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08 : 광고나라 산책 - '노래'가 있는 광고 _ 광고나라에는 '노래'가 흐른다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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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복 |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 boccaccio@hanmail.net
현재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로 있다. MBC애드컴·오리콤·FCB코리아에서 광고를 만드는 일을 했고, 경주대 교수를 역임했다. 광고활용교육(AIE)과 광고역사, 슬로건, 정치광고 논문이 있고, 최근에는 스토리텔링광고에 관심을 갖고 있다. 광고는 ‘창의와 설득’이라는 믿음이 있다.
 
광고나라에는 ‘노래’가 흐른다
 


광고를 보면 그 안의 많은 노래들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클래식 음악에서 몇 마디, 혹은 팝송의 일부를 가져다가 광고의 배경음악 정도로 사용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특히 우리 노래, 우리 가요에 대한 애착은 자신감으로 나타날 정도다.


며칠을 계속해서 술을 마시고 밥 먹고 노래 부르고 춤춘다(連日飮食歌舞).”
옛날 중국인들은 역사책 <삼국지(三國志)> <위지동이전(魏志東夷傳)>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을 이렇게 묘사했다. 고구려·부여·예·마한 등 고대사회에서 매년 봄·가을로 온 나라가 크게 모인 가운데 천제(天祭)를 지내고 며칠 밤낮으로 음주가무했다는 사실을 기록한 것이다. 살아 숨 쉬는 역동적이며 원초적인 에너지로 넘치는 동쪽나라 사람들, 요즘말로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와 ‘코리아 스파클링(Korea Sparkling)’, ‘한류(Korean Wave)’를 그 당시 버전으로 설명한 말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신바람 문화는 2002년 광장에서 폭발했다. 월드컵이라는 빅 이벤트를 맞아 오천년 잠자던 P세대의 끓는 피가 폭발한 것이다.
물론, 술 마시고 노래하는 것을 단순한 유흥과 향락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제대로 놀 수 있는 마당의 회복과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놀이문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잠재되었던 우리 문화가 잠깨어 일어나는 순간인 것이다. 일본인이 만든 가라오케는 한국에 와서 노래방이 되었고, 서양의 춤과 노래는 한국에 와서 비보이가 되었다.
리모컨으로 번호만 입력하면 배경음악과 코러스, 조명까지 전자동으로 연출되는 노래방이 아니어도 좋았던 그때, 통기타 하나로 전교생이 한 목소리로 노래하던 봄소풍이 있었다. 대성리 MT에서는 냄비와 숟가락은 없어도 기타만은 꼭 필요했었다. 노래방의 등장은 온 국민을 기획사형 가수로 키웠지만, 가사 한 줄도 제대로 암기하지 못하는 앵무새로 만들어 놓았다. 생일을 맞아도 노래로 축하하고, 졸업식에도, 세상을 떠날 때도 노래를 부른다.
노래는 사전적으로 ‘가사에 곡조를 붙여 목소리로 부를 수 있게 만든 음악으로, 가곡·가사·시조 따위와 같이 운율이 있는 언어로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 작품’이다. 다른 뜻으로 ‘같은 말을 자꾸 되풀이하여 졸라 댐’이라는 뜻이 있는데, 이는 바로 광고와 매우 닮았다. 같은 말을 자꾸 반복해 노출함으로써 소비자행동을 요구하는 것, 바로 노래의 관용적 표현은 노래가 광고이고, 광고가 노래임을 역설하고 있다.
광고를 보면 그 안의 많은 노래들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클래식 음악에서 몇 마디, 혹은 팝송의 일부를 가져다가 광고의 배경음악(Back Ground Music) 정도로 사용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특히 우리 노래, 우리 가요에 대한 애착은 자신감으로 나타날 정도다. 작사와 작곡을 새롭게 하여, 또는 기존의 노래도 다시 부르는 우리 노래가 광고 안에 있어 더 친근하다. 메시지의 전달이 중요한 광고의 경우 가사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면, 그리고 그것을 소비자들이 계속 불러준다면 광고를 만든 사람들의 입은 당연히 귀에 걸리게 될 것이다.




추성훈의 노래

다소 어눌한 한국어에 부정확한 발음, 그리고 구릿빛 피부, 그다지 세련되지 않은 이종격투기 선수가 모델로 먹히는 건 부조화 속의 조화….
그의 노래는 음반으로 발매되어 반향을 일으키고, 일순간에 3개의 TV광고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바나나맛 우유 광고에서는 라이브로 박상민의 <하나의 사랑>을 불렀다. 일명 ‘항아리 우유’ 빈 통을 들고 냉장고로 향하면서 ‘가슴 속에 타오르는 그대~’를 읊조린다. 채연의 <둘이서(난 나나나 송)>까지, 광고 안의 패러디는 원본의 재현과 그를 통한 초맥락화 효과를 거두었다. 기존의 인지를 바탕으로 새롭게 해석되어 소비자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정식 음반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사랑>은 투싼 광고에도 삽입되었다. 서른 살 남자에게 사랑을 전하는 투싼은 그 안의 자유본능을 일깨우는 ‘하나의 사랑’으로 완성된다. 이전의 ‘이효리’편에서 그랬던 것처럼 송승헌은 30대의 고독과 사랑을 연기하는데, 배경음악이 잘 받쳐주고 있다. 이쯤 되면 원곡을 부른 박상민은 조금 섭섭하지 않을까?



