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기업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제품을 만들고,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 왔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순서를 달리 생각하고 실천하게 되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간파하고 이를 열심히 만들어 제공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이익이 따라온다는 믿음을 LG의 최고 경영진이 공식 천명하고 솔선수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최근 여러 기업들이 ‘~ Way’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그 기업이 말하는 ‘Way’의 의미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 점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하나인 LG도 마찬가지다. ‘사랑해요 LG’ CF로 인해 인간미가 있고 따뜻한 기업 이미지를 쉽게 떠올리게 되지만, 정작 ‘LG Way’의 내용에 있어서는 그것이 다른 기업과 어떻게 다른 것일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여기에서는 이와 같은 몇 가지 물음에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I. “웨이(Way), 그게 뭐죠?” - Way의 의미
우선 LG Way라고 할 때 Way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파주 LCD 산업단지 입구에 있는 LG로(路)처럼 어딘가로 향하는 길(여정)을 연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프랭크 시네트라가 부른 ‘My Way’가 떠오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단 여기에서는 Way를 ‘기업 고유의 경영방식’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고자 한다. 기업 고유의 경영방식이라…… 그렇다면 ‘LG 고유의 경영방식은 뭐지?’ 라는 궁금증이 생기게 된다. 즉 어떤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으며, 어떤 사람을 뽑아서 어떻게 일을 시키고 평가와 보상은 어떻게 하는지,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은 어떤 방식으로 하며, 조직은 어떤 원칙에 따라 설계하고 운영은 어떻게 하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된다.
LG 고유의 경영방식, 즉 LG Way의 개념을 살펴보기에 앞서 우선 Way와 관련해 흔히 나타나는 오해 내지 잘못된 생각 몇 가지를 짚고 넘어가도록 하자.
오해 1 : 우리도 선진 기업의 좋은 것들 참고해 하나 만들어 봐!
모든 기업의 희망은 P&G·HP·듀폰처럼 높은 성과를 내면서도 장수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도 이들 성공 기업의 경영방식을 따라 배우면 되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업의 경영방식은 모방이 가능하지도,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요타의 생산시스템(Just In Time)이나 3M의 15% 법칙을 그대로 모방해서 이들처럼 지속적으로 성공을 거둔 기업을 찾아보기는 어려운 법이다. 공부 잘하는 우등생의 비법을 그대로 배워온다고 해서 열등생이 우등생이 되지 않는 것과 같다.
오해 2 : 한 번 만들었으면 이제 그걸로 끝!
한 기업의 경영방식은 생존을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경쟁을 통해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환경이 변하고 생존을 위한 법칙이 바뀌면 경영 방식 역시 진화해 나가야 한다.
HP가 칼리 피오리나 회장 시절 변화를 겪었고, GE는 잭 웰치와 제프리 이멜트 회장을 거치며 변신을 거듭했으며, IBM도 루 거스너 회장 시절에 창업 때부터의 경영방식을 뜯어 고쳤다.
오해 3 : Way도 폼생폼사다!
Way가 성공의 비결이나 존경 받는 기업의 상징처럼 보인다고 해서, 한철 반짝하는 유행처럼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우리도 기업 규모가 어느 정도 되었으니 하나 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덤벼서도 안 된다. 기업의 존재 목적에 대한 믿음, 사업과 사람을 대하는 방식, 기업 시민으로서의 의무 등에 대한 깊은 고민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오랜 기간 일관성 있게 경영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정착될 때 비로소 자신의 Way가 외부의 인정과 내부의 수용을 얻어 완성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II. Way, 그건 왜 필요한가요? - Way의 필요성
1. 기업 성장에 따른 통제 메커니즘의 진화
기업이 성장하게 되면 조직을 움직이고 통제하는 메커니즘도 진화하게 된다. 보편적으로 초기에는 사람에 의한 관리와 통제가 이루어지고, 최종적으로는 핵심가치나 문화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그림 1>.
