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08 : SUDDENBIRTH - 우리시대의 소통 코드, '강연'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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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소통 코드, ‘강연’


강연 열풍은 진정한 실력자, 삶의 진실성이 있는 강연자들만을 세상에 드러내고 일반 청중과 소통시키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많다. 비록 세련되거나 완결되지 않았어도 자신의 경험과 연구 속에서 진정성있게 잉태해온 것이라면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강연 열풍’이 새로운 문화 콘텐츠의 영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강연만이 아니라 다양한 강연 형식들이 발생하고 있고, 그것이 새로운 디지털 환경과 맞물리면서 단순히 하나의 유행을 벗어나 지속적인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강연 열풍의 현황은 어떠하고,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갖는 함의와 가치는 무엇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명 강연자는 누구? ‘명사 강연’
강연 열풍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우선 명사 강연, 그 다음으로 창조적인 아이디어 강연, 마지막으로 강연 콘서트를 들 수 있다.
‘명사 강연’은 오랫동안 일반화된 강연형식이다.
엘빈 토플러나 마이클 샌델이 등장하는 강연을 떠올릴 수 있다. 명사는 세 부류로 나뉜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경우와 석학, 그리고 명 강연자로 구분할 수 있다.
석학은 학술적으로 큰 업적을 세우거나 전문성을 가진 경우이지만, 반드시 베스트셀러 작가이거나 명 강연자는 아니다. 또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석학이거나 명 강연자가 아닐 수도 있다.
명 강연자가 베스트셀러도 없고 석학도 아니면서 강연장에서는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이 세 가지 유형을 모두 갖춘 사람 중 한 사람이 요즘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샌델 교수이다. 그는 하버드대학 명강의 교수이며, 그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 등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의 강의에는 1만 5000여 청중이 몰렸고, 초청장이 매진되고 강연장밖에는 1km의 줄이 섰다. 무료강의임에도 인터넷에는 암표가 돌았다. 또한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의 저자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와튼 스쿨 교수의 내한 강연은 3만 원 유료인데 두 시간만에 완판됐다.
이렇게 명사 강연에는 대체적으로 한 사람만 염두에 둔 강의가 있는 한편, 여러 사람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여러 사람이 등장한다고 해서 한 강의장에서 집단 강의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형식이라면 강연이라기보다는 집단토론, 세미나에 가깝다. 특정주제 아래 여러 명의 연사들을 초청해 강연하는 방식이 있는가 하면, 여러 주제를 정해서 각 세션별로 강연자를 구성하기도 한다. 세계지식 콘퍼런스 같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런 형식에서는 한 사람을 초청하는 경우보다 집중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강연자가 오는 것만 못하다고 불평하는 것은 스타 강연자에 대한 열망을 말해준다. 다양한 강연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용자의 경우 관심 주제에 대해 한 번에 비교 검토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명사 강연 방식이 거대한 강연 시장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글로벌 시스템을 갖춘 비즈니스 방식이 되었기 때문이다. 유명 연사는 한 나라나 지역만이 아니라 세계 지역을 대상으로 강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다만 이런 방식은 아직 오프라인 위주의 특성에만 한정된다.

강연은 대개 공개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참가비 자체가 큰 자격요건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월등한 참가비 때문에 특정한 강연 콘텐츠를 접한다는 차별성에서 비롯한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점에서 유연한 양상을 보이는 것이 바로 ‘창조적인 아이디어 강연’이다.

 

 

내 아이디어와 사고의 대중화, ‘아이디어 강연’

창조적인 아이디어 강연의 대표적인 예는 TED다.
18분 안에 유명한 사람이건 그렇지 않은 사람이건 자신의 색다른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대중들에게 말하는 형식이다. 강연자는 강의실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무대 위에서 자신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풀어놓는다.
그리고 이 강연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제공된다. 이용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분야의 주제나 연사들의 강연을 무료로 접할 수 있다. 특정 콘텐츠를 반드시 유료로 접하게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의 입과 입을 통해 확산시키면서 인지도를 높여가는 입소문 증폭 효과를 목표로 한다. 강연자들은 자신의 생각과 아이디어가 일반 대중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길 원한다. 그러한 방식은 인터넷 환경에서 세계인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TED에서 가장 많은 조회 수를 보인 강연은 켄 로빈슨(Sir Ken Robinson)의 ‘학교가 창의성을 죽인다’였다. 무려 총 1000만 번 이상 재생됐다. 이는 전 세계인들이 이러한 강연형식에서 무엇을 원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학교는 지식을 가르치기는 하지만 창의성을 오히려 해친다. 지식과 정보의 암기와 주입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의 도래와 스마트 시대의 형성은 실시간으로 정보와 지식을 접속할 수 있어 암기와 주입을 덜 중요하게 만들었다. 이동 중이라도 언제든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어렵게 지식과 정보를 머릿속에 담을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지식과 정보의 암기와 주입이 아니라 창조적인 사고와 능력이다. 또한 교과서와 백과사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식과 정보는 차별성이 없다.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거나 공유된 적이 없는 지식과 정보가 중요하다. 비록 그것이 아직은 이론적으로나 학술적으로 정립이 되어 있지 않거나 공인되지 않았을지라도 말이다.’
거꾸로 자신들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많은 사람들에게 테스트 받고 싶은 열망도 이런 유형의 강연 열풍을 낳고 있다. 명사 강연은 원래 유명했던 사람을 중심으로 구성이 되지만 이런 창의적인 아이디어 강연은 이용자와 대중들이 스타와 명 강연자를 만들어내는데, 우리나라 사람들도 일조할 수 있다. 이미 서양 사람들이 유명하게 만들어 놓은 강연자를 초청하던 것과는 다른 측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선을 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다양한 주제와 영역에 걸쳐 15분의 강연이 펼쳐지는데, 사회적인 아젠다와 연결되는 점이 특징이다.

