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광고이자 제품광고
싸이언(CYON)에는 우리가 PQ(Perceived Quality)라고 부르는 ‘주홍글씨’가 있다. 실제 제품만 놓고 보자면, 싸이언은 발군의 디자인 능력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훌륭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휴대폰 메이커로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여전히 ‘싸이언은 왠지…’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애초 Touch The Wonder(이하 TTW) 캠페인은 실제의 품질과 인식 상의 품질 간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기획된 브랜드 캠페인이었다. 비록 실행과정에서 터치스크린(Touch Screen)제품군으로 대상이 좁혀지기는 했지만, 업계의 차세대 기술인 터치스크린의 이니셔티브를 선점함으로써 PQ의 개선이라는 소기의 목적은 상당 부분 달성했다.
싸이언의 DISCO 광고도 이러한 TTW 캠페인의 연장선 내에 있었다. 그리고 TTW의 런칭광고가 터치스크린의 놀랄만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기 때문에 DISCO는 제품광고일 뿐 아니라 ‘Wonder’의 실체를 보여줄 TTW 본편의 역할도 동시에 수행해야 했다.
시점(視點)의 변화, 자가당착의 극복
사실 제품의 특성만으로 보자면 DISCO는 아무래도 터치스크린만으로는 못미더운 소비자를 위해 터치스크린폰에 슬라이드형 키패드를 더한 제품이다.
그런데 우리가 ‘터치스크린폰에 키패드를 더했다’라고 커뮤니케이션을 할 경우 일정 부분 터치스크린 방식의 불편함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고, 이는 스스로 ‘싸이언의 터치스크린의 놀라움’을 대한 부정하는 셈이 된다. 게다가 경쟁사도 햅틱이라는 제품으로 터치스크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시점이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지켜내기 위한 경쟁 대응 측면도 주요 이슈로 대두되었다. 햅틱의 누적광고량은 현재시점으로 100억이 훌쩍 넘은 상태다.
우리는 시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었다. 상황을 이렇게 볼 수도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최초의 DOP(Display Only Panel) 프라다폰을 필두로 뷰티(Viewty)·터치웹폰 등 다양한 DOP를 만들어 냈지만, 애니콜에서는 이제 처음으로 햅틱을 꺼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이 거기에 머물고 있는 동안 우리는 DISCO로 터치스크린의 응용 단계에 들어서는 것이다. 즉 DISCO는 터치스크린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폰이 아니라, 기존의 슬라이드폰에 터치스크린을 ‘응용’해 다양한 입력방식을 지닌 멀티인풋(Multi Input) 슬라이드폰이 되는 것이고, 우리는 여전히 한발 앞서가는 것이다.”
누르고, 돌리고, 터치
기본 키패드에 후면의 퀵 다이얼, 그리고 터치스크린까지 달려있는 슬라이드폰. 누르고, 돌리고, 터치!. 이 세 가지 사용동작에서 ‘DISCO’라는 애칭이 개발되었고, 이의 표현을 위해 전속모델 김태희 씨를 BGM을 배경으로 다시 한 번 춤추게 했다.
디스코의 누르는 동작, 돌리는 동작, 터치하는 동작을 따로 따로 하면 어색하지만, 모두 함께 하면 다이내믹한 디스코로 살아나는 장면에서 우리 제품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이었다. 또한 TTW 런칭광고와의 연계성을 강조하기 위해 어두운 배경에 돋보이는 파란 빛의 잔상 등 여러 가지 시각적 장치를 활용했다.
‘두 마리 토끼 잡기’의 아쉬움과 새로운 도전
브랜드 광고의 목적과 제품광고의 목적 두 가지를 모두 수행해야 했던 DISCO는 어려운 숙제를 잘 풀어냈다고 보인다. DISCO라는 애칭을 매우 효과적으로 알렸고, 판매도 잘 되고 있다. 매주 트래킹되고 있는 정량조사에서도 비교적 높은 선호도를 보여준다. 뭐, 사실 김태희 씨의 매력적인 춤의 공로가 매우 크긴 하지만….
그래도 누구나 그렇듯, 지나고 나니 아쉬움은 남는다. 실제 구매고객에게는 터치스크린의 못미더운 점을 보완해주는 키패드가 주요 구매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던데. 만약 제품광고라는 측면에 치중했었다면 아마도 판매에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터치웹폰이나 뷰티 등 다양한 터치스크린 제품을 등장시켜 싸이언 터치스크린폰의 다양성과 놀라운 UI를 이야기 했으면 어땠을까? 만약 브랜드 차원에 더 치중했었다면 PQ를 개선하는 데 더 도움이 됐을 텐데….
역시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도전은 계속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