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내내 케이블TV를 점령한 ‘미드’, <CSI 과학수사대>를 보고 있으면, 특정 도시가 마치 소름끼치는 범죄가 매일 벌어지는 끔직한 곳인 것 같다는 생각이 스치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내 그 독특한 도시의 컬러에 반해버린 채, 마이애미든 뉴욕이든 라스베가스든 ‘내년 여름에 한번 가볼까’ 하는 계획을 세워보게도 된다. 실제로 <CSI> 시즌 구성을 위해 범죄율이 높은 기준에 따라 선정된 라스베가스·마이애미·뉴욕 등의 3개 도시는 그 이미지와 도시 브랜드만으로도 상당한 이름값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 우리의 서울은 어떠한가? 서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우리에겐 있는가? 세계인들이 서울을 찾고자 할 때 그들에게 제공해줄 수 있는 서울의 매력은 무엇인가? 현재 600만 관광객 수준인 서울시가 2010년까지 1,200만 관광객을 모객하기 위한 결정적 요소는 무엇인가?
과거 조사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세계인들은 ‘서울’과 ‘한국’을 구분하여 인식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인식은 외래 관광객 방문 현황에서도 상징적으로 드러나 있는데, 한국 관광객의 약 80%가 서울의 관광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서울의 브랜드 이미지 구축’은 한국에 대한 세계 속의 이미지를 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또한 관광객 흡수로 인한 실질적인 도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서울의 매력을 새로이 포맷하라
서울시의 브랜드 포지셔닝, 그리고 관광 콘텐츠를 활용한 브랜드 광고를 기획, 제작하는 데에는 무려 7개월 이상의 시간이 투입되었다.
그만큼 서울시의 매력을 정의(Define)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뿐 아니라, 경쟁도시인 도쿄·상해·북경·홍콩 등이 선점한 이미지와는 차별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과제였던 만큼 신중한 논의들이 계속되었다.
그 7개월간의 과정을 거두절미하고 결론부터 말하면, 서울의 이미지를 정의한 개념의 축 ‘Emotion’과 ‘Modernity’였다. 즉 ‘Emotional Modernity’를 리딩하는 크리에이티브 컨셉트로 ‘Live Soul’을 설정하고, 광고를 통해 서울의 강점인 문화·혼(Soul)·젊음·열정 등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그림>.
서울은 그 경쟁산대인 북경이나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에 비해 자연적인 관광자원이 부족한 실정이었고, 금융이나 교통과 같은 기능적, 이성적 이미지는 도쿄나 홍콩·상해 등도 공통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차별되는 요소에 접근하기 위해 한국의 다이내믹한 이미지, 그리고 아시아는 물론 세계 속에서 통하는 한류 및 선진 문화 콘텐츠가 그 컨셉트의 기초가 되었다.
무료한 일상의 반전 = ‘서울의 즐거움’
도시의 브랜드 광고는 대부분 그 도시의 상징물(관광소재)을 나열하는 천편일률적인 전개방식을 갖고 있는데, 우리의 방식은 그들과 달라야 했다. 그러한 광고인들의 크리에이티브 차별화 욕구는, 시상식에 다른 배우가 입었던 드레스는 절대 입고 나오지 않으려는 여배우의 욕구와 흡사한 것이 아닐까?
또한 ‘도시 브랜드 광고’이면서도 ‘관광객 유치’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는 두 가지 목표도 광고안을 수정하고 결정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즉 차별화된 광고이되, 경쟁도시 광고와 마찬가지로 도시의 관광소재는 함께 표현되어야 하는, 한마디로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크리에이티브가 그렇게 쉽게 나오겠는가. 타깃 또한 한 개 지역이 아닌 전세계의 외래 관광객이었으니….
드디어 그 복잡한 매트릭스 요소들을 배려하여 구성된 2개 시리즈의 TV광고가 제작에 들어갔다. 서울의 생동감 넘치는 즐거움과 열정, 다양성 등을 표현하기 위해 TV광고의 인트로는 그러한 것들의 상반된 신(Scene), 즉 ‘지독히 지루한’ 일상을 보여주기로 했다. 특히 서울의 색체를 보다 강렬하고 화려하며 열정적으로 강조하기 위해 그 색채를 톤다운시켜 흑백의 느낌이 나도록 표현했다.
지루한 일상의 표현은 다소 해학적이고 과장된 것으로 설정했는데, 시리즈 1편에서 남자는 짜릿한 바이킹의 흔들림 속에서도 지루하고 졸린 표정으로 일상적인 신문읽기 행위를 표현했다. 이어진 2편의 여성은 공원벤치에 늘어져 앉아 “Have you seen a talking dog passed by?”라며 영어를 하는(?) 강아지를 습관적이고 귀찮게 응대하는 나른한 오후를 표현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의 지루한 일상의 반전은 ‘No more surprise in your soul!(당신의 영혼에 더 이상의 놀라움은 없나요?)’라는 카피와 함께 서울의 즐거움으로 나타난다.
월드컵의 응집을 연상케 하는 수 천 만의 사람들과 거리공연 및 하이서울 축제장면, 쇼핑천국 명동, 젊고 열광적인 비보이 공연, 컬러풀한 조명 아래 펼쳐지는 청계천의 야경, 한강에서의 로맨틱한 마지막 순간까지, 남자와 여자의 지루함은 연인들의 즐거움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바이킹을 수없이 타며 구토로 고생했던 모델들, 매일 밤12시면 꺼지는 청계천 조명과 분수를 새벽까지 사수(?)하고자 했던 촬영 팀들의 고생을 살짝 묻고, 그렇듯 TV광고는 ‘즐겁고 행복하기만 한 서울’로 포맷된 2가지 시리즈로 글로벌 미디어 전파를 타고 있다.
브랜드 구축의 시발점, 새로운 전진에의 다짐
서울시는 앞으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동대문 디자인 클러스터 등 대형 프로젝트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발맞춰 과거 행정도시의 모습에서 나아가 매력적인 관광도시로서 탈바꿈하려는 노력과 함께 올해 처음 본격적인 해외 마케팅을 전개, 비로소 서울을 브랜드로 인식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이러한 2007년을 브랜드 인지도 및 이미지 구축의 원년으로 삼아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중장기 전략을 바탕으로 일관성 있는 브랜드 마케팅을 전개, 서울의 고유한 이미지 구축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