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08 : OBLOUNGE - 광고보다 사람들이 더 좋았다 - 쌍용자동차 무쏘 아프리카 대탐험 캠페인-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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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보다 사람들이 더 좋았다

- 쌍용자동차 무쏘 아프리카 대탐험 캠페인 -


열대우림과 사막 수 천 킬로 주파장면을 광고로 만들었다. 최북단 사하라에서 최남단 요하네스버그까지 12개국을 120일 동안 관통하는 대장정!
전무후무할 무모한(?) 도전에도 자부심은 남달랐다.

 

사보팀에서 원고청탁을 받았다. 전화 끊고 나서 연구실 소파에 한참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 1993년에서 1997년까지 내가 근무했던 업계 넘버 2의 광고회사 LG애드. 까마득히 잊고 지냈던 그 시절 풍경이 마치 압축된 파일 풀리듯 스르륵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120일 대장정의 광고 전사들, 보고 싶습니다…
LG애드에서 만들었던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쌍용자동차 캠페인. 그 중에서도 ‘무쏘 아프리카 대탐험’편이다. 열대우림과 사막 수 천 킬로 주파 장면을 광고로 만들자는 무식한(?) 아이디어가 누구한테서 나왔는지는 가물가물하다. 사륜구동 SUV 3대로 구성된 탐험 대가 최북단 사하라에서 최남단 요하네스버그까지 12개국을 120일 동안 관통하는 대장정이었다. TV광고 위주의 캠페인이었으므로, CM플래너 정진규 차장이 탐험대의 일원이 되어 과정 전체를 영상에 담았다. 떠나기 전 병원에서 한꺼번에 열 몇 종류의 풍토병 예방주사를 맞고 돌아와 비틀대던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때만 해도 아프리카 직항편이 없었다. 촬영한 소재를 곡예와 다름없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우리나라로 공수했다. 그렇게 전달받은 영상을 카피·편집·녹음·온에어까지 실시간으로 해치웠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싶다. 광고사를 통틀어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을 도전이었다. 정 차장은 밀림에서 물을 잘못 마셔 결국 풍토병에 걸렸다던가. 귀국 몇 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원인을 찾아내어 완치됐다고 들었다. 요즘 젊은 후배들이야 천만금을 준대도 이런 무모한 모험에 뛰어들 사람이 있을까? 광고장이의 낭만이 살아있었고, 그걸 인생의 자부심으로 알았던, IMF 이전의 광고판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에피소드다. 광고보다 더욱 잊을 수 없는 것은 사람에 대한 추억이다.

그 시절이라고 업무 갈등과 스트레스가 어디 적었으랴. 하지만 돌이켜보면 우리는 직장 선후배라기보다는 형 동생이었다. 한국 경제의 앞날에 눈부신 성장의 무지개만 걸려있는 줄 알았던, 광고에도 사람들에게도 정이 넘치던 시기였던 게다.
이름 끝 자에 운을 맞춰 별명 붙이는 것이 유행이었다. 예를 들어 현상옥 제작국장은‘ 현상옥과 옥상나팔’. 쌍용자동차 AE였던 강용우 대리는 ‘강용우와 우후죽순’. 회사 뒤 언덕길 생맥주집에서 저녁마다 잔부딪히던 김남일·김희현·권병구·한창수·김국회·이상근·이수용… 젊디젊었던 그들의 웃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보고 싶어도 영영 볼 수 없는 얼굴도 있다. 따스한 성품의 대학동기 김대섭은 내가 회사 그만둔 후 사이판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함께 울고 웃으면서 쌍용자동차 광고 만들던 이복우 부장은 암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세월은, 아픔은 바람에 날려버리고 그저 기뻤던 추억만 가슴에 새기는 것이리라.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남쪽 바닷가 도시에 산 지도 14년이 넘었다. 하지만 내가 LG애드에서 축적했던 그 좋았던 경험들은, 지금 광고를 공부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인생의 튼튼한 근육이 되고있다.

 

 

김동규

동명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 dkkim@tu.ac.kr
햇수로 5년 동안 LG애드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했다. The NewYork Festivals Awards 등 수상. <카피라이팅론>, <미디어사회>(공저) 등 저서. 한국언론학회 이사, 한국광고홍보학회 이사, 부산국제광고제(BIAF) 조직위원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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