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문화예술마케팅’ 경쟁
프랑스의 세계적 문화비평가인 기 소르망(Guy Sorman) 교수는 “옛날 국가의 운명은 왕이 좌우했지만 지금은 국가 이미지, 즉 ‘문화’가 지배한다. 한국이 IMF를 경험하게 된 것은 비단 경제적인 문제 때문만이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의 부재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21세기 글로벌 경쟁은 문화경쟁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는 그의 견해는 우리에게 적잖은 시사점을 던진다. 실제로 앞으로의 글로벌 경쟁은 문화경쟁의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며,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문화 콘텐츠를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1964년 <문화소비자(The Culture Consumers)>를 저술하면서 미래 사회에서는 문화도 다른 제품들처럼 소비의 대상이 되는 ‘문화소비’의 개념을 예측했다. 이는 대중들에게 문화와 경제와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는데, 그의 예상대로 현재 ‘문화의 소비’가 이루어지는 시대가 되었다.
또한 이를 반증하듯 세계 각국과 곳곳의 도시, 그리고 기업에서도 문화예술을 활용한, 이른바 ‘문화예술마케팅’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각 나라별 대표 축제들이 국가, 또는 도시의 경제발전과 이미지 제고 등 지역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다양한 즐거움까지 선사하면서 이제 대중들에게 실질적으로 어필하는 경제적, 문화적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일개 광산 도시의 잔치에서 세계적 문화예술축제로 자리한 영국의 에딘버러 축제, 까뮈와 피카소가 머물렀던 문화예술의 해방구 프랑스 아비뇽의 페스티벌, 토마토 하나로 세계의 8월을 기다리게 하는 스페인 부뇰의 토마토 축제,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다는 명성 속에 매년 2월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는 브라질의 리오 카니발 등은 국가 및 도시의 문화예술 콘텐츠를 활용한 대표 축제로, 경제적 파급효과와 이미지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부가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
이렇듯 세계의 각 국가와 도시들은 앞 다투어 자신들의 대표 축제를 육성해 관광객 유치, 지역 개발 등의 경제 유발 효과를 꾀하며 이미지 제고에도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가지 축제들이 활성화되고 있는데, 이 중 2007년에 개최되었던 ‘제4회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 축제로서의 가능성을 모색해가는 선도적 축제라 할 수 있겠다.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와 3개 도시 도자기축제
2007년에 제 4회째를 맞은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는 우리 고유의 전통 문화예술 소재인 도자기를 소재로 2년마다 열린다. 2007년은 ‘아시아를 빚자(Reshaping Asia)’라는 주제로,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27일까지 한 달간 경기도 이천·광주·여주 3개 도시에서 개최되었다. 전체 예산 80억 원에 이르는, 국내 단일 축제로는 최대 규모의 축제로 어느덧 우리나라의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1회 비엔날레였던 2001년의 765억 원, 2005년의 159억 원에 비하면 안타깝게도 그 예산 규모는 점점 줄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는 이천시·광주시·여주군이 각각 개최하던 도자축제가 그 모태. 그러나 시너지 효과를 위해 경기도 주최로 홀수 해에 2년마다 열리게 되었는데, 비엔날레가 열리지 않는 짝수 해에는 각 도시별 도자기 축제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이를 각 도시별로 보면 이천시가 1976년 시작하여 올해로 21회가 되고, 여주군이 19회, 그리고 광주시가 10회가 되는 해였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역사와 도자기 인프라 등에서 이천시가 가장 선두의 역할을 하고 있고, 여주군이 그 다음의 인지도를 지니고 있으며, 광주시는 가장 후발의 입장에 처해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LG애드는 이 3개 도시의 도자기축제 중에서 광주시 도자기 축제 PT에 참여하여 수주, 실행하게 되었다.
