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08 : Think Creative, Get creative - "항상 엔진을 켜둘게"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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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숙자 | CD / sjshina@hs-ad.co.kr
오리콤을 거쳐 LG애드에 입사. 현재 HS애드 CD. 엘라스틴, 지인, 타운젠트, CYON 등의 광고주를 맡고 있음.
 
“항상 엔진을 켜둘게”
 



“인쇄광고로 ‘이야기’를 만든다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니 세상 이야기에 ‘엔진’을 켜두세요. 주변 이야기들을 모으세요. ‘이야기’라는 살을 붙여 TV광고 같은 인쇄광고를 만들 수 있도록.”



24회까지 하는 긴 드라마를 그림 한 장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한 달 전쯤 방송작가와 영화감독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드라마 아이디어를 짜내는지, 영화 아이디어를 짜내는지 다들 ‘아이디어 비법’을 궁금해 했습니다. 그 때 들은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몇 부작이나 되는 드라마 이야기를 한 장의 그림으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고. 그 그림 한 장에서 24부작의 이야기가 보이게 해야 한다고. 분명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한 장면만으로 그 긴 드라마를 전할 수 있다면 그건 분명 명장면이 되겠지요.



‘그림 하나’로…

요즘 주목 받는 광고도 그렇습니다. 지난 6월 칸에서 손들어준 광고. 그림 하나로 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한눈에 쉽게 알 수는 없지만,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보이는 광고지요. ‘Never let their toys die’ 캠페인의 에너자이저 광고. 2008년 칸국제광고제에서 인쇄부문 그랑프리를 받았습니다.
이야기에는 늘 듣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끝까지 들어야 행복한 동화인지 슬픈 이야기인지 알 수 있지요. ‘이야기하는 광고’도 그렇습니다. 처음엔 무슨 말을 하는지 다소 어렵습니다. 하지만 카피를 읽는 순간, TV광고 같은 반전을 발견합니다.
알고 보면 이런 이야기지요. 배터리가 다 돼 장난감이 작동하지 않자 꼬마는 주위를 살폈습니다. 보이는 건 페인트와 강아지. 그럼 강아지에 색칠을 한 번 해볼까, 꼬마는 회심의 미소를 짓습니다. 몇 시간 후, 아이의 엄마는 색칠된 강아지를 보고 깜짝 놀랍니다. 그 순간 알게 되지요. 아이 장난감 배터리가 나갔구나. 빨리 갈아주지 못한 것을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그때 에너자이저는 말합니다. 세계에서 제일 오래가는 배터리, 에너자이저를 쓰라고 <광고 1>.
또 장난감 배터리가 나가자 아이들은 심심해집니다. 이번엔 누군가의 머리통에 침을 뱉으며 놀기로 합니다. 부모가 보면 기절할 일입니다 <광고 2>. 또 <광고 3>, <광고 4>도 같은 맥락입니다. 에너자이저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민했을 겁니다. 장난감을 가장 많이 사는 시즌이니 장난감을 사는 부모들에게 말해보자고 생각했을 테지요. “장난감 배터리가 떨어지면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모르니 세계에서 가장 오래가는 배터리를 넣어주라”고. TV광고를 압축해놓은 듯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Fit Light Dairy’ 캠페인은 또 다른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광고를 보면 익숙한 영화장면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늘씬한 샤론 스톤 대신, 마릴린 먼로 대신 매우(?) 풍만한 여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얼핏 보면 ‘이런 여자들이 아름답다’라고 말하는 광고인가 헷갈리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이 아름다울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남자들의 이상형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니 Fit Light Dairy 요구르트를 먹고 날씬함을 유지하세요’라고 말하고 있지만요.
통통한 그녀는 수많은 여성학 책들을 읽고 격려를 받으며 ‘지금 내 모습에 당당해질 거야’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당당하게 샤론 스톤이 입었던 옷을 입고 자신감을 갖기로 한 거지요. 하지만 Fit Light Dairy는 현실(?)을 말합니다. 당신이 아무리 자신감이 넘쳐도 남자들의 이상형은 바뀌지 않는다고…. 수많은 여성들이 이런 이유에서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 유쾌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군요. 다만 분명한 건 다이어트 요구르트에 대해선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거지요<광고 5~6>.



‘확 들어오게’ 다합니다.

그렇다면 꽃을 갖고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남자는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방법들을 고민했지요. 카페를 빌리고 촛불을 켤까, 노래를 할까…. 그러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비행기 에어쇼로 하트를 그리기로 한 거지요. 하트가 그려지는 순간 여자는 무척 놀랐을 겁니다. 불행하게도 비행기는 하트를 그리려다 충돌하고 말았으니까요. 그때 꽃 배달 사이트 123fluer.com은 이렇게 말합니다. ‘꽃을 주는 게 더 좋은 아이디어일 수도 있습니다<광고 7>.’ 두 번째는 이야기는 조금 더 쉽습니다. 선물상자에서 튀어나온 인형을 보고 할머니는 기절하고 맙니다. 꽃을 선물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광고는 말합니다. 사랑을 표현하고 마음을 표현하는 데 무모한 방법 혹은 적절하지 못한 선물은 하지 말라고. 꽃이 가장 좋은 선물이라고<광고 8>.




인쇄광고로 이야기를 만든다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한눈에 이해하기 쉬운 게 좋은 광고인지, 스토리가 있는 광고가 좋은 광고인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습니다. 카피까지 읽어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불친절한 광고라고 말할 수도, 너무 돌려 말해서 어렵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TV광고 만들 듯이 만들어낸 이런 광고들. 많은 시간을 들여야 생각해낼 수 있는 ‘귀한 아이디어’입니다. 그러니 세상 이야기에 ‘엔진’을 켜두세요. 주변 이야기들을 모으세요. 이야기라는 살을 붙여 TV광고 같은 인쇄광고를 만들 수 있도록.

세상 모든 노래는 제목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노래인지 쉽게 말하는 제목 <이별노래>, 노래를 듣기 전까진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는 <담다디>, 시 한 구절 같은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그렇다면 <항상 엔진을 켜둘게>는 어떤가요? 많은 이야기들이 떠오릅니다. 언제든 떠날 준비가 돼있다는 마음 같기도 하고, 늘 엔진을 가동해서 새로워지겠다는 열정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수백억 개의 세포까지 너만을 생각하겠다는, 24시간 러브엔진을 켜둔 사랑 얘기일 수도 있지요. 그래서 참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줄만으로도 긴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