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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전쟁의 허와 실 |
지난 8월 6일 국내 일간지와 경제지에 우리의 눈길을 끄는 기사가 하나 실렸다. 바로 세계 최대의 반도체 제조업체인 Intel 사가 경쟁 기업을 겨냥, 8월 말에 주요 반도체 제품에 대해 공격적인 가격인하를 단행한다는 기사였다.
구체적으로 내용을 보니, 최근 PC칩 프로세서 시장에서 83%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던 Intel사의 점유율이 77%로 줄어든 반면 경쟁사인 AMD(Advanced Micro Device)사는 16%에서 22%로 점유율이 늘어난 것이 그러한 조치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즉, 경쟁사의 약진을 저지하기 위해 Intel사는 주요 제품의 가격을 무려 54%까지 인하한다는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장기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일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입장에서 좋은 뉴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투자가들은 냉담한 모양이다.
Intel사의 발표 이후 뉴욕 증시에서 Intel사는 물론 AMD사를 비롯한 반도체 관련 모든 기업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던 것이다. 가격인하가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가격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면 중, 장기적으로는 시장을 독점하므로써 더 큰 수익을 올릴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여러 산업 분야를 통해 가격전쟁의 비참한 결과를 봐왔기 때문에 그 결과가 신통치 않으리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미국의 항공사나 자동차 업체간의 가격전쟁은 너무나 유명하며, 그 결과 또한 산업의 공멸을 우려할 만큼 위험한 것이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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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Intel사가 가격인하를 단행하는 이유를 무엇일까? 그들이 가격전쟁의 위험한 결과에 대한 교훈을 모르고 있어서? 나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가격전쟁의 위험이 큰 만큼 반대로 가격인하의 성공이 가져다 줄 큰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 같다. 기업간 경쟁, 그것은 오직 강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전쟁터와 같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최근 불고 있는 브랜드 관련 열풍도 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 때 가능한 소리일 뿐이다. 당장 경쟁사가 저가정책을 앞세워 내 생존의 터를 위협하는 마당에 “소비자 만족”, “최고의 브랜드”를 외치는 건 철없는 소리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 우리는 흔히 마케팅을 ’4P(Product / Price / Place / Promotion)의 운영skill’이라 하면서도 가격과 유통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경향을 보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갖게 된다. 비록 우리의 주요 임무가 성공적인 프로모션(광고 포함)전략 수립에 있지만 시장에서 벌어지는 다른 마케팅 요인들의 다이내믹한 상황을 직시하고 이를 반영하는 전략 수립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광고주와의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에 비추어 최근 시장에서 정착한 것으로 보이는 L사의 ‘2% 부족할 때’의 광고 전략을 예로 들어 본다면, 이는 L사의 유통력에 근거한 광고 전략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광고를 통해 구구절절이 제품 특성을 전달하기보다는 소비자 호기심만 자극하면 그 후에는 L사의 유통력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는 데 바탕을 둔 것이다. 즉, 소비자가 이 광고를 보고 ‘어 2% 부족한 게 뭐지? 어떤 제품이지?’하는 호기심을 일으킨 다음, 매장에 갔을 때 이 제품을 보고 ‘어, 저게 2%야! 한번 먹어보자’한다는 것이다. 이는 유통력의 커버리지가 약한 상태에서는 펼치기 어려운 광고전략이다.
가격전략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가격의 높고 낮음을 평가하는 차원보다 적절히 가격 인상과 인하의 타이밍을 잡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가격인하는 브랜드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도그마적인 신념으로 경쟁사가 나의 생존 터를 잠식하고 있는데도 가격인하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현명치 못한 일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경쟁사가 낮은 가격을 무기로 쳐들어 올 때는 더욱 낮은 가격으로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것이 조기에 가격전쟁을 억제하는 좋은 전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시장 선도자라면).
