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에가 사무총장은 공식석상에서든 비공식석상에서든 “창원 람사르 총회는 완벽에 가까운 준비와 운영으로 람사르 총회의 ‘수준’과 ‘격’을 한층 높인, 역대 어느 총회 때보다 잘 진행된 행사였다”고 평가했다.
또한 여러 곳에서 “이번 10차 총회가 회의 수준을 10년은 앞당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람사르 협약 총회? 람사르? 람세스?” “(머리를 갸우뚱 하며) 그게 뭐야?”
내가 이 프로젝트를 맡았다고 말했을 때 친구와 지인들의 첫 반응은 이러했다. 그런 반응에 처음엔 버벅대던 나의 대답은 나중에는 자동응답기 수준으로 발전했다.
“응, 그건 전 세계 당사국 및 환경 관계자들이 모여서 지구의 습지보전 상황을 평가하고 공동의 정책을 개발하는 중요한 국제 환경회의야. 3년마다 개최되는데, 2008년 10월 28일에서 11월 4일까지 8일간 창원에서 개최돼.”
“람사르는 이란의 도시이름이야. 1960년대부터 시작된 습지보호에 대한 논의 끝에 1971년 2월 2일 이란의 람사르에서 개최된 국제회의에서 UNESCO 주도하에 협약 본문에 대한 최종합의가 도출되었는데, 그때 협약 문안에 대해 18개국 대표가 서명함으로써 정식으로 채택되었어. 그걸 람사르 협약이라고 부르게 된 거지… 휴~~~ 길다.”
우리의 궁극적인 클라이언트는 누구인가?
국제행사를 유치하고자 하는 이유는 결국 그 도시, 그 국가를 제대로 고지하고 홍보함으로써 참가자 혹은 방문객(Clients), 그리고 잠재고객의 가슴에 그 이름을 새기고자 하는 데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람사르 총회라는 국제회의를 통해 창원, 더 나아가 한국은 어떤 이미지를 고객의 가슴에 남겼을까? 지난 8개월, 우리의 진정한, 궁극적인 클라이언트는 누구였을까? 피상적으로 보이는 클라이언트야 환경부와 경상남도였으나 그들을 웃게 할 수도, 울게 할 수 있는 궁극적인 클라이언트는 바로 총회 참가자들이었다. 최고의 총회가 되는 것도, 최악의 총회가 되는 것도 람사르 사무국을 비롯한 참가자의 입을 통해서 규정되는 것일 테니까. 그들의 Wants & Needs를 충족시키지 않고서야 어찌 만족스러운 총회였다고 평가를 받을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가장 근본적인 클라이언트를 만족시키는 프로젝트가 준비되고, 마련된 것이다.
4월 중순 사무국 직원들의 현장방문(Site Inspection)과 8월 말 사무총장의 방한
처음 회의석상에 들어오는 사무국 직원들의 얼굴을 보았을 때 우린 사실 좀 쫄았다(?). 아이고~ 총 5명의 아줌마들 얼굴이 왜 그리 하나같이 딱딱하게 굳어있는가 말이다.
첫 인사는 스위스 식의 세 번의 칙(Cheek) 키스. 그리고 스위스 아줌마의 한 마디, “어, 너 스위스 인사법을 아네?(미소…) 그리고 비장의 불어 한 마디, “Enchantee de vous connaitre ici en Changwon, Coree(한국 창원에서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에 이어지는 어색한 미소.
그러나 그 미소는 이내 사라지고, 그렇게 조금은 굳은 얼굴로 시작한 현장방문 회의는 4일에 걸쳐 이루어졌다. 하루하루 지나며 우리의 준비상황을 딱 부러지게 브리핑하고, 질문에는 서슴없이 명료하게 대답하는 우리의 모습에 사무국 직원들의 얼굴에도 서서히 웃음이 피어났다. 우리의 총회 준비와 훌륭한 CECO 시설, 또한 그들에게 베푼 환대는 그네들의 우려와 걱정·근심을 한 방에 날려주었다. 그리고 8월 말 람사르 사무총장의 방한. 이른 새벽 인천공항에서 영접해 창원까지 동행하는데, 웃지 않으면 매우 근엄한 티에가 사무총장. 그러나 순진한 미소를 날릴 때의 그 부드러움이란~.
람사르 총회를 맡자마자 불어를 다시 시작했던 나는 영어와 불어를 섞어 사무총장과 대화했는데, “네 불어 꽤 괜찮은 걸” 하는 칭찬도 받았다. 물론 친절한 사무총장님의 격려이자 배려였겠지만. 그리고 현장을 돌며 실시한 브리핑 끝에 성공적인 총회 개최를 의심치 않는다는 호응을 이끌어냈다.
