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경영에 대한 공식적인 견해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정직’으로, 원칙과 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일하는 것, 둘째 ‘공정한 대우’로, 모든 거래관계에서 공평하게 기회를 제공하고 공정하게 대우한다는 것, 셋째 ‘실력을 통한 정당한 경쟁’으로, 정정당당하게 경쟁해 이길 수 있는 실력을 배양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LG그룹 임직원의 사고 및 행동의 기반이 되는 LG Way는 3가지 차원의 계층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경영이념·행동방식, 그리고 비전이 바로 그것이다.
경영이념인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 ‘인간 존중의 경영’은 사업의 근본방향을 설정하고, 기업운영에 관한 원칙을 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하면, ‘정도경영’은 LG그룹 임직원의 행동방식을 정해준다. 정도경영은 특히 업무를 하면서 우리가 빠지기 쉬운 유혹을 떨쳐내는 데 필요한 방향을 정해주기 때문에 LG Way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구매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트래픽 팀은 정도경영과 업무 관련성이 많기 때문에 정도경영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해 보고자 한다.
정도경영의 근간, ‘정직’ ‘공정한 대우’ ‘정당한 경쟁’
정도경영에 대한 그룹의 공식적인 견해는 크게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는 ‘정직’이다. 정직은 원칙과 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는 ‘공정한 대우’다. 모든 거래관계에서 공평하게 기회를 제공하고, 공정하게 대우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실력을 통한 정당한 경쟁’이다. 정정당당하게 경쟁해 이길 수 있는 실력을 배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LG Way의 행동방식인 정도경영은 소극적인 의미와 적극적인 의미의 두 가지를 내포하고 있다. 소극적인 의미는 ‘~~~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강하고, 적극적인 의미는 ‘~~~한다’는 의미가 강하며, 처벌보다는 이를 지켰을 때의 이익이 큰 경우가 많다.
‘정직’과 ‘공정한 대우’는 소극적 의미가 강하다. 즉 이를 지키지 못하면 처벌받을 수 있는 강력한 제재조치를 가진 규정이라는 뜻이다. 어느 조직이나 기업도 그런 규정이 준비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이를 지키겠다는 경영진의 의지이며, 이를 실천하고 준수하는 임직원의 행동인 것이다. 최근 정도경영 TF의 경영진단을 통해 우리는 LG그룹의 강력한 의지를 느끼기에 충분했다.‘실력을 통한 정당한 경쟁’은 적극적인 의미가 강하다. 정당한 경쟁을 통한 비즈니스를 해가는 것이 ‘일등 LG’가 되어 100년 기업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기본요소라고 할 수 있다.
우리 회사는 다시 LG그룹의 일원이 된 후 ‘정도경영 TF’의 경영진단을 받았다. 경영진단을 받으며 느낀 점은 진단 팀의 가장 간단한 질문에도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 질문은 이렇다. “왜 그 업체에게 이 일을 발주했죠?” 질문에 대한 임직원의 답은 하나 같았다. “그 업체가 잘하니까요.”
‘어떤 기준으로 볼 때 그 업체가 잘한다’라는 이야기보다는 ‘내가 보기에’, ‘나와 호흡이 맞으니까’라는 응답이 주를 이루었다. 우리 임직원이 능력이 미흡한 업체와 일을 했다는 것이 아니다. 분명 우리 임직원은 좋은 아웃풋을 도출하기 위해, 자신과 회사의 업무성과를 높이기 위해 우수한 업체와 거래를 하고자 한다. 그러나 임직원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에 대해 최소한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Bottom-Line을 만들어 줄 필요성은 있을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채널 공식화 필요
경영진단이 남긴 교훈 중 가장 시급한 부분은 업체 선정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절차가 필요하지만, 우선 특정 업무에 관련된 사람들이 업체 선정 시 어떤 기준으로, 어떤 의견으로 선정했는가를 표현하고 기록하는 것이다. 이에 곧바로 실시한 것이 바로 ‘협력업체선정검토서’ 작성이다.
이 양식을 작성하면서 실무자는 하지 않던 일을 하기 때문에 업무 부담이 과중된다고 불평한다. 과연 그럴까? 필자는 자신 있게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 임직원 모두는 어떤 일이 주어지면 이번 일을 어느 업체와 하는 게 가장 좋을까를 고민하고 최선의 결정을 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협력업체선정검토서의 실질적인 내용은 이전에 해오지 않던 일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계속 해오던 일을 계속하되 ‘문서화’하여 형식적인 요소를 갖추고 업무에 관련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라는 행동적인 면을 강화한 것이다.
임직원들은 이 과정을 지키면서 과도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추가로 소요되는 시간은 문서화함으로써 좀 더 구체적인 선정사유를 생각하게 되고, 커뮤니케이션함으로써 혼자 결정할 때 잘못 결정할 수 있는 위험성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믿는다. 결국 이는 반드시 투입되어야 할 시간인 것이다. 협력업체를 선정하는 행위 자체도 자신의 실력배양을 위한 기회가 되기 때문에 적극적인 정도경영의 한 틀이 될 수 있다.
그럼 정직과 공정한 대우를 실천하기 위한 행동방향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투명성이다. ‘투명성’이란 특정 기관 이해 관계자들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에 대해 해당 이해관계자들이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존 탭스콧 외, <투명경영>).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이란 업무 프로세스 상에서 필요한 부분을 형식화, 정형화하고 정당한 사유에 의해 정보가 언제든지 필요한 이들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이다. 단, 주의할 점은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형식화와 정형화가 우리 사업의 핵심역량인 ‘창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앞으로 우리는 투명성을 추구하기 위한 일련의 업무혁신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가 해나가야 할 혁신은 현대의 기업경영에 대하여 주위 환경이 요구하고 있는 수준의 투명성을 갖추는 것과, 우리의 핵심역량인 크리에이티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 두 가지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경영진과 임직원의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이 반드시 필요하다.
업체 선정과 관련, 이런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직급이 높은 분은 현재 업체선정을 직급이 너무 낮은 사람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직급이 낮은 사람은 윗사람이 항상 개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물론 회사 업무는 규정에 의해 진행되지만 공식화되어 있지 않은 의사결정 채널 때문에 서로의 신뢰가 미흡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현상은 우리 회사의 경쟁력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떤 기준에 의해서, 어떤 프로세스에 의해서 업체선정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것이 최선의 결정이라는 것을 조직의 상하가 공감할 때 우리 회사의 경쟁력은 향상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공식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회사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회사이다. 그런데 가끔 우리 회사에는 너무 커뮤니케이션이 없다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다.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된 문화, 바로 정도경영의 시작이요, 끝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대화를 한 번 상상해보자.
“왜 그 업체와 일을 하려고 하지요?” A/“내가 알아서 하면 되지, 무슨 상관이야?” B/“이 업체의 크리에이티브는 지난번 칸국제광고제에서 금상을 수상한 CD의, 소비자에 대한 송곳 같이 정교한 분석이 뒷받침돼서, 대가도 이만하면 되고….”
우리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바를 한마디로 표현하는 질문과 대답이 아닐까? 답변은 물론 우리가 선택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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