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5-06 : 우리 모델 최고 - 환하게 피어난 목화꽃처럼 아름다운 '노랑 아가씨'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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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하게 피어난 목화꽃처럼 아름다운 '노랑 아가씨'  
  이 선 복 AE I 기획 8팀
   sblee@lgad.lg.co.kr


 
 
미학(美學)을 ‘예술 철학’으로 여기고 예술만을 미학의 대상이라고 생각했던 헤겔(Georg W. F. Hegel, 1770~1831)에 비해, 러시아의 체르니셰프스키(N. G. Chernyshevsky, 1828~ 1889)는 사회현실 가운데의 미학문제를 탐구하기 위해 그 유명한 ‘미(美)는 생활’이라는 명제를 창출하였다.
이 Model in Model 코너가 주로 아름다운, 자랑거리가 될 만한 광고 모델을 소개하는 자리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최근 디지털 LG의 ‘시장’편 광고를 통해 우리들 질펀한 삶 속에서 진정으로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모델을 찾을 수 있었기에 여기 소개하고자 한다.
 
“뭐? 돼지털 세상이라고?”
 
디지털 LG 캠페인은 디지털이 이제 먼 미래가 아니라 우리의 생활 자체이며, 또한 인간세상에 꼭 필요한 휴머니즘을 강화한다는 메시지를 줄기차게 진행해 왔다. 그래서 항상 빅모델이나 인지도 있는 모델보다는 무명 모델을 통해 우리의 일상의 모습을 풀어내려고 노력하였다.
이번 ‘시장’편도 그런 의미에서 모델 선정에 고민하였다. 특히 후덕스러워 보이는 시장 할머니를 선정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더 고민이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시장 할머니 한 분을 선정하였다. 광고에서처럼 생선 파는 아줌마가 아닌, 실제로는 노량진수산시장의 한 점포에서 노란 앞치마를 두르고 젓갈을 파는 ‘노랑 아가씨’라는 별명의 유양선 할머니가 바로 그 주인공.
 
사실 광고의 의도상 마지막 눈길을 끄는 요소를 아이의 천진한 웃음으로 처리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광고가 on-air 되자 오히려 “뭐? 돼지털?” 하고 능청스럽게 외치던 유양선 할머니가 스타가 되었으니,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워낙 유명하던 이 할머니는 그때부터 ‘돼지털 할머니’라 불리게 되었고, 초등학교 아이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되었다.
그 여파는 계속되어 TV CF의 연계안으로 계획된 지면광고 또한 유양선 할머니를 중심으로 한 비주얼안으로 결정되어 현재 집행중이다. 그러나 이 할머니가 유명해진 것은 실은 이 광고 때문이라기보다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주는 것만큼 행복한 것이 없더라구…”
 
유양선 할머니는 디지털 LG의 광고 이전에 어느 방송프로그램의 칭찬 릴레이를 통해 얼굴이 알려졌다. 이 할머니가 모 대학에 억대나 되는 장학금을 선뜻 내어주고, 어려운 고학생들에게 책을 꾸준히 기증한 바로 그 주인공이었던 것이다. “본인을 위해서는 아무런 욕심도 없고, 오직 어렵게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하실 뿐”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얘기도 들려 왔다.
그런데 이렇게 남에게 베풀면서 사는 삶을 살게 된 건 아주 작은 계기때문이라고 했다. 장사하는 것이 너무 힘들던 젊은 시절, 그러니까 본인의 표현을 빌자면 ‘땅과 돈만 바라보고 장사하던 시절’, 할머니는 우연히 <11시에 만납시다>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거기서 소년소녀가장 수기 공모에 참여한 김남석이라는 소년을 보았는데, 그 소년이 바로 한 달에 한 번씩 젓갈을 사가던 자기 단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할머니는 ‘내가 아무리 못배우고 못살아도 내 주위에 이렇게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는 것 또한 그냥 모르고 지냈구나’하는 생각에 그때부터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아동복지회관 등에 꾸준히 지원 활동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말 그대로 시장바닥에서, 할머니가 앉아 계시는 조그만 의자에 나누어 앉아 이 얘기 저 얘기 두런두런 나누며 바라본 할머니의 옆 모습은 너무나 행복해 보였고, 또 그 어떤 광고 모델보다도 아름다웠다. 기사를 위해 시작한 인터뷰였지만, 본인의 말씀처럼 진정으로 베푸는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고, 그저 탐미적인 것이 아닌, 우리의 삶 속에서 은근히 배어 나오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흐뭇함이 더한 것도 물론이다.

유양선 할머니는 가끔 지나가다 자기를 알아 봐주고 칭찬을 해주며 젓갈을 사가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남을 돕는 사람들이지, 자기가 사람을 돕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자신은 남들을 도울 때 마치 8, 9월 한창 영그는 목화꽃을 보듯이 엔돌핀이 솟는다고 하셨다. 그 말씀을 들으며 난 오히려 그런 할머니의 모습이 환하게 피어난 목화꽃 같다고 생각했다.
 
할머니는 요즘 장사가 잘 안 된다고 한다. 언제 시간이 나서 쫀득한 회 한 접시 먹으러 노량진수산시장에 가게 된다면 할머니 가게에도 들러 젓갈 한 통 사는 것은 어떨지…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