광주 왕실도자기축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라!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를 공동으로 진행하는 3개의 도시는 협조와 시너지를 내는 동시에 보이지 않는 경쟁의 환경도 숙명적으로 안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가운데 광주시는 축제의 역사, 기존 시설 및 인프라, 인지도, 예산 등에서 후발주자로서 그만큼 열악한 위치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어떤 특별한 전략과 실행계획을 수립하지 않고서는 상황을 역전시키거나 진전시키기가 난감한 실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LG애드가 본 프로젝트를 수주, 실행하게 된 것은 우리가 광주시의 그런 고민을 잘 이해했고, 광주시가 그만큼 우리의 기획과 크리에이티브 역량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따라서 우리는 명예를 걸고 최고의 성과를 내야 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이에 가장 먼저 3개 도시의 도자기 축제를 분석한 결과 ‘새로운 차별점 도출’, 그리고 ‘선택과 집중’의 필요성을 파악하게 되었다. 달리 말하면 지금까지의 방법에서 탈피해 새롭게 접근하지 않으면 이전과 달라질 것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이에 먼저 3개 도시의 도자기 특성을 분석 결과 이천은 ‘예술도자기’, 여주는 ‘생활도자기’의 개념을 갖고 있었다. 반면에 광주는 ‘왕실도자기’라는 환경을 갖고 있었는데, 바로 이 부분에 승부를 걸기로 하였다. 즉 컨셉트를 ‘광주 왕실도자기’로 차별화함으로써 타 도시와의 비교를 지양하고 독자적인 기회점과 강점을 부각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지리적으로 용이한 접근성과 문화적 차이점을 활용해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의 하위 개념이 아니라, 광주 왕실도자기라는 데에 초점을 둠으로써 ‘광주 왕실도자기 축제’임을 부각시키자는 전략을 세우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듯 ‘축제의 정체성 재정립’을 통해 2007년 제 10회째를 기점으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자는 목적을 갖게 되었다.
왕실도자기의 재해석, 왕실문화의 체험
그 이름에서부터 왠지 차별점을 느낄 수 있는 ‘왕실도자기’는 도공 중에서도 최고의 도공인 ‘사기장’들이 만드는 도자기였다. 또한 조선시대 궁중의 음식을 맡아본 관청인 ‘사옹원’이 경기도 광주에 진상용 도자기를 만들 수 있도록 도자요를 설치해 그곳에서 최고의 도자기를 만들어 왕실에 올린 유래가 있었다. 우리는 여기서 광주 왕실도자기의 우수성과 차별성을 찾게 되었는데, 광주 왕실도자기는 평범하거나 누구나 접하는 것이 아닌, ‘최고와 권위, 극소수, 특별함, 진귀함, 희소성의 명품’이라는 본질을 키워드로 도출했다.
따라서 ‘특별함’, ‘가치 있는’, ‘최고의’라는 의미를 지닌 ‘프리미엄(Premium)’을 컨셉트로 도출하고, 이를 통해 왕실문화를 전반적으로 느끼게 하자는 의미로 새로운 테마를 ‘왕실문화로의 특별한 초대-제10회 광주왕실도자기축제’로 정하게 되었다.
한편 프로그램 구성은 이제까지의 프로그램 나열 방식과 다르고, 또한 중복 프로그램이 없도록 하기 위해 비엔날레 프로그램을 기본으로 하면서 이번 축제의 컨셉트에 맞는 내용으로 전면 교체했다. 메인 프로그램은 왕실문화의 정점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구성했는데, 도자기와 연관된 대표 프로그램을 개발해 매년 상설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 그리고 도공의 최고봉인 사기장을 통한 왕실도자의 우수성을 알리는 프로그램 기획 등에 주력했다. 서브 프로그램은 가변성과 시의성을 감안해 변동성을 배려했는데, 세계 왕실도자 및 최고의 도자기 전시, 궁중 수라음식, 궁중혼례 체험, 왕실문화 놀이 등으로 보완해 질과 양에서의 차별화를 꾀했다.
또한 개최시기와 메인 타깃을 고려해 장기간 운영 프로그램, 평일/주말 이원화 프로그램, 가족단위 프로그램, 연인 프로그램, 개인/단체 프로그램, 주간/야간 프로그램 기획 등 입체적이고 전방위적인 프로그램을 구성, 기획했다.
