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출근길, 신문에서 4살 정도로 보이는 꼬질꼬질한 이집트 여자아이가 오염된 연못에서 구정물을 떠 마시고 있는 사진을 보았다. 평상시 같았으면 그저 '불쌍해라'하고 금방 잊어버렸을 텐데, 그날따라 마치 누군가가 ‘이제는 관심을 가져달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같은 지구상에 있으면서 누군가는 물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풍족하게 사는 반면, 왜 어떤 곳에서는 사람, 동물 구분 없이 말라비틀어진 듯한 연못에서 목을 축여야만 하는 것일까? 궁금증을 가지고 살펴본 지 몇 분 만에, 지금은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나와는 상관없는 듯한' 이런 현상이 머지않아 우리나라, 나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인류에 치명적인 미래를 초래할 수 있는 기후변화, 즉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란?
지구 표면의 평균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하며,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를 포함하기도 한다. 온난화 현상 자체는 과거에도 있었으나, 주로 19세기 후반부터 눈에 띄게 관측되고 있다. 주 원인은 산업발달에 따른 화석연료 사용과 숲이 파괴되면서 늘어나는 온실가스의 영향이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양은 1958년에 315ppm이었고 2000년에는 367ppm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런 속도로 2100년 700ppm에 도달할 경우 세계 곳곳에서 하루 평균 기온이 섭씨 40~50도를 웃돌게 될 것이다.
온난화 현상의 결과
지구의 연평균기온이 계속 올라감으로써 땅이나 바다에 숨어 있던 각종 기체가 대기 중에 더욱 많이 방출된다면 온난화는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온난화에 의해 대기 중 수증기량이 증가하면서 평균 강수량이 증가하고, 이는 홍수나 가뭄으로 이어져 2020년엔 인구 4억~17억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2080년엔 인류를 뺀 생물 대부분이 멸종할지도 모른다. 더 큰 문제는 해수면이 상승하는 것으로, 이미 그린란드의 빙하 두께는 매년 2m씩 얇아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1년에 500억 톤 이상의 물이 바다로 흘러 해수면이 0.13mm씩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섬이나 해안에 사는 사람들은 물론, 해안에 가까운 도시에도 엄청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최근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해운대>의 쓰나미 장면을 떠올려 보면 그 무서운 결과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 온난화 예방 캠페인
사실, 이미 세계는 환경위기를 깨닫고 생태계를 복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중 정말 멋진 방법으로 세계의 참여를 유도한 지구 온난화 예방 캠페인이 2007년부터 시작되었는데, 바로 WWF(세계야생동물기금)에서 주최하는, 1년 중 지정한 한 시간 동안 전기를 끄고 온난화 위기에 처한 지구를 생각하자는 ‘지구시간(Earth Hour)’ 캠페인이다. 2009년 Earth Hour는 3월 말에 진행되었는데, 전 세계 88개국, 4,000개 이상의 도시가 행사에 동참했,고 전 세계의 명소 1,059곳이 이 시간 동안 전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캠페인은 전 세계 지구인들에게 다시 한 번 지구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을 크게 불러일으키면서 2009년 칸광고제 옥외광고(Outdoor)부문 Gold를 수상했다. 더 나아가 WWF는 Earth Hour 공식사이트에서 지구 온난화에 반대하며 지구를 살리자는 의견에 투표하는 Vote Earth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에 참여한 전 세계인들의 동참 의사를 올해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있을 UN기후변화협약 총회 때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투표를 원하시는 분은 http://www.earthhour.org/home/).
지구를 지키는 슈퍼히어로 되기
이제 우리는 기후변화 현상이 북극곰과 야생동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에 관한 문제이며, 그 주범 또한 인간의 활동임을 인식, 책임의식을 지니고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급격한 도시화 때문인지, 환경에 대해 낮은 국민 의식 때문인지 몰라도 지난 100년간 지구 평균온도가 섭씨 0.74도 상승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1.5도나 상승했다고 하니, 이제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단결해서 지구를 지킬 때가 온 것 같다. 재활용을 열심히 하고, 사용하지 않는 콘센트는 빼두는 습관을 들이고, 엘리베이터 대신 가끔 계단을 이용하고, 양치질 할 때만큼은 물을 잠가두며, 퇴근할 때는 컴퓨터를 끄는 등의 작은 실천이 지구를 살리고, 사랑하는 우리 가족들을 지켜가는 길이 될 수 있다.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 실천하는 모습을 보고 마치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미리 걱정하는 한심한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 간혹 있다. 최근 한 영국의 과학자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지구를 구하기엔 너무 늦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나 하나쯤’이 아닌 ‘나부터 시작해야지’ 라는 마음가짐으로 지구 온난화 예방에 힘쓴다면 파괴되고 있는 생태계를 얼마든지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지구가 위험에 처하면 어디선가 나타나 우리를 구해주는 슈퍼히어로는 만화 속 이야기일 뿐, 사랑하는 가족, 내 삶의 터전, 조금 더 나아가 인류와 세계를 구할 수 있는 슈퍼히어로는 바로 우리다.
* 기후변화 관련, 추천하고 싶은 다큐멘터리: National Geographic의 <지구를 위협하는 6℃의 비밀>, 자료공유를 원하시면 메일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