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9-10 : Promotion Sketch - 일본 긴자 LG전자 네온 광고 - 이보다 더 돋보일 순 없다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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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돋보일 순 없다
박 나 라 | SP미디어팀
nrpark@lgad.lg.co.kr



도쿄의 중심지 긴자에
세워진 LG광고탑



메이지(明治)시대 이후 근대 도쿄의 경제·오락의 중심지인 긴자(銀座)는 에도(江戶)막부에서 도시 계획에 따라 의도적으로 조성한 지역이었다. 칼로 그은 듯 곧게 뻗어있는 대로와 자의 눈금처럼 정확한 간격을 두고 반복되는 교차로들 사이로 일본의 다양한 멋과 유행이 백년의 세월과 함께 흘러갔다. 이제는 아사쿠사나 시부야, 신주쿠 등으로 오락 문화의 중심지가 대부분 옮겨갔지만, 서울의 종로와 광화문이 그러하듯 긴자는 도쿄에서 가장 근엄하고 의미심장한 곳이다. 수많은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본사 사옥, 각종 대형 백화점에서부터 작은 화랑과 오래된 상점들까지
활기찬 비즈니스맨들과 기모노를 입은 게이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전통과 맞물린 혁신으로 가득찬 장소이기 때문이다.
 
견고하기만 한 긴자의 네온 벽

일본 어디에서든 옥외광고를 보는 것은 거의 무감각해질 만큼 익숙한 일이지만, 긴자의 옥외광고들이 다른 지역의 그것들과 차별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밤에도 대낮같이 화려한 각종 네온사인에서부터 사시사철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집채만한 컵라면까지, melting pot이라는 미국의 특색을 광고에서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뉴욕 타임스퀘어를 옥외광고의 전시장이라 표현한다면, 긴자는 네온과 LED가
주류를 이루는 고급 갤러리와 같다고나 할까. 옥외광고의 꽃이라 불리는 네온의 종주국인 만큼 거리는 다양한 네온사인이 수를 놓고 세계적인 전자회사 기술을 바탕으로 ‘메이드 인 저팬’의 위력을 과시하는 전광판들이 건물 외벽에 가득하다.

또한 긴자는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지역인 만큼 광고에도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있어 이방인의 접근을 단호하게 금지하고 있다. 사람들의 통행량이 많은 곳이면
장소를 불문하고 의례 등장하는 코카콜라 네온이 없는 것도 아마 그런 연유에서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전자 해외홍보그룹에서는 일본을 대표하는 광고회사인 덴츠(電通)의 적극적인 협조를 바탕으로 LG애드의 대행 아래 96년 6월부터 긴자 지역에 네온광고를 집행해 오고 있었다. 이에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가 확정되고
옥외광고의 기술도 진보함에 따라 ‘디지털 LG’의 컨셉트에 맞는 새로운 매체를 물색하게 되었는데, 마침 동경사무소로부터 낭보가 날아들었다. 옥외광고의 한계를 뛰어 넘어 광고를 예술의 경지에까지 이르게 하였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긴자 지역에서 그 유명세가 자자했던 OLYMPUS의 광고가 거듭되는 일본 경제의 난항으로 인해
철거를 하기에 이르렀고, 바로 그 자리를 LG네온으로 대체할 수 있는 행운이 넝쿨 채 들어온 것이었다. 이는 광고물 설치 이후에 mouth to mouth effect를 실감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데에 비해 기존의 명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으므로 월드컵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효율의 극대화를 노리는 광고주에게는 인기 만점의
위치였던 것이다.

옥외광고를 제작하는 데는 일곱 가지 디자인 요소가 기본적으로 요구된다. 첫째, 브랜드네임과 제품이 재빨리 눈에 들어오도록 하는 제품확인(product identification), 둘째, 브랜드의 특징을 짧고 쉽게 표현하는 카피(short copy), 셋째, 먼 거리에서도 카피를 읽을 수 있도록 하는 읽기 쉬운 글자체(legible type), 넷째,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모든 요소가 하나의 통일된 비주얼로 보여지게 하는 레이아웃, 다섯째, 브랜드의 특성과 주 메시지가 쉽게 포착될 수 있도록 해주는 충분히 크고 강한 그림(big illustration), 여섯째, 제품이나 카피를 조금도 방해하지 말아야 할 단순한 배경(simple background), 마지막 일곱째로, 주로 움직이고 있을 타깃 오디언스를 주변의 다른 것들로부터 분리, 주목 시킬 수 있는 대담한 색(bold colors)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긴자 네온의 디자인과 이 일곱 가지 요소를 대응해보면 대부분 그 요소들을 벗어나지 않고 착실히 원리에 맞추어 제작되었음을 볼 수 있다.
 
