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9-10 : 밀레니엄 인터뷰 - 상상가, 조윤석 "상상은 할수록 늘어요"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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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해보세요. 상상은 할수록 늘어요"
- 상상가, 조윤석-

 

 

 

 

 
홍익대 건축과 졸업, 황신혜밴드 베이시스트·인테리어 디자이너·미술전시기획자·단편영화 아트 디렉터·아트선재센터 공연팀장, 외국인들을 위한 매거진 <로그 인 서울> 발간, <홍대앞 맵진> 발간, <카이> 편집장, 상상가, 그리고 현재 ㈜상상력개발 대장.
 
건축을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건축이 아닌가요?
이 많은 타이틀을 붙이고 다니는 사람에게 난, 감히 뭘 물어봐야 할 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런 나를 보자마자 그가 먼저 꺼낸 화두는 ‘환경’ 이야기였다. 자리에 제대로 앉기도 전에, 녹음기를 준비하기도 전에 꺼낸 그의 환경 이야기는 그가 건축을 그만둔 이유이기도 했다.
여의도에 계시면 밤섬 잘 보이겠네요. 난 그 위로 지나가는 서강대교 때문에 인생이 바뀌었죠. 건축이란 집과 사람, 그리고 주위 환경을 다루는 건데 유명한 철새 도래지인 밤섬을 가로지르는, 환경을 무참히 파괴하는 서강대교를 이해할 수 없더군요. 그래서 졸업작품으로 서강대교 건설을 반대하는 작품을 만들어 시위를 했죠. 당연히 졸업도 못할 뻔 했는데, 운 좋게 외부에서 상을 타는 바람에 졸업은 했지요.
 
전혀 의외의 주제로 시작한 그의 이야기가 예사롭지 않다 싶더니만, 환경 이야기를 끝내고 건넨 ‘㈜상상력개발’ 이란 글귀가 찍힌 명함도 독특하다. 상상력 개발에서 하는 일은 무엇일까?
상상력개발에서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카이>라는 잡지에 컨텐츠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향후에는 홍대 앞으로 이사를 가서 몇 가지 하려고 합니다. 우선 홍대 앞 지역의 로컬 미디어인 지역정보지를 만들려고 합니다. 그리고 벨소리 연구소를 만들 겁니다. 앞으로는 모바일을 통해 여러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이 될 것이니까요. 마지막으로 퍼포먼스 클럽인 ‘곰팡이’ 살리기를 다시 할 겁니다. 곰팡이는 단순한 술집이 아니라 공연도 하고, 퍼포먼스도 하고, 전시도 할 수 있는 퍼포먼스 클럽, 즉 복합 문화공간이었거든요. 제가 황신혜밴드를 처음 하게 된 것도 거기서였구요.
 
소통의 가능성을 찾는 것이 즐거워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 모두 홍대 앞으로 옮겨 추진할 예정이다. 정말 홍대 앞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대 앞은 참 재미있는 동네입니다. 다른 곳에서 하면 미친 짓인데, 홍대 앞에서 하면 사람들이 퍼포먼스라고 말합니다. 홍대 앞은 단순한 대학가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의 최첨단이며, 가장 앞선 지역이기도 하죠. 그러므로 거기서 나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잡지를 만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앞선 진보적인 잡지가 될 거라 생각해요. 물론 그것이 조금 넓어져 영어로 번역되면 예전의 <로그인 서울>이 되는 겁니다 … 외국의 에든버러 페스티벌(Edinburgh Festival)도 그렇지만, 춘천의 마임 페스티벌은 마임이스트 유진규 씨가 꾸준히 10여 년 동안 애정을 쏟아 부어 그 지방의 명물이 되었습니다. 저도 홍대 앞에 10년을 투자해 볼 생각입니다. 그러면 뭔가 될 거라 믿습니다.
 
그의 문화에 대한 견해가 조금은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만들었다는,
<로그 인 서울>은 과연 어떠했을 지 궁금해졌다.
처음 1996년도에 웹사이트를 만들었을 때는 외국에서 그것이 서울의 대표 사이트인 걸로 알고 온갖 글들을 많이 올리더군요. 예를 들면, 한국여자랑 결혼하고 싶다는 등의... 그때 외국에서 한국에 대해 정말 너무나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문화를 알고,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사정이 좋지 않아 발간되지 않는데, 다시 만드려고 해요. 내년에 월드컵도 있으니까요. 문화권끼리 충돌하고 부딪치면 서로가 얼마나 틀린 지, 서로 이야기가 얼마나 통할 수 있는 지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가 유명해진 건 황신혜밴드에서 베이스를 치던 시절이었고, 황신혜밴드 얘기를 해야 많은 사람들은 그를 알아본다. 그런 그에게 음악 얘기를 묻지 않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음악은 재미있습니다. 사람들이 잘난 척하는 재미가 상당하다고 하는데, 잘난척 하는 재미보다도 창피한 재미가 더 있어요. 난 그걸 ‘민망미’라 부르는데, 다른 사람 앞에서 노래하는 것은 보통 용기로는 안돼요. 남들 앞에서 한번 소리 지르고 나면 나 자신이 재미있어요. 내가 먼저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은 결코 나에 대해서 뭐라 말하지 못합니다.
 
만만치 않은 사고의 깊이와 생각의 자유로움, 그리고 폭넓은 활동력은 예상보다 훨씬 비범한 인물임을 드러낸다. 이제는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축이 무엇인지 짚어내야 할 것 같다. 소개하는 글들을 보면 참 많은 것들을 하든데, 요즘은 과연 어떤 것을 하고 있다 말할까?
제가 하는 일은 모두 상상력입니다. 대학시절 <꿈 꿀 권리>라는 책을 읽었는데, 읽고 나니까 머리 속이 너무 시원해지더라구요. 그 책을 읽기 전에는 꿈 꿀 권리도 없이 살았던 것 같구요. 그래서 상상을 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들도 사실 ‘홍대·문화·상상력’이란 세 가지 축에서 안 벗어나죠, 그렇게 전 꾸준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사람들이 “넌 뭐하는 놈인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그걸 설명해야 할 때가 제일 힘들어요.
 
그는 사람들로부터 어떻게 불리고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원할까?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상상가요! 그리고 여러분께도 권합니다. 상상력은 개발하면 개발할수록 커집니다. 인간은 누구나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니까요.
 
인터뷰 : 권영삼 | 경영전략본부 홍보파트
  yskwona@lgad.lg.co.kr
사 진 : 박상일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