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10 : Global View 영국 - ‘장소 마케팅(Place Marketing)’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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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View _ ‘장소 마케팅(Place Marketing)’
   김계현 | Manchester Business School(영국 Manchester대학교), Management and Marketing 전공 / rlarpgus@hotmail.com
Management and Marketing을 전공하며, <캠페인>지의 아티클 한글 번역 프리랜서도 활동하고 있다. ‘스포츠 스폰서십의 실질 광고효과 측정: 영국 프리미어 리그 축구 스폰서 기업들을 대상으로’ 등의 논문을 준비중이다.
 
그곳에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다

‘장소 마케팅’이란 기본적으로 특정 지역(도시 혹은 장소)을 상품화하여 지역 정부나 민간 차원의 협력을 통해 지역의 특정 이미지, 시설 개발을 통해 지역 자체로서의 상품가치를 증대시켜 소기의 목적(대형 이벤트 또는 산업 유치, 정치적 목적 실현, 지역 경제 활성화)을 달성하는 것을 말한다.



프랑스 파리, 스페인 바로셀로나, 영국 런던, 이집트 카이로, 그리스의 아테네, 그리고 미국의 뉴욕. 이렇듯 나라와 그 도시의 이름만 들어도 연상되는 단어들이 있다. 로맨스와 사랑의 거리 파리, 열정과 축구의 도시 바르셀로나, 신사의 도시 런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의 이집트, 올림픽과 신들의 고향 아테네, 바쁜 뉴요커의 모던한 일상 뉴욕. 이러한 도시(혹은 지역적 위치)와 특정 이미지 간의 연결고리 형성은 한번 정착되면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이러한 관광적 수익 혹은 도시나 지역적 브랜드 가치의 중요성을 인지한 세계 각국과 도시들이 그 이미지를 제고하는 ‘장소 마케팅(Place Markedting)’에 뛰어들었다. 사실 장소 마케팅은 최근에 등장한 새로운 전략이나 트렌드는 아니다. 예전에도 미국의 도시화를 통한 이미지 제고나 올림픽 혹은 월드컵 유치를 위한 국가적, 도시적인 마케팅이 줄곧 존재해 왔다. 다만 최근 장소 마케팅이 다시 한 번 부각되는 이유는 단기적인 마케팅 전략이나 프로모션 기술로도 침체를 쉽사리 벗어날 수 없는 최근의 경제 위기 속에서도, 오랜 기간 동안 축적되어온 장소 마케팅의 진가가 빛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영국은 장소 마케팅에 관한 한 다른 그 어떤 지역보다 오래된 역사와 유명세를 지니고 있다.

맨체스터를 통해 본 장소 마케팅
‘장소 마케팅’이란 기본적으로 특정 지역(도시 혹은 장소)을 상품화하여 지역 정부나 민간 차원의 협력을 통해 지역의 특정 이미지, 시설 개발을 통해 지역 자체로서의 상품가치를 증대시켜 소기의 목적(대형 이벤트 또는 산업 유치, 정치적 목적 실현, 지역 경제 활성화)을 달성하는 것을 말한다.
영국의 맨체스터(Manchester)의 경우를 보자. 지금은 문화, 금융산업의 중심지로 영국 제 2, 3의 도시를 다투고 있지만, 맨체스터는 18세기 중엽에 시작된 영국의 산업혁명의 핵심 요충지였다. 이미 14세기에 플랑드르 방직공들의 대거 이주로 면화, 양모 가공산업의 중심지였던 맨체스터는 18세기를 시작으로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로 진입하면서 영국은 물론 전 세계의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선구적인 도시의 모습을 보인다. 세계 최초의 상업철도가 건설된 곳이기도 하며, 그 엄청난 공장규모와 노동자 수에 힘입어, 유명한 사회학자 칼 마르크스(Karl Marx)가 맨체스터의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을 본 충격으로 노동자 중심의 사회주의 이론을 창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1960년대부터 영국 공업의 쇠퇴와 함께 맨체스터의 중화학산업도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사람들은 맨체스터를 떠나기 시작했고 버려진 공장과 창고들만 도시에 가득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맨체스터 시는 오랜 시간 동안 맨체스터 지역의 산업적 이미지를 문화, 금융의 이미지로 바꾸려 노력해왔고, 덕분에 현재 맨체스터 중심가의 모습은 빅토리아 시대의 전통적 붉은 벽돌 건물 양식과 모던하고 실험적인 현대 건축물의 조화를 이루며 옛 명성을 다시 일으켰다. 이제 아무도 맨체스터를 산업혁명의 중심지라고 부르지 않는다.
세계적인 축구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씨티를 보유하고 있는 이 도시는 세계 축구팬들의 메카가 되었고, 어마어마한 입장수입과 기념품 판매, 축구팬들의 관광수입으로 세계 스포츠의 중심으로 이미지를 탈바꿈했다. 전 세계 대형 기업들은 열광적인 축구 열기에 힘입어 스폰서십 또는 다른 직간접 투자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제 맨체스터라는 도시 이름은 장소 마케팅을 넘어 이름 자체가 ‘장소의 브랜드화 (플레이스 브랜딩, Place Branding)’가 되었다.