절반의 행운! 집념의 협상과 성과!
한편, 이번 프로젝트의 디자인 작업은 여러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광고주의 요청 하에 일본의 도큐(東急) 에이전시를 경쟁상대로 하여 동시에 진행되었다. 그런 배경이 있어서인지 디자인 의도가 수차례 바뀌고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하며 버려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한 상자 가득해질 무렵, 5개월 여에 걸친 열띤
경합 끝에 마침내 LG전자는 LG애드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후 디자인 작업시 광고주의 주요 요청 사안 중 하나는 이 광고가 일본에서 진행될 LG전자의 월드컵 통합 ambush marketing의 시발탄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가 있는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결과 또한 그에 적절히 부응하는 것이었으니, 총 3면으로 구성된 각각의 광고면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기획 의도가
쉽게 관찰된다. 먼저, C.I.를 중심으로 한 10m x 10m의 정사각형 면 2개는 중심의 로고를 돋보이게 전체적인 조형을 따라 중심에서 외곽으로 뻗어가는 다이내믹한
타원을 삽입하여 야간에는 축구공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로 의미가 확대된다. 또 15m x 10m의 대형 면에는 네온관을 세밀하게 배치하여 면의 느낌을 살렸는데, 이것이 다소 정적인 느낌을 주는 것을 감안하여 디지털 분위기를 동반할 수 있도록 면의
주위를 도는 선의 이미지를 추가하여 빠르게 움직이도록 하였다.
무심코 거리를 거닐다가 평소와는 뭔가 다른 느낌의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네온사인을 본 기억을 떠올린다면 멀리 일본에 있는 LG네온을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제작회사의 명칭을 따서 통상 CR네온이나 알파네온으로 불리는 이 저전압 네온은 총천연색을 표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색과 색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그라데이션 기법을 응용할 수 있는 게 특징. 그런데 이는 국내에서도 보통 일반
네온의 약 3 ~ 5배 가격에서 거래되는데,여기에 일본의 살인적인 물가를 반영하니 제작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어쩌면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일본의 특수한 자연조건 때문에 지진에 잘 견딜 수 있도록 내구성이 뛰어난 특수 원자재만을 사용해야 했다.
이러한 어려움을 타파하기 위해 한국의 사무실에서 일본에 있는 담당자와 가격 협상을 시도했지만 역시 그 수단과 방법 면에서 여러모로 한계가 있었다. 이에 고봉환
부장과 함께 현장으로 날아갔다. 도심권에 속하는 아카사카의 대로변에 위치한 도큐 에이전시. 굳이 이와이 지의 영화를 떠올리지 않아도 될 만큼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환영해줄 법도 하건만, 그러나 8차선의 널찍한 도로에는 질서 정연하게 달리고 있는 자동차가 전부였다. 이 없으면 잇몸이라고 하던가. 그렇게 아기자기하고 인간적인 멋은 덜하지만 다양한 색깔과 형태의 옥외광고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직업상의
즐거움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다소 들뜬 마음으로 들어선 도큐 에이전시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매체사였으나, 상황은 전혀 그렇지가 않아서 장장 5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도 한 치의 양보가 없었다. 하지만 뜻이 있으면 길은 있는 법. 이틀에 걸친 협상 테이블, 저녁을 거른 채로 11시가 가까워 오자 도큐 에이전시 측은 “이제 제발 그만하자”고 애원을 하며 마침내 최초 가격에서 30% 이상 인하하는 것을 수락했다. 결국 제작비 1억1,700만엔(약 12억원)에 연간 광고비 2,997만엔(약 3억원)으로 타결! 광고주와 대행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은 물론이다.
 
일본의 한복판을 밝히는 LG전자의 빛
2001년 7월 3일, 광고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축배를 들 수 있도록 마츠자카야 백화점 스카이 라운지에서 이루어진 점등식에는 국내는 물론 일본의 주요 언론사들이
대거 참석하였다. 해가 뉘엿뉘엿 언덕 저편으로 넘어가고 땅거미가 자욱하게 깔릴 무렵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서 마침내 광고물에 생명의 전류가 흘러 들어갔다. 순간, 탄성과 함께 여기저기서 축하의 플래시가 터졌고, 다음날 아침에는 현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하는 기사가 각종 언론의 주요기사로 다루어져 보도되었다. 월드컵이라는 고지를 향해 첫 걸음을 내딛으며 디지털 LG를 알리는 또 하나의 초석이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 자리잡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탄생한 LG전자 네온이 지금은 긴자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기념촬영 장소로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하니 이보다 더 좋은 소식이 있으랴. 밤에 다시 태어나는 광고, LG전자 네온이 긴자의 새로운 명물로 자리잡을 날도 머지 않았음을 확신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동경사무소의 윤재훈 차장은 긴자 네온 진행 기간에 체중이 5kg이나 줄었다고 했다. 가뜩이나 없는 살에 이런 얘기를 들으니 마음이 편치 않다. 또 디자인 작업 기간 내내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스페이스 2팀의 신준호 차장에게도 미안한 마음 뿐이다. 더불어 물심양면으로 돌봐주신 염병윤 국장, 진정한 네고시에이터(negotiator) 고봉환 부장, 그리고 언제나 든든한 ‘빽’ 사수 김경천 대리에게도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