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입장에서 스포츠 마케팅의 가장 큰 매력은 지정한 타깃 이외의 소비자에게도 어필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달리 말하면 BTL의 일종임에도 4대 매체와 인터넷·케이블 TV 등의 뉴미디어를 통한 ATL의 효과까지 가능하다는 뜻이다.
스포츠 마케팅의 현주소
계속되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국내 프로야구, 프로축구 같은 스포츠의 인기는 지속되고, 골프 인구는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또 언젠가부터 모두가 “스포츠산업은 대한민국의 21세기를 이끌어갈 고부가가치 산업이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그러나 이를 체감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스포츠마케팅의 진정한 힘과 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이 시대의 소비자들은 어떠한 경기침체가 와도 더 이상 무조건 아끼려고만 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자신의 건강과 여가생활을 위해서는 말이다. 자신도 모르게 스포츠 마케팅으로 자신을 가꾸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또한 어떤가? 모두들 글로벌을 외치며 글로벌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자. ‘글로벌 마케팅=스포츠 마케팅’이라는 생각은 해보았는가? 세계 시장에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는 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근 기업들의 글로벌 마케팅은 거의 대부분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이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인 것이다.
기업 글로벌라이징의 필수조건
스포츠 마케팅의 대표적인 형태는 역시 올림픽과 월드컵의 공식 스폰서십을 통한 ‘권리 비즈니스’이다. 기업이 올림픽 또는 월드컵의 공식 스폰서가 되려고 하는 것은 단지 대회기간 동안 전 세계로 노출되는 각종 효과 때문만은 아니다. 이보다는 대회기간에 상관없이 IOC 202개 가맹국, FIFA의 205개 가맹국 시장에 자연스럽게 침투되고 노출되는 효과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올림픽과 월드컵이 아니어도 이 만큼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스포츠시장이 많아졌기 때문에 기업의 글로벌라이징을 위한 스포츠 마케팅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일개 축구단과의 스폰서십 계약 하나로도 전 세계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스포츠마케팅의 힘이며, 기업 글로벌마케팅의 최근 추세이다.
최근 박지성·이영표·설기현 선수의 활약 때문에 우리나라 내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대한 열기가 높아져 첼시구단과 삼성의 이름이 많이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LG그룹만큼 스포츠 마케팅에 열성을 보인, 그리고 스포츠마케팅을 통해 ‘기업 인지도 높이기’에 가장 성공한 기업은 없다.
먼저 90년대 초, ‘럭키금성’이라는 그룹 명칭을 ‘LG’로 변경하면서 새 이름 알리기 전략에서 가장 혁혁한 공을 세웠던 것이 바로 프로야구단 LG트윈스였다. 1990년 130억 원에 MBC청룡을 인수하면서 한국프로야구시장에 뛰어든 LG는 창단과 동시에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쥠으로써 ‘LG’라는 기업이름을 강렬하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아마도 다른 수단을 택해 그 많은 사람들에게 새 이름을 알리려 했다면 야구단 인수대금보다는 훨씬 많은 비용이 들었을 것이다. 또한 LG전자만큼 축구를 마케팅 도구로 적극 활용한 기업도 드문데, 특히 축구 마케팅은 예전부터 5대륙 전체를 망라하고 있다.
LG전자가 2001년부터 브라질 최고의 축구 명문클럽인 상파울로 구단과의 스폰서십을 통해 중남미 지역에서 LG의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구축과 인지도 제고에 성공한 사례는 지금도 가장 성공한 스포츠 마케팅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이로 인해 2003년 브라질에서의 LG 브랜드 인지도가 8.3%에서 18%로 높아졌으며, 그해 LG Brazil이 브라질 유력 경제잡지 가 선정하는 ‘올해 최고의 기업상’을 수상했고, 경제일간지 Gazeta Mercantil가 뽑는 브라질 최고의 25개 기업에 ‘전기전자 부문 1등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프랑스 축구대표팀을 2000년부터 후원했던 사례 또한 유명하다. 아트 사커 군단의 유니폼에 아디다스와 함께 LG전자의 로고가 새겨졌었고, 앙리·지단 등 세계 최고의 선수들의 활약과 함께 LG 브랜드는 유럽의 축구팬들에게 각인되었다. 이로 인해 벨기에·스위스 등 불어권 유럽시장 및 아프리카 14개 지역에 LG전자에 대한 높은 호응으로 이어졌다.