비틀즈를 활용한 리버풀의 장소 마케팅

맨체스터와 비슷한 또 다른 좋은 예가 있다. 바로 리버풀(Liverpool)이다. 리버풀 역시 맨체스터처럼 18세기 산업화의 중심이었다. 런던에 버금갈 만한 훌륭한 항만을 갖춘 이 도시는 배후지의 산업구조로 아일랜드·미국·캐나다·서아프리카를 잇는 중요한 무역항이었다. 하지만 리버풀 역시 산업화가 쇠퇴하면서 수출입 물량이 줄어들었다. 현재도 새로운 공업진흥정책으로 잉글랜드 북부 공업지대의 유통기지로서 제분·담배제조·정유·제당의 수입 원자재를 사용하는 공장들이 있다.
하지만 그 영향력은 예전만 하지 못하고, 항만업무 등 해운산업과 관련된 산업이나 금융·보험이 중심이 되고 있다. 이 쇠퇴하는 공업도시를 다시 일으킨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리버풀의 장소 마케팅이다. 물론 맨체스터처럼 열광적인 리버풀 축구팀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했던 변화는 바로 비틀즈(The Beatles)의 등장이었다. 비틀즈는 존 레논·폴 메카트니·조지 해리슨·링고 스타 등 4명으로 이루어진 록 밴드 그룹으로 전원이 리버풀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마침 산업화의 쇠퇴기를 심하게 겪고 있던 1960년대에 등장해 영국 전체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으며, 1964년 초 미국 진출을 계기로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누린 그룹이다.
얼마 전 기사를 보면 비틀즈의 리마스터 앨범이 5일 만에 225만장이 팔려나갔다고 하니 그 인기는 여전한 것 같다. 리버풀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장소 마케팅-멤버들의 생가 보존, 리버풀 존 레논 국제공항, 비틀즈 박물관 건립, 지속적이고 다양한 기념품 생산, 재즈 클럽-을 하기 시작했다. 별 다른 차이가 없이 단순해 보이는 사업이지만, 다른 세계적 유명 가수들, 그리고 그들의 출생지의 경우와 비교해 보더라도 리버풀은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마케팅을 펼쳐왔다. 그리고 이러한 비틀즈의 힘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산업의 발전을 촉진시킨 결과, 2008년 유럽의 문화 수도로 선정되며 다른 유명한 유럽의 도시들을 제치고 문화 중심 도시로서 우뚝 서게 되었다.

