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08 : Global View ② 일본 - 매체의 진화 vs. 아이디어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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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석 | 게이오(慶應)대학 미디어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원 / dg995606@gmail.com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일본 상지대학 신문학 전공 석사과정, 게이오(慶應)대학 사회학
전공 박사과정을 거쳐, 도쿄공과대학 미디어학부, 게이오대학 문학부 등에서 강의를
해왔다. 뉴미디어와 광고 효과, 소비자의 정보공유과정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집안과 밖, 어디서든 소비자와 마주치는 접점을 찾다…
 

일본에서는 최근 옥외광고의 한 형태로 전자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가 새로운 돌파구를 위한 시도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매스 미디어와는 달리 ‘그 장소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원하는 시간에 동영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므로 새로운 광고매체로서의 가능성이 점쳐져왔다.


광고의 효과에 관한 고민과 논의만큼 지속적이면서 또한 해결되지 않은 이슈는 없을 것이다. 효과적인 광고를 집행하려면 제품과 시장에 대한 조사, 타깃팅, 메시지와 크리에이티브, 미디어와 타이밍 선정 등 어느 요소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모두들 알고 있고, 실제로 그렇다.
요컨대 광고주가 찾고 있는 소비자, 혹은 광고주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니즈를 가진 소비자와 ‘적절한 때에 적절한 곳에서 적절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그것을 여기에서는 ‘소비자와의 접점’이라고 일러두기로 하고, ‘소비자와 딱 마주하기 위해’ 그 접점을 찾는 노력을 사례로 들어본다.



움직이는 타깃을 조준한 광고매체,
광고가치측정 시스템으로의 진화 주목


인터넷과 통신기술 등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속속 탄생, 진화하고 있는 지금, 현존하는 광고 미디어를 혁신하고자 하는 업계의 노력과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최근 옥외광고의 한 형태로 전자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가 새로운 돌파구를 위한 시도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디지털 사이니지란 가정 이외의 장소에 설치된 전자 디스플레이(모니터화면)를 사용해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즉 대형매장·복합시설·병원·은행·전철역·공항·길거리 등 많은 사람들이 모이거나 이동하는 공공장소에 설치하여 제품이나 기업 광고를 하거나, 공공기관의 고지사항 등 정보를 시간에 맞춰 내보내는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사이니지는 매스 미디어와는 달리 ‘그 장소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원하는 시간에 동영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므로 새로운 광고매체로서의 가능성이 점쳐져왔다. 그리고 요즘에는 네트워크로 광고물을 전송함으로써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광고내용의 시간과 순서의 변경 등을 원격 관리할 수 있어 정보전달의 유연성까지 확보되었다. 또 매장에서는 판촉사원의 자리를 이 디스플레이가 대신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가 매스 미디어 광고와 다른 점은 무엇보다도 소비자에게 노출하는 광고의 내용과 타이밍을 전적으로 광고주(또는 정보를 보내는 측)가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광고물 관리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고품질의 화질과 음향으로 광고물 방영 스케줄을 짜거나, 디스플레이가 설치된 공간에 머물거나 이동할 것으로 예측되는 고객을 대상으로 그에 소구하는 광고물을 노출할 수도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이렇듯 ‘옥외공간에서의 광고 전달과 표시 시스템’이라는 공식을 지닌 미디어로서 자리 잡았으나, 효과적인 광고 집행이나 과학적인 측정 측면에서의 미흡함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그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월 초, 일본의 통신 전자기기 전문기업인 NEC가 발표한 ‘광고가치측정 시스템’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디스플레이 앞에 있는 시청자의 속성을 디스플레이 상단이나 주변에 함께 설치된 카메라로 촬영, 판별해 광고효과를 측정하는 시스템. NEC가 밝히고 있는 바로는 해당 광고를 어떤 사람(연령대와 성별)이 몇 명 보았는가를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그 장소에 설치된 디스플레이의 광고효과를 측정하거나 설치 장소에 걸맞은 광고를 방영하도록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시청자의 성별과 연령을 추정하는 데는 성별과 연령대를 자동으로 추정하는 ‘FieldAnalyst’라는 시스템이 활용된다고 밝혔는데, 그 일련의 프로세스는 이렇다.