한편 삼성전자는 2005/2006 시즌부터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 구단의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2010년까지 5년 동안의 후원금액은 총 1억 달러로, 연평균 한화 약 200억 원 규모이다. 이러한 천문학적인 돈을 쓰면서 삼성전자가 단지 영국 또는 유럽시장 공략을 노린다고만 생각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얼마 전 첼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본 전 세계 시청자는 약 10억 명으로 추정되며, 이를 통한 삼성의 광고효과는 1,000억 원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전 세계 아디다스 매장에서는 삼성의 로고가 부착된 첼시 유니폼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매년 여름 아시아 투어를 나서는 첼시 구단은 삼성의 로고가 박힌 유니폼을 입고 중국·마카오·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전역을 누비고 다닐 예정이다.
한편 금융기업들은 골프를 통해 적극적으로 국내/외 스포츠마케팅에 참여하고 있다. KB 국민은행은 KLPGA 투어의 5개 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기업은행은 장정, 신한은행은 김경태·강성훈 등과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골프단 창단도 줄을 이어 삼화저축은행· 토마토저축은행·LIG손해보험 등 금융업체의 골프 마케팅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금융기관의 골프 마케팅은 소속 선수의 성적에 따른 우대금리 제공 등 다양한 형태를 취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금융권에서 노리는 홍보효과는 기업 이미지 상승에 국한되지 않는다. 은행들이 다수의 일반고객들이 아닌 소수의 VIP 고객을 겨냥한 PB 전략을 도입하면서 골프는 고객과 은행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골프를 즐기는 골퍼들의 경우, 골프를 행한다는 점과 안정적인 경제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골프 채널을 이용한 광고도 골프를 통한 마케팅의 하나의 영역으로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골프 채널에는 골프 관련 업체들뿐만 아니라 수입 자동차사 명품 브랜드·금융·카드사 등의 광고가 전파를 타고 있다.
지자체의 스포츠 마케팅, 달라지는 영향력
스포츠 마케팅을 통한 글로벌라이징 전략은 이제 기업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지자체 또한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이미지 제고, 나아가 도시 브랜드의 글로벌화를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이루려 한다.
서울시는 지난 5월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 드래포드에 설치된 100m에 달하는 LED광고판 광고를 통해 경기당 90초 동안 서울시의 방문을 유도하는 메시지를 내보낼 예정이며, 25억 원에 달하는 스폰서십 계약을 준비 중”임을 밝혀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를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 1인이 쓰는 돈이 평균 130만 원인데, 서울시에 50만 원 정도 남는다. 10만 명이 오면 500억 원이 남는 것이다. 전 세계 200여 개국 4억 명의 축구팬들이 TV를 시청하고, 이런 경기가 시즌 내내 이어지면 최소 100억 원, 최대 300억 원의 광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서울시의 맨유 스폰서 계약이 스포츠 마케팅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밝혔다.
부산시도 요즘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구단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롯데자이언츠를 통한 부산 지역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1,000억 원의 생산 파급효과와 약 400억 원의 부가가치 효과, 그리고 700명의 고용창출효과를 발생시킨다고 보고되었다.
실제로 일본에서도 프로야구단 한신타이거즈로 인해 오사카 경제가 살아난 적이 있다. 한신타이거즈의 관중 증가는 티켓판매, 부대수입, 캐릭터상품, 기념품 매출로 이어졌고, 지역 대형 유통업체와 소매점은 물론 주변 상권 매출도 크게 늘어나는 등 1,481억 엔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켰다.
미국·유럽과 같은 선진국의 지자체들은 이러한 파급효과를 이미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구단 측에 경기장을 장기 임대하고, 운영비·관리비·유지비를 지원하고 있다. 구단 경영자들도 관중 1인당 현금 유동성을 높이면서 구장 수입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라스베가스식’ 영업전략을 펼치고 있다. 즉 팬들을 일단 ‘싼 가격으로 유인하고 돈을 쓰고 나가게’ 하는 전략인 셈이다.
세계 인구 6분의 1의 시장에 대한 공략
스찬성 대지진, 친다오의 녹조 현상, 티베트 사태 등의 악재로 인해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기업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징 올림픽을 단순한 올림픽마케팅의 가치 정도로 치부하기엔 중국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너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세계 인구의 6분의 1을 가진 국가에 대한 투자 자체가 이미 글로벌 마케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WTO 세계관광조직의 조사에 따르면,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 100여 명의 국가 지도자, 400만 명이 넘는 해외 관광객, 수 만 명 이상의 운동선수 및 코치, 2만 명 이상의 기자가 중국을 방문하며, TV등 매체를 통한 올림픽 시청자가 40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상 최대의 올림픽이 될 것은 불 보듯 훤한 일이다. 이에 따라 국내외 기업들은 베이징 올림픽을 통한 마케팅 준비에 한창이다.
