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9-10 : 최신 해외 명작 광고 - 당근과 채찍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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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과 채찍
최 재 용 부장 CW I 김창호 CD
jychoi@lgad.lg.co.kr


그랜드 체로키의 잡지광고 "이것이 당근입니다"
 
나귀를 움직이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당근을 주면서 계속 목적지를 향해 가게 만드는 것이 하나요, 또 다른 하나는 채찍으로 후려쳐서 강제적으로 가게 만드는 것일 겁니다. 그러나 어느 쪽 한 가지만 사용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겠지요. 당근이 무한정 있는 것도 아니고, 채찍을 계속 사용하면 나귀가 지쳐 쓰러져 버릴 테니까요. 그래서 적당히 두 가지를 섞어서 사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요즘 연봉제다 성과급이다 해서 당근(?)이 늘었고, 구조조정이다 뭐다 해서 채찍(?)도 늘어나 있는 상태입니다. 좋은 크리에이티브를 만드는 데는 어떨까요? 크리에이터의 사기를 꺾지 않도록 칭찬과 성과급으로 당근을 제공하는 것과 좋은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 내지 못했을 때 책임을 묻는 채찍 중에서 말입니다. 제가 크리에이터라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인지는 몰라도 크리에이티브에는 채찍보다는 당근이 더 우선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그 문제는 경영자의 판단이겠지요.

당근과 채찍이라는 이야기를 꺼낸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닙니다. 서로 하나만 존재하지 못하고 두 가지가 함께 존재해야 하는 상황 때문입니다. 우리가 광고해야 할 제품에도 그런 상황은 항상 존재합니다. 100% 장점만 있는 제품은 없으니까요. 제품의 질이 뛰어나면 그만큼 가격이 높고, 정말 좋은 제품인데 제조회사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등의 것들 말입니다. 그럴 때에는 그 장단점의 조화와 해결이 우리의 숙제가 되겠지요.

당근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이번에 소개할 광고 때문입니다. 이번 광고는 지프 그랜드 체로키(Jeep Grand Cherokee)의 잡지광고입니다. 사진에서처럼 차의 윗부분에 나무막대가 묶여 있고 그 끝에 바위덩어리가 하나 달려 있습니다. 카피는, "이것이 당근입니다“.
체로키는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4WD 자동차입니다. 기존의 광고가 산악지역이나 눈밭에서 체로키가 좋은 성능을 발휘한다는 내용의 광고들이었습니다. 높은 산 위의 체로키, 폭설 위를 달리는 체로키 등의 모습으로 아무도 가지 못하는 곳에 갈 수 있는 차가 체로키라는 내용으로 광고를 해왔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역발상으로 도심 속에서 체로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치 당근을 먹기 위해 달리는 나귀처럼 자연 속으로 달려가고 싶어 하는 체로키를 통해 체로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은 터프한 자연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바디카피의 내용을 보면 “그랜드 체로키를 가장 자극시키는 것은 바로 자연에 대한 도전입니다. 당신이 회사에 갈 때 체로키를 꼭 타야만 한다면 할 수 없지만요, 주말이 되면 체로키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곳으로 간다면 체로키는 더 멋진 모습이 될 것입니다... (후략)"

체로키의 자연에 대한 갈망을 통해 체로키의 성능을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이 광고는 자연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그랜드 체로키가 자연 속에 있을 때 더 멋져 보일 것 같은 느낌을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첫눈에는 캠페인이 조금 달라졌다라고 느껴지지만 그 컨셉트는 조금도 바뀌지 않는 ‘캠페인의 흐름’ 속에 있는 광고입니다.

이 광고를 보면서 문득 내가 크리에이티브를 만드는 데 있어서 내가 내 자신에게 주는 당근은 무엇이며, 자극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