저관여 감성의 노래

광고 교과서에 많이 소개되고, 실무에서도 많이 사용했던 FCB 그리드모델. 정작 FCB에서는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하여튼 이 FCB 그리드모델은 소비자 관여도의 고/저와 이성/감성의 2×2로 4개의 창을 만들고, 그에 따른 광고전략을 구사하는 고전적 모델이라는 것, 독자들은 잘 알 것이다. 일반적으로 라면의 경우 관여도가 높거나 이성적인 제품이라 하기 어렵다. 이 경우 저관여의 감성적인 접근이 유효한데, 저관여 학습이론에 입각해서 흥미와 주의집중을 계속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래를 통해 ‘Do - Feel - Learn(행동 - 감성 - 학습)’의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따르게 한다. 오뚜기 진라면의 경우 이런 법칙을 잘 따르고 있다. 심수봉의 <그때 그사람>과 한동준의 <너를 사랑해> 같은 한동안 잊혀진 명곡들이 다시 광고 안에서 불려졌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은 어디로 가고 진라면, ‘아침이 오는 소리에 문득’ 잠에서 깨지 않고 진라면.
시청자는 예견된 가사를 비켜간, 진라면 시식이라는 Do-Feel-Learn을 경험하게 된다. 비가 오나 아침이 오나 라면 생각, 장마철이라면 더욱 절실할 것 같다.




김태희와 ‘아이스크림송’, 쉽게 다가온 ‘되고송’

80년대를 풍미했던, 감미로운 목소리를 지닌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이 광고에서 새롭게 되살아났다. ‘아이스크림 주세요. 사랑이 담겨있는 두 개만 주세요. 사랑을 전해주는 눈을 감아요. 행복을 느껴봐요…’ LG 싸이언 아이스크림폰 광고에서 김태희는 모던하게 편곡된 <아이스크림 사랑>에 맞춰 뮤직비디오를 찍는 듯한 매력을 발휘했다. 달콤한 노래에, 모델과 제품(아이스크림폰)이 함께 소비자의 뇌리 속으로 녹아들었는데, 비키니폰과 디스코폰에 이르기까지, 행복한 고민은 계속될 것 같다.
한편 ‘강아지’ 편, ‘김건모’ 편, ‘신발’ 편, ‘장동건’ 편에 이어 ‘직장인’ 편으로 이어진 SK텔레콤의 ‘되고송’은 광고노래의 위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역시 패러디의 소재로 제공되어 군대 버전, 대졸송, 노처녀 되고송, 아빠 되고송 등 다양하게 속편들이 등장했는데, 이러한 되고송의 위력은 ‘~되고’로 반복되는 대구와 각운이 쉽고 빠르게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인순이의 노래

아무래도 노래는 가창력 있는 가수가 불러야 제 맛이다. 이적과 김동률이 카니발 시절에 불렀던 <거위의 꿈>이 인순이에 의해 리메이크되고, 이것이 혼혈가수 인순이 스토리를 통해 KTF적인 생각으로 거듭나면서 인구에 회자되었다. 콘서트 클로징으로 감동을 주었던 노래가 다시 광고로 등장한 것이다. 삶의 한계를 뛰어 넘으려 끊임없이 도전하는 젊음의 꿈을 담아 많은 감동을 제공했다. 인순이의 노래는 SK주유소 광고에도 삽입되어 그야말로 살아가는 힘이 되는 에너지가 노래로 채워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광고여, 노래를 노래하라

같은 말을 되풀이해 졸라댄다는 점에서 광고와 노래는 같다. 게다가 뇌리를 떠나지 않은 채 계속 입가에 맴도는 노래의 힘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충분하다.
신시내티대학교의 켈라리스(Kellaris) 교수는 한 보고서에서 “노래는 뇌를 자극하는 일종의 ‘뇌 소양증(Brain Itch)’을 유발한다”고 했다. 마치 가려운 곳을 계속 긁게 되듯이 노래를 되풀이해야 가려움증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예로 빌리지 피플의 나 로스 델 리오의 <마카레나>같은 노래가 대중들의 뇌 소양증을 유발한 덕으로 히트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한 번만 들어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 노래, 그 안에 감동과 메시지, 브랜드를 담아서 소비자의 귓가에 울려보자. 어느덧 입에서는 시나브로 노래가 울려 퍼지고, 이런 노래가 있어 광고는 더욱 사랑받게 될 것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