 


소통의 강연, ‘강연 콘서트’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여전히 강연자가 준비해간 내용을 대중에게 풀어놓는 방식을 취한다. 듣는 청중과 적극적인 의사소통과 협의는 부족하다. 이런점을 적극 보완할 수 있는 유형이 바로‘ 강연 콘서트’ 방식이다.
강연 콘서트 방식은 음악연주회의 포맷을 따르는데, 내용에 음악 대신 말로 콘텐츠를 채운다. 강연과 공연, 토크쇼가 이루어진다. 강연보다는 버라이어티가 강조되는 것에는 ‘토크콘서트’, ‘청춘페스티벌’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강연이 중심일 경우에는 그 강연은 일방적인 강연만 있는 것이 아니며, 거꾸로 자유토론방식으로 구성되는 것도 아니다. 일정한 준비 강연이 이루어지고 인터뷰나 질의응답과 상호토론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방식에서는 콘서트의 강의 내용이 매번 같을 수 없다. 청중들의 반응에 따라 콘텐츠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은 유명한 인사들을 중심으로 열린다는 점이 다르다. 지식과 정보의 습득이라는 목적보다는 유명인의 삶과 그 전문적인 역량에 대한 선망과 흠모도 잠재되어 있다. 안철수 교수는 ‘청춘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정재승 교수는 ‘지식콘서트’라는 이름으로 강연콘서트 형식을 취한 바 있다.
특히 ‘청춘콘서트’는 라이프 스토리를 통해 삶의 지혜와 방향성을 탐색하는 내용이 중심을 이룬다. 또한 청춘이라는 단어에도 풍기고 있듯이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젊은이들의 진로와 고민을 함께 아우르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강연자도 자신의 경험 속 이야기를 중심으로 어떤 고민과 화두에 대해 말하고, 참여자들도 자신의 경험 이야기를 통해 소통한다. 만약 상처가 있을 경우 경험 속 스토리의 텔링, 즉 말하기와 그것의 공유는 치유 효과를 낳는다. 이런 면에서 스토리텔링 콘서트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스토리텔링 콘서트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서 스스로 치유해가는 힐링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강연 콘서트에는 반드시 이런 치유의 힐링 프로그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식콘서트와 같이 강연 뒤에 궁금한 점, 의문 나는 점, 더 알고 싶은 것들을 강연자에게 자유롭게 물어볼 수 있는 장이 열린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지식을 독점하던 지식의 카르텔이 깨어져나간다. 지식의 대중화가 지식인과 전문가의 입장이 아니라 일반 대중의 눈높이와 욕구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강연이든 좋은 반응을 얻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게 마련이다. 참여 군중들의 적극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경우에는 그 강연은 지속가능해진다. 마이클 샌델의 강의가 유명한 것은 그의 강의에는 적극적인 참여와 활동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1만 5000명을 상대로 토론을 제안했고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는 기존의 강의에서는 볼 수가 없었던 점이다.
아무리 참여를 잘 이끌어낸다고 해도 그 안에 독보적인 콘텐츠가 없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샌덜의 콘텐츠는 강의에서 말하는 철학적 입장이 아니라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 자체였다. 안철수 교수의 ‘청춘 콘서트’는 자신의 경험스토리와 젊은 층의 고민이 소통했기 때문이었다. TED에는 비록 거칠고 완결되지는 않았지만 영감을 주는 무엇인가가 담겨 있다.

 


‘진짜들의 가치’를 보여주다
그렇다면 이런 강연 열풍의 요인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우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개인만이 아니라 조직·기업·국가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정의란
무엇인지’도 헛갈린다. 그 다음, 격화된 경쟁환경은 창조성에 갈급함을 강화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조적인 사고에 대한 수요를 폭증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도교육은 그 수요를 뒷받침하지 못한다.
또한 상호소통의 문화가 강연 프로그램에 적극 결합하고 있다. 이는 세대의 변화와도 맞물리는 현상이다. 여기에 디지털환경은 변화된 강연의 풍경을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강연들은 모두 ‘솔직함’과 ‘개방성’을 핵심적인 요인으로 삼는다. 개방성과 솔직함을 담보하지 못하는 것은 거꾸로 전문성과 창조성에 대한 결핍 때문이다.
무엇보다 진정성이 없다면 많은 대중들에게 나설 수 없다. 더구나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자신을 세상에 널리 내놓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것을 모방하거나 자료를 단순히 취합하는 방식으로는 대중 앞에 나설 수가 없는 것이다.
남의 이야기 혹은 지식이 아니라, 자신의 것을 말해야 한다. 삶과 일에 대한 체험과 진정성이 없다면 이러한 강연에 모습을 드러낼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것만이 개방된 사회 속에 대중의 지지를 받으며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진짜들의 가치’를 제대로 부여할 것이다.
이러한 강연 열풍은 진정한 실력자, 삶의 진실성이 있는 강연자들만을 세상에 드러내고 일반 청중과 소통시키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비록 세련되거나 완결되지 않았어도 자신의 경험과 연구 속에서 진정성 있게 잉태해온 것이라면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김헌식

문화평론가 | codesss@naver.com
문화평론가, 건국대 부산대 국제사이버대학 강사, 미래콘텐츠 문화전략연구소 연구위원. <시사인> <주간경향> 칼럼니스트. 지은 책으로 <대중문화심리 읽기> <대중문화심리로 읽는 한국사회> <의외의 선택 뜻밖의 심리학> <트렌드와 심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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