현장에서의 올인
이렇게 ‘궁극적인 클라이언트’의 만족을 위해 초여름에는 COEX에서 개최된 OECD 장관회의를 벤치마킹하러 쫓아다녔으며, 성공적 총회 개최의 밑그림이자 시나리오인 기본계획과 세부 실행계획은 몇 차례에 걸쳐 수정 보완 작성되었다. 그러면서 환경부와 경남도 창원을 오고 간 그 여정은 지구를 몇 바퀴씩 도는 거대한 여정은 아니었다 해도, 모든 요소를 충분히 투자했고 그만큼 많은 것이 함께한 길이었음은 분명하다. 총회 공식일정은 10월 28일에서 11월 4일까지였으나, 창원생활은 10월 초부터 시작됐다.
회의실을 충분히 마련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 도출하기를 바란 주최 측은 6층의 기존 회의실 이외에도 3층 상설전시장에 여러 개의 회의실을 마련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이어진 총회,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국가들 간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당사자끼리 모여 하는 급조된 컨택트 그룹(Contact Group) 회의들, 지역의 의견을 대변하기 위한 지역별 회의(Regional Meetings), 그리고 수많은 부대행사(Side Events), 기타 다양한 회의들…. 우린 농담으로 이렇게 말하곤 했다.“정말 Nothing but meeting이로군.” 언제나 회의 일정은 수정 1, 2(Rev 1, 2)로 이어져 최종본은 그날 하루가 다 끝나야 마무리되곤 했다.
이렇듯 현장 회의실의 탄력적인 배분과 운영은 사무국과 참가자의 Wants & Needs를 100% 이상 충족시키곤 했다. 대통령이 참석하고 UN사무총장이 영상메시지를 남긴 개막식, 매번 다양한 주제로 한국 음식문화를 뽐낸 만찬행사, 티를 찾으려야 찾을 수 없었던 총회 운영, 참가자의 바쁜 머리를 식혀준 옥외광장에서의 다양한 이벤트 등 그 무엇 하나 우리의 클라이언트를 감동시키지 않은 것이 없었다.
창원 시민을 비롯한 전 국민의 관심도 람사르 총회의 다른 이름인 ‘환경올림픽 총회’에 걸맞게 뜨거웠다. 총회기간 중 CECO 총회시설은 비공개였으나 야외광장 및 옥외전시장과 인근 습지에는 전국에서 찾아온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또 11월 2일 참가자들의 공식 탐방일에 맞춘 창원시민을 위한 총회장 공개 투어는 총회 현장을 일반인에게 소개하는 작은 배려였지만 참가인원이 말해주듯 그 파급효과는 훨씬 컸다.
역대 가장 훌륭한 회의, 앞으로 모범이 될 총회
티에가 사무총장은 공식석상에서든 비공식석상에서든 “창원 람사르 총회는 완벽에 가까운 준비와 운영으로 람사르 총회의 ‘수준’과 ‘격’을 한층 높인, 역대 어느 총회 때보다 잘 진행된 행사였다”고 평가했다. 또한 여러 곳에서 “이번 10차 총회가 회의 수준을 10년은 앞당겼다”는 평가가 나오는 등 금번 총회의 준비 및 진행 상황과 내용을 극찬했다.
심지어 총회 마지막 날 스태프 파티에서 총회 담당 사무국 직원은 차기 대회의 성공여부에 의구심을 표했을 정도~.
람사르 총회라는 환경총회를 통해 창원은 명실상부하게 ‘환경수도=창원’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대규모 국제회의를 통해 환경 수도의 이미지를 확고히 한 것이다.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을 환경 선진국으로서 소개하여 국제적 위상을 크게 높인 절호의 기회를 가진 셈이다. 환경이라는 이미지로 도시마케팅에 성공한 창원은 2012년 제15차 국제 적조 및 유독성 플랑크톤 회의도 유치했으며, 람사르 총회를 통해 얻은 도시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해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환경부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총회 등 유치를 통해 환경 선진국으로의 도약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총회에 참가한 국내외 참가자들은 창원에서의 8일간의 기억과 감동을 가슴에 담아 돌아갔으며, 그들은 그 감동을 ‘HS애드의 클라이언트’인 환경부와 경상남도의 가슴에도 심어주고 갔을 것이다. 물론 그 감동은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도시를 마케팅 한다는 건 이렇게 누군가의 가슴에 감동을 남겨 그 도시를 기억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꿈을 꾼다. 꿈은 항상 같은 이미지다. 총회 마지막 날 총회장을 빠져나가는 참가자들을 박수와 환호로 영송한 그곳에 머문다. 코끝이 찡한 채, 가슴이 뻐근한 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