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02 : Annual Campaign - ① 고객중심 경영과 가치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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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ual Campaign - ① 고객중심 경영과 가치
 
  고객이 추구하는
가치의 이해와 충족 필요
 
박상준 |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parksj@kookmin.ac.kr
 

오늘날 대부분의 시장에서 생산자 우위는 종언을 고하고 소비자 우위로 돌아섰다. 국내 기업만의 경쟁일 경우에는 국내 고객만족 수준으로서도 현상 유지가 가능했으나, 경제에 국경이 없는 시대를 맞이해서는 세계 고객만족 수준이 되어야 시장을 방어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 다투어 초일류 품질을 강조하고, 경쟁적으로 고객의 환심을 사려고 하기 때문에 오늘날의 고객은 더 까다로워지고 있고 기업은 그만큼 더 고객만족이 어렵다. 얼마 전부터 회자되는 ‘블루오션(Blue Ocean)’이란 어찌 보면 다시 생산자 우위에 설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자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고객중심 경영

고객중심 경영의 화두는 고객만족이고, 이는 마케팅의 핵심이면서 동시에 기업경영의 핵심이다. 고객만족경영이 기업의 선도 개념으로 정착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지만, 그 이념과 논리적 기반은 이미 반세기 전부터 시작되었다. 2005년 작고한 경영사상가 드러커(P. Drucker)는 이미 1950년대 저작에서 마케팅에 관한 정확한 성격 규명을 하고 있었다. 그는 “기업은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만족을 판다”라고 했고, “마케팅은 모든 사람의 일”이라고 했다. 그는 고객만족을 마케팅의 주제로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고, 고객만족은 마케팅 부서와 마케팅 담당자만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케팅 교과서상으로도 오래 전부터 마케팅 관리 이념의 폭이 고객중심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여 기업의 고객만족, 더 나아가 사회만족으로 확장되고 그 결과로 기업의 유지와 성장 목표가 달성되는 것으로 체계화되었다. 코틀러(Philip Kotler)의 1967년 초판 <마케팅 매니지먼트(Marketing Management)>는 기업의 고객중심적 사고의 당위성을 체계화한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고, 오래도록 세계의 표준 마케팅 교과서 자리를 지켜왔다. 국내의 마케팅 교과서에도 1970년대 후반부터는 그러한 내용이 대체로 소개되어 있는데, 다음의 세 항목으로 그 중심 개념을 요약할 수 있다.

고객중심(Customer-Orientation)
일의 시작에 앞서 시장, 즉 고객이 바라는 바를 먼저 살피고 고객이 기업에게 나아갈 방향을 지시하는 대로 움직인다는 뜻에서 시장주도(Market-Driven)라는 표현과 고객중심이라는 표현은 일맥상통한다. 말 그대로 ‘시장에게 기업의 운전석을 맡긴다’는 의미이다. 이에 반해 기술주도(Technology-Driven)는 고객중심이 아니라 기업중심에 빠질 위험이 있다. 기술적 관점에서 제품화 가능성을 판단하고 기술적 난관을 극복하여 실제 제품화했다고 해도 시장에서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전사적 마케팅(Total Marketing)
고객중심적 사고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업 조직의 대혁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고객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에게 적정한 가격을 설정하며, 고객이 편리한 장소에서 구매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이를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알려주기 위해서는 판매부서 또는 영업부서 외에 모든 조직의 통합된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의 모든 조직 또는 기능이 최종 승패를 가름하는 시장에서의 마케팅 목표를 중심으로 통합되어야 한다는 뜻에서 이를 통합적 마케팅(Integrated Market-ing)이라고도 한다.

고객만족과 조직목표의 통합
(Customer Satisfaction & Organizational Objective)

고객중심 사고와 전사적 마케팅을 통해 궁극적으로 조직이 추구하는 바는 고객의 만족을 통한 조직목표의 달성이다. 이익의 관점에서 당장에는 고객목표와 조직목표가 동시에 추구될 수 없는 상호배반의 관계에 있는 것처럼 보이나 경쟁이 있는 시장에서는 고객만족이 매출의 결정조건이고 매출을 통해 기업의 목표가 달성되는 이치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고객중심 마케팅