먼저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 중에서 인물의 얼굴을 자동으로 검출해 그 얼굴 영상을 근거로 성별과 연령대를 추정, 그 수치 데이터를 출력하고 기록하는 과정을 거친다. 범죄예방 차원에서 곳곳에 CCTV를 설치한 것이 오히려 개인 사생활 침해로 문제시되고 있는 시대인 점을 감안해 이미지 자체는 저장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초상권,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법적인 문제에는 저촉되지 않는다고 NEC측은 주장한다. 게다가 설치 위치가 다르거나 촬영 위치를 다르게 한 여러 대의 카메라로 촬영을 하여 시청 위치를 측정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주목도를 분석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시청한 사람이 디스플레이에서 가까운 곳에 있을수록 주목도가 높은 사람이라는 식이다. 즉 ‘광고 화면에 강한 인상을 준 시청자’ ‘인상을 준 시청자’ ‘단순히 의식한 시청자’로 분석하는 것<그림>.
이는 아직은 새로운 작은 시도에 불과하지만, 광고물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았는지, 연령대와 성별은 어떤지 등의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기초 데이터를 수집해 광고집행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광고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또한 기존 옥외 미디어나 모바일 미디어의 크고 작은 혁신을 통해 소비자와의 최적의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어떤 형태로 진화할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가족 미디어는 여전히 TV’임을 입증한
소프트뱅크의 광고 캠페인


일본의 이동통신시장에서 난공불락의 지위를 점하고 있는 NTT 도코모, 학생 할인 요금제를 최초로 도입해 시장점유율을 크게 신장시켰던 2위의 KDDI에 이어, 이들을 좇는 추격자 소프트뱅크의 도전을 살펴보자. 2006년 10월, 기존의 보다폰(Vodafone)에서 사명을 바꾼 소프트뱅크의 이동통신시장 광고전쟁은 바야흐로 현재진행형이다.
일본 총무성이 발행한 2008년도 판 정보통신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휴대전화 가입계약 수가 1억 대를 돌파했다고 한다. 이러한 포화시장에서 단말기 기종변경 고객 유치를 위한 신제품 광고를 중심으로 마케팅 노력을 쏟고 있는 타사와는 대조적으로, 소프트뱅크는 1년 반 전부터 휴대전화 이용자들에게 충격적인 서비스 제공을 선언함으로써 화제의 중심에 있어 왔다.
일본시장에서는 이용 중인 전화번호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통신사업자를 바꿀 수 있도록 하는 MNP(Mobile Number Portability)제도가 다른 나라보다 뒤늦은 2006년 10월부터 시행되었다. 이러한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기회로 포착한 소프트뱅크는 2007년 1월 또 하나의 ‘예상 외의 서비스’를 발표했다. 즉 소프트뱅크 사용자 간의 국내 통화에서 오후 9시부터 심야 1시까지의 4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대(즉 오전 1시부터 오후 9시까지)에는 무료로 통화할 수 있는 ‘화이트 플랜’이라는 서비스로 경쟁사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파격을 넘어 충격적이기까지 한 이러한 가격 관련 서비스는 출혈 경쟁과 공정거래에 관한 논란을 야기했고, 경쟁사의 비난과 시샘도 사야 했다. 그럼에도 소프트뱅크는 또 다시 가족 간 통화가 무료인 ‘화이트가족 24’ 서비스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이동통신이라는 제품의 특성상 업계 3위인 소프트뱅크로서는 가입자 수를 단기간에 늘리는 데 있어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결과, 2007년 5월부터 올 4월까지 12개월 연속으로 가입자 수 순증가분만 따지면 업계 1, 2위의 경쟁사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하며, 시장점유율 18.2%(2008년 4월 현재)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가격 서비스와 더불어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또 하나의 히트작’은 이 파격적인 서비스를 고지하는 TV광고 캠페인이었다. 일본에서는 해마다 대략 4,000편이 넘는 TV광고가 방영되고 있다고 한다. 광고가 많다 보니 소비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실제로 소비자가 받아들인 내용 간에 차이나 오해가 생기거나, 아예 메시지가 소비자의 인지영역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프트뱅크는 포화상태의 시장상황에서 특정의 타깃으로 좁히지 않고 가족 구성원 전체, 아니 ‘휴대전화를 가진 모든 일본인’에게 전달하는 메시지 전략과 집중적인 노출을 통해 TV광고의 커버리지 파워가 여전히 강력함을 입증하고 있다. 게다가 우스꽝스럽고 엉뚱한 광고, 하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간결하면서도 손상 없이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광고가 얼마나 효과적인지도 실증하고 있다.
미국의 흑인 배우 단테 카바(Dante Carver)를 등장시킨 ‘예상외(予想外)’ 광고 캠페인과, 뒤이어 런칭한 가족 간 통화 24시간 무료서비스를 알리는 광고 캠페인이 바로 그것이다.
20대 사무직 여성인 딸에는 우에토(上戶彩), 엄마 역으로 히구치(口可南子), 아들로는 어눌한 일본어를 구사하며 수줍은 많은 캐릭터인 단테 카바, 그리고 사람이 아닌 흰둥이 개가 아버지로 등장한다. 소프트뱅크의 기업 컬러인 화이트에 착안해 광고에서도 흰둥이 개가 가장인데, 배우의 음성을 더빙해 의인화한 ‘흰둥이 아버지네’ 이야기를 담은, 한마디로 엉뚱하기 짝이 없는 이 광고 캠페인은 방영 초부터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광고에서 대체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일까?’ 이렇게 의아해 하며 본 소비자들은 이내 무릎을 탁 치며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요소가이(予想外=予想GUY)!”.