가격전쟁은 여러 형태로 일어난다. 그 중 가장 단순한 전략은 직접적인 가격인하지만 기존 가격을 유지하면서 보다 많은 혜택을 주는 프로모션 활동도 광의의 가격전쟁이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도 가격전쟁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가격 프로모션은 단기적인 것으로, 엄밀한 의미에서는 가격 체계를 근본적으로 낮추는 가격 인하와 효과 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가격적인 요소로 대응해야 한다는 기본 가정은 같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 글의 목적은 가격전쟁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 전략적 득실의 평가기준을 바로 세우는 데 있다. 브랜드가 ‘함포사격’이라면 가격은 ‘보병의 총칼’과 같은 것이다. 보병의 도움 없는 함포사격은 공허한 산울림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정상을 차지하는 것은 보병의 힘이며 이 과정에서 울리는 함포사격이야말로 진정한 축포가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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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의 가격인하 대응 전략 수립을 위한 리스트 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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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관리자는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에 한번쯤은 가격전쟁에 휘말릴 수 있는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 또 모든 가격인하는 산업 전반의 가격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잠재성을 갖는다. 그리고 경쟁 한쪽의 가격인하에 따라 상대방의 보복적인 가격인하가 기계적으로 발생한다면 완전한 가격전쟁으로 급속히 발전하게 될 것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경쟁사의 가격인하에 직면 했을 때 즉각적인 가격인하로 대응하기에 앞서 가격 외의 다른 가용한 전략 요인들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그 효과성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가격전쟁은 누군가가 특정 시장의 가격이 너무 높게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하거나, 현재 수익의 희생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증가시키고자 할 때 발생한다.
마케팅 이론적으로 볼 때 제품의 차별화(물리적으로나 사용 상황적으로)가 사라지는 성숙기 단계에서 가격인하가 시장 점유율을 증가시키는 효과적인 무기가 된다고 하듯이 현실적으로도 성숙기에 접어든 제품들은 정부의 보호 상태가 아니라면 가격을 무기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시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세계적으로 성숙기에 접어든 일반 컬러 TV의 경우를 보더라도 기술 우위의 고급 브랜드이미지를 주력으로 하는 SONY가 대대적인 프로모션과 가격할인을 하고 있어 우리를 힘들게 한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브랜드는 거대한 함포사격이라면 가격은 소비자가 직접 피부로 확인할 수 있는 소총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이미 제품의 차별화가 사라진 상태라면 가격이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며, 브랜드의 이미지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독야청청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 현실 세계이다. 물론 경쟁이 없거나 경쟁사가 가격인하를 단행하지 않는다면 낮은 가격으로 나갈 이유가 없겠지만,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기술 경험 곡선상의 원가 우위를 바탕으로 먼저 저가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브랜드 관리와의 연계성을 강조하는 것은 똑같이 낮은 가격이라 해도 소비자가 좋아하는 브랜드일 때 가격할인 혜택을 더 크게 느껴 시장 점유율 획득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도 계속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가격전략은 특히 시장이 성숙기인 경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는다는 것이며, 브랜드는 이러한 가격 전략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바탕을 이룬다(보병만으로 정상을 점령하는 것과 함포 지원 사격 아래 점령하는 것을 비교해 보라). 따라서 가격인하가 반드시 브랜드의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일직선적인 사고를 피해야만 할 것이다.
가격전쟁은 경쟁자간에 서로 모를 때, 즉 신뢰감이 떨어질 때 더욱 격화되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서로 잘 아는 사이일 때는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급작스런 유동성 악화에 따른 재고 처분을 위한 일시적인 가격인하의 가능성을 추측해 볼 수 있는 등, 아는 사이라면 그 저의를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다양한 대응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가격전쟁에 관한 미국 항공사들의 조치는 사실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면 승객이 탈수록 손해를 보는 ‘죽음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오명을 들으면서도 왜 그들은 이러한 상황을 종결시키는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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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깊게 논의하지 않겠지만 사실 이 문제는 마케팅적 해결보다는 사회적 협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즉, 상대방이 이러한 가격전쟁을 끝내고 싶어한다는 믿음을 서로 가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카르텔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는 미국이지만 이를 알리는 좋은 방법이 없지는 않다. 바로 기자회견이다. 아이아 코카가 크라이슬러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우리는 우리에게 출혈을 요구하는 소비자 무이자 할부판매나 기타 출혈적 활동을 즉각 중단할 것이다”라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이는 암묵적으로 경쟁사인 포드나 GM에게 동참할 것을 호소하는 것이었다. 이에 서로를 믿지 못했던 포드와 GM모두 출혈적인 가격 전쟁을 즉각 중단함으로써 전체 자동차산업의 붕괴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기업도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 해결 또한 인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그렇다면 항공사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뻔하다. 크라이슬러를 따라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쟁사가 안 따라오면? 그땐 같이 죽기로 작정하고 무조건 경쟁사보다 10% 더 주고 더 싸게 나가든가, 아니면 시장에서 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급 시장만을 노리는 니치 전략을 구사하기엔 미국 항공사는 너무 덩치가 크다).