삼성은 국내 기업 중 유일한 베이징 올림픽 글로벌 파트너로서 공식 후원사의 권리인 성화봉송, 올림픽 홍보관 개장 등을 통한 권리 비즈니스로 기업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는 ‘프리 올림픽’, ‘올림픽 기간의 프리미엄 마케팅’, ‘포스트 올림픽’ 등 3단계 마케팅 전략을 실행하는 등 후원업체 수준의 에너지를 쏟고 있다. 이미 프리 올림픽 마케팅 계획에 따라 7년 전인 지난 2001년 4월 ‘LG, 2008년 북경 올림픽 유치 대장정’이라는 행사를 통해 중국의 올림픽 유치노력을 지원했고, 2004년에는 중국 탁구 대표팀을 후원했으며, 류덕화(劉德華) 등 중국 유명배우들을 홍콩 샤인폰 등 주요 제품의 광고모델로 영입했다. LG의 경우, 공식 후원업체는 아니지만 현지법인과 연계된 실속형 마케팅을 구사한다고 할 수 있겠다.
SK그룹 또한 지난 2001년부터 베이징 올림픽 유치의 성공을 기원하는 ‘SK 장웬방’배 영어경시대회를 매년 개최하며 올림픽과 인연을 맺으려 노력하고 있다. 베이징·상하이·톈진 등 3대 직할시의 고교생들은 학교 추천을 받아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데, 올해 대회에는 무려 3,200여 개팀(2인 1팀), 6,400여 명이 출전했다.
외국 기업들의 마케팅 준비도 다양하다. 올림픽 마케팅, 스폰서십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코카콜라는 기본적으로 Olympic Torch Relay 등 글로벌 공식 후원사 중에도 최고의 후원사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며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 또는 준비 중이다. 이미 중국 내 성화봉송 행사에서만 2억 캔이 넘는 콜라를 샘플링한다고 알려진 가운데, 중국 내에서는 중국인이 좋아하는 ‘빨간색’을 주제로 한 노래를 만들어 보급하고 있는데, 올림픽을 100여 일 앞둔 현재, 이 노래 파일을 다운로드받은 중국인은 이미 3,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8,000만 달러에 처음으로 IOC와 글로벌 공식후원사 계약을 맺은 중국의 대표적인 전기전자제품 제조업체인 레노버는 이번 올림픽에서 3만 대 이상의 노트북과 데스크탑 컴퓨터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이미 글로벌 홍보마케팅에 무려 3억 달러를 쏟아 붓는다는 전략을 발표하며, 중국 기업 최초의 올림픽 공식후원업체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 중이다.
한편 로컬 스폰서로 이번 올림픽에 참여한 폭스바겐은 최근 열린 베이징모터쇼에서 올림픽 로고가 그려진 4종의 차량을 선보였다. 액화천연가스(LPG) 등 청정연료를 사용하고, ‘꿈을 전달한다’는 문구가 새겨진 이 차량을 중국 내 성화봉송을 위해 제공했는데, 올림픽 기간에도 총 5,000대가 제공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GM에 빼앗긴 중국 자동차 판매시장 1위의 자리를 탈환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의 진정한 가치
이 시대의 기업들은 다양하고 까다로운 고객층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 각각에 가장 적절한 효과를 주는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BTL(below the line) 마케팅이 대세인 이유일 것이다.
특히 스포츠 마케팅은 중요한 과외 판촉활동이요, ATL(Above the line)마케팅의 대안으로서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간접적 홍보 활동이 가능하게하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은 종목 결정에 따라 타깃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며, 소비자가 어떤 식으로든 그 효과를 체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과 같은 체험구매의 시대, 프로슈머 시대에 가장 적합한 마케팅 수단의 하나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스포츠 마케팅의 가장 큰 매력은 지정한 타깃 이외의 소비자에게도 어필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달리 말하면 BTL의 일종임에도 4대 매체와 인터넷·케이블 TV 등의 뉴미디어를 통한 ATL의 효과까지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어떤 마케팅에도 들어있을 수 없는 공익성, 페어플레이 정신을 포함해 기업 이미지를 높일 수 있으며, 어떤 마케팅에 비해서도 최소 비용으로 최고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수단으로 자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