그야말로 ‘예상 외’의 서비스를 알리는 ‘예상 외의 가족’이 등장하는 광고이다. ‘화이트가족24’ 요금제를 알리는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이 시작된 것은 작년 6월. 방영 초기부터 강렬한 임팩트를 주었다. 이 캠페인에서는 딸을 걱정하는 완고한 아버지(흰둥이 개), 무표정하며 내성적인 오빠, 밝고 에너지 넘치는 엄마 등 당초부터 캐릭터 설정이 너무나 그럴 듯했다. 또 ‘무료통화 파트너 소개’ 편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흰 고래 할아버지와 통화를 나눈다거나, ‘학생 할인’ 편에서는 흰둥이 아버지가 교사로, 어머니는 교장으로 등장하면서 딸에게 소프트뱅크의 학생 할인제를 이용하라는 상황을 설정함으로써,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엉뚱하면서도 강력하게 전달한다. 이러한 드라마와 에피소드를 가진 광고의 집행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또 다른 화젯거리가 되었고, ‘예상 외’라는 유행어까지 낳을 정도로 서비스의 본질과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어 임팩트를 주었다.
또 다른 한 축으로 집행한 광고 캠페인은 고급 단말기 기종을 소개하는데, 인기 배우 캐머런 디아즈와 브래드 피트를 기용한 초호화 캐스팅 전략이다. 두 배우가 각각 주위의 주목을 한껏 받으며 거리를 활보하며 단말기를 강조하는 광고로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하는 데 역점을 두었는데, 상품력과 더불어 이들 TV광고 캠페인이 순증가 수 1위에 오르게 한 공신이라는 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보다폰에서 소프트뱅크로 사명이 바뀔 당시부터 소비자들은 손정의 사장이 전개할 전략에 대한 기대심리가 있었다. 그러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상식을 뒤엎는 요금서비스, 그리고 소프트뱅크 그룹의 핵심 기업인 야후 저팬(Yahoo Japan) 포털 서비스를 휴대전화로 끌어들인 새로운 서비스, 이러한 상품력이 가져온 젊은 세대 소비자의 지지, 그때마다 전개된 ‘예상 외’ 광고 캠페인까지, 제품과 서비스, 광고 등이 잘 어우러져 젊고 혁신적이며 가족적인 이미지를 확고히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CM종합연구소가 조사한 기업별 CM호감도 순위에서도 매달 1, 2위로 기록되며, 이 CM은 인터넷상에서도 인기 콘텐츠로 부상했다.
소프트뱅크의 광고 캠페인이 성공한 주요 요인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알기 쉽게 전달한 광고 메시지, 의외성 있는 스토리 전개, 그리고 강력한 상품력이 그것이다. 여러 편으로 장기간 집행중인 광고 캠페인을, 각각의 광고마다 심플한 에피소드로 표현함으로써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인 ‘예상 외의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전달한 것이다. 특히 단편의 가족 시트콤과 같은 광고내용을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바뀔 때마다 유연하게 바꾸면서도, ‘예상 외의 서비스’라는 컨셉트는 일관되게 유지했는데, 이것이 바로 소구 포인트는 달라도 소비자의 주목과 관심 속에 장기적인 광고 캠페인을 가능하게 한 요인이 되었다.

TV가 한 가정에 한 대뿐이고, 시청자들이 TV 앞에 앉아 집중해서 봐주었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지금은 PC와 휴대전화가 TV가 되고, 수백 개의 채널이 있는 다(多)미디어 환경에 살고 있다. 인터넷과 디지털 통신기술의 발달로 ‘TV를 통한 광고와 소비자와의 접점 찾기’가 예전보다 어려워졌다는 오늘날, 많은 광고인들은 새로운 미디어에서 그 돌파구를 찾으려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와의 접점 찾기는 어느 특정 미디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를 전하고픈 소비자가 누구이며,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령대와 성별에 관계없는 타깃을 향한 메시지를 전달함에 있어 가족 미디어로서 지상파TV는 소비자와의 강력한 접점으로 건재할지도 모른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