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체제 즈음인 1998년 탄생한 마티즈는 효용성과 개성 있는 스타일로 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링카의 자리를 점하며 화려하게 출발했다. 그 후 경쟁자인 현대 아토즈, 기아 비스토와의 싸움에서 마티즈는 가히 괴력을 발휘하며 그들을 연거푸 시장에서 몰아내고 작은 거인으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들의 경차시장에 대한 외면으로 마티즈의 시장 내 점유율은 급격하게 하락했고, 아울러 2008년 경차 기준이 배기량 1000cc로 확대되면서 마티즈는 독주체제를 끝내고 다시금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스타 탄생
2007년의 마티즈가 당면한 과제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한국인들의 ‘큰 차 선호’ 경향에 따른 마티즈의 판매부진을 개선하라는 것이고, 둘째는 ‘모닝’이 경차 세그먼트로 진입하기 이전에 사전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사실 이 두 과제는 별도의 개념이 아닌 하나의 해결점을 공유하고 있다. 즉 마티즈에게 고유의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공고히 하면 소비자들의 경차 경시 풍조도 변화시키고, 모닝의 경차시장 진입 이전에 No.1 브랜드로서의 마티즈의 위상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마티즈는 ‘가격 대비 가치(Value for Money)’ 때문에 구매하게 되는 차, 또한 ‘여러 경차 브랜드 중의 하나’가 아니라 ‘소비자와 특별한 감정과 이야기를 공유하는 매개체’로서 자리매김해야 하는 것이다.
구매자 프로파일을 살펴보더라도 마티즈는 추가구매 비율이 다른 어떤 차종보다 높다. 마티즈를 구매한 소비자들 중 상당수는 경제적 편익도 있지만, 독특한 스타일과 편의성 때문에 개성 있는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구매한 경우가 많았다. 이는 또 활발한 동호회 활동으로도 이어져 마티즈는 국내 자동차 중 가장 많은 동호회와 동호인을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마티즈라는 ‘스타’를 중심으로 ‘팬덤(Fandom, 팬 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의 한결같은 사랑은 9년간 국내 판매 50만 대라는 기록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마티즈를 ‘자동차의 스타’, ‘드라이빙계의 스타’라고 명명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개성이 투영된, 그래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스타, 마티즈.’
이렇게 해서 마티즈를 ‘드라이빙 스타(Driving Star)’로 등극시키기 위한 2007년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스타와 맞수
‘드라이빙 스타’, 마티즈를 등장시키면서 마티즈의 특성과 가치를 쉽게, 그러나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는 마티즈의 이미지를 대변할 수 있는 빅스타를 등장시키기로 하고, 국내외 ‘스타’라고 부를 수 있는 모든 인물을 대상으로 모델 적합도 및 호감도 조사를 실시했다. 그 선택은 두말할 나위 없이 김태희였다. 섹시한 듯 하면서 청초한 외양과 똑똑하고 지적인 내면까지, 그녀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이미지가 마티즈의 제품 특성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으로 평가된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김태희, 이제 대한민국 대표경차 마티즈와의 한판 승부만이 남았다.
스타의 굴욕
일반적으로 미모의 톱모델이 등장하는 광고라고 하면 모델 고유의 이미지, 혹은 출연한 작품 속의 이미지로 등장해 제품을 바라보거나 사용하면서 “이 제품 최고예요”라고 말하는 광고를 연상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마티즈 광고 캠페인은 모델이 해당 제품을 좋아한다는 상투적인 설정에서 벗어나 ‘김태희가 마티즈에 못 당한다’는 새로운 관점의 스토리라인을 밝고 유쾌하게 표현함으로써 광고적 재미와 함께 이 시대 러브마크로서의 마티즈를 표현하기로 했다. 이에 ‘김태희의 착각, 굴욕, 그리고 복수’ 편으로 이어진 세 편의 시리즈 광고물은, 마티즈가 주인공이 되어 스토리라인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나는 방향으로 ‘연기하는 김태희’가 아닌 ‘실제 연예인 김태희’를 제대로 밀어내고(?) 결국 김태희도 마티즈의 팬이 되어버린다는 내용을 담았다.