기업의 경쟁 무대가 실제 시장이든 온라인상의 시장이든 간에 가격전쟁의 발생은 서로 유사한 일련의 선행 조건을 가진다. 그러므로 가격전쟁의 발생 원인과 특성들을 이해함으로써 기업 관리자는 언제, 어떻게 가격 전쟁에 대응해야 하고 빠져 나와야 하며 심지어 언제 가격전쟁을 일으켜야 하는지에 관해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를 위한 첫 번째 단계는 현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다. 현상에 관한 정확한 진단을 내리도록 하는 올바른 분석은 그 자체로 이미 적절한 문제 해결책의 반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분석 과정은 현재 시장 경향에 근거한 가격정책 수립 행위, 그리고 경쟁자 및 그의 자원에 근거하여 대응 방안을 설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기회요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왜 가격전쟁이 일어나는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지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격전쟁에 대응해 싸울 수 있는 우리의 자원이 어디에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바른 상황 진단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4가지 영업 관련 분야의 분석이 포함되어야 한다. 1. 고객 관련 분석: 고객의 가격 탄력성 및 가격이 변할 경우 새롭게 출현할 수 있는 고객집단의 특성과 규모에 관한 분석 2. 자사 관련 분석: 자사의 비용구조, 영업능력, 시장에서의 전략적 위치 등에 관한 분석 3. 경쟁자 관련 분석: 경쟁자의 비용구조, 영업능력, 시장에서의 전략적 위치 등에 관한 분석 4. 외부 협력자 관련 분석: 가격전쟁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산업 내 다른 단체의 관련 이해 사항이나 프로필에 관한 분석
그리고 경쟁자의 가격 인하에 직면, 즉각적인 대응을 하기 앞서 이와 관련된 분석을 신중하게 하다보면 가격전쟁을 유발할 갈등의 사전 완화, 여러 곳에서의 경쟁 유발, 가격경쟁에서의 후퇴 등과 같은 상당히 많은 대응 방안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물론 즉각적인 가격 대응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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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과 가격 민감성 |
미국의 장거리 시외전화 요금체계 비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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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액요금/월 |
도수료 |
비고 |
AT&T |
없음 |
15센트/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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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5달러 |
10센트/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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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t |
5.95달러 |
10센트/분 |
주간 |
5센트/분 |
심야 |
MCI |
1.95달러 |
25센트/분 |
주간 |
5센트/분 |
심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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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가격 민감성을 주의 깊게 평가하는 것은 경쟁자의 가격인하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서 가격인하를 사용해야 할 지 아니면 다른 전략을 사용해야 할 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소비자들은 종종 대체품의 존재와 그들의 가격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며, 또한 대체안간의 비교를 어려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신용카드 시장을 보면 점차 세분화되는 초기 특징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카드간의 서비스 내용에 대해 소비자들이 모두 비교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도 그 예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또 미국의 경우는 장거리 시외전화의 가격전쟁이 좋은 예가 된다.
AT&T사가 분당 7센트로 통합된 단일 요금체계를 발표하기 이전까지 소비자들은 그들에게 제시된 다양한 요금선택 대안으로 인해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먼저 AT&T사의 경우 정액요금없이 통화할 때 분당 15센트의 통화료 부과라는 기준과 월 4.95달러의 정액요금 지불시 분당 10센트의 요금 부과라는 서로 다른 요금 대안을 제시하고 있었다. 또 Sprint사는 심야요금은 분당 5센트, 그 외 시간은 분당 10센트로 하면서 정액요금은 월 5.95달러로 책정 하였다. 한편, MCI사는 심야요금은 분당 5센트, 주간요금은 분당 25센트로 올렸으며 정액요금은 월 1.95달러로 하고 있었다(현재 우리의 국제전화 가격 시스템처럼 복잡하다).
