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08 : Annual Campaign - '고객 마음 읽기'에서 '고객 행동 읽기'로 ② '고객'의 이해 _ 고객은 '분석' 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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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ual Campaign _ ‘고객 마음 읽기’에서 ‘고객 행동 읽기’로
   노익상 | 한국리서치 대표 / isroh@hrc.co.kr
고려대 사회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행동과학연구소 연구원, ASI Marketing Research Corp.수석연구원 등을 거쳐 1978년 조사 전문기관인 한국리서치를 설립했다. 고려대 사회학 박사로, 한양대 겸임교수(1998~2006)를 역임했다.
 
2. ‘고객’의 이해 고객은 ‘분석’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
 

한 사람의 소비자를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 ‘행위의 이유’를 아는 것이다. 소비자가 왜 경쟁사 상품을 선택하고 왜 자사 상품을 선택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안다는 것이다. 이유를 아는 것이 이해(理解)다. 이유를 알지 못하면 마케팅 행동을 수정할 수 없다.


젊은 마케터들 사이에서 마케팅을 우리말로 ‘막, 해팅!’이라고도 한단다. 아마도 전략보다 행동을 강조하는 생각일 것이다. 최근까지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의 편집장을 지낸 러스 와이너(Russ Winer) 교수는 마케팅을 “소비자의 선택(Choose)에 영향을 끼치는 기업의 모든 활동(Activities)”이라고 정의했다. 이 정의에서도 위와 같은 의미가 보인다. 즉 마케팅에서 중요한 것은 ‘구매’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그 선택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한정된 조건 속에서라도 우리는 자유의지로 한 가지를 선택한다. 이것이 소비자의 구매행동이다.
마케팅은 선택되어질 수 있도록 기업에 있는 사람들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며, 그 ‘무엇’은 결국 행동이다. 효과적인 전략을 무수히 갖고 있으면 무엇 하겠는가? 그 전략이 행위화(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것)되지 않으면 그 전략은 무용지물이다. 한낱 알고 있는 지식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만다.
이웃집 아주머니가 묻는다. “왜 내가 당신 회사의 (ㄱ)라면을 선택해야 합니까? 다른 라면도 많은데”. (ㄱ)라면 회사에 다니는 마케터가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면 그 아주머니는 다른 라면을 선택할 것이다. 그런데 많은 마케터는 소비자에게 경쟁상품이 아닌 내 상품을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를 잘 말하지 못한다. 그 원인 중의 하나는 그 마케터의 머리와 가슴 속에 주관적인 전략만 들어 있을 뿐 행위적(말로서 설득함)인 사고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고객과 하루쯤 같이 살아보면 어떨까?

 ‘소비자는 왕이다’, ‘고객만족 경영,’ ‘고객 감동’이라는 말들이 지난 수 십 년 동안 이어져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 밀착 행위’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지금까지 고객을 이해하고 분석한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화장품 업계의 대표주자인 어느 회사의 CEO는 2007년 정초에 “모든 임직원은 소비자를 직접 만나십시오. 가정에서, 구매현장에서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직접 만나십시오”라는 요청을 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세계적인 한 가전회사의 R&D 책임자는 2007년 여름, “한국의 위대한 전자제품 기술자여! 우리는 지금까지 ‘Solution’에서 시작했습니다. 이제부터는 ‘Problem’에서 시작합시다”라고 제안했다. 그가 소비자를 직접 만나고 나서 그 동안 지녔던 사고를 뒤집은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국내 시장이든 수출 지역이든 1년에 소비자 조사에 사용하는 비용은 약 3,000억 원이다. 마케터들이 이렇게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소비자 조사보고서를 받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내 이웃에 사는 내가 아는 한 주부가 한 달 전에 냉장고를 살 때 왜 경쟁회사의 냉장고를 선택했는지, 왜 우리 회사 냉장고를 고르지 않았는지’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숫자·통계·그래프로 구성된 보고서만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소비자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두 명, 세 명, 수 백 명, 수 천 명을 안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 내 이웃집 주부가 경쟁회사 냉장고를 왜 선택했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하면, 수 천 명을 조사한 소비자 조사보고서를 본다 한들 행위적 마케팅이 실현되기 어렵다. Theoretical(說·논리·공론)한 전략만 만들게 될 뿐이다.



