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02 : The Difference - Trend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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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ifference   Trend

여행, ‘방식의 차이’로 떠나다

해외여행이 보편화된 요즘, '미지의 대륙’이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요즘, 그 어느 때보다 감각적이고 취향 중심적이며 개성을 중시하는 세대에게‘ 새로운 여행지’의 스탬프를 받아오는 건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원하는 건 ‘새로운 종류의 경험, 남들과 다른 나만의 이야기’다.

 

힙스터 스타일

이제 유럽 배낭여행은 그다지 큰 자랑거리가 아니다. 파리·런던·뉴욕에서 아예 몇 년씩 유학하고 있는 친구들이 즐비한데, ‘나 로마에 가서 콜로세움 봤어, 이 사진 좀 봐’하는 것이 무슨 큰 대화주제일까. 남미에 다녀온 사람도 너무 많고, 아프리카에 다녀온 사람도 넘쳐난다.
해외여행이 보편화된 요즘, 더 이상 ‘미지의 대륙’이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요즘, 그 어느 때보다 감각적이고 취향 중심적이며 개성을 중시하는 세대에게 ‘새로운 여행지’의 스탬프를 받아오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원하는 건 ‘새로운 종류의 경험, 남들과 다른 나만의 이야기’다. 페이스북에 여행지의 사진을 앨범별로 묶어 수백 장씩 업로드하는 건 지극히 평범한 짓이다.
‘쿨’한 사람이라면 아이폰으로 사진 하나 달랑 찍어 올리더라도 누구도 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의 여행을 보여야 한다. 그렇게 여행의 개념은 달라지고 있다.
럭셔리한 여행에 대한 로망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필립 스탁(Philippe Patrick Starck)이 디자인했다는 바에 앉아 칵테일을 마시고, 크리스찬 라크루와 (Christian Lacroix)가 디자인한 부티크 호텔의 호사스러움을 누리며, 포시즌스의 풀빌라에서 여유를 즐기는 그런 종류의 여행은 시대를 불문한 럭셔리 클래식 여행이다.
하지만 진부한 명품 브랜드로 온 몸을 휘감고 나타나야 ‘패셔너블’한 사람으로 각광받던 시대는 뉴밀레니엄 시기에 이미 종말을 맞았듯, 클래식한 여행을 고수하는 것은 고루한 일이 됐다. 이제는 명품 중에서도 가장 신선한 것을 찾아낼 수 있는 안목, 새롭게 떠오르는 신인 디자이너들을 알아볼 수 있는 취향, 보세와 빈티지 의상에 고가의 가방과 슈즈를 매치할 수 있는 센스를 가진 사람들이 ‘힙스터(Hipster)’로 인정받는다. 청담동의 고급 레스토랑 대신 편안한 옷차림에 (알고 보면 값이 비싼) 빈티지 자전거를 끌고 가로수길로 나와 여유롭게 담소를 나눌 줄 아는 사람, 북촌의 골목과 해방촌에 새로 생긴 버거집에 편안하게 갈 줄 아는 사람이 지금 시대의 멋쟁이로 인정받으니까 말이다.

심플한 여행 스타일

여행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 새롭지만 편안해야하고, 편안하지만 멋스러워야 한다. 저렴하다고 해서 질 나쁜 화장품이 아니듯, 저렴한 항공사라고 해서 쿨 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중심으로 라인을 확장하고 있는 아시아의 저가항공사 에어 아시아가 작년 말 한국-일본 직항노선을 오픈했을 때 왕복 티켓 값이 7만 원 이하로 책정돼 몇 시간 만에 최저가 티켓이 동이 났다. 저가항공사는 서비스를 최소화해서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을 편다. 비행기 내에 비디오가 없고, 기내식과 간식은 따로 돈을 지불해야하고, 여행보험 유무와 짐의 무게에 따라, 심지어 미리 좌석을 정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또한 언제 예약하는가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진다. 똑같은 날 같은 비행기를 타더라도 어제와 오늘의 가격이 다르고, 때로는 여행 직전에 폭탄세일도 이루어지기 때문에 끊임없는 인터넷 서칭과 클릭질이 필요하다.
당신이 구입한 그럴싸한 타이를 보고 친구들이 멋지다고 할 때 ‘어제 명동에 나갔다가 폭탄세일하는 데서 5000원 주고 샀다’고 말하는 쾌감을 아는가. 명품을 명품답게 입는 것은 쉽다. 싸고 좋은 것을 찾아낼 줄 아는 나의 안목을 인정받기란 쉽지 않다. 저가항공 이용의 묘미는 바로 거기에 있다.
저가항공사의 싼 가격도 가격이지만, 요즘 사람들의 ‘심플한 여행’ 스타일이 저가항공사에 대한 매력을 더욱 구체화시킨다. 명품 쇼핑에 열을 올려 이민가방을 들고 다녀도 모자란 속물들, 여행의 진정한 참맛을 즐기지 못할 사람들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기내용 여행가방이면 충분한 사람들은 저가항공의 묘미를 즐긴다.
여행문화가 훨씬 진화된 유럽에는 더욱 많은 종류의 저가항공들이 있다. 이지젯처럼 이미 유명해진 저가항공사부터 이에 대항하는 ‘라이언에어‘ ’부엘링‘ ’에어베를린’ 등의 작은 회사들이 있다. 그들은 아시아 지역보다 규정에 대한 관리가 엄격해서 비행기 입구에서 짐 크기를 체크하기도 하고, 봐줘도 될 작은 핸드백까지 짐 갯수로 따지고 든다. 유럽의 서비스가 아시아의 서비스보다 얼마나 나쁜가를 확인하기 가장 좋은 곳으로 공항만큼 적합한 데도 없다.
저가항공사들의 단점 중 하나는 가끔 제 시간에 비행기가 뜨고 내리지 않는다는 것인데, 라이언에어의 경우 착륙할 때 팡파르가 울리며 이런 멘트가 나온다. "라이언에어는 제 시간에 착륙했습니다. 라이언에어는 90% 이상의 시간엄수를 자랑합니다.”