그런데 장거리 시외전화 통화는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저관여 의사결정 항목이다(우리의 경우를 봐도 시골에 전화 한번 하는 데 통신사별 요금체계를 꼼꼼히 확인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럼에도 통신사가 제시하는 선택 대안은 너무나 복잡해서 심리적으로 느끼는 선택 비용이 너무 높았다. 즉, 사소한 의사결정 문제에 소비자들이 신경을 많이 쓰게 만든 것이다. 따라서 가격을 경쟁 무기로 채택하길 원하는 기업은 이러한 소비자 상황을 단순화시키는 전략을 선택해야만 했다. 이에 Sprint사가 시행하였던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Sprint사는 시외 통화료를 분당 10센트로 단순화함으로써 고객들의 선택을 단순화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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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에 민감한 경우 낮은 가격과 더불어 탐색 비용의 절감(단순성)이 수반될 때, 더 큰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어떤 소비자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가격보다는 품질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산업재 구매자들은 종종 적시 배달, 안정된 품질 우위를 약속받기 위해 기꺼이 더 많은 지불을 하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이러한 특징들이 그들의 사업을 더욱 잘 돌아가게 해주거나 더 많은 수익을 내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로 소비자들은 왜 일반 의약품보다 고가의 유명 브랜드 의약품을 선호할까 생각해 보면 이는 저급한 품질은 건강에 위험할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믿음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경우 성급한 가격인하는 오히려 나쁜 결과를 줄 수도 있다. 또한 성냥과 같은 저가 제품의 경우라도 남에게 과시하고픈 심리를 이용, Davidoff사가 40개들이 성냥 한 갑을 3.25달러에 애연가들에게 판매하고 있는 것도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즉, 가격전략의 효과는 품목별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며, 같은 제품군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고객 세분 집단은 서로 다른 가격 민감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한방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가격정책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의 주요 고객이 가격에 대해 민감성이 높다면 경쟁자의 가격인하는 효과를 볼 가능성이 크므로 즉각적인 가격 대응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시장에서 콩나물 100g을 100원에 팔고 있는 경우를 상정해 보자. 이때 어떤 가게에서 90원에 판매한다면 가격 민감성을 나타내는 소비자 행동론의 weber 상수 k=0.1이 된다. 즉, 10%에 해당되는 가격 인하 혜택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같은 콩나물 장수인 내가 그대로 100원을 받는다면 당연히 소비자는 가격을 내린 내 경쟁자에게로 몰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가 심리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절대적인 weber 계수값은 아직 없지만, 경험상 경쟁자의 가격인하가 높은 weber 계수값을 지닌다면 그 어떤 대응보다도 즉각적인 가격인하를 단행해야 한다.
우리나라 세제 시장을 보면 직, 간접적인 가격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고가의 신규 브랜드 개발이나 확장을 통해 브랜드의 명성을 유지하는 방안도 있겠으나 현실적으로 세일 브랜드로 브랜드 스위칭이 크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이 산업의 weber 계수가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물론 경쟁자 세일이 자사의 시장 점유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안되겠지만, 만약 영향을 준다면 경쟁사보다 더욱 공격적인 가격 대응을 통해 그들의 가격전쟁 의지를 초기에 진압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전략일 것이다. |
자사의 능력 분석 |
적절한 가격전략 수립을 위해서는 자사의 원가구조, 영업능력, 시장에서의 전략적 위치와 같은 자사 관련 능력에 대한 신중한 분석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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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자사의 원가구조는 생산 기술의 변화나 기업 관행의 변화에 영향을 받으며, 이러한 영향으로 낮추어진 생산원가는 시장에서 가격전쟁을 일으키고 싶은 욕망을 자극한다. 특히 생산 설비상의 기술 우위를 가진 시장 선도기업이 이렇게 할 가능성이 높다. 낮은 생산원가 구조는 가격전쟁의 가장 강력한 밑천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면 오히려 시장에 늦게 참여하는 경쟁자가 가격전쟁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신규 경쟁자가 우리보다 나은 원가 구조를 갖고 있다면 다른 대안을 강구해야겠지만 실제로 우리가 더 나은 힘을 갖고 있음에도 그냥 용인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는 십 중 팔구 자신의 능력과 경쟁사의 능력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결여되어 있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왜 이길 수 있는 싸움에서 몸을 사리는가? 그것은 자신의 힘을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원가 우위에 의한 가격전쟁은 자사에게 상당히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경쟁자를 시장에서 추출하거나 최소한 그 영향력을 중화시킬 수 있을 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도 안될 것이다.. |
경쟁자의 반응 분석 |
경쟁자의 원가구조, 실행 능력, 전략적 위치에 대한 분석 또한 중요하다.
사실 산업 전반의 가격 인하가 꼭 수익성의 악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익을 얻어내지 못하는 가격전쟁은 대부분 기업이 경쟁자가 자신의 가격인하에 대해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에 관해 무시한 채 오로지 자신의 낮은 가격을 통해 시장 점유율이나 수익을 늘리고자 하는 기회를 추구할 때 발생한다. 가격인하를 고려하는 기업은 ‘누가, 어떻게’ 가격인하에 반응할 것인가 하는 두 가지 질문에 대해 전략적 수준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경쟁자의 반응을 정확히 예측하는 데에는 무엇보다도 과거 그들이 가격인하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는 지 살펴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즉, 이들의 가격 전략 수립 패턴에 대한 추세 분석 및 과거 경쟁자의 가격 변화를 유발시킨 사건에 대한 이해, 그리고 가격 대응의 폭과 시기에 대한 추세 분석을 가능하다면 꼼꼼하게 실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산업 내 다른 기업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격 변화를 유발시킬 가능성을 지닌 자원 시장에서의 경쟁자 활동- 새로운 기술·인력·정보 시스템 혹은 유통 채널의 확보와 브랜드간 제휴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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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있어서 아무 목적없이 하는 행동은 하나도 없다. 따라서 어떤 사실에 직면할 때 그 저의가 가격인하의 가능성은 없는 것인 지 여러 관점에서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세밀한 경쟁환경 탐색은 우리의 전략 구사에 대응할 가능성이 높은 경쟁자가 누구이며 그들의 대응 양식은 어떻게 일어날 것인지를 예상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럼 과연 어떤 경쟁자를 예의주시해야 하는가?