그런데 이와 같이 자명한 마케팅의 기본 사고가 기업의 목표 추구 방향을 선도하기까지에는 미국이나 한국의 경우 각각 20년 이상의 성숙기간이 더 필요했다. 미국 기업의 경우 1980년대, 한국 기업의 경우 1990년대에 들어서야 그러한 이념이 대외적으로 표방되고 내부 경영시스템도 그러한 이념이 실천 가능한 방향으로 구축되기 시작한 것이다. 상식적인 이치의 적용이 왜 이렇게 뜸들이며
진행될까?
그 이유는 우선 마케팅과 경영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마케팅 이념이 마케팅 차원에만 머물 때는 여전히 기업경영의 하위 기능적 측면으로만 인식되기 때문에 전사적 과제를 주도할 수 없다. 기업의 조직상에서 마케팅 담당 이사 혹은 부장이 전사적 과제를 설정하고 실천을 선도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고객만족 마케팅 개념 하에서는 고객 불평에 대한 소극적 대응과 같은 지엽적인 고객만족 문제에 국한해 업무 영역을 설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신조류’로 등장한 고객만족경영(CSM: Customer Satisfaction Management)이라는 틀에서는 다르다. 고객만족 마케팅은 마케팅 부서의 일일지 모르나 고객만족경영은 최고 경영자의 일로 인식될 수 있다. 전사적 혁신은 최고경영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또한 기술이든 철학이든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라는 데 예외가 없다. 기업과 소비자의 역학관계에서 소비자의 권력이 대부분의 산업영역에서 현저히 우위에 올라섰기 때문에 고객중심적 사고가 최고경영층 주도로 강조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고객만족경영은 ①고객중심적 사고를 출발점으로 하여 ②전사적 마케팅 체제로 조직을 혁신하고 ③과정으로서의 고객만족 목표와 ④최종 목표로서의 기업만족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경영 패러다임으로 마케팅 이념이 한 차원 높게 체계화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케팅 관점에서는 고객만족의 당위성을 더 논리적으로 체계화하고 현실성 있는 실천방안들을 도출해 내어야 한다. 현실을 도외시하여 사회적 가치 기준만을 강조할 때 고객은 만족하지만 기업은 불만족하여 도산할 수도 있다. 그것은 또 다른 경제적, 사회적 손실이다. 반대로 기업이 고객만족의 당위성을 논리적으로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눈앞의 이익에 유혹을 받기 쉽다. 고객만족보다는 당장의 기업만족을 우선하여 장기적으로 시장의 기반을 점차 상실하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 아직까지 산업 현장에서는 단순 판매 개념과 마케팅 개념을 구분하고 있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 기업의 조직도상에는 대부분 영업(판매)부서 아래에 마케팅 부서가 있다. 이는 마케팅 중심 이념이 기업 실무 현장에서는 아직 보편적으로 인식되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고객중심 경영의 당위성

경영의 중심점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시장이 초점이 될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재무흐름이나 사람·기술 혹은 정보가 초점이 되기도 한다. 각 초점들은 마케팅관리·재무관리·인사관리·생산관리·경영정보관리 등등 경영학 각론들의 주제이다. 이 가운데 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초점들은 기업의 효율성이나 생산성, 그 결과로서의 이익목표 달성 등과 같은 내부목표 추구와 주로 관련이 되어 있고 대외적 가치 지향과는 거리가 있다. 반면에 시장 초점에는 기업 내부적 가치와 기업 외부의 사회적 가치 추구라는 두 가지 지향점이 동시에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고객중심 경영은 양 측면의 가치를 동시에 충족하는 논리임을 제시할 수 있는 경영 패러다임으로서 경영학의 존재 이유에 대한 명분을
제공한다.

기업과 소비자의 상생(相生)의 길
고객을 위하면 고객은 그 기업에게 보상을 한다. 고객이 지불하는 가격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면 고객은 단골이 됨으로써 기업을 위하고, 또 유지된 고객의 구전을 통해서 새로운 고객이 창출된다. 그러면 기업은 고객을 더 잘 모실 수 있는 ‘규모의 경제 효과’, 다시 말해 더 질 높은 서비스를 더 싼 가격에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기업과 고객은 서로 만족시켜 주는 관계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완전 경쟁 시장에서는 쌍방적 불만족은 물론 일방적 만족 혹은 불만족이라고 해도 교환관계가 단절되므로 쌍방적 만족이 이루어지는 최적 조건을 모색하게 된다. 결국 기업과 고객이 서로 합리적 만족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노사(勞使) 상생(相生)의 길
어떤 경영원리에 초점을 두든 결과적으로는 시장에서의 평가라고 할 수 있는 고객만족만이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이다. 이를 위해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종업원의 동기부여가 동반되어야 한다. 종업원이 만족하지 못하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여유와 적극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객만족경영의 장기적 정착을 위해서는 고객을 위한 투자에 선행하든지 아니면 후행하든지 반드시 종업원 만족을 위한 투자가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고객만족경영의 선(善)순환 사이클, 즉 ‘고객만족→기업만족→종업원만족→고객만족→기업만족→…’의 확대 선순환을 경험한 기업에게는 노사 간의 이해 갈등이 줄게 되고 고객만족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고객 불만족→기업 불만족→종업원불만족→고객 불만족→기업 불만족→…’의 악순환 사이클에 빠진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

복지국가의 길

모든 소비자가 자기 근무지를 벗어나서 한 사람의 일반 소비자로 돌아가 보면 모두 고객만족 경쟁의 혜택을 보게 된다. 그것이 복지국가의 형태이다. 국가는 최소한의 복지를 담당할 수 있을 뿐이고 참된 복지국가의 책임은 기업에게 있다. 고객만족 경쟁은 특정 기업의 고객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게 된다.