제대로 안다는 것은 ‘행위의 이유’를 아는 것

그렇다면 한 사람의 소비자를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그 ‘행위의 이유’를 아는 것이다. 소비자가 왜 경쟁사 상품을 선택하고 왜 내 상품을 선택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안다는 것이다. 이유를 아는 것이 곧 이해(理解)다. 이유를 알지 못하면 마케팅 행동을 수정할 수 없다.
18세의 잘 생기고, 공부도 잘하며, 집안도 부유하고 성격도 좋은 여학생이 있다. 그 반에 그 만큼 잘 난 남학생이 있어서 여학생은 그 남학생을 사모한다. 그런데 그 남학생은 나보다 더 잘 생기지도 않은 다른 여학생을 좋아한다. 그 남학생이 나를 좋아하게 하자면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그 남학생이 그 여학생을 좋아하는 이유 뿐 만 아니라 나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를 알아야, 그 남학생이 좋아하도록 나의 용모·성격·습관·행동 등을 고칠 수 있는 것이다.


행동의 이유 세 가지 - 이성적 이유, 감정적 이유, 감성적 이유
 사람들이 행동하는 배후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이성적, 논리적 이유이다. ‘값이 싸니까’, ‘위생적이어서’, ‘영양가가 높아서’ 등과 같은 이유가 이성적 이유이다. ‘이성’은 ‘합리’와 똑 같은 의미는 아니지만, 비슷한 의미로 사용된다. 이성적, 합리적이란 한자어를 좀 더 쉽게 풀면 ‘계산하기’, ‘따지기’일 것이다. 이성적 이유는 굳이 조사하거나 묻지 않아도 대강 알 수 있다. 소비자의 이성적 이유 - 겉으로 잘 표현하는 이유 - 만을 알고서는 제품 개발·포지셔닝·가격 전략에서 우월적 차별성을 갖기가 쉽지 않다. 소비자의 이성적 이유는 내 경쟁자도 잘 알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이성적 이유의 속에는 감정적 이유가 있다. ‘싸니까’라는 이성적 이유 속에는 ‘난 척하는 놈이 아니야. 나는 싼 것을 사도 마음이 편한 놈이야’라는 자부심 같은 것이 있다. ‘위생적이어서’라는 이성적 이유 뒤에는 ‘나는 더러운 것은 싫어. 나같이 예쁜 여자가 어떻게 더러운 것을 사’라는 생각이 있다. ‘유명한 브랜드라서’라는 합리적 이유 속에는 ‘내가 누군데, 이름도 없는 브랜드의 옷을 입겠어? 나라면 적어도 이런 브랜드는 입어야지’라는 감정이 있다.