1) 사람(People)에 의한 통제
<그림 1>에서 보듯이 벤처기업이나 창업 초기의 소규모 기업은 창업자 등 몇몇 사람에 의해서 경영된다. 아직 시스템이나 프로세스도 정형화되어 있지 않아서 경영자 몇 사람에 의해 대부분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2) 시스템(System)에 의한 통제
하지만 규모가 커지게 되면 한 사람이 관리하고 리드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기 때문에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만들어진다. 몇몇 사람의 판단에 의존하던 활동이 규정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경영방식이 좀 더 고도화되긴 했지만, 이 단계에서도 여전히 문제는 생긴다. 시스템과 제도로 움직이다 보니 자칫 경영이 관료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또 스태프 기능이 지나치게 커져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시장과 고객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가 어려워져서 중요한 실수나 우를 범하기도 한다.
3) 공유된 가치(Value)와 운영 방식(Practice)에 의한 통제
그래서 경영이 보다 발전하면 핵심가치나, 소위 ‘문화’에 의한 관리가 이루어지는데, 이렇게 되면 상황에 맞게끔 구성원 개개인이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제도나 전결 규정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전체적으로 가치 있다고 인정하는 바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규모가 큰 조직을 운영해 나가기 위해서는 조직문화를 반드시 고려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화는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믿음)와 행동양식을 의미한다. 구성원들이 회사가 지향하는 바를 내재화하고 그 기준에 따라 행동하게 하면 큰 조직도 하나처럼 일관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기업의 철학이 구체화, 행동 규범화된 Way의 필요성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2. 외부 경쟁 환경의 변화에 따른 적응
지금은 산업 내에서의 경쟁이 아니라, 산업을 뛰어넘는 경쟁자의 출현을 대비해야 하는 무경계 경쟁(Hyper-Competition)의 시대이다. 제과업체의 경쟁자는 타 제과업체가 아니라 게임기 업체가 되는 등 산업의 경계를 뛰어넘는 경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외부환경에 기업이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과거처럼 하나의 통일된 기준과 절차에 따라서는 곤란하다. 즉 공유된 가치와 행동 방식에 의한 경영이 필요해진다는 의미이다.
III. LG Way는 뭔가요? - LG Way의 의미와 내용
1. LG Way의 의미와 의의
LG Way는 LG 임직원의 사고 및 행동의 기반이면서, 고유의 경영방식이다. 그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 존중의 경영’을 ‘정도 경영’으로 실천함으로써 ‘일등 LG’를 달성하자는 것이다<그림 2>.
이전과 똑같은 기본이념과 핵심가치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LG Way는 과거 ‘경영이념’과는 또 다른 의의를 가지고 있다. 즉 액자 속에 있던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의미에서, 이제는 믿음 차원을 넘어 실제 업무현장에서 구현되고 실천되어야 하는 행동원칙이자 규율이기도 하다.
무슨 소리인지 쉽게 설명해 보자. 고객을 위한 가치를 창조한다는 믿음은 경영이념에 이미 천명되어 있다. 그러나 과거에는 실제 기업운영에 있어서 여전히 재무적인 이익과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기업의 목적이요, 최우선 목표로 여겨졌었다. 따라서 기업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제품을 만들고,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 왔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순서를 달리 생각하고 실천하게 되었다. 즉 고객이 원하는 것을 간파하고 이를 열심히 만들어 제공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이익이 따라온다는 믿음을 LG의 최고 경영진이 공식 천명하고 솔선수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경영이념과 달리 LG Way에서 보다 구체화되고 명확해진 대표적 내용의 하나다.
2. LG Way의 내용과 구성 요소
①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
많은 기업의 경영이념에서 빠지지 않는 부분이 바로 고객에 대한 봉사와 섬김의 자세에 대한 것이다. 이 중에서도 LG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이익보다 고객을 우선시하는 ‘고객 중시’의 자세와 고객의 잠재된 니즈까지도 감지하여 충족시키겠다는 의미의 ‘실질적 가치 제공’이다. 그리고 실질적 가치 창조를 위해서는 때로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야 하므로 ‘혁신을 통한 가치 창조’ 역시 강조하고 하는 부분이다.