장기적으로 경영성과를
보장하는 불변의 길
고객만족 이념은 단순하지만 어떤 마케팅 기법보다도 장기적으로 확실한 성과를 보장해 준다. 우선 브랜드 자산 가치가 지속적으로 축적된다. 기업은 공장을 짓는 것과 같이 고객을 지어 나가는(Build-Up) 것이며, 지은 공장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것처럼 지은 소비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고객을 짓는다는 것, 즉 고객의 마음으로부터 신뢰를 얻는다는 것은 고객만족으로서만 가능하고 그 성과는 브랜드 자산 가치(Brand Equity)에 누적된다. 이와 함께 마케팅 비용은 장기적으로 감소한다. 고객을 만족시키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고 일반적으로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사실이지만 그것은 일면만을 본 것이다. 고객만족으로 브랜드 가치가 증가할수록 마케팅 비용은 점차 줄어들게 된다. 투자의 누적효과가 장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유명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적은 마케팅 비용으로서도 엄청난 광고비를 써야 하는 후발 브랜드의 도전을 이겨낼 수 있다.
결론적으로 고객만족경영은 기업의 대외적 명분과 대내적 실리를 동시에 얻도록 하는 유일한 경영철학이 될 수 있다. 기업계의 경우, 기업의 이익이 고객만족경영의 결과라는 인식이 사회에 일반화되면 이익을 남겼을 경우 기업과 경영자가 당연히 칭찬을 듣게 된다. 부의 편중이나 부의 축적 과정에 대한 의구심이 국민정서상에 아직도 남아 있을 만큼 왜곡된 자본주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국내 현실로서는 기업이 잘되어 이익을 크게 남기고 사회에 경제적 기여를 해도 기업과 경영자가 칭찬을 듣지 못하는 모순에 직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경영학 관점에서는 경영학이 기업의 이익만을 구하는 학문이 아니라 동시에 사회의 이익을 추구하는 학문이라는 것을 인식시킬 수 있다. 고객만족경영 관점에서 경영학을 보면 이익을 내는 기업이 가장 큰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대다수 경영학 교과서 상에는 기업 이윤의 사회환원이라는 별도의 사회적 책임을 더 강조하고 있는 것이 경영학계의 현실이다.

고객가치

고객만족 과정은 고객이 추구하는 가치를 잘 이해하고 충족하는 작업이다. 고객의 가치 영역은 두 가지 차원에서 판별할 수 있다.
첫째, 고객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요구 영역이다. 인간으로서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고객은 요구를 말하기 전에 이미 마음이 멀어지게 된다. 어떤 점포에 들어설 때 고객은 먼저 구매의사와는 무관한 인간으로서의 요구로 그 점포를 판단한다. ‘냉난방이 잘 되어 있는가, 악취가 나지는 않는가, 시각적 즐거움이 있는가, 쉬고 싶을 때 편히 앉을 자리가 있는가’ 등, 이런 감각적 요구에 대응하는 가치가 ‘오감충족’ 가치이다. 또한 고객은 인간으로서의 심리적 욕구충족을 원한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가, 나를 적당히 우쭐하게 만드는가, 친절해서 기분이 좋은가, 믿을 수 있는가’ 등 이런 요구를 충족하는 가치가 ‘심리충족’ 가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인간으로서의 추구 가치가 충족되면 비로소 고객으로서의 요구 가치가 표현된다. 제품성, 구매편의성, 부가상품성 등에서 요구되는 고객의 가치가 그것이다. 이와 같이 크게는 인간영역과 고객영역, 더 세분해서는 오감충족 영역, 심리충족 영역, 제품영역, 구매편의 영역, 부가상품성 영역으로 나누어 제품 혹은 서비스 개발과 개선을 위한 체크리스트로 삼아야 한다.
고객중심 가치 경쟁에는 주의해서 보아야 할 하나의 현상이 있다. 가치 경쟁은 원가 상승 압력요인이 되어 결국 가격상승으로 귀착되고 가격상승이 임계치에 도달하면 가격파괴형이 출현한다. 가격파괴형끼리 다시 가치 경쟁이 시작되어 이 사이클이 반복된다. 이런 현상을 보면 가치를 막연히 덧붙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가치를 개발해서 덧붙이는 데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제공되는 가치의 원가, 고객에게 주어지는 혜택, 기업에 돌아오는 반대급부의 삼자 관계에서 고객가치 요소를 개발하고 그 적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