사람들은 산에 농사를 짓고 기본4~5천 미터 되는 산맥들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살고 있습니다.
제게는 벅차지만 이곳 사람들에게는 그저 당연한 일상생활이지요. 이러한 높은 산맥들은 한국이나 다른 외국에서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경외심도 일고, 매우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곳입니다.
잠깐 쉬고 있노라면 당나귀 떼가 짐을 이고 산에 올라가는 것도 종종 목격하게 됩니다. 이곳의 주요 이동수단은 짐꾼과 당나귀입니다❹. 덕분에 트래킹을 하면 질퍽한 똥밭을 지나고 똥냄새도 자주 맡게 되지요. 조심하시길! 이곳은 해발 3천500미터 지점의 작은 마을입니다❺. 이 지점부터 고산증세를 느끼기 시작했지만, 어차피 하산하는 길이라 큰 두려움 없이 발걸음을 재촉했지요. 기둥에 달린 오색 깃발은 룽다라고 합니다. 트래킹을 하다보면 오색 깃발을 긴 줄로 늘어뜨린 타르초와 룽다를 자주 목격하게 되는데요, 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바람의 신이 타르초와 룽다를스쳐 불경을 옮긴다고 합니다. 저는 룽다를 보며 제 마음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바람을 타고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기도를 해보았네요 하하^^;
마지막 일정은 해발 1천800미터 지점의 오스트레일리아 캠프였습니다
이때는 제 다리가 제 것이 아니더군요. 관절이 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사실 사진촬영을 위해 등산 스틱 포기하고 삼각대를 가져갔거든요. 이틀에 걸쳐 3천500미터 지점에서 1천800미터까지 거의 수직으로 내려오니 체력 안배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 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아픔도 잠시, 새벽 2시의 하늘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모든 괴로움을 잊고 한참 동안 하늘만 올려보았습니다. 별똥별도 10분에 한 번씩 계속 보였습니다. 사진은 오리온자리와 북두칠성 중심으로 은하수를 찾아 촬영한 것입니다❻.
이곳 오스트레일리아 캠프는 밤에는 불빛 하나 없고, 주변은 탁 트여있기 때문에 별 사진을 찍기 위해 올라와서 1~2박을 하는 사람들로 붐비기도 합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캠프야말로 별 사진을 찍기에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Annapurna South
익숙했던 모든 것을 떠나 새로운 것들을 경험케 해준 곳이라 이번 네팔 여행은 계속 기억에 남게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 모두 바쁘시겠지요. 그래도 틈이 날 때, 내면을 위한 여행지로는 꼭 히말라야 트래킹을 추천합니다. 이러한 여행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해주고,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여유도 갖게 해주는 듯합니다.
다음에는 ABC(Annapurna Base Camp ❼)에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여자 혼자 가도 안전한 곳이고, 1~2시간 간격으로 마을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물자 수급에도 편리합니다. 꼭 추천 드립니다!
히말라야 트래킹을 계획 중이시라면 언제든 문의주시고요~ 감사합니다.
오 승 미 | 브랜드액티베이션1팀 사원 | smwindow@hs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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