유명한 예이지만, Britannica 백과사전은 자신의 주요 경쟁자가 Grolier 백과사전이 아닌 Microsoft사임을 뒤늦게 알아 차렸다. 사실 Britannica는 여러 해 동안 이 중요한 경쟁자에게 관심을 두지 않은 듯 보였다. 그러나 백과사전 매출이 계속 떨어지자 비로소 이 회사는 소비자의 정보 획득 방식에 변화를 일으킨 이 놀라운 기술 개발을 알아 차렸다. 그때까지 Britannica는 무료 백과사전 사업을 벌이는 무시무시한 경쟁자를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한때 책으로 만든 백과사전의 값은 수천 달러였지만 현재 Britannica는 web상에서 소비자가 무료로 자사의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수익은 소비자가 아닌 배너 광고로부터 얻고 있다.
같은 기술로 같은 시장을 노리는 직접적인 경쟁자는 중요한 라이벌로 존재한다. 그러나 전혀 다른 기술과 원가구조로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간접적인 경쟁자야말로 가장 위험한 경쟁자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경쟁자를 식별하는 과정에서 현재 및 잠재적인 경쟁자의 강, 약점 또한 살펴볼 수 있는데, 이러한 분석은 기업으로 하여금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 하는 실행 수단 선정에 매우 중요하다.
어쨌든 상당히 거대한 자원 베이스 또는 맹렬한 가격 전사(戰士)로서의 명성이 자자한 경쟁자와의 가격전쟁을 회피하는 것은 마치 말벌의 둥지를 건드리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명한 일이다. 이는 역으로, 만약 내가 산업의 선도자이고 경쟁자에 비해 원가 우위를 지니고 있다면 상대에게 가격전쟁에 있어서 말벌처럼 보이는 것이 산업의 안정과 수익의 보장을 위해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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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영향자와 협력자, 기타 이해 집단에 관한 분석 |
마지막으로 가격전쟁 출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산업 내 다른 이해 집단에 대한 분석 또한 유용하다. 공급업자·유통업자·보완 제품과 서비스 제공자·정부 등은 소비자의 소비 경험에 영향을 미치며 가격 전쟁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여기서 Motorola의 예를 들어 보면 이들 집단의 가격전쟁 단초 가능성을 쉽게 알 수 있다. Motorola사는 중국과 브라질 시장에서 시장 기회를 발견하고 이들 시장을 대상으로 한 저가의 휴대폰을 생산하였다. 그런데 Motorola사는 곧 미국 시장에서 자사 휴대폰의 최종 소비자 가격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휴대폰 유통업자들이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수익을 올리기 위해 중국과 브라질 시장용 저가 제품을 이 시장에 유통시킨 것이다. 즉, Motorola사의 저가 휴대폰 생산은 유통업자로 하여금 Motorola가 미국 시장에서 휴대폰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단초가 되었고, 이들은 보통 시장과 암시장의 중간 형태인 ‘회색 시장(gray market )’을 만들어 낸 것이다.
또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정부의 영향력인데 대부분 이들은 소비자물가 상승을 고려, 가격인상을 억제하는 대신 외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즉, 인위적으로 외국 제품과의 가격전쟁 발생을 억제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이러한 정부의 역할이 너무 강해지면 기업의 자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앞서 Intel사의 대폭적인 가격인하 발표처럼 이들은 철저히 시장논리와 마케팅 원칙에 의거하여 냉혹할 정도로 경쟁자를 몰아부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전 세계 무역장벽이 국가의 힘에 의해 재편성되는 느낌도 드는 마당에 만약 국내 시장이 진정한 의미로 개방이 된다면 현재 상태로 과연 이들을 제압할 수 있는 지 걱정되기도 하는 것이다.
다음호에서는 구체적인 가격인하에 대응하는 전략에 관해 논의해 보기로 하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