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08 : ENCYCLOPEDIA - 파워블로거 VS 똑똑한 혹은 허점투성이 소비자

ENCYCLOPEDIA
파워블로거 VS 똑똑한 혹은 허점투성이 소비자

파워블로거와 일면식도 없이 온라인상으로만 알아온 것으로 그를 나의 지인으로 여기며 무한신뢰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
대부분의 ‘이웃’들이 오프라인상에서는 스스로를 스마트시대의 합리적인 소비자로 자각하며 실제 그렇게 행동할 텐데….

최근의 '공구' 파동
최근 베비로즈라는 파워블로거가 문제가 있는 제품을 공구(공동구매)한 것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난 그 제품을 공구하진 않았지만 베비로즈라는 블로그에 몇 번 가본 적이 있었고, 파워블로거들의 공구활동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터라 그 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사건의 내용을 보니, 식재료의 잔여 농약과 중금속을 말끔하게 없애준다는 오존살균세척기가 실제로는 안전하지 못한 제품이었음에도, 자신에게 떨어질 제품 수수료를 많이 받을 목적으로 그저 좋기만 한 제품으로 소개해 3000여 명의 주부들에게 공구를 하도록 한 것이다. 특히 제품의 피해사례 중에는 가벼운 수준도 있겠지만 치명적인 경우들도 많아서 더 문제가 되고 있다. 공구의 수수료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고, 사건 후 베비로즈의 대응에 이웃(해당 블로그를 자주 방문하는 사람들)들은 더 큰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다고 한다. 사건은 점점 더 불거져 베비로즈를 비롯한 유명 파워블로거들의 '공구 수익'에 대한 세무조사로 이어진 상황이다.

베비로즈의 블로그

블로그의 변신(?)
앞서 밝혔지만, 파워블로거들의 지나친 공구행위에 대해 개인적으로 시선이 곱지 않았다. 요리에 관심 많은 나는 오래 전 한 블로그를 알게 됐는데, 당시만 해도 그 블로그는 별로 파워블로그도 아니었다. 그냥 요리 좋아하고 잘 하는 평범한 젊은 주부가 하루에 하나씩 자신이 만든 요리에 대해 디테일한 설명과 사진을 포스팅하고, 때로는 자기네 사는 얘기를 종종 하던 그런 곳이었다. 요리의 내용도 소박한 것이 많았다. 대단한 요리라기보다는 평범한 식재료를 활용해 맛난 요리 레시피를 올리는 그런 곳이었다. 그래서 일반 주부들이 그녀를 더 친근하게 여긴 점도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어서 거의 매일 들어가곤 했었다. 그런데 그 블로그는 언제부터였는지 공구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쩌다 올라오는 공구였고, 좋은 제품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소개해준다는 긍정적 기능만 떠올리며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계속 새로운 요리를 포스팅해야 하는 부담도 있을 수 있겠구나 싶어 공구를 나쁘게 보지 않았다.
하지만 공구 횟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나는 공구에 대한 거부감이 들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그 블로그와는 멀어져 갔다. 후에 그 블로그는 하루에 하나씩 올리던 요리 글은 온데 간데 없고 하루에 하나씩 공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난, 그 블로그를 더 이상 요리 블로그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새로운 판매유통 형태인 공구 블로그로 생각했었다.

공구의 진정성
최근의 사태를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블로그 공구에 대한 생각이다. 일회성도 아닌, 정기적으로 공구를 업으로 삼아 막대한 수수료 수입이 생겼음에도 세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은 점은 분명 잘못이다. 논란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공구에 대해 난 좀 다른 생각을 해본다. 블로거들의 공구 행위 자체를 100% 막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주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어쩌다가 한 번씩은 자신의 경험 상 정말 주변에 추천할 만큼 좋은 제품을 블로그에 소개해 순수한 마음으로 공구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경우 수수료를 받아서는 안 되겠지만 업체 자발적으로 감사의 뜻으로 건네는 약간의 사례비 정도는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런 공구가 기업 측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블로거의 진실한 경험에서 시작된다면 그렇게 문제로만 볼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 파워블로거들의 공구가 이런 식으로 이뤄졌던 것이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자 많은 제품을 소개할 일도 없고, 수수료 욕심에 마구잡이 공구를 진행하지도 않았을 테고, 어쩌다 정말 좋은 제품을 소개받게 되면 이웃들은 되려 블로거에 고마움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이런 사태는 결국 과욕이 부른 판단 미스가 아닐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상 욕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당연하다. 하지만 파워블로거들은 욕심이 생기면서 블로그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판단 미스를 한 것 같다. 블로그는 판매유통경로가 아니다. 블로그는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생각과 관심사를 다양한 사람들과 공유하고 소통하는 수단이다. 파워블로거가 되어 그 명성을 상행위에 활용하고자 했다면 정식 루트를 거쳐 행했을 경우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말이다.

똑똑한 그러나 순진한…?
또 하나 드는 생각은 '이웃'들에 대한 생각이다. 블로그 이웃들을 소비자로 보자니 참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었다. 따지고 보면 파워블로거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을 텐데, 온라인상으로만 오랜 시간 알아온 것으로 자신도 모르게 블로거를 내가 잘 아는 사람, 나의 지인으로 여기며 무한신뢰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모르긴 해도 대부분의 이웃들이 오프라인상에서는 스스로를 스마트시대의 합리적인 소비자로 자각하며 실제 그렇게 행동할 텐데 말이다. 같은 제품을 대형마트나 백화점 같은 일반 유통점에서 접했다면 주부들이 요리조리 깐깐하리만큼 꼼꼼히 살피고 살펴서 선택했을 테니까…. 그저, 예나 지금이나 구매 시 주변인의 영향이 가장 막강하다고만 이해하면 되는 것일까?
갈수록 현명해지고 합리적인 소비자가 되어 가고 있다지만 그래도 가끔 비합리적이고 허점투성이 인간으로 이해하면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정혜주
전략연구소 대리 | skyjump1@hsad.co.kr

매 순간 즐겁게 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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