새로운 축제의 즐거움, 매출신장의 기쁨!
개막이 임박하면서 긴장감이 느껴졌다. 홍보물 부착과 언론홍보가 시작되고, 애드벌룬이 띄워진 데 이어 무대와 운영물들이 설치되면서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10년째를 맞는 해, 그리고 LG애드가 행사를 맡은 첫 해였기에 광주시청의 관계자들은 예민하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렇듯 모두가 ‘잘 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리허설을 거듭하면서 우리는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추가적인 제작까지 자처했다.
드디어 개막식. 3개 도시를 돌아 참석해야 하는 경기도지사의 일정에 맞추느라 많은 사람들이 분주한 가운데, 이윽고 도지사 및 시장 등 VIP 30명을 비롯한 수많은 관계자들이 도착해 전혀 새롭게 제작한 왕실의 옷 ‘용포’ 로 갈아입고 개막식장에 들어섰다. VIP들이 직접 도자기에 휘호를 쓰고 굽는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왕에게 왕실도자기를 진상하는 사기장의 모습을 재현한 프로그램, 그리고 도공의 삶을 노래한 뮤지컬 ‘토혼’ 등으로 광주왕실도자기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서 진행된 야간 축하공연과 개막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10분간의 성대한 불꽃놀이 때에는 자리를 메운 2,000여명의 관람객들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렇게 성공리에 개막식을 마치고 일과 정리를 할 때 실무 총괄인 광주시 경제산업국장이 연락을 해왔다. 예정되었던 파티장에서 시장님이 우리를 찾는다는 것이었다. 연락을 받고 스태프들과 함께 파티 장소에 갔을 때, 우리는 마치 작은 영웅이라도 된 듯한 보람과 희열을 느끼며 제10회 광주왕실도자기축제의 성공적 개막을 기념했다.
그리고 드디어 한 달 간의 운영이 시작되었고, 연일 행사장을 가득 메우는 관람객들을 보면서 스스로 눈을 의심하게 되었다. 이론이나 목표로만 생각해 왔던 수많은 인파, 즐겁고 행복해 하는 관람객들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큰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거의 매일, 심지어는 비오는 날까지 우산의 물결이 가득했을 때의 그 짜릿한 감동….
또한 축제 기간 동안 광주 왕실도자기 판매장을 가득 메운 구매객들로 도자기 매출 실적에도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이제까지의 축제에서 별 매력을 못 느끼고 ‘그까짓 축제, 하면 뭐하냐’던 도예조합의 상인들로부터 나중에는 ‘축제를 연장할 수 없느냐, 축제 더 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쏟아져 나올 정도였다.
이러한 여러 성과는 실제 수치로도 증명돼, 관람객은 전년 대비 110%, 전시관은 215%, 도예조합의 업체 매출은 무려 400%가 증가했다<표>. 모든 면에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대성공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에 못지않게 보람과 행복을 느꼈던 것은 어린이와 학생, 가족들의 웃음과 행복해하는 모습에서였다. 우리가 노력하고 고생한 만큼 웃음과 행복이 더해진다고 생각하니 새삼 행복감이 느껴졌다.
행복했던, 잊지 못할 30일간의 추억
여느 해에는 개막식에 한 번 정도만 참석한다는 경기도지사의 네 차례 방문, 거의 매일 오후 현장을 찾는 광주시장은 행사장 방문과 관람객 응대를 아예 정기 일과로 실행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도지사 부인의 장차관급 부인 초청관람 등 여느 해에는 볼 수 없었던 진기한 일들이 많이 생겼던 축제였다. 경기도지사의 광주시에 대한 칭찬도 끊이지 않았으며, 점점 축소되어지는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를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이렇게 행사가 종료되며 광주시장 이하 많은 관계자 분들이 노고와 감사의 말씀이 이어졌으며, 이를 기념하기 위해 LG애드에 감사패를 주기로 결정하여 다시 한 번 보람과 감사의 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가, 그 행복했던 순간순간에 함께 고생했던 협력사 스태프들도 다시 보고 싶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