 

방 좀 얻어 씁시다

카우치서핑(www.couchsurfing.org)은 여행객들의 ‘서로 돕기’를 실현하고 있는 자가발전 사이트다. 낯모르는 여행객과 함께 흔쾌히 방을 나누어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집을 사이트에 등록해 숙박비를 아끼고자 하는 여행객에게 무료로 집을 오픈해주자는 친절한 의도로 시작된 것이다. 방이라도 좋고 거실의 소파라도 된다. 심지어 부엌에서 쪽잠을 잘 수도 있다. 그렇게 낯모르는 관광객을 자기 집에서 재워주고, 자신이 사는 지역의 가이드가 되어주기도 한다. 물론, 이렇게 착한 호스트에게 돌아가는 많은 혜택도 있다. 그가 외국으로 여행을 갈 때 여행지의 친절한 호스트의 집에서 무료로 잘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의 집을 오픈하고 숙박비를 아끼도록 하는 사이트는 점점 인기를 모으면서 낯모르는 외국에서 나와 함께 놀아줄 현지 친구를 찾을 수도 있고, 필요한 정보를 묻고 대답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했다. 호스트든 카우치서퍼든 자신의 프로필 정보를 공개하고, 서로에게 메시지를 통해 집에서 묵을 수 있는지, 나와 놀아줄 수 있는지를 묻고 대답한다.
이렇게 험난한 세상에서 낯선 여행객을 어떻게 믿고 방을 내주느냐고 펄쩍 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카우치서핑의 목적은 단 하나다. 외로운 세상, 여행이라는 공통 취향을 가진 젊은이들이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고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며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자본주의 사회의 룰을 벗어나 친절을 베푸는 것. 돈을 좇으며 이웃도 믿지 못하는 각박한 사회의 반작용으로 나타난 문화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한국인이 북적거리는 여행지는 질색이라며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레스토랑과 바, 좁은 골목길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말하는 여행자들이 많다. 그들의 진짜 문화를 더 알고 싶다는 것이다. 카우치서핑은 아예 그곳 현지인의 집을 파고드는 더 재미있는 경험이다. 카우치서핑은 주로 20대의 젊은 사람들에게 애용되고 있다.

불편함을 스타일리시하게 즐기다

현지 문화에 파고들면서, 그러나 조금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이트로는 Airbnb(www.airbnb.com)이 인기다. 이미 몇 년 전 외국에서는 최고의 벤처 사이트로 인정받았고, 얼마 전에는 한국어 사이트도 오픈됐다. 이는 자기 집에 남은 게스트룸이나 작은 집을 저렴한 가격에 빌려주는 것이다. 여행 가고자 하는 지역을 클릭하고 호스트가 올린 사진과 지도를 확인해서 맘에 드는 집 주인에게 메시지를 보내 예약을 한다. 문제는 대금의 지불인데, Airbnb사이트는 이용자에게는 미리 카드나 페이팔을 통해 대금을 받고, 집주
인에게는 이용자가 사용한 후에 대금을 지불하면서 신뢰를 얻었다. www.craiglist.com과 같은 부동산 사이트에서 일어나는 사기를 방지하고, 여행객들에게는 호텔보다 더 재미있는 경험과 저렴한 가격을 서비스하고, 현지인들에게는 합리적인 비즈니스를 가능하도록 만든다. 보다 글로벌한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한국인이 가득한 한국인 민박보다 훨씬 근사하고 다이내믹한 스토리를 만들어준다.
불편함을 스타일리시하게 소화하려는 사람들의 재미난 요구는 여행시장을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캠핑카를 몰고 여행할 수 있도록 한국의 렌터카 업체가 아예 현지에 한국사무소를 오픈하기도 했다. 외국의 일부 셀러브리티들은 벌써부터 우주여행을 하겠다고 난리들인데, 불과 몇 년 사이에 새로운 우주여행 트렌드가 떠오르는 건 아닌지, 그러면 어떤 종류의 여행의 개념이 생겨날지 궁금해진다.

 

서 연 ㅣ 프리랜서 칼럼니스트

elifeseo@naver.com

<퍼스트 룩> <The BC> <에스콰이어> <럭셔리> 등의 잡지에 기고를 하고 있는 전업 프리랜스 라이터.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