감정적이란 말은 무슨 뜻일까? 우리의 선조는 우리의 감정을 희로애락(喜怒哀樂)으로 분류했다. 대단한 통찰력인 것 같다. ‘희’는 기쁘다는 뜻. 기쁨은 혼자서도 느낀다. ‘낙’은 즐겁다는 느낌. 그런데 즐거움은 기쁨과 좀 다르다. 기쁨은 혼자서도 느끼지만, 즐거움은 사람들과 어우러질 때 느낀다. 동료들과 같이 운동하면서 우정을 느낄 때, 식구들과 정답게 식사를 할 때, 우리는 즐거움을 느낀다. ‘노’는 화가 난 상태이다. 어떤 때 화가 나는가? 무시당했을 때, 내 애인이나 배우자가 나 말고 다른 이성을 더 좋아할 때, 내 친구가 나에게 거짓말을 하였을 때 우리는 화가 난다. ‘애’는 슬픔이다.
그런데 이러한 희로애락의 감정의 중심에는 ‘나’가 있다. 내가 기쁘고, 내가 즐겁고, 내가 화나고, 내가 슬픈 것이다. 즉 나로부터 시작된 느낌인 것이다. 이것을 다른 말로 바꾸면 ‘자존심’에 의한 느낌이다.
필자는 이 자존심을 ‘감정’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즉 소비자들이 말하는 이성적 이유의 배후에는 그의 자존심에서 기인하는 감정적 이유가 숨어 있는 것이다. 이 감정적 이유를 이해하여야 소비자를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감정적 이유와는 전혀 다른 또 다른 이유가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있다. 그것은 ‘감성적’ 이유이다. ‘감정’과 ‘감성’은 어떻게 다른 것인가? 필자는 사람의 감성을 ‘부러움·두려움·외로움’으로 구별한다. 부러움·두려움·외로움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서 부러움이 좀 더 많은 사람, 두려움이 좀 더, 외로움이 좀 더 많은 사람이 있다. 부러움이 많은 사람은 대개 무엇이든 열심히 한다. 한 가지를 하면 끝장을 낸다. 부러움이 많은 사람은 비싼 것, 유명한 것, 잘 난 것, 보이는 것을 중시한다. 상품과 매장을 고를 때에도 유명·고가·잘남을 고려한다. 두려움이 많은 사람은 그 반대이며, 대개 아주 성실하다. 법과 규칙을 지키고, 약속을 중시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렇게 하지 않은 것 자체가 본인에게 두렵기 때문이다. 이런 소비자는 ‘별로 두드러지지 않는 것’, ‘검소한 것’, ‘많은 사람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 것’을 고른다. 매장도 대형 할인점을 자주 이용한다. 외로움이 많은 사람은 대개 아무나 좋아하고 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 받고 싶어 한다. 이런 사람은 물건을 고를 때 상품의 품질이나 가격보다는 점원이 열심히 권하는 것, 친구가 좋아하는 것, 불쌍해 보이는 사람이 요청하는 것을 고른다. 상품의 가치보다 사람의 정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내 제품이나 서비스의 타깃이 부러움·두려움·외로움 중 어떤 감성을 더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인가를 이해하면, 품질·가격·포지셔닝·유통전략을 더 효과적으로 구상할 수 있고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또 다른 차원의 감성이 있다. 그것은 오래된 인간의 가치인 진선미(眞善美)일 것이다. 희로애락이 끝없는 가치, 즉 사람의 주관적 욕심에 가깝다면, 진선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절대적 가치이다.
‘진’은 진짜를 뜻한다. 진짜 다이아몬드와 가짜 다이아몬드 반지의 진위가 아니다. 가짜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친구들이 이것이 가짜인줄 알까봐 전전긍긍하는 마음이 가짜이다. 가짜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야 이것 봐. 신랑이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사준 거야. 가짜지. 그래도 멋있지 않아?’라고 말하는 사람의 마음속에는 ‘진짜’가 있다. 나의 행동, 나의 말, 나의 생각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그 자신이 안다. 마케터·개발자·생산자 모두 내가 하는 마케팅 행위가 가짜인지 진짜인지 잘 안다.
선은 사람과의 착한 관계일 것이다. 다른 사람과 나를 차별하지도 않고 구별하지도 않는 사람의 마음속에 선함이 있을 것이다. 생산자가 소비자의 마음과 같은 마음으로 상품을 만들 때 그 상품 속에는 착함이 있다. 미는 아마도 자연의 요소일 것이다. 가을 하늘, 6월 은사시나무에 부서지는 햇빛, 찔레꽃의 향기, 이런 것이 아름다움일 것이다.
필자는 어떤 제품/서비스이든 진선미 중에서 두 가지만 확실히 갖추면 성공한다고 - 소비자의 환호를 받는다고 - 믿는다.



소지자 선택의 이유를 아는 방법:가정방문 - 구매현장 체험

소비자의 선택이란 행위를 보고 그 이성적 이유, 감정적 이유, 감성적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기업의 임원, R&D 관계자, 마케터들이 해야 할 필수적 과정이 소비자와 같이 체험(몸으로 느낌)하는 것이다. 그 화장품 회사의 CEO, 그 가전 제조회사의 연구소장이 소비자를 직접 만나고 그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 이유를 이해해서, 우리가 갖고 있는 것 중 과연 무엇이 진선미를 표현할 수 있는가를 찾고자 하는 제안을 ‘Consumer Direct Contact(DCC)’라고 명명할 수 있다.
한 명의 소비자를 제대로 만나서 이해하는 것부터 하면 된다. 가정을 방문해 그 소비자가 자사 상품과 경쟁 상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왜 그것을 선택했는지, 왜 자사 상품은 선택하지 않았는지, 사용하면서 무엇이 좋고 무엇이 문제인가를 직접 보고 듣고 느껴서 체험하라는 것이다. 구매현장에서 한 명의 소비자를 쫓아다니면서 그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만지고 무엇을 점원에게 물어보면서 어떤 상품을 고르는가를 직접 보고, 그 이유를 이성적, 감정적, 감성적 차원에서 물어보자는 것이다. 물론 DCC의 조사방법에는 나름대로의 절차와 지켜야 할 것이 있다. 그러한 기법적인 차원은 조사회사에 맡기면 된다.
이렇게 여러 임원/마케터/R&D 사람들이 각자 다른 소비자 한 명 씩을 만나보고, 그 한 명의 소비자만을 위한 제품 개발, 가격, 진열, 광고개선안을 만든 후 모두 만나서 워크숍을 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제품과 서비스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제 소비자는 ‘분석’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이며, 향후 소비자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분석과 법칙에서 벗어나 체험-경험-짐작-유형화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