② 인간 존중의 경영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제공하려면 조직 전체 구성원의 자율과 창의가 발현되어야 한다. 따라서 LG는 인간의 인격과 다양성을 중시하고, 이들이 자율을 바탕으로 창의를 발휘하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그 성과에 대해서는 성과주의에 입각한 보상을 한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구성원 개개인의 능력개발/발휘를 극대화하여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는 부분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도 잘 인식하고 있다.
③ 정도 경영
흔히 정도 경영이라고 하면 윤리 경영과 혼돈하는 경우가 있다. 정직과 공정, 실력을 통한 정당한 경쟁 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는 상당 부분 유사한 면도 없지는 않다. 다만 여기에 더해서 전임자의 시도를 부정하기보다는 좋은 점을 계승하고 후임자에게 공이 돌아가더라도 아낌없이 유산을 물려주는 ‘자기헌신과 희생’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고결성(Integrity)을 포함한 좀 더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겠다.
3. 일등 LG의 궁극적인 모습
이를 통해 LG Way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모습을 정리해 보면 ‘고객이 신뢰하고, 투자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이면서, 인재들이 선망하는 회사 그리고 경쟁사들이 두려워하면서도 배우고 싶어하는 회사’이다.
우선 고객이 신뢰하는 회사란 탁월한 품질과 브랜드 가치로 고객을 감동시켜 고객 스스로 최고라고 인정하게 만드는 LG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투자자에게 가장 매력적인 회사란 높은 수익률로 투자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투자가치를 지닌 회사로 인정받는 LG를 지향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인재들이 선망하는 회사란 최고의 인재가 모여 주인의식을 가지고 신명 나게 일할 수 있는 최고의 직장이 되는 LG를 뜻한다.
마지막으로 LG Way는 일등 경영을 통해 탁월한 성과를 창출함으로써 경쟁사들이 두려워하면서도 배우고 싶어 하는 LG가 되고자 하는 의미도 갖고 있다.
IV. LG Way 실현을 위한 과제
1. 직원들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
LG Way가 실현되려면 무엇보다 우선 구성원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및 사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현재 인화원의 직급필수과정(승진예정자 대상 의무 교육과정)에 LG Way를 반영해 전체 임직원들이 그 내용을 이해하고 내재화하여 실제 업무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교육과 더불어 임원과 관리자 및 다양한 채널과 매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된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2. 모든 HR 제도 및 정책을 LG Way와 연계
원칙의 천명에서 더 나아가 회사 내의 제도, 조직 운영방식, 그리고 일하는 방식과 연계되어야 한다. 특히 실제 인사고과에 적용해 LG Way가 실제로 자신의 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보도록 할 필요가 있다.
3. 리더의 강력한 Sponsorship과 솔선수범
늘 빠지지 않는 부분이지만, 리더가 LG Way의 후원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될 필요가 있다. 리더의 솔선수범은 LG Way 구현의 출발점이자 핵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원교육에 앞서 리더에 대한 교육과 훈련, 리더십 평가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실제 리더십 역량에 대한 평가체계 개선 작업을 현재 진행하고 있으며, 금년 5월부터는 개선된 내용을 토대로 리더역량 평가를 추진할 예정이다.
4. LG Way 정착 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LG Way 구현과 체화(體化) 정도에 대한 정기적인 서베이와 모니터링도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개선점을 파악하고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LG Way 실현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LG에서는 매년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LG Way 서베이를 실시하고 있다. 서베이 결과는 전체 회사들에 피드백되고, 자기 진단과 개선에 활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LG Way의 의미와 구체내용을 살펴보았다. 사실 성공한 기업 또는 유명 인사의 성공비결을 간단히 말과 글로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며, 실제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어보지 않고는 이해되지도, 그리고 믿어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회의적 시각, 그리고 비판조차도 오히려 LG Way를 더욱 발전시키고 심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건전한 비판과 진지한 고민, 그리고 노력이 축적되다 보면 LG Way의 정착, 나아가 LG의 장기적 성공도 필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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