촬영장의 스타
이번 마티즈 광고촬영은 말레이시아에서 이루어졌다. 산 위의 호텔, 외딴 채석장, 무더위와 먼지바람이 휩쓰는 도심을 오가며 3일 동안 이어진 강행군으로 촬영진의 고생이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굴욕(?)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지친 내색 없이 촬영에 임하는 김태희의 열정에 모든 스태프들은 놀라고 말았다. 그런 그녀의 에너지의 원천은 곧 밝혀졌으니, 바로 ‘밥심’. ‘스타 같지 않은’ 소탈한 식성과 왕성한 식욕이 그녀의 지성과 미모를 만들었나보다. 그리고, 마지막 날 진행된 ‘복수’ 편에서 뒤로 꺾인 자세로 한나절을 보내야만 했던 그가 내내 즐거워한 이유는 무엇일까? 눈을 뜰 수 없을 만큼의 강렬한 햇빛과 더위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다시”라는 지시에 김태희가 미소를 잃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 동안 당한 ‘굴욕’을 ‘제대로’ 갚아주고 싶었기 때문이었을까? ‘별’들에게 물어봐야겠다.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이번 촬영의 최고의 스타는 마티즈. 현지인들도 마티즈의 스타일에 연신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는데, 본인 소유의 차가 없다는 김태희도 한국에 돌아가면 마티즈를 구입하고 싶다며 가격까지 물어왔다. ‘김태희도 반한 차, 마티즈’, 역시 ‘드라이빙 스타’임을 여실히 증명한 광고촬영 현장이었다.
팬들의 성원
마티즈와 김태희, 두 스타의 만남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놀라웠다. ‘유머’를 직접적이고 상투적인 방법이 아니라 ‘반전’을 통해 표현한 이 광고의 재미와 신선함에 대한 호응부터, ‘마티즈가 정말 김태희 만큼 예쁘다, 김태희 같이 똑똑한 사람은 마티즈를 탈 것 같다’ 등의 성원과 반응이 줄을 이었다. 사실 이번 광고 캠페인의 성공 여부는 김태희의 출연 여부와 그녀의 연기력에 상당 부분 달려 있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김태희가 과연 이렇게 ‘제대로 망가지는’ 스토리라인의 광고에 출연해 줄지, 공주 같은 연기만 해온 그녀가 연기를 잘 해낼지 우려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마티즈라는 브랜드 캐릭터가 자신과 어울릴 것 같다고, 스토리 내용이 평소 자신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하며 김태희는 출연에 적극적이었고, 결과적으로 이 광고로 인해 김태희는 ‘새로운 모습의 발견’이라는 칭찬일색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모든 광고 캠페인은 소비자와의 공감대 형성이 그 성공여부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캠페인 역시 마티즈와 김태희, 광고스토리, 그 3자의 적합성이 소비자들과의 공감으로 이어져 성공을 거둔 것이라 하겠다.
스타의 신화는 계속된다
이번 캠페인의 목표는 마티즈의 브랜드 이미지를 가격이 싼 차가 아닌, 특별한 개성과 가치를 지닌, 그래서 사랑 받는 러브마크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에 공중파와 케이블, 극장에서 광고를 집행한 후 광고 자체에 대한 평가도 좋았지만, 마티즈의 이미지도 의도한 바대로 예쁘고 개성 있는, 소중한 차로 각인되었다<그림 1>. 또한 향상된 브랜드 호감도는 구매의향을 높였고<그림 2>, 이는 실제 판매실적에도 영향을 주었다. 부가적인 마케팅과 더불어 전년 대비 판매량을 두 배 가까이 올려놓은 것이다.
2008년이면 출시된 지 10년을 맞게 되는 드라이빙 스타, 마티즈, 새로운 경쟁자가 출현하지만 준비된 마티즈는 스타의 신화를 계속 이어갈 것이다. 예쁘고, 똑똑하고, 개성 있고, 어디 이만한 스타가 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