정부의 지원, 시민들의 양보 함께해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해 그 유명세를 가지게 된 경우도 많다. 로빈훗 숲과 그 박물관을 보유하고 있는 노팅엄(Nottingham), 영화 <해리포터>)의 마법의 학교 식당의 촬영지로 유명한 크라이스트 처치(Christ Church), 그리고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고향 스트랏포드 어폰 에이븐(Stratford-upon-Avon)은 마을 전체가 셰익스피어의 발자취로 남겨져 있으며 생가와 박물관, 그가 생전 자주 갔던 술집들이 아직 보존되어 있다. 사실 영국의 경우는 다른 신흥 국가나 도시, 지역들처럼 애초에 지역을 상품화를 시키려는 계획적인 마케팅 전략에 의한 사례는 분명 아니다. 영국의 축구 산업이 장소 마케팅을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던 것도 아니고, 리버풀이 문화도시로 재탄생하기 위해 비틀즈를 직접 키워낸 것도 물론 아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영국이 오랜 문화와 역사를 가졌기 때문에 장소 마케팅 관점에서의 특색과 강점을 지니게 된 것일까?
영국이 플레이스 브랜딩(Place Branding)의 이득을 톡톡히 누리는 이유는 바로 체계적인 관리와 중장기적 관점 아래 일관성 있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끈기에 있다. 세계적인 맛을 자랑하는 스카치 위스키는 전통적인 위스키를 생산하는 공장에게 스코틀랜드 정부 차원에서 세제지원 등의 각종 혜택을 아끼지 않는다. 법적으로 생산자의 사회적 지위를 보장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에딘버러와 노팅힐 같은 대형 축제도 1년 내내 페스티벌만을 관장하는 독립위원회를 운영한다. 다른 지역이나 도시도 거의 마찬가지인데, 여기에는 전통적인 특색을 중시하고 가치를 우선시하는 영국인의 성격도 상당히 반영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지역 우수성과 그 잠재적인 가치를 인정하고 함께 자랑스러워하며 굳이 ‘마케팅’이라는 단어에 구속 받지 않은 채로 그 속에 함께 녹아들어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영국의 법률적 제도 또한 이런 활동에 유리하도록 구비되어 있다. 박물관 혹은 문화산업에 관한 각종 지원이 법제화되어 있고 기존의 전통적 가치 보존을 위해 기존 건물의 재건축이나 신규 건축, 도로와 철도 건설 관련 법규가 매우 까다롭다. 영국 시민들 역시 문화적 전통과 가치 보존을 위한 일이라면 개인적인 불편함, 혹은 부동산에 관련한 이득에 집착하지 않는다. 지자체의 현명하고 중장기적인 프로그램과 사후 관리, 관련 정책에 대한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법제적 장치,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전통적 잠재력 가치 중심의 사고방식이 장소 마케팅 측면에서 영국을 강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장소 마케팅 현실
장소 마케팅이 지니는 다른 마케팅 전략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제품(Product)와 유통(Place)의 일치이다. 생산자가 판매하려는 제품이 ‘장소’이니 그 유통과정 역시 일치할 수밖에 없다. 판매자의 입장에서 가격은 쉽게 조정할 수 없다. 시장의 논리에 따라 결정되는 이유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많은 영향과 제약 때문에 쉽지 않다. 따라서 장소 마케팅의 핵심 키포인트는 바로 프로모션(Promotion)이다. 얼마나 효과적이고 강렬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느냐가 장소 마케팅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것이다.
몇몇 자치단체의 지역축제 성공으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수백 수천 가지의 지역/향토 축제가 생겨났다. 상호 교류할 수 있는 특정한 공감대 없이 어디서든 똑같은 연예인의 무대, 미녀 선발대회, 향토 특산물만 가지고 진행되는 지자체의 향토 문화 축제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무관심 속에 금방 사라지고, 또 금방 다시 생겨남을 반복한다. 문화도시로 탈바꿈하려는 서울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움과 혁신만을 추구하는 시대 분위기 속에서 전통적인 거리(종로 피맛골, 헌책방 거리 등)는 번쩍번쩍한 빌딩들로 채워지고, 그 전통을 재현한다던 인사동은 식당과 찻집 거리로 바뀌었다. 이러한 한국의 장소 마케팅 전략에 영국의 사례가 